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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장. 선택. (980/1,284)

991장. 선택.

끼이이이익.

손대균이 운전한 차가 급하게 멈춰 섰다.

빵빵빵!

갑작스러운 정차에 뒤따라오던 뒤차들이 경적을 울렸다.

주정차 금지 구역의 대로변이었지만 손대균은 개의치 않았다.

딸의 안전을 확인해는 게 급선무라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이사님 여깁니다!”

정보요원이 손대균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상황은?”

“난리도 아닙니다. 방금 전 한 번 더 유리창이 폭발했습니다.”

정보요원이 건물 최상층을 가리켰다.

밑에서는 위까지 잘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박살난 쪽이 길가가 아닌 봉은사 방향이라 탈이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건물 옆으로 담장과 철책으로 가려진 봉은사가 보였다.

만약 대로변으로 유리 파편이 떨어졌다면 경찰 출동은 물론 언론까지 가세해 더욱 소란스러워졌을 것이다.

“유리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손대균의 속이 바싹 타들어갔다.

오광재와 함께 있는 건물 안 사무실에서 사달이 난 게 확실했다.

“들어가지.”

유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하고 빨랐다.

“이사님ⵈⵈ.”

정보요원이 멈칫거렸다.

“왜?”

“힘듭니다.”

정보요원이 가리키는 건물 입구.

10여 명의 덩치 좋은 경호원들이 나와서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저벅저벅.

손대균이 그들을 향해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뭡니까?”

인상이 음울한 경호원이 손대균의 앞을 막았다.

“리앤장의 손대균 이사다.”

“그래서요?”

‘말이 통하는 놈들이 아니군.’

리앤장을 언급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경호원들.

이런 사태를 대비해 특별 교육을 받은 듯했다.

“비켜! 이 안에 내 딸이 있어!”

“후후훗.”

비키라는 말에 경호원들은 보란 듯이 비웃음을 흘렸다.

“돌아가세요. 지금 안에 아무도 없습니다.”

약속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듯 뻣뻣한 태도를 취했다.

긴장한다거나 당황하는 기색은 물론 일체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너희들 죽고 싶어!”

손대균 역시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그럼 밟고 가시든가.”

“크크크크.”

경호원들의 태도는 세상 두려운 게 없어 보였다.

‘회주가 키우는 놈들이다.’

대한민국을 어둠 속에서 지배하고 있는 회주의 경호원들.

그들 몸에서 풍겨 나오는 자신감이 대단했다.

그때.

타다다다다다닥.

길 건너편에서 일단의 사내들이 우르르 건물 쪽으로 건너왔다.

녹색 신호등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약 20명 정도 되는 건장한 사내들.

손대균과 경호원들이 서 있는 곳으로 바로 다가왔다.

“저 자식들 뭐야?”

“막아!”

일단의 무리가 등장하자 입구를 지키던 경호원들이 바짝 긴장했다.

“손대균 이사님이십니까?”

선두에 있던 이들 중 한 명이 손대균의 신분을 확인했다.

“맞습니다. 누구십니까?”

“회장님 지시가 있었습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회장님요?”

“장태산 회장님입니다.”

“!!!”

‘태산이가?’

분명 유리가 떠날 때 장태산은 학교에 있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기라도 하는 듯 장태산의 지시를 받고 왔다는 사내들은 수습하려는 모양새를 취했다.

“너희들 뭐야!”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회주 측 경호원들이 인상을 썼다.

“좋은 말 할 때 비켜!”

“이 새끼들이 미쳤나!”

“이사님 들어가실 수 있도록 통로 확보해!”

“넵!”

우르르르.

장태산의 지시를 받고 온 사람들이 건물 내 진입을 시도했다.

“막아!!!”

“뚫어!”

퍼버버벅.

그리고 순식간에 벌어진 난투극.

“조폭들 싸움 난 거야?”

“미친!”

“신고해!”

“와아ⵈⵈ.”

지나가던 이들이 놀라 서둘러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촬영하는가 하면 경찰에 신고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사님ⵈⵈ.”

난투극이 벌어진 한가운데 서 있는 손대균을 정보요원이 불렀다.

자칫 조폭들과 잘못 엮이면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수가 있었다.

터더덕.

소란한 틈을 타고 건물 안으로 진입한 손대균.

“젠장!”

정보요원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린 손대균을 보며 한마디 뱉었다.

차마 손대균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직장 상사 눈밖에 나는 것보다 더 중한 목숨줄.

그가 보일 수 있는 충성은 여기까지였다.

퍽! 퍼버벅!

“커억!”

“으악!”

그사이 무기랄 것도 없이 맨주먹으로 난투극이 연출된 대낮 강남 한복판의 패싸움.

행인들이 지켜보는 현장에서 한 편의 리얼 다큐가 진행됐다.

***

- 형님. 건물 앞에 난리가 났습니다! 영화 찍어요!

공중에 떠서 모든 걸 지켜보는 귀신.

손대균이 차에서 내리는 게 보였다.

바로 스마트폰으로 연락했다.

오광재는 이성을 잃고 눈이 완전히 돌아갔다.

이 현장을 직접 확인시켜줘야 할 것 같았다.

길 건너편이라 씨큐리티 직원들이 즉시 달려왔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시작된 패싸움.

“직원들을 불렀나?”

“응.”

“크크. 상대가 될까?”

