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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7장. 설마!!! (966/1,284)

977장. 설마!!!

“오빠. 아빠 그대로 둘 거야? 아무리 장태산이 집안과 인연이 깊다지만 언제까지 저렇게 아빠를 방치할 거야? 언론에라도 알려지면 우리 집안을 어떻게 생각하겠어?”

임아현이 오정 부회장실을 찾았다.

장태산의 이름을 거론하는 임아현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장태산과는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악연이었다.

엄마와 오빠, 언니와 여동생 모두 장태산의 편을 들었다.

그 덕분에 임아현은 영원할 것 같던 자리에서 쫓겨났다.

억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언제까지 장태산이 잘나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나마 말이 통하는 오빠에게 바람을 넣었다.

“그 문제는 일단락된 일이야. 어머니도 허락하셨고 다른 가족들도 동의했다. 물론 너도 포함해서.”

임준형이 조용히 임아현을 바라봤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임준형도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 하더라도 다시 경영에 참여하는 건 불가능했다.

국내 최고의 의료진들이 현재 아버지는 뇌사 상태와 다를 바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진단을 내렸다.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장태산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다른 특이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의학적으로 접근하는 데 대단하다고 알려진 상태.

경영 승계가 마무리될 때까지 그가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게 나았다.

가끔 지금 상태를 확인하라는 의미로 사진이 몇 장 전달됐다.

여전히 병상에 누워 계시지만 한국에 있을 때보다 혈색이 좋아져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안심되었다.

의식불명 상태의 아버지를 보는 일은 괴로웠지만 사업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적 감정에 함몰된 채 운영할 수 없었다.

그만큼 냉정해야 할 시간.

상속 문제까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더욱이 오정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일류 기업이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탑이었지만 점점 비중이 커지고 있는 비메모리 분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여해야만 했다.

여러 문제가 산재해 있었다.

상품을 주문하는 고객들 대부분이 경쟁 업체였다.

중국에서도 서서히 반도체 분야를 키우기 위해 핵심 기술과 연구자들을 빼가고 있었다.

매일이 피 튀기는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

이럴 때 아버지가 리스크로 작용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리어 장태산에게 고마울 지경이다.

“피도 안 섞인 장태산을 믿는 거 아니지?”

임아현은 시원하게 답을 주지 않는 임준형을 물고 늘어졌다.

오빠가 욕심이 많고, 보기보다 승부욕이 남다르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세상에 알려진 도련님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아버지의 강단은 아직 따라가지 못했지만 욕망에 있어서는 뒤지지 않았다.

“안 믿으면 대안은 있고?”

“…….”

임준형의 물음에 임아현이 입을 닫았다.

‘이대로 물러나지 않아!’

“오정병원에 모시자. 나도 할 일이 없으니까 아빠 간병이라도 해야지.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피를 나눈 가족이잖아.”

간접적으로 임아현은 자신의 상황을 피력했다.

장태산을 공격했다가 도리어 반격을 당했다.

경영에 참여하고 있던 모든 자리를 내놨다.

그사이 미국에 잠시 들어갔다 나왔다.

자숙의 시간을 갖는 대신 분노만 키웠다.

엄마를 졸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말은 못 들은 걸로 하자. 네가 그렇게 효심이 깊은 것도 아니고.”

“오빠!!!”

“조금만 기다려. 네 자리를 오빠도 생각하고 있으니까.”

“언제까지? 나 요즘 힘들어. 주변에서 친구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나보고 바보래. 막내까지 치고 올라오는데 아무것도 못 하는 바보!”

임아현이 본심을 드러냈다.

“상대를 보고 싸웠어야지!”

“오정이 그것밖에 안 돼? 할아버지와 아빠가 어떻게 키웠는데 나이도 어린 장태산에게 그렇게 휘둘려! 정말 자존심 상해 미치겠어!”

“아직 멀었구나.”

임준형이 투정을 부리는 여동생을 한심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나마 아버지의 부재 상태에서 장태산 덕분에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로 올라갔다.

임윤아를 통한 신사업은 엄청난 노다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아직 상황 파악도 못 하고 주제도 망각한 채 까부는 여동생.

