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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장. 애국(愛國)(7). (1,013/1,284)

1026장. 애국(愛國)(7).

“반드시 우리 손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F-50도 초반에 얼마나 반대했습니까? 경비행기도 못 만드는 놈들이 무슨 초음속 훈련기냐고 말입니다.”

공군본부 회의실.

조택환 공군본부 전략기획참모부 준장이 열변을 토했다.

조용한 인상의 그였지만 표정에는 단호함이 넘쳤다.

열변을 토하던 조 준장의 시선이 좌중을 훑었다.

공군참모총장을 빼고 본부의 모든 중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차장이 주재하는 회의.

참석한 인원은 많지 않았다.

육군과 달리 장군들 수가 월등히 적었다.

조종간을 수십 년은 잡아야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노후에 넉넉한 돈방석을 깔고 앉는 등의 호사는 진작 포기했다.

제대한 후 민간 항공사에 들어가면 그 순간부터 지금 받고 있는 월급의 몇 배를 더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조국 영토 수호에 목숨을 거는 심정으로 군에 남아 있었다.

대신 배우자들은 불만으로 원성이 자자했다.

몇몇 동료 조종사들이 민간 항공사에 취직하면서 집과 차를 사고 부를 즐겼다.

세계 자유 여행 붐을 타면서 여객기 조종사들의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아내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짧은 교육 뒤에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공군 조종사들.

그들은 언제나 민간 항공사 섭외 1순위였다.

처음부터 민간 조종사로 입사한 이들보다 승진도 빨랐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모인 이들은 그들과 생각이 좀 달랐다.

오로지 나라를 위한다는 애국심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그렇게 버텨온 고위 장성들의 얼굴이 오늘따라 많이 굳어 있었다.

“조 준장 마음은 알겠는데……. 이게 쉽지가 않잖아.”

기획관리참모부장 오택룡 소장이 조 준장을 바라보며 쓴 입맛을 다셨다.

공군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과거와 달리 고등훈련기 F-50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경공격기 개발도 순조로웠다.

하지만 공군은 과거부터 언제나 전략 무기 획득 과정에서 찬밥이었다.

국방부를 장악한 육군 출신들이 적선하듯 예산을 배정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언제부터 쉬웠습니까. 국책연구기관이라는 놈들이 로비나 받아 훼방만 놓지 않았다면 진작 시작되었을 사업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40년 가까운 고물 전투기를 몰고 후배들이 출격하고 있습니다. 과부제조기란 별명을 가진 전투기는 이제 그만 물려줘야 합니다. 아무리 애국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버티고 있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평소 순하기만 했던 조택환 준장이 침을 튀기며 흥분했다.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문제는 10년 전 이미 시작했어야 할 사업이다.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뿌리 로비를 받아 처먹은 연구기관에서 나서서 초를 쳤다.

강하게 추진하던 다음 대 대통령도 레임덕에 걸려 아무것도 못 했다.

그사이 세월은 속절없이 흘렀다.

국방 예산은 증폭되었지만 공군 예산은 언제나 한정적으로 배정되는 데 그쳤다.

현시대의 전쟁 승패가 공군에 의해 좌우됨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지원 사격도 해주지 않았다.

기득권과 결합한 육군 중심의 국방부.

그 휘하 국책 연구기관과 로비를 받은 정치인.

그 밖의 군수 업체들이 자체개발을 추진하려는 공군을 물고 늘어졌다.

특히 군사 지식이 전무하다시피 한 국민들을 자극하는 언론사 기레기들이 문제였다.

몇몇 되지도 않는 각 신문사의 군사 전문 기자들의 작태가 제일 가관이었다.

그들 역시 정치인 못지않게 엄청난 금액의 뒷돈을 받는 것으로 유명했다.

대형 방산업체 초대를 받아 출국할 때면 1등석을 타고 호화 여행을 즐기기도 하는 자들.

그들이 써내는 칼럼이나 같은 부류의 언론이 방출하는 뉴스 한 방에 멋모르는 국민 여론이 움직였다.

사정을 모르는 국민들 상대로 돈이나 비리로 트집을 잡으면 대부분 유야무야 넘어갔다.

“여기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 마음 다 똑같아. 하지만 정치권과 일반 국민들 시선은 달라.”

“국민들도 이제 깨어나고 있습니다. 공군 전력의 중요성을 알지만…….”

조 준장은 차마 목구멍까지 차오른 발언은 하지 못했다. 하극상으로 치부될 게 분명했다.

쌍발 전투기로 결정이 나는 듯 거의 판세가 기울었지만 갑자기 대대적인 반격을 당했다.

애국장성 포럼을 비롯해 국방부 소속 연구원, 언론에 이어 정치인들이 결정을 뒤집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연구원 놈들이 문제야. 어디서 돈을 쳐 받았는지…….”

