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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장. 구해줘(2). (934/1,284)

944장. 구해줘(2).

‘이 자식 뭘 믿고 이렇게 나대는 거야?’

파라다이스 관리자 유 상무는 찝찝함에 인상을 찌푸렸다.

호빠 선수들 중에도 저만한 인물이 없을 정도로 잘생겼다.

입고 있는 슈트빨이 장난 아니다.

단단하게 풍겨 나오는 기운만 봐도 운동깨나 한 놈 같았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변호사라고 밝혔지만 이곳은 프로 조직원들이 경영하는 룸이다.

강남의 고급 룸이나 잘나가는 나이트클럽이 조폭과 연관있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알 정도로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섣불리 정의감에 객기를 부리는 놈들이 거의 없다.

하위 검사들도 이곳에서는 한쪽에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야 할 정도다.

찾아오는 손님들 모두가 장장하고 대단했다.

대신 그만큼 철저하게 신분이 보장됐다.

말하지 않아도 수질은 최상급으로 유지됐다.

내로라하는 미모의 여성을 돈과 권력을 이용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터.

텐프로에 출근하는 여성들은 미모를 무기로 잘나가는 남성들의 스폰을 받았다.

승용차를 비롯해 아파트나 간단하게는 오피스텔을 선물로 받는다.

그 정도 재력은 되어야 이곳에 와서 술을 마시고 여성들을 취할 자격이 됐다.

눈앞의 홍영기도 마찬가지다.

요즘 잘나가는 투자회사의 팀장이다.

월급 외에 떨어지는 수당이 수십억을 넘는다고 했다.

특히 홍영기가 모시는 투자회사 대표는 이곳의 VVIP다.

그런 이들이 원하는 것을 즉시 처리해 주는 일이 상무 유기호가 맡은 임무였다.

오늘도 홍영기가 들어있던 룸에서 작업 중이었음을 알고 있었다.

사용된 약을 유기호가 준비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게 순조로웠다.

하룻밤 오고 가는 술값만 수억대가 넘는 장사였다.

그러다 보니 조직에서도 유기호의 성과를 인정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다 된 상황에서 어그러져 버린 작업.

장난으로 건넨 스마트폰으로 놈이 진짜 신고를 했다.

어차피 경찰이 출동해봤자 건물 입구에도 못 들어온다.

턱!

부하들이 놈의 어깨를 잡았다.

“아악!”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텐프로 여성들만큼이나 외모가 뛰어났지만, 특유의 지적인 분위기가 남달랐다.

화장과 명품으로도 커버가 되지 않는 몸에 자연스럽게 밴 어떤 기품이 느껴졌다.

“나와!”

부하들이 양쪽에서 힘을 썼다.

찌이익.

버티고 선 남자의 슈트 어깨 부분이 사정없이 찢어졌다.

“오케이! 증거 확보.”

분위기와 달리 놈이 웃었다.

꽤 값이 나가는 겉옷이 찢어졌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리고.

퍽! 퍽!

짧게 울리는 둔탁한 소리.

“컥”

“헉!”

숨이 막힌 듯 목을 움켜쥐는 부하들.

털썩.

순식간에 바닥으로 고꾸라져 넘어졌다.

이미 얼굴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뭐야!”

유기호가 당황해 소리쳤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일격이었다.

“보면 몰라.”

“너 이 새끼……. 어디에서 보냈어! 이름이 뭐야!”

유기호가 다그쳐 물었다.

“이름 장태산. 직업 변호사. 고향은 장주시. 주소도 말해줘?”

장태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대답했다.

“자, 장태산? 네놈이?”

유기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재차 물었다.

“나 알아요?”

“…….”

‘강 전무님이 찾던 놈인데. 하필 여기서!’

부산에서 올라온 항구파의 거물 강지철 전무.

그가 장태산 수배령을 때렸다.

언제 어디서든 혼자 나타나면 바로 연락하라는 지시였다.

“형님 이건 뭡니까?”

우르르르.

소란을 듣고 가드들이 몰려왔다.

혹시 모를 시비와 경쟁 조직원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항상 대기하고 있는 항구파 조직원들.

널브러져 있는 동료 두 명의 상태를 보며 눈을 부라렸다.

“이 새끼 처리할까요?”

“미친놈 아이가?”

“콱! 눈깔 쌔러불라!”

걸죽한 사투리가 터졌다.

“조폭 새끼들이 야밤에 다중 위력을 행사하시겠다? 화끈해서 마음에 드네. 너희들 다 들어와. 오늘 맞짱 함 까자.”

변호사인지 깡패인지 모를 멘트를 남발하는 장태산.

“저 새끼 잡고 있어!”