실력에 비해 자존심만 높았다.

“아빠 보고 싶어! 솔직히 아빠가 어떻게 됐을 줄 누가 알아? 오빠가 책임질 수 있어?”

임아현이 고약한 얼굴을 하며 약점을 파고들었다.

“넌 책임질 수 있어? 지금 오정이 어떤 상황인 줄은 알아!”

임준형이 말을 듣고 있다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청와대 쪽에서 시시때때로 불러들이는 것만 해도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다.

현 정권의 실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순자가 이것저것 대관 담당자를 통해 요구하는 게 많았다.

누가 대통령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국민들은 이런 현실을 전혀 짐작조차 못 할 것이다.

어찌나 무식한 태도로 나오는지 오정이 관리하는 인맥들도 난색을 표할 정도다.

그런데 철없는 여동생까지 골치 아프게 했다.

“나도 오정 대주주야!”

“아직 아버지 살아 계신다.”

상속 절차가 개시되기 전이다.

유언장은 진작 개봉되어 내용은 각자에게 알려져 있었다.

상당한 주식이 임아현의 몫으로 남겨졌다.

그러나 아버지 임성철 회장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래서 확인해 보고 싶다는 거 아냐! 내 눈으로 직접!”

“그럼 네가 직접 장태산에게 가서 말해. 나한테 징징대지 말고!”

“오……빠.”

임준형의 냉정한 호통에 임아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천하의 오빠도 장태산 앞에 자존심을 내려놨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나가. 그리고 앞으로 아버지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마. 때가 되면 알아서 할 테니까.”

집안의 장남 권위를 발동하는 임준형.

‘장태산! 도대체 우리 집안과 아빠에게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답답한 임아현만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

- 사건? 회장님, 사채 땡기셨나 봐요. 여자에게 푹 빠져서 집 사주고 땅 사준 거 같아요!

생각하는 수준하고는!

천하의 오정 회장이 사채를 쓸 일은 없었다.

내가 홍콩 법인에 쟁여놓은 돈만 해도 수천억이 넘었다.

법인 카드를 비롯해 모든 자본이 풍족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하루에 수십억은 그냥 쓸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임성철 회장 본인이 비자금으로 개설해 놓은 해외 계좌만 해도 한둘이겠는가.

수십 년 동안 처리 못 한 국내 차명 주식과 현금도 조 단위가 넘었다.

게다가 해외에 최소 수십억 달러는 짱 박아 놓았을 것이다.

- 그럼 뭐요? 회장님이 그럼 밖에서 애라도……. 헙!

말을 하다 말고 비명을 토하는 귀신.

빠직 이마에 힘줄이 돌았다.

나도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천하의 임성철 회장님이 나에게 땀을 흘리며 난처한 표정으로 고백할 만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착착 그림이 그려졌다.

몸이 젊어졌으니 당연히 정자도 활발하게 생성될 것이다.

거기에 여자친구도 무척 젊었다.

비 오는 날부터 시작해 함께한 날들이 참 많았다.

남녀상열지사의 결과물이 나타나는 건 필연이다.

다만.

“제가 의심하는 상상이 맞습니까?”

길게 묻지 않았다.

한 줄기 희망을 걸었다.

“아마도.”

“끄응…….”

신음이 절로 터졌다.

- 헐! 대박! 서프라이즈! 어메이징…….

귀신도 반쯤 넋이 나갔다.

“…….”

방안에 침묵이 맴돌았다.

다른 분도 아니고 임성철 회장님이다.

겉모습만 장립이지 DNA 자체는 임씨 집안 핏줄이 되는 것이다.

여자가 상황을 알게 되어 친자확인 소송이라도 들어가게 되는 순간이면 세상이 발칵 뒤집어질 노릇이었다.

게다가 임윤아에게도 할 말이 없었다.

서른 가까운 나이에 배다른 핏덩어리 동생이 생긴다?

그 기분은 참 이상할 것만 같다.

거기에 재산싸움까지 벌어진다면…….

“회장님 농담이시죠?”

마지막 한 번 더 확인에 들어갔다.

