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22장. 애국(愛國)(3). (1,009/1,284)

1022장. 애국(愛國)(3).

“쌍발기라니요. 우리나라 실정에 안 맞아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인 아이에게 성인처럼 장거리 달리기를 시키면 됩니까? 그리고 스텔스가 페인트 바른다고 안 보입니까? 요즘 애들 말로 국뽕에 취해서 사람들이 앞뒤를 몰라요.”

“맞습니다. 주제 파악을 해야죠. 전투기가 그렇게 쉽게 개발될 물건이면 진작 만들었죠.”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미국 정부가 가만히 있겠어요? 동맹국이라고 최신 비행기 싸게 팔아 준다는데 그걸 자주국방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걷어차겠다니요. 이거 일부 정치인이나 언론들이 문제에요.”

“그러게 말입니다. 스텔스 전투기 다음에는 항공모함도 만들자고 할 놈들입니다.”

“중국이나 일본과 평화롭게 지내도 모자랄 판에 쌍발 스텔스 전투기라니…….”

“가장 중요한 전자식 레이더와 비행과 무장제어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입한답니까? 인도네시아와 방산 협력한다는데 그쪽을 파트너로 믿을 수 있나요?”

“이거 답답합니다. 나라 기강이 흔들리고 있어요.”

“우리가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록 전직이지만 한때 대한민국을 위해 청춘을 바쳤던 우리 아닙니까!”

“맞습니다. 이건 육해공 모두 나서야 할 겁니다.”

“국방부 장관과 면담을 잡아야 합니다!”

전직 육해공군 장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일명 애국장성 포럼.

이어져 온 역사만 해도 벌써 수십 년을 넘기고 있었다.

하물며 일반 장군들도 아니고 참모총장급 인사들의 모임이다.

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고위 장성들 모두 그들 밑에 있던 후배였다.

대한민국 국방의 산증인들이자 보이지 않는 실세였다.

고위 장성들은 퇴직한 후에도 현역 당시의 힘을 그대로 발휘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유고한 전통처럼 맥이 이어졌다.

감히 앞에서 끌어준 선배의 말을 거역할 수 있는 후배는 없었다.

대통령 명령이 따로 없는 한 선배 말이 최우선이었다.

대부분 군사와 관련된 업체들의 고문이나 자문 역할을 도맡았다.

별 볼 일 없는 퇴직금과 비교할 수 없는 거액의 용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했다.

다들 고위 장성이 되기 위해 로비의 달인에 오른 정도다.

이제는 본전을 뽑을 때.

과거 부하들이 소소하게 바치는 상납금 가지고는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 한참 부족했다.

장성 승진 때 들어가는 정관계 로비 자금의 규모가 기본 수억대다.

그때 투자된 돈을 뽑아내기 위해서라도 눈에 불을 켰다.

방법은 여러 가지로 많다.

군사 장비 명목으로 평범한 USB 하나에 100만 원 가까이 받았다.

전투함정에 들어가는 장비들도 이름만 그럴싸하게 붙이고 어군 탐지기를 달았다.

검수를 담당하는 후배들과 미리 입을 맞추고 진행한다.

중국산 불량 부품을 국내산이나 유럽산으로 서류를 조작해 팔았다.

억세게 재수 없는 놈들이나 걸리는 판이다.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기본 장비 쪽에서도 쏠쏠하게 빼돌렸다.

6.25 당시에 사용하던 수통이 지금도 사용되고 있지만 어차피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군복이나 장화 등은 말할 것도 없다.

더 나쁜 놈들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을 쳤다.

넉넉하게 지급되는 부식비를 착복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군대에서 나오는 각종 기름도 이리저리 빼내 와이프는 물론 지인들의 차에까지 공짜로 넣어주며 선심을 썼다.

면세 상품을 뒤로 빼서 남겨 먹는 일은 캐캐 묵은 고전 수법에 불과했다.

국력이 높아지자 자연스럽게 군비도 엄청나게 뛰어올랐다.

수십조 원 규모의 자금을 굴리게 되자 주체하지 못할 지경이 됐다.

한마디로 먼저 먹는 놈이 임자인 바닥이 된 셈이다.

특히 집권당으로 썩은 정치권력이 들어서면 그 순간부터 잔치가 벌어졌다.

대통령이 깨끗하면 적당히 눈치라도 보면서 몸을 사리는 흉내라도 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눈이 벌게져 세금을 쪽쪽 빨아먹었다.