“초기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게 맞지만 개조와 개발이 쉽고 군수지원 같은 유지비가 훨씬 절약됩니다. 솔직히 전투기가 자동차처럼 10년만 탈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경공격기 DF-50의 연간 운영유지비가 획득가 대비 겨우 2.3%입니다. 그에 반해 F-16은 국내 면허 생산이건만 6.5입니다. 얼마 전 도입한 최신형 15K도 벌써 3%대입니다. 더욱이 그 녀석은 여러 부분을 개조한 덕분에 앞으로 10년 뒤에는 부품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될 상황입니다.”

군수참모부장이 구체적인 숫자를 들먹였다.

“가동율도 보십시오. DF-50만 86%로 초과 달성했습니다. 나머지 전투기들은 부품 돌려막기로 겨우 70%대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중요 장치들은 고장이 나도 살펴볼 수도 없습니다. 미국까지 보내거나 기술자가 파견 나와 수리하지 않으면 아예 손을 대지 못합니다.”

“앞으로 획득비보다 유지비가 더 들어가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우리 손으로 자체 개발해야 합니다. ADD에서 개발한 각종 무기류를 사용하려 해도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연구원 그놈들이 문제입니다. 일본과 대만의 경우를 들먹이며 실패할 거라고 악담을 퍼붓고 다니니…….”

“빨갱이가 아니면 친일파 놈들이겠죠. 국가 기관 탈을 쓴.”

“내부총질 전문가들 아닙니까. 훈련기 때도 얼마나 반대했습니까. 원장이라는 작자가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개발된다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했지 않습니까.”

공군 고위 간부들의 불만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매일 애가 탔다.

급한 대로 정비사들을 닦달해 무사고를 달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 추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낡은 기체들이 대부분이었다.

월남전 때 제작된 전폭기가 아직도 주력으로 운용되고 있다면 말 다 한 것이다.

북한에 비해 수준은 월등하지만 주변국 밀리터리 사이트에서는 조롱거리가 되어 놀림을 당했다.

이제 한국 공군은 중국보다 못한 구닥다리 신세였다.

“그때가 아쉽습니다. 당시 대통령이 결심한 그대로 밀어붙였다면 앞으로 1, 2년 뒤면 날아다니고 있을 텐데…….”

“지지난 정부 때도 대통령이 밀어붙였는데 연구원 그놈들이 막았잖습니까.”

“지난 정부 때는 또 어떻습니까. 스텔스 빼고 살려보려 했는데 사사건건 방해나 하고.”

“어이가 없는 게 기존 구형 기체로 개발하자고 나섰다는 겁니다. 비행기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는 놈들이 연구원에 틀어박혀 헛소리나 지껄이니…….”

“로비스트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이번 정부에서도…….”

“휴우…….”

차장이 주재하는 정식 회의였지만 모두 말을 아끼지 않고 쏟아냈다.

공군 내부의 불만이 이처럼 하늘로 치솟고 있는 셈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사기도 극도로 떨어졌다.

미사일 방위 지침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의 공격방법은 전투기를 통한 억지력밖에 없었다.

‘정지용 소장님이 기다려보라고 했는데……. 성과가 있나 모르겠네.’

오랜 세월 동안 인연이 된 조택환 준장과 ADD 정지용 소장.

회의에 들어오기 전 중요한 인물을 만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쌍발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 같다는 발언을 했다.

실낱같은 희망에 불과하지만 조택환 준장은 아직 끈을 놓지 않았다.

창을 든 과거와 달리 군인들의 애국은 손에 쥔 최첨단 무기로부터 시작 가능했다.

***

‘진심이야? 아니면 헛소리?’

정지용 소장은 장태산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농담이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

웃고 있는 장태산은 무척 진지해 보였다.

‘농담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배짱이야?’

지금 열거된 기술들은 군사 선진국들이 극비로 취급하는 핵심 기술들이다.

해커 군단을 이끌고 모든 세계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중국도 확보 못 한 극비 기술들이 상당수였다.

그럼에도 장태산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보였다.

“레이더는 일단 APG-80급부터 시작하죠. 괜히 더 센 걸로 나갔다가는 의심받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지식이 마니아 수준이야.’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는 AESA 레이더 수준 단위.

장태산은 전문 분야라도 되는 듯 아무렇지 않게 언급했다.

“작년부터 투자가 된 걸로 아는 데 맞습니까?”

“네……. 그 투자 금액이 지금도 상당합니다.”

군사기밀까지는 아니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 결단코 아니었다.

“다행히 민간 개발 업체 쪽 분들이 모두 저와 관련 있는 기업체들이더군요.”

‘엘자까지?’

지금 레이더 개발 업체는 두 곳이 뛰어들었다.

TS와 엘자그룹 산하 방위사업체.

“EOTS와 IRST, SMS는 절충교역 대상으로 삼고 있던데 확실히 받아낼 수 있습니까?”

“계약서는 작성하기 나름이지만……. 힘들 것 같습니다. 미국 군수업체들의 거짓말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입니다.”

정지용 소장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계약서에는 분명 이전이나 기술 지원이 가능하다 밝혀놓고 뻔뻔하게도 미국 군사법 조항을 들먹이며 빼는 경우가 많았다.

