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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0장. 리더(Leader)(7). (1,045/1,284)

1060장. 리더(Leader)(7).

“이번에는 또 누굴까? 흐흐흐.”

트럼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다니엘이 소개해 준 인연들은 언제나 기대 이상이었다.

부동산 부자인 자신을 상위 클래스로 자연스럽게 인도해줬다.

그 덕에 로버트 라이언도 수시로 파티에 초대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트럼프는 짧은 기간 상당히 괜찮은 인맥들을 쌓았다.

가뜩이나 미국 대통령이기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사들이 필요했다.

혼자서는 다 해먹을 수 없을 정도로 판이 컸다.

세계를 다스리는 황제와 같은 자리가 미국 대통령이었다.

과거에는 막연한 꿈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 발자국씩 그 꿈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세계를 이끄는 정치 리더.

자신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을 때 들었던 수많은 모욕적인 발언을 트럼프는 아직 낱낱이 기억하고 있다.

쿨하게 잊을 성격이 아니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앞에서 간 쓸개도 다 내줄 것처럼 행동하지만 한 번 새긴 원한은 두고두고 가슴에 담아 두었다.

“평범한 인물은 아닐 테고……. 설마 차일드 가문의 주인 정도 되는 건가?”

로리아나 같은 경우는 아직 트럼프도 만나보지 못한 거물이었다.

그녀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조차 금기였다.

자신의 사위가 야훼를 섬겼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 중 라인에 따라 이스라엘 쪽 자금이나 세력이 가담해 있었다.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엄청나게 도움이 될 게 확실했다.

언론을 통해서는 방송되지 않겠지만 상류층들을 상대로 알게 모르게 소문이 퍼질 것이다.

오바마도 만나지 못했던 거물과의 조우를 기대했다.

트럼프 상상만으로도 몸이 바짝 달았다.

“당선되면 뭘 좀 해줘야겠는데…… 뭐가 좋을까.”

이 정도 지원이면 그냥 입을 닫기에는 좀 찝찝했다.

다니엘과 과거 비밀 약조를 맺었지만 뭐라도 하나 더 얹어주고 싶었다.

다니엘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내로라하는 미녀에도 눈 깜짝하지 않았다.

“이럴 때 딸이라도 하나 더 있으면 완벽한데.”

가장 가까운 측근은 가족뿐이라는 걸 트럼프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배신하고 배신당하면서 체득한 결과였다.

세상에 믿을 건 나와 내가 낳은 자식들밖에 없었다.

똑똑.

트럼프의 별장 서재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마이클입니다.”

“들어와.”

끼릭.

문을 열고 들어오는 마이클.

얼굴이 바짝 상기된 상태였다.

“무슨 일이야?”

눈을 반짝이며 트럼프가 물었다.

그의 표정만 봐도 좋은 정보를 물고 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오바마와 다니엘이 완벽하게 틀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

“힐러리를 지지해 달라고 부탁한 듯한데 다니엘이 거절한 게 확실합니다.”

“흐흐흐. 나도 확인했어.”

이중으로 다니엘의 심중을 확인한 트럼프가 만족한 웃음을 터트렸다.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비밀회의를 열어 뭔가 대책을 꾸미는 것 같습니다.”

“뭔데?”

백악관에도 끄나풀이 심어져 있다.

아니, 알아서 스스로 정보원이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FBI도 트럼프를 돕고 있었다.

힐러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고위 FBI 관료와 은밀히 정보를 교환했다.

그 덕에 힐러리의 개인 이메일 보고를 물고 늘어졌다.

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좋아할 먹잇감은 포장하기 나름이다.

트럼프는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기발한 공격 방법을 많이 알았다.

선한 자들이라고 모두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어리석고 멍청한 유권자들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신 같은 존재를 원했다.

공화당에 들이대는 잣대와 달랐다.

“한국을 향해 리틀 보이를 던질 것 같습니다.”

“리틀 보이라면 그 핵폭탄?”

“그렇습니다.”

트럼프도 알고 있는 일본에 사용됐던 핵폭탄 리틀 보이.

마이클의 비유적 표현에 의구심을 표했다.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거지?”

“사드라는 중국을 겨냥한 요격 미사일입니다.”

“오! 사드!”

트럼프도 대통령 선거 유세를 준비하며 시사 상식에 대해 과외를 받았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고고도 요격 미사일 사드에 관한 것이었다.

“아십니까?”

“물론 알지. 그거 비싼 거잖아.”

“그, 그렇죠…….”

트럼프의 황당한 대답에 마이클이 말을 흐렸다.

트럼프의 사고방식은 모든 게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났다.

가격만큼 효용이 있으면 좋은 것이고 반대는 나쁘다는 이중적 판단밖에 작용하지 않았다.

다른 부차적인 양심이나 도덕, 가치 따위는 하등 쓸모없는 감정으로 치부했다.

차라리 마이클도 그런 트럼프가 편하고 좋았다.

일 처리가 끝나면 확실하게 돈을 지불했다.

“그걸 왜 한국에 줘? 무슨 이유로?”

트럼프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중국이 싫어합니다.”

“중국은 또 왜?”

“사드에 달려 있는 레이더가 중국까지 훑을 수 있습니다.”

“아! CCTV!”

“…….”

이해력이 참 편리한 트럼프.

“공짜야?”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에 큰 도움이 안 됩니다. 중국이나 북한에서 발사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일본이나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서…….”

“바보 같은 오바마! 그게 무슨 핵폭탄이야. 선물이지!”