가장 윗선부터 밑바닥까지 모두 다 도둑놈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어차피 선출직 정치권력들은 어쩌다 얻어걸린 공무원 신분일 뿐이었다.

늘 공무원인 이들에게 그들은 적당히 한때 비위를 맞춰주고 내보내면 되는 손님에 불과했다.

그 시장바닥에 엄청나게 실한 고깃덩어리가 떨어졌다.

차세대 대한민국 전투기 사업이라 불리는 DF-X 프로젝트.

돈이 되다 못해 황금덩어리가 넝쿨째 굴러들어온 격이다.

고가 전투기는 오가는 뒷돈의 규모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과거 어느 시점에는 구입 가격의 20%까지 들어오기도 했다.

거기서 일부는 정치자금으로 상납하고 나머지를 나눠도 관련 장성들은 수십억에서 수백억을 손에 쥘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그렇게 들어온 돈으로 평소 찍어둔 건물과 땅을 사들이는 게 보통이다.

3대 정도는 먹고 살 수 있는 자금을 만들지 못하면 바보 취급을 당할 정도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 중심을 휘어잡고 있는 고위 장성들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열변을 토하며 의견을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1조짜리 이지스 군함도 아니고 10조에 가까운 대한민국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에 관한 일이다.

큰소리치고 각자에게 유리한 라인에 팔아먹으려는 욕심에 혈안이 됐다.

한 번 구입한 전투기는 유지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때 각자가 경영하고 있거나 관련이 있는 회사가 장비 구입 업체로 선정이 되면 수십 년은 앉아서 먹고 놀아도 될 정도의 돈이 돈다.

수만 개에 이르는 전투기 부품들은 부르는 게 값이다.

특히 단종된 기종 전투기들 부품은 없어서 못 팔아먹을 정도다.

독과점 사업이 따로 없는 판.

대형 군수업체는 이걸로 장사를 했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AS사업으로 떼돈을 버는 것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선후배님들 모두 진정해 주십시오.”

작년에 선출된 포럼 의장 방대섭 전 합참의장이 입을 열었다.

“…….”

중구난방 입을 열던 장성들이 일시에 입을 다물었다.

의장은 아무나 맡는 게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선출된다는 걸 이들 모두 잘 알았다.

일개 포럼 의장이지만 그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막강했다.

여기서 결정된 중요 사항은 정부와 국방부에 서면으로 작성돼 보고된다.

당연히 대부분이 무난하게 통과된다.

정당한 절차를 걸쳐 결정된 구매 사업도 정략적 이유로 뒤집어지기도 한다.

“의견은 잘 청취했습니다. 이번 DF-X 사업은 시작부터 말이 많았습니다. 득표율이 겨우 30%를 넘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된 뒤부터 시작된 사업입니다.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는데 어쩔 도리 없이 그 상태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어딘가 아파 보이는 누렇게 뜬 얼굴로 차분하게 얘기를 꺼내는 방대섭 의장.

한참 지난 정권 대통령을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적 소명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국력이 높아진 만큼 국민들이 우리 손으로 전투기 제작을 하기 원하니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좌중을 돌아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된 이상 적정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한반도를 수호할 최적 전투기를 제작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의장 그 말씀은…….”

“여러 조언자들께서도 걱정이 많으십니다. 지금 항공 전력만으로도 북한을 제압할 수 있는데 너무 과한 체급의 쌍발기는 주변 국가들과의 사이에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고 말입니다.”

방대섭은 지시한 받은 대로 입을 열었다.

여러 조언자들은 그를 과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끌어 준 고맙고 또 무서운 분들이다.

감히 거역할 수 있는 수준의 인물들이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이 사안에 대해 방대섭은 별 관심이 없다.

그는 육군이었다.

공군 전략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전문적으로 파고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육방부로 불렸다.

압도적인 공군과 미사일 전략이면 북한군은 꼼짝도 못 할 걸 진작부터 알고 있다.

하지만 탱크와 보병 차량, 야포 등.

육군전략만 비대칭적으로 키워왔다.

조직은 커지면 커질수록 그에 맞는 힘을 발휘하고 끝내 살아남는다.

얼마 남지 않는 비용으로 공군과 해군을 달래는 수준이다.

큼지막한 뼈다귀 하나 정도 던져주면 그들은 서로 차지해 먹겠다고 싸우는 것이다.

어차피 국방부에서 예산을 편성하면 육군 비율이 압도적이었기에 대부분 국방 예산은 통과됐다.