제재 수단이 거의 없었다.

그들은 쥐꼬리만 한 위약금 정도는 가볍게 무시했다.

“면허생산이 가능한 부분은 HUD와 체프 발사대 정도겠군요.”

“아마 그럴 겁니다.”

“첨단 장,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이나 JDAM 폭탄도 거부할 게 뻔하니 조금 전 말한 것처럼 국내 개발하면 될 것 같고.”

“저희들 예상으로는 최소 5년 정도 보고 있습니다.”

ADD가 개발 예산이 부족해서 그렇지 기술이 모자라지는 않았다.

열정 또한 남달랐다.

과거 초음속 훈련기 개발 당시에도 연구진은 월 화 수 목 금 금 금으로 일했다.

휴가나 휴일을 제대로 사용한 직원이 전무했다.

두 명이나 과로사로 죽어나갔고 수십 명이 후유증에 시달렸다.

매일 너나 할 것 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코피를 쏟았다.

그러나 어느 한 사람 멈추지 않았다.

당시 해외에서 파견 나온 각국 협력업체 기술자들은 한국 연구진과 기술자들 성화에 버티지 못하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락히트 마틴사도 개발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도저히 불가능한 개발기한과 자금 규모였다.

하지만 ADD와 당시 DAI 직원들은 결국 해냈다.

락히트 마린 업체에서 놀라며 당시 연구진들을 고액 연봉을 제시해 스카웃하기도 했다.

그런 한국인의 근성은 DF-X사업에도 적용될 게 자명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훼방 공작이 더 심했다.

“5년이라…….”

“저…… 회장님.”

정지용 소장은 점점 더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대화를 나눌수록 장태산 회장이 알고 있는 관련 분야 지식과 배포를 재단하기 힘들 정도였다.

“네. 소장님.”

“솔직히 말해서 저희가 관련 개발 건에 대해 예상 자금을 최대 10조까지 잡고 있지만 다들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잉사가 F-18 개조개발을 통해 10조에 플러스 알파로 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유로파이터사는 평균 15조 정도의 견적서를 내밀었습니다. 락히트 마틴사가 저렴하게 제안서를 내밀었지만 그들은 F-16을 베이스로 한 기체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들 개소리군요.”

“거기에 국책 연구기관도 절대 불가능하다고 몇 번이나 결론을 내놨습니다.”

“그분들이야 알아주는 책상머리 고수들 아닙니까. 국책 기관이라는 감투를 썼지만 상당수가 육군 출신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정치권 눈치를 가장 많이 보는 곳이기도 하죠.”

‘그것도 알고 있었어?’

정지용 소장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기존 플랫폼은 안 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뼈대가 늙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예산 확보입니다. 역대 정권에서도 추진하려고 했는데 워낙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 다들 포기했습니다. 그놈의 타당성 평가와 탐색 개발만 몇 번째인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정권이 진짜 보수 정권입니다. 자기들 치적을 쌓을 때 도움이 안 되는 장기간 국책 사업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놈들이 바로 도둑 정치인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이구요.”

장태산의 평소 정치인에 대한 신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사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장 회장님이 도움을 주신다 해도 국가에서 정책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끝입니다. 그리고 5세대 기체 개발 경험 없이 바로 6세대로는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은…… 영원히 일어설 수 없습니다.”

정지용 소장은 장태산 회장의 기술 지원보다 다른 게 필요했다.

정치권에 대단한 라인의 인맥을 소유했다는 말이 파다했다.

미국 행정부와도 연관되어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실재 영향력이 있는 정치적 도움을 받고 싶었다.

“소장님.”

“넵. 회장님.”

“전 일을 한 번 추진하면 A부터 Z까지 패키지로 계획을 짭니다.”

“???”

“기술 개발부터 시작해 다른 정치 로비도 제가 담당합니다.”

“!!!”

‘그게 가능해?’

잘못하다가는 DF-X사업은 시작도 전에 고꾸라질 수도 있었다.

여러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쌍발 스텔스기를 미는 조직은 ADD와 공군, 그리고 깨어 있는 시민들밖에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집권여당에서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자신들 집값 때문에 부동산과 관련해 금융 정책을 최우선 논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을 몇 번 접촉했던 정지용 소장은 그들의 무지함에 무릎 꿇고 좌절했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수준이라고는 밀리터리에 관심 많은 중학생들만도 못했다.

그런 그들이 국방 예산을 짜고 정책을 논하고 있었다.

나라 미래가 걱정이 안 될 수 없었다.

“이 일에 적임자를 알고 있습니다.”

“적임자요?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장태산이 호기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정지용 소장은 선뜻 그럴 마한 대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통령 정도 되어야 반대파들의 기세를 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 일에 전혀 관심도 없는 상황.

청와대에 앉아 있는 수석들도 죄다 국방 문제에는 무지했다.

내로라하는 안보 관련 부서는 모두 다 육군 출신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정 소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져갈 즈음 장태산이 조용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네 누님요.”

“네? 동네 누님요???”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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