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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8장. 그녀의 위기(2). (977/1,284)

988장. 그녀의 위기(2).

“!!!”

손유리의 눈동자가 극도로 커졌다.

갑자기 난폭한 짐승으로 돌변한 오광재.

손유리의 스마트폰을 눈앞에 들이밀며 전화를 받으라고 소리쳤다.

두 사람은 사귀는 관계도 아니다. 심지어 오늘 만남은 고작 두 번째일 뿐.

그런데 마치 손유리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대하고 있는 오광재.

‘이 자식 미쳤어!’

섬뜩하다 못해 소름이 온몸에 돋았다.

“키키키.”

놈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새하얀 이빨과 피부가 흡사 흡혈귀처럼 보였다.

라라라~♬ 라라라라라 라라라~♫.

스마트폰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울렸다.

손유리의 손이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렸다.

전화기를 받아 통화를 해야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받기 힘들죠? 그럼 제가 받죠.”

고함을 지르다 다시 한없이 친절한 남자로 돌변한 오광재.

말로만 듣던 다중인격 사이코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스윽.

오광재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선배. 지금 어딥니까?

뭔가를 알고 있는 듯 장태산의 긴장한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태, 태산.”

말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 손유리가 힘겹게 장태산의 이름을 내뱉었다.

- 선배! 무슨 일 있습니까? 지금 어디예요!

장태산의 목소리가 한층 더 다급해졌다.

“나 지금ⵈⵈ.”

손유리가 대답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크크크.”

오광재가 바로 앞에서 웃고 있었다.

진짜 인간이 아닌 악마였다.

- 옆에 누구 있습니까?

장태산이 예민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장태산 씨 접니다.”

오광재가 본격적으로 본인 것처럼 스마트폰을 잡고 전화를 받았다.

스피커폰을 켠 상태였다.

- 오광재ⵈⵈ.

“어? 제 이름을 알고 계셨나요?”

오광재가 비릿하게 웃으며 물었다.

- 당신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유리 선배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장태산이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짓이라ⵈⵈ. 그건 내가 물어야 하는 말 아닌가?”

- 뭐라고요?

“내 오래된 정혼자와 과거에 무슨 짓을 했지? 설마 두 사람 사귀기라도 했어? 그것도 아니면 하룻밤 잤나?”

오광재가 전화를 받으며 비릿한 시선으로 손유리를 바라봤다.

꿀꺽.

손유리는 어찌할 바를 몰라 마른침만 삼켰다.

초긴장으로 손발이 떨리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렸다.

이런 식의 진짜 제대로 미친놈은 처음 만났다.

파리에서 자주 마주치는 아랍계 소매치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들은 타인의 물건을 훔쳐 갈 때만 순간적으로 악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오광재는 진짜 악마의 자식 같았다.

수시로 변하는 눈동자의 희번덕거림.

손유리는 오금이 저려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기운이 오광재의 몸에서 연신 흘러나왔다.

손유리는 보이지 않는 어둠의 기운에 손발이 묶인 채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입만 겨우 열리는 수준.

‘태산 씨!’

속으로 장태산의 이름을 강하게 불렀다.

- 오광재ⵈⵈ. 너 지금 무슨 짓 하고 있는 거야.

낮게 들려오는 장태산의 차가운 목소리.

진득한 분노가 스피커폰을 타고 손유리가 느낄 수 있을 만큼 강하게 전해졌다.

“다시 말해줘? 너희들 관계가 찝찝해서 죽을 것 같아. 이불속에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 같다고나 할까? 불결하고 더러워.”

오광재는 여전히 말을 이으며 두 눈은 손유리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경멸이 가득 담겼다.

‘진심이야. 이 악마ⵈⵈ 분노하고 있어!’

손유리는 이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할아버지가 이런 자식의 어떤 면을 보고 제 정혼자로 맺은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평소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던 아빠도 마찬가지다.

덮어놓고 집안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 시키는 대로 그냥 만나라고만 했다.

엄연히 시대에 맞지 않는 일인 동시에 딸자식을 팔아먹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용의주도한 아빠 성격이라면 이런 사실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을 것.

‘아빠ⵈⵈ.’

손유리는 가슴이 저려왔다.

누구보다 할아버지와 아빠는 손유리에게 의미가 남달랐다.

세상에서 가장 의심 없이 믿을 수 있는 남자였다.

지금 상황을 겪게 되니 아빠에 대한 믿음은 한층 더 무너져 내렸다.

딸을 위해서 목숨도 내던져야 할 아빠가 악마 같은 놈에게 자신을 넘기려 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상의 반이 이미 무너진 것 같았다.

- 미친놈.

장태산이 짧고 굵게 욕을 내뱉었다.

“미친놈? 그래. 내가 봐도 지금 내 상태가 이상해. 그래서 넌 긴장해야 해. 내가 내 정혼자를 어떻게 할까 지금 생각 중이거든.”

스으윽.

오광재가 팔을 뻗어 손유리의 뺨을 만졌다.

“아아악!”

손유리가 기겁하며 비명을 터트렸다.

오광재의 손이 제 얼굴에 닿는 순간 놀랍게도 고통이 느껴졌다.

더럽다는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날름거리는 독사의 혓바닥이 얼굴을 스친 것만 같았다.

- 오광재!!!