“미안하네. 장 회장. 내가 면목이 없네.”

- 우와! 이게 미안하다고 될 일입니까? 죽을 뻔한 양반 살려놨더니 제 모습으로 사고를 쳐요? 다른 사람들은 제가 애를……. 어!

갑자기 훈계조로 말을 내뱉던 장립이 뭔가를 깨달은 듯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 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더니 미친 듯 광소를 터트리는 귀신.

임성철 회장과 그 여친의 임신 소식에 충격을 제대로 받은 것 같다.

- 조상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장씨 집안 핏줄을 잇게 되었습니다! 흐흐흑. 할머니 저 아빠 됐어요!!!

응? 이 무슨 참신한 개소리야?

아이 아빠는 임성철 회장인데 장립이 기뻐했다.

- 장씨 집안에서 감사의 포인트를 듬뿍 지급했습니다.

장씨 집안 포인트? 이게 말이 돼?

애 아빠는 임성철 회장이 분명한데 희한하게 포인트는 장립 공으로 돌아갔다.

- 형님.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전에 여자가 임신을 못 하면 100일 기도 들이러 이곳저곳 다니지 않습니까. 그게 다 오묘한 하늘의 이치 아니겠습니까. 씨가 뭐가 중요합니다. 다 명분 싸움이지. 흐흐흐흐.

귀신이 뭔가를 아는 듯 음흉하게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손이 없으면 중국이나 한국 모두 양자를 들였다.

장립은 이미 세상에서 죽었다.

이렇다 할 후사가 없으니 장립 집안은 멸문 집안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임성철 회장이 장립이라는 이름과 모습으로 여인을 만나 사귀었고 임신을 시켰다.

어떻든지 장씨 집안의 대를 이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장 회장. 이제 나 어떡하나?”

임성철 회장의 고민은 깊어 보였다.

장립의 신분을 빌려 살고 있었지만 실제 그의 남은 수명은 길지 않았다.

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것도 볼 수 없다.

여자친구에게도 진실을 밝힐 수 없는 입장이다.

살아 있는 인간들 중에서 그의 처지를 나만 알고 있다.

신들 세계에서는…….

- 재신이 당신을 축복합니다!

- 임씨 집안에서 장씨 집안으로 포인트를 기부했습니다.

- 비밀에 싸여 있던 신의 이름이 개방됐습니다.

- 삼신할머니가 자신의 공을 셀프 칭찬합니다.

“!!!”

얼마 전 보았던 XX 신의 정체가 밝혀졌다.

나보다 훨씬 레벨이 높은 삼신할머니가 개입했다.

널리 아이들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삼신할머니의 계책이 참으로 무서웠다.

“회장님, 대책 없이 왜 그러셨습니까? 여자 분은 뭐라고 그러십니까?”

“……키우겠대. 하늘이 주신 운명이래.”

고심하던 얼굴과 달리 흐뭇한 미소를 짓는 임성철 회장.

보고 있으려니 기가 막혔다.

“하아.”

한숨이 절로 터져나왔다.

“장 회장, 정말 나 힘드네. 세상 살면서 지금처럼 고민스러운 순간은 얼마 없었어.”

“그런데 은근 기뻐하시는 것 같습니다? 손주들보다 한참 어린데…….”

“손주와 자식이 같을 수는 없지 않나. 그리고 나도 몰랐네. 내 정자가 아직까지 이렇게 왕성하다는 사실을 말이야.”

“회장님!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애는 누가 키웁니까? 회장님은 남은 수명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애를 불쑥 만드시면…….”

“비자금을 장 회장에게 맡기겠네.”

“네?”

“어차피 집사람과 아이들에게는 넉넉히 나눠줬네. 나머지 비자금은 태어날 아기들에게 줘야지.”

“네? 아기들요???”

단수형이 아닌 복수형을 사용하는 임성철 회장.

씨익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가 웃는다.

“여자친구가 태몽을 꿨네. 커다란 황금용 두 마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품에 안겼다고 하네.”

“설마 싸, 쌍둥이!!!”

- 우아아아아아! 할머니 저 쌍둥이 아빠 됐어요!!!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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