유기호는 뒤로 물러났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강지철 전무에게 곧바로 연락을 하는 일.

오늘 잘하면 대박을 칠 수도 있었다.

“어이 떡대. 너 마음에 든다. 이리와.”

“뭐라카노!”

“쫄리냐?”

“니 오늘 디졌어!”

장태산의 자극에 조직원이 주먹을 들고 달려들었다.

퍽!

그러나 가 닿지도 못하고 배에 박히는 한 방.

“컥…….”

그대로 배를 움켜쥐고 바닥에 뒹굴었다.

“조져!!!”

“으아아아아아!”

잡아 놓으라 했지만 불빛에 홀린 나방 떼처럼 돌진하는 조폭들.

“하하. 성격들 참 마음에 드네!”

장태산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기괴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퍼버벅!

일방적인 구타가 빠르고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

- 원투! 쓰리 투! 마무리! 굿!

장립 귀신이 아주 신났다.

처음부터 상대도 안 되는 것들이 까불었다.

덩치만 믿고 돌격하다 한 방씩 맞고 쭉쭉 나가떨어졌다.

“더 없어?”

그래도 강남 한복판이라고 품위를 지키려고 했는지 사시미 같은 연장은 휘두르지 않았다.

복도 여기저기 덩치들이 한 방씩 맞고 쓰러져서 신음을 흘렸다.

돼지 사료를 처먹는지 덩치들이 아주 산 만했다.

눈에 띄는 곳곳마다 각종 문신들이 현란하게 꿈틀거렸다.

아름다운 세상이 열려서 더 이상 이런 쓰레기들을 안 보고 살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너…… 너.”

유 상무라는 작자는 어디로 내빼고 보이지 않았다.

웨이터들과 아가씨들도 상황을 눈치 채고 아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룸마다 얼마나 방음이 잘되는지 나와 보는 놈들이 하나 없었다.

다만 아직 미련이 남아 있는 듯한 뺀질이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공부 잘했을 법한 양아치의 전형적인 외모다.

평생 사기나 치고 남의 뒤통수나 치며 살아갈 관상이다.

턱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데다 곧장 흘러내리는 상이다.

제대로 인생의 뜨거운 맛을 보면 다시는 헤어오지 못할 것이다.

“이름.”

짧게 물었다.

“…….”

벙어리가 된 것처럼 두 눈만 껌벅였다.

“이름!!!”

기를 담아 강하게 다시 추궁했다.

“호, 홍영기.”

“소속.”

“B&S 투자 전문…….”

“신태주가 회장으로 있는 그 B&S?”

“!!!”

맞는 것 같다.

악연도 인연이라고 참 무섭게 꼬인다.

촘촘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전생과 현생의 업들.

이곳에서 아유라를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또 신태주와 엮일 줄도 몰랐다.

하늘이 주신 기회임과 동시에 계시가 분명했다.

“가서 신태주에게 전해. 곧 만나게 될 거라고.”

“…….”

뺀질뺀질하게 생긴 홍영기가 눈동자를 빠르게 굴렸다.

“마음 바뀌기 전에 꺼져! 어서!”

“개새끼!”

타다다닥.

욕을 한차례 퍼붓고 쏜살같이 사라지는 홍영기.

신고는 했지만 놈들이 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몇 분이 훌쩍 지났다.

진작 경찰이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하긴 경찰이 와도 도리어 영업 방해로 걸릴 수도 있고, 이곳이 어떤 곳인지 이미 경찰도 잘 알 것이다.

- 저기 형님……. 지금 경찰들이 밖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데요.

귀신이 염탐을 해 왔다.

씁쓸한 대한민국의 현실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민중의 지팡이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상황.

“태산아…….”

아유라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몸을 틀어 그녀를 살폈다.

사시나무처럼 파르르 떨고 있는 아유라.

한때 자신만만했던 모습의 아유라는 비 맞은 새처럼 작게만 보였다.

복잡한 생각으로 인해 인상이 잔뜩 굳어져 있었다.

생기발랄하던 줄리엣의 모습은 없었다.

인생 참교육에 놀란 연약한 한 여성이 있을 뿐이었다.

공부 잘하는 경영대 대학원생이 맞지만 직접 부딪쳐본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약점을 보이는 순간 어느 누가 빈틈을 노리고 들어와 공격할지 아무도 몰랐다.

기업을 경영하는 후계자였기에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괜찮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고마…….”

휘청.

벽에 기대 겨우 몸을 지탱하던 아유라가 휘청거렸다.

정신력으로 버텨왔지만 약기운이 본격적으로 돌자 아유라도 어쩔 수 없었다.

사락.

넘어지는 그녀를 부드럽게 안았다.

깃털처럼 가벼웠다.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살이