트럼프가 말을 끝까지 듣지 않은 채 역정을 냈다.

자신의 계산기로 나름 평가를 끝냈다는 의미였다.

“좌우지간 내가 대통령이 될 이유가 너무 많아. 이제부터 확실히 거둬야 해.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무임승차한 거지들은 모두 쫓아내야 해!”

트럼프가 미래 대통령으로서의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맞습니다. 각하.”

“그건 됐고. 이제 우리도 슬슬 출발하지. 배가 고프니까 햄버거와 감자튀김 준비하라고 일러둬.”

“넵! 각하.”

자신을 마치 종처럼 여기는 트럼프였지만 개의치 않고 힘차게 답하는 마이클.

대신 짧게 격멸의 감정이 눈빛에 스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식하다.

도대체 어떻게 사립 명문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는지 절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와줘서 고마워요 낸시.”

“아닙니다.”

힐러리는 자신의 영적 조언자인 낸시를 보자마자 손을 맞잡았다.

언론에 노출되면 트럼프가 트집을 잡을 것 같아 그동안 가까이 부르지 않았다.

낸시도 만나자는 힐러리의 청을 거절했던 터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낸시가 먼저 만나기를 요청해 LA까지 찾아왔다.

“건강한 것 같아 다행이에요.”

힐러리는 진심으로 낸시를 보며 반색했다.

“당신을 위해 이 땅의 신들께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신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힐러리가 대답을 기대하며 낸시를 바라봤다.

과거에 위기의 순간에 처할 때마다 낸시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운명대로라고 하셨습니다.”

“???”

힐러리는 낸시의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대놓고 다시 물었다.

“……명확한 답은 신들과 미래만 알지 않을까요.”

애매 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데 표정은 왜 이렇게 밝아?’

시원찮은 대답과 달리 낸시의 얼굴은 밝고 개운했다.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다.

“여기서 혼자 기다릴 수 있어요? 점심 약속이 끝나면 바로 올게요.”

이것저것 조언받을 게 많았다.

과거에도 낸시와 진통제 덕분에 남편 스캔들 문제를 무난하게 넘길 수 있었다.

“그럼요. 다녀오세요.”

“누구를 만나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전혀요.”

“알고 있어요?”

“네.”

‘역시 낸시는 영험해.’

힐러리는 낸시의 영력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알았다.

아니 과거보다 더 강한 영적 기운이 느껴졌다.

“따로 할 조언은 없나요?”

“전과 같습니다.”

“그자를 조심하라고요? 이 땅의 신들이 보호하고 있다는 그 말은 아직 유효한가요?”

“신들의 말은 언제나 무겁습니다.”

‘다니엘,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낸시가 이렇게 말하는 거야.’

아직까지 직접 마주한 적이 없는 다니엘 장.

오늘 자리도 어렵게 마련했다.

“힐러리.”

생각에 빠진 힐러리를 부르는 낸시.

“네.”

돌아보는 힐러리를 낸시가 가만히 깊은 눈동자로 응시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어떤 순간 가장 소중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그 시점을 지난 후에는 가장 가벼운 것이 될 수 있어요. 반대로 가벼운 것들이 가장 소중한 것이 될 수도 있구요.”

“그게 무슨…….”

수수께끼 같은 낸시의 조언에 힐러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디언의 피를 이어받은 낸시는 언제나 아리송한 말을 즐겨 했다.

“이 땅을 수호하는 신들이 당신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

선물이라는 말에 힐러리는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묻기에는 시간이 촉박했고 내용도 심오했다.

지금은 뒤죽박죽인 머릿속에 그녀의 말을 담을 여력이 없었다.

“어서 가 봐요. 그리고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들을 뱉으세요. 어차피…… 운명대로 흘러갈 판이니 말이에요.”

낸시가 이상하게 들리는 격려를 해왔다.

“아, 알았어요.”

LA에 위치한 팰튼 호텔.

이곳에서 오늘 다니엘을 만나기로 했다.

약속시간이 다 되었다.

만남은 스위트룸에서 갖기로 했다.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제는 여성성을 거의 상실한 힐러리는 만나는 장소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

차라리 좋았다.

밀폐된 공간, 어쩌면 남자를 홀릴 노련한 여성미를 발산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꼬옥.

낸시가 자리에서 일어나 힐러리 손을 한 번 더 잡아줬다.

마지막 이별을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이상한 예감에 힐러리가 다시 낸시로부터 대답을 받아내려 했다.

“난 항상 당신 곁에서 지켜보고 있답니다.”

낸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올게요.”

힐러리가 밖으로 나갔다.

“하아아…….”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낸시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길고 긴 삶을 살아왔다.

혼혈 인디언으로 살아온 이번 생.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하지만 결말은 좋을 게 확실했다.

얼마 전 계시를 받았다.

지금껏 낸시가 기다려왔던 신의 분명한 계시.

“모습을 나타내도 됩니다.”

낸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스윽.

그때 거짓말처럼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한 존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람과 영혼과 속삭임의 수호자시여.”

낸시가 모습을 드러낸 이를 향해 인디언식 경배를 올렸다.

신을 대하듯 경건함이 가득 배어 있는 태도였다.

“그대가 나를 불렀나.”

별 감정 없는 존재의 물음.

“그렇습니다.”

“이유는…….”

낸시가 활짝 웃었다.

한때는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만남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대상.

“……이제 저를 땅의 뿌리로 거두어 주십시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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