장태산이 화가 나 거칠게 소리쳤다.

“내가 더럽나?”

오광재가 손유리의 두 눈을 보며 물었다.

“치, 치워! 그 손 치우라고!!!”

손유리가 힘을 짜내 소리쳤다.

미칠 것 같았다.

당장 유리창 밖으로 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와락.

그 순간 오광재가 손유리의 머리칼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악!”

손유리는 또 다시 비명을 터트렸다.

“시끄러워 죽겠군. 흐흐.”

오광재는 자신의 손에 머리칼이 잡힌 손유리를 보며 만족한 웃음을 터트렸다.

잡힌 머리칼 때문에 반쯤 목이 돌아간 손유리.

또로록.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갑자기 당한 이 치욕스러운 순간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왜 이런 악마를 제 인생에서 만나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오광재! 멈춰!!!

장태산이 화난 사자처럼 오광재의 이름을 거칠게 불렀다.

“이 더러운 년을 어떻게 처리할까?”

오광재의 두 눈에서 검은 동공이 사라졌다.

무언가에 빙의라도 된 듯 전신에서 새카만 기운이 안개처럼 뿜어져 나왔다.

더는 사람이 아니었다.

지상에 강림한 진짜 악마의 모습을 한 오광재.

- 기다려! 만약 손유리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ⵈⵈ 널 지옥까지 쫓아가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릴 거야!

장태산이 진심으로 분노했다.

“지옥에서 온 나를 네가 어떻게 한다고? 크하하하하하하.”

오광재가 광소를 터트렸다.

“태, 태산 씨ⵈⵈ. 구해줘!”

손유리가 눈물을 흘리며 장태산을 불렀다.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장태산 한 사람밖에 없었다.

- 조금만 기다려요. 지금 바로 갈게요!

속이 타는 듯한 장태산의 목소리.

“눈물 나서 못 봐주겠군.”

오광재가 스윽, 혀로 입술을 적셨다.

그리고.

“손유리 널 어떻게 파멸시킬까? 날 배신한 널 어떻게 요리해야 내 화가 풀릴까?”

손유리에게 향한 순수한 마음을 접어버린 오광재.

진득한 내면의 본능에 충실했다.

휘릭.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던졌다.

파다닥.

바닥을 구르는 손유리의 스마트폰.

- 유리 씨!!!

장태산의 애 타는 목소리가 바닥에서 찢어지듯 울려 퍼졌다.

***

“죽여 버린다ⵈⵈ.”

우드득.

옆에 있던 벤치를 왼손으로 움켜쥐자 손가락이 단단한 나무를 파고들었다.

- 혀, 형님ⵈⵈ.

귀신의 목소리가 떨렸다.

화르르르.

맹렬한 불길이 심장에서 타올랐다.

오광재라는 놈은 인간이 아니었다.

탈만 인간일 뿐 무언가 독한 신적 존재와 연결되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놈은 나를 도발했다.

티디딕.

번호를 급하게 눌렀다.

- 태산아, 무슨 일이야.

온시은에게 바로 연결됐다.

“스마트폰 번호 하나 전송하겠습니다. 위치 추적 부탁드립니다. 레드 등급입니다!”

- 알았어. 바로 처리할게.

모든 일에 우선하는 레드 등급을 하달했다.

온시은이 사랑하는 슈퍼컴퓨터와 해킹프로그램이 바로 가동될 것이다.

세상에 뚫지 못할 게 없었다.

블라드미르가 신계에서 계속 프로그램을 진화시켰다.

보안 프로그램은 따라가지 못했다.

- 형님! 그 자식 잡귀가 씌였습니다. 목소리가ⵈⵈ 이상했습니다.

장립이 촉을 발동시켰다.

내가 기억하는 오광재와 완벽하게 달랐다.

띠링.

온시은에게 손유리의 번호를 전송했다.

- 당신에게 신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뜬금없이 들려오는 알림음의 격려.

“!!!”

이걸로 확실해졌다.

지금 손유리가 만만치 않은 놈에게 잡혀있다는 것.

부르르릉.

급하게 차의 시동을 걸었다.

손유리가 떠날 때 기분이 찝찝해 법학관 주차장에서 대기 중이었다.

스쳐 지나가던 그녀 모습에서 느껴졌던 불길함이 현상으로 드러났다.

- 도대체 그 녀석은 뭡니까? 유리 양은 왜 그런 놈하고 엮여서ⵈⵈ.

업이다.

인간들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촘촘하게 짜인 업풍의 결과로 손유리가 위기에 처했다.

지난 생에 쌓았던 오광재와 손유리의 업에 이어 이번 생의 집안 업까지 겹쳤다.

놈과는 악연이 확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찝찝했다.

오광재가 전부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치고 들어왔다.

띠링.

문자가 왔다.

“헛!”

온시은에게 받은 손유리의 위치 정보.

- 여기 주소가ⵈⵈ. 어라! 여기 형님 사무실 근처잖아요!

귀신도 화들짝 놀랐다.

소름이 쫙 돋았다.

오광재가 날 노리고 있었음이 확실했다.

단 한 번 마주쳤을 뿐인데 오광재는 치밀하게 무언가를 준비했다.

다행히 지금은 날 눈여겨보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타닥.

그대로 자리를 박찼다.

- 어! 혀, 형님 지금 날아가는 겁니까???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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