국회의원들 중에 해군과 공군 장성 출신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무했다.

대통령들 중에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에 공군이나 해군 장성 등을 임명하려 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때마다 우연인지 사고가 터졌다.

상명하복의 군대지만 육군이 다수인 계룡대나 일선 부대는 육군 출신 장성들의 말만 따랐다.

군기가 살지 않으니 사고가 벌어지는 건 당연한 일.

해군과 공군 장성 출신 합참의장이나 장관들은 그때마다 쓴 입맛을 다시며 알아서 물러났다.

대통령도 군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육군 출신으로 고위직을 채웠다.

“그럼 우리 의견은 정해진 겁니다. 단발, 그것도 기존 DF-50을 기반으로 한 스텔스형 전투기로 말입니다.”

공군 출신이지만 떡밥에 눈이 먼 전직 공군 참모총장이 눈치 빠르게 의견에 동의를 구했다.

“그래요. 그렇게 처리합시다.”

“예산도 적게 들고 미국 방산 기업들과도 협조 가능하니 얼마나 좋아요.”

“하하하. 우리가 의견을 모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이게 바로 애국 아니겠습니까.”

“맞아요. 이게 애국이죠.”

대한항공우주산업과 미국 측의 은밀한 거래에 의해 DF-50 기반 단발 스텔스기로 기종을 정하자 모두 만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뒤로 들어올 봉투 속 돈 계산에 여념이 없었다.

“그전에 그 자식 좀 손을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누구 말입니까?”

“거 있잖아요. 좌파 언론사에 투고한 그놈 말입니다.”

“아! 정 소장.”

“일개 연구소장 주제에 단발을 주장하는 이들은 매국노라고 떠들다니……. 그 자식 짤라야죠!”

“맞습니다. 국방부에 연락해서 당장 자르라고 하세요!”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자 이번에는 다들 입을 모아 국방과학연구소장에 대해 분노를 터트렸다.

모두의 동의로 단발로 결정되려는 순간 고춧가루를 뿌린 장본인이었다.

미래의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이라며 쌍발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군사 지식이 미천한 국민들은 일본이라는 말에 걸려 가축들처럼 빽빽거렸다.

독도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일방적 패배로 끝난다는 말에 다들 분개한 것이었다.

쌍발기에 대한 호의적 여론이 급속하게 번졌다.

그것만으로도 정치권에 부담이 됐다.

“그 문제는 협의중에 있습니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방대섭 의장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을 돌렸다.

그사이 더 누렇게 변한 그의 얼굴.

빨리 이 회의를 끝내고 쉬고 싶다는 생각에 다른 얘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

“반갑습니다. ADD 소장 정지용이라고 합니다.”

“장태산입니다.”

두 사람이 손을 마주잡았다.

‘뭐가 이렇게 젊어?’

나름 정보를 수집할 당시 장태산이 꽤 젊은 사람이라는 얘기는 들었다.

그러나 직접 마주한 그는 겨우 이십대 초반밖에 되지 않는 듯했다.

연구소 신입 연구원들보다도 한참 어려 보였다.

연구원들은 젊다 해도 다들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다.

중요 국가 기관으로 병역특례업체이긴 했지만 그래도 대부분 이십대 중반을 훌쩍 넘긴 이들이었다.

“나이가…… 생각보다 더 어려 보입니다.”

“제가 보기보다 동안입니다.”

보통 이 나이 때 청년들은 웃어른들을 보면 당황하거나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게 보통인데 장태산은 그런 맛이 없었다.

오래 정치바닥에 몸담은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냄새가 더 많이 느껴졌다.

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운이었다.

“부럽습니다.”

“소장님도 젊어 보이십니다.”

분위기에 맞지 않게 너스레를 떠는 장태산.

“앉읍시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내려와 주셔서 제가 고맙습니다.”

그렇다고 정지용 소장은 나이가 어리다고 사람을 무시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연구소 연구원들 중에도 나이가 꽤 어림에도 눈에 띄는 천재가 더러 있었다.

기존 연구원들과 달리 기발한 아이디어로 난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이 맛집인 거 같습니다.”

“유성에서도 유명한 한우 맛집입니다.”

“맛있어 보입니다.”

“다행입니다.”

마침 저녁 식사 시간 때였다.

평소 서울에서 접대할 만한 손님이 오면 으레 찾는 한우 맛집.

방문자 인적사항을 필히 기재해야 하기에 연구소에서는 만날 수가 없었다.

국정원에서도 알게 모르게 감시하고 있는 실정.

