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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장. 오타쿠입니까? (979/1,284)

990장. 오타쿠입니까?

부우우우우웅!

‘도대체 이 불길함은!’

벤틀리 한 대가 강남대로를 거칠게 달렸다.

얼마 전 바꾼 손대균의 차량.

기사도 없이 손대균이 직접 차를 몰았다.

딸이 있는 곳과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머릿속을 헤집는 불길함이 이성을 마비시킬 만큼 손대균을 불안하게 했다.

슈아아앙!

황색 신호도 무시하고 거침없이 질주해 통과했다.

“저 자식 미친 거 아냐!”

“하여간 있는 것들. 싸가지 하고는!”

횡단보도에서 대기 중이던 시민들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차를 보고 한마디씩 욕을 내뱉었다.

손대균이 탄 차량은 평균 주행 속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강남 도심은 한낮치고 오늘따라 한산하기만 했다.

벤틀리 중에서도 눈에 확 띄는 대형 배기량을 자랑하며 지나쳤다.

한산한 대로를 무법자처럼 달리자 단연 눈에 확 띄었다.

그러나 손대균은 주변 시선을 신경 쓸 여력이 되지 않았다.

- 이사님! 방금 유리창이 박살났습니다!!!

연동된 차량 스피커에서 정보원의 날카로운 보고가 전해졌다.

“왜!!!”

다급히 묻는 손대균.

-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최상층 사무실 창문이 박살나면서 유리가 떨어졌습니다!

‘유리야!’

다급한 보고에 손대균은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딸 유리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딸에게 나쁜 일이 생긴다면 제 삶의 의미가 없어진다.

아들과 달리 손대균을 꼭 닮은 딸 손유리.

쇄애애애애앵.

과속한 차는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을 지나쳐 중앙선까지 침범하며 질주했다.

빠아아앙!

뒤에서 날카로운 경적소리가 들렸다.

반대편에서 오던 차가 화들짝 놀라며 벤틀리를 피했다.

사고라도 나면 오늘 저녁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상황이다.

리앤장 이사가 강남대로에서 신호위반과 중앙선을 침범해 광란의 질주를 했다.

- 어떻게 할까요?

“진입해!”

- ……불가합니다. 숫자가 안 됩니다. 경찰을 부를까요?

‘젠장!’

손대균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경찰이 개입하는 순간 빼도 박도 못 하는 상황에 처한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기다려!”

부아아아아앙.

가속 페달을 더 깊이 밟으며 거칠게 질주하는 손대균.

‘유리아 기다려. 아빠가 간다!’

“!!!”

조용히 사무실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던 회주.

갑자기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에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이 심어 놓은 수호신이 보내는 경고였다.

“무슨 일이지? 이 대낮에…….”

죽은 신광과 다른 레벨의 사신이 보내는 반응이었다.

그걸 품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아들 광재.

띠디딕.

바로 구형 휴대폰을 꺼내들어 번호를 눌렀다.

- 주인님 하명하십시오.

바로 들려오는 목소리.

“광재는 어디 있나?”

- 사무실에 있습니다.

“별일 없나?”

- 지금 유리창이 깨져 보안 요원들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유리창이?”

지금 사무실을 낸 건물 유리창은 두툼한 삼중 방음 유리창이었다.

강남에 특수한 목적을 위해 매입해 둔 건물이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쉽게 깨트릴 수 있는 창이 아니다.

- 네.

“누구와 같이 있나?”

- 손유리 양과 함께 있습니다.

“그래…….”

화가 난 아들이 유리창을 깨뜨렸을 수도 있다.

각성하기 시작한 아들의 기운은 자신보다 더 강하고 난폭했다.

아들이 그 기운을 깨웠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경고는 뭐지?’

어릴 적에 아들 몸에 심어 놓은 사신의 뿌리.

아들과 함께 조용히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이렇게 강렬한 신호를 보낸 적이 없었다.

- 걱정하지 마십시오. 특별한 수호자들 20여 명이 배치됐습니다.

회에서 각별히 키워낸 수호자들.

회에서 직접 나서서 일을 처리할 때 그들이 움직였다.

개개인의 무력 수준이 월등했다.

일반인이 배우는 무술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다.

영적으로 어둠의 힘을 사용할 줄 알았다.

특별한 방법으로 내공을 극도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일당백의 전사들.

“후계자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라.”

- 명을 받드옵니다.

통화를 끝낸 회주.

두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강렬하게 파고드는 묵직한 그 무엇.

“경배하라…… 죽……음으로 내가…… 부활하리라…….”

목구멍이 강제로 열리며 쇳소리가 흘러나왔다.

회주는 눈을 번쩍 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직접적인 계시.

“무슨 일이지…… 이게 무슨.”

회주는 몹시 당황했다.

일본 본토에서나 들을 수 있는 사령의 음성이 확실했다.

과거 몇 차례 찾아가 계시를 받은 일이 있기 때문에 분명하게 기억했다.

그 힘으로 신민의 역사를 재창조하는 것이 일송회의 최종 목표였다.

그런데 공간 제약을 뛰어넘어 사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설마!”

그 순간 회주는 깨달았다.