“길고 짧은 건 대봐야지 않겠어?”

본사를 지키고 있는 직원들은 내가 특별히 이것저것 잘 챙겨 먹였다.

그동안 대충 데리고 있지 않았다.

언제 아사신 같은 놈들이 다시 내 목숨을 노리고 나타날지 몰랐다.

러시아로 불러 성수와 단약도 먹이고 단전호흡법도 가르쳤다.

본래부터 모두가 근골이 좋은 멤버들이었다.

마력샤워를 통해 운동신경은 물론 무술 모두 성장속도가 눈부셨다.

내가 직접 키운 친위대라고나 할까.

결코 오광재의 말처럼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을 것이다.

“잡아!”

“넵!”

오광재가 명을 내렸다.

사무실 출입문을 막고 있던 놈들이 다가왔다.

파스스스.

어둠의 힘이 경호원들의 몸에서 연신 뿜어져 나왔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이 정도 실력자들을 몰래 키워낸 자들이 대단하게 생각됐다.

한마디로 오광재 이놈은 뭔가 수상했다.

손유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손대균이 인정하고 허락한 정혼자.

‘이놈들 일송회와 연관 있다!’

꼬리가 짧은 일송회의 단서를 잡았다.

그동안 모아왔던 정보에 나타났던 오광재의 연관성.

뭔가 내가 모르는 내막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이 확실했다.

쇄액!

앞에서 다가오는 놈이 손을 뻗어왔다.

이것 하나만 봐도 일반인들보다 손속이 빨랐다.

하지만.

뻐억!

“크아악!”

단숨에 일격으로 놈의 오른쪽 손목을 부러트렸다.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지지하던 악신이 분노합니다.

“죽여! 저 자식 쓸어버려!”

오광재가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와아아아아!”

조종당하는 노예처럼 함성을 지르며 돌격하는 똘마니들.

쇄애애새앳!

놈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기운을 모두 끌어낸 듯 어둠의 힘이 놈들을 둘러쌌다.

- 형님 박살내 버려요!!!

몸뚱이 없이 입만 살아서 신이 난 귀신이 외쳤다.

그리고.

빠각! 빡! 빡!

일격에 착착 맞춰 놈들의 뼈를 분질렀다.

다리로 공격해 오는 놈들은 정강이뼈를, 주먹을 내지르는 놈들은 손목이나 팔목을 짧고 확실하게 부러트렸다.

와장창창창!

멀쩡히 서 있는 놈들은 발로 걷어차서 날려버렸다.

“아악!”

“크아아악!”

콰다다다당.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사무실 바닥을 뒹구는 놈들.

곧장 일어서는 자가 없었다.

“ⵈⵈ으드득.”

오광재의 부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순식간에 싹쓰리 됐다.

“이빨 그만 갈고 직접 덤벼보는 건 어때? 약한 여자나 괴롭히던 쫄보 새끼.”

놈을 자극했다.

“크크크크.”

짐승 같은 웃음을 흘리는 오광재.

- 저 자식 몸에 이상한 놈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몸뚱이는 사람인데……. 핵심 영혼은 짐승인 것 같습니다.

장립도 레벨업을 한 모양이다.

오광재의 몸뚱이에서 풍겨 나오는 진득한 비린내의 정체.

“애비가 뱀 새끼냐?”

“닥쳐!!!”

“일송회와 무슨 관계야?”

“ⵈⵈ.”

순간 오광재가 입을 다물었다.

눈빛의 변화로 보아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하다.

우두두둑.

그러더니 갑자기 오광재의 몸이 뒤틀렸다.

근육이 터질 듯 커지며 입고 있던 옷자락이 뜯어졌다.

“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손유리가 공포에 질려 짧은 비명을 터트렸다.

얼토당토않은 만화에서나 볼법한 괴기스러운 장면.

- 악신의 자식이 각성했습니다!

이놈의 악신들ⵈⵈ. 생각보다 독했다.

선신들은 강림해 봤자 무당들을 주 매개체로 하여 움직였지만, 악신들은 특혜라도 받은 듯 특별한 매개체를 정하지 않고 움직였다.

“태산ⵈⵈ 씨.”

등 뒤에서 손유리가 바들바들 떨었다.

할아버지가 고르고 골랐다는 제 정혼자의 본 모습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뒤에 있어요.”

“네ⵈⵈ.”

삐뽀삐뽀삐뽀.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고층까지 들렸다.

대로 양쪽에서 맹렬하게 달려오는 경찰차들.

119 구급차도 함께 출동했다.

판이 커졌다.

스윽.

오광재를 향해 한 발 더 다가갔다.

옷은 터져 너덜거리고 얼굴은 못된 근육으로 뒤덮여 악마의 자식 같았다.

스으윽.

유난히 길어진 혀로 입술을 핥았다.

노란 눈동자는 인간이 아닌 뱀의 것이 확실한 듯 얇게 길어졌다.

타다닥.

그때 출입구 쪽에서 들려오는 급박한 발걸음.

“유, 유리야!”

드디어 손대균이 나타났다.

“아빠!!!”

손유리가 소리쳤다.

“흐흐흐.”

뱀 새끼가 손대균을 확인하고는 웃는다.

“너, 넌 누구냐!”

크게 놀라며 묻는 손대균.

“장인어른 오셨습니까.”

“뭐라고? 자, 장인어른???”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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