그래서 예약한 한우 맛집.

별채가 따로 마련돼 있는 게 좋았다.

“제가 굽겠습니다.”

“손님인데 제가…….”

“요리가 취미입니다.”

숯불이 아니라 가스 불을 조절해 구워야 하는 불판.

한우는 특 모둠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맛깔스런 밑반찬과 시원한 소주가 얼음박스에 담겨 한쪽에 준비됐다.

타다다닥.

가스불이 켜졌다.

치이이이익.

화력이 더해지자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는 장태산.

“한잔하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딸깍.

소주병을 따는 정지용 소장.

왠지 모르게 처음 만나는 자리임에도 마음이 편했다.

자신의 청을 듣자마자 바로 찾아왔다는 장태산 회장.

그의 인상은 좋았다.

쪼로로록.

빈 잔이 채워졌다.

정지용 소장의 잔이 먼저 채워졌다.

“받으십시오.”

두 손으로 공손하게 병을 들고 술을 따르는 장태산 회장.

소문에는 기업가들을 잡아먹는 괴물이라는 말이 붙어 다녔는데 전부 거짓 같았다.

반듯한 외모와 그에 어울리는 행동은 그의 품격이 짐작될 정도였다.

쪼로로록.

잔이 적당히 채워졌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팅.

잔을 부딪쳤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단숨에 소주를 들이켜 잔을 비웠다.

장태산은 반쯤 몸을 돌려 소주를 삼켰다.

“…….”

목 넘김 소리도 없었다.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분위기.

“드십시오.”

육즙이 자르르 흐르는 갈빗살을 한 점 들어 정지용 소장 앞 접시에 내려놓는 장태산.

“맛있게 구워졌습니다.”

육즙이 뚝뚝 흐르는 소고기는 금세 입맛을 돋우었다.

소주로 가볍게 헹군 입과 안주를 달라고 소리치는 듯한 위장의 움직임.

맛집답게 곱게 갈아 준비된 죽염에 소고기를 살짝 찍어 입에 넣는 정지용 소장.

‘오늘따라 고기가 더 맛있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고기를 먹고 있을 뿐인데 입안에서 육즙이 팍 터지는 고소함이 다른 날과 달랐다.

“하관우 회장님께서 소장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를요? 하관우 회장님과 몇 번 뵌 게 전부인데…….”

칭찬에 어색한 표정을 짓는 정지용 소장.

특히 하관우 회장과는 그렇게 일면식이 두텁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쉽게 만날 수 없는 그룹 회장이었다.

아무리 연구소 소장이라 해도 정부 고위 공무원 축에도 끼지 못한 자신과 레벨이 달랐다.

“애국자라고 하시더군요.”

“부끄럽습니다.”

애국자라는 말에 정지용 소장이 얼굴을 붉혔다.

애국하는 마음으로 살아온 건 맞지만 진정 애국자라 불리기에는 모자란 부분이 많았다.

“각자 주어진 전쟁터에서 최선을 다해 일생을 살아내면 그게 다 애국 아니겠습니까.”

장태산이 빙그레 웃으며 뒷말을 이었다.

‘이래서 그랬군.’

나이가 한참 어린 친구임에도 쉽게 하대가 나오지 않았다.

겉모습은 젊었지 정신은 자신과 별 차이가 없는 듯했다.

누구보다도 앞선 사고력을 갖고 있다는 걸 정지용 소장은 금세 파악했다.

“하관우 회장님이 제 본모습을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부끄러운 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세상에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이거 인생 선배님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애늙은이라는 소리 많이 듣습니다.”

“하하하하하.”

정지용 소장은 가슴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웃음을 터트렸다.

소주 한 잔과 맛있는 안주.

좋은 느낌의 사람을 마주하니 기분이 절로 유쾌해졌다.

“필요한 게 있다고 들었습니다.”

고기를 구워 정지용 소장 접시에 또다시 올려놓으며 장태산이 본론을 꺼냈다.

“……도움이 필요해 염치 불고하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어떤 도움 말입니까?”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다급한 마음에 도움을 청하긴 했지만 막상 눈앞의 장태산 회장을 보자 말문이 막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전투기 때문 아닙니까?”

“알고 계셨습니까?”

“소문이 제 귀에까지 들어왔습니다.”

“장 회장님, 애국하시는 심정으로 도움을 주신다면…….”

“그러죠. 겨우 몇 조. 전투기 만든다는 데…… 도와드려야죠.”

“!!!”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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