지금 아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사건이 휘몰아치고 있다는 걸 말이다.

***

차자자자자장.

유리창이 박살나며 비산했다.

찬란한 햇살에 대형 유리창이 터지는 장면은 제법 멋졌다.

그러나 그건 영화에서 연출되었을 때나 감탄할 법한 일.

지금은 실제 상황이었다.

- 형님! 대박 빨리 왔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띌까 두려워 웬만해서는 대낮의 마법사용은 지양했다.

그러나 한시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다급하게 들려오는 손유리의 비명에 마음이 급했다.

오광재라는 놈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준다면 대형 사고를 칠 게 자명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상황처럼.

“너…… 너…….”

오광재가 창문을 깨뜨리며 입장한 나를 보며 입을 떼지 못했다.

15층 높이다.

밖에는 안전줄도 없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인 상황.

- 저 자식 미친 거 아닙니까? 감히 형님 여자를!!!

손유리의 상의 옷이 찢겨져 있었다.

입술은 얻어터진 듯 피가 맺혔다.

출입문 쪽에 주저앉은 채 떨고 있는 손유리.

“태산 씨…….”

나와 눈이 마주치자 왈칵 눈물을 쏟는 그녀.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비를 맞으며 나를 기다렸던 그날 밤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평생을 잊을 수 없는 손유리와의 시간.

그런 소중한 손유리를 짐승 같은 놈이 유린하려 했다.

“너 뭐야! 어떻게 들어왔어!!!”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오광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삿대질을 퍼부었다.

- 저 자식 제정신이 아닙니다. 비릿한 냄새가 납니다!

그러고 보니 인간의 눈빛이 아니다.

반쯤 돌아간 흰자 사이로 보이는 간악한 동물의 눈빛.

뱀이다.

익숙한 기운이었다.

퍼뜩 얼마 전 주희를 위협했던 법사 놈이 떠올랐다.

놈이 사용하던 주술 매개체가 오광재에게서도 느껴졌다.

그건 한통속이라는 의미.

“떨어져.”

오광재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크크크. 불륜남이 오셨군. 겁도 없이.”

미친놈이 주제와 상황파악을 전혀 못 했다.

내가 유리창을 깨고 들어왔다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할 텐데 간과했다.

이미 인간의 이성이 없는 상태 같았다.

파괴와 폭력의 기운만이 출렁거렸다.

지상에 강림한 지옥의 사신처럼.

“넌 누구냐.”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조용히 물었다.

눈을 떼지 않으며 손유리의 앞을 막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목을 잡고 일으켜 창문 쪽으로 이동했다.

“태산 씨……. 흐윽.”

손유리가 등 뒤에서 옷자락을 붙잡고 연신 눈물을 쏟았다.

“괜찮아요. 내가 왔어요.”

“네……. 흡.”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참는 손유리.

짝짝짝.

“대단한 감동이야. 불륜 남녀들의 사랑도 사랑이지. 더럽고 역겨워서 문제지만.

- 또라이 중에서도 최상급입니다. 조심하십시오. 물리면 약도 없을 것 같습니다.

“넌 누구냐.”

다시 한 번 물었다.

“몰라서 묻나? 나 오광재. 네 뒤에 숨은 더러운 년의 약혼자지.”

“헛소리 그만해. 네 정체를 밝혀라.”

오광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악은 언제나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거짓도 진실이라 말하는 그들.

“흐흐흐흐흣.”

오광재가 비릿하게 웃었다.

그리고.

“많이 컸군…….”

날 보는 놈의 눈빛이 한 차례 더 다르게 바뀌었다.

- 저놈 영매입니다! 그것도 강력한 어둠에 속해 있는!

장립이 오광재의 탈을 쓴 정체 모를 존재의 능력을 알아봤다.

선신들을 부정하고 오직 악한 일들에 앞장서서 따르는 어둠의 영매들.

그중에서 오광재는 좀 더 능력이 특별한 듯했다.

나를 알아보는 악신이 놈에게 강림해 있는 상태.

“너도 사특하고 더러운 뱀의 자식인가?”

“건방진!”

“누가 할 소리. 감히 뱀새끼 주제에 누구를 건드려!!!”

오광재를 향해 기를 담아 외쳤다.

와장차자자자자장.

강렬한 울림에 한차례 박살이 나 있던 유리창 일부가 다시 부서져 내렸다.

그러나 오광재는 끄덕하지 않았다.

“대표님!!!”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들어와.”

스르릇.

음성인식 기능이 들어 있는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타다다다닷.

안으로 들어서는 10여 명의 경호원들.

- 어라! 이분들도 냄새가 구린데요?

오광재의 앞으로 달려가 가로막아서는 사내들은 모두 다 타락의 기운을 뿜어냈다.

게임 속 캐릭터도 아니고 일제히 다크 오라를 풍기는 그들.

마치 왕뱀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독사 전사들 같았다.

“장태산…… 손유리. 너희 둘을 용서치 않겠다. 순결한 내 사랑을 짓밟은 죄! 목숨으로 갚아야 할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사다.

- 형님. 저 대사…… 어디서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설마 이 자식! 오타쿠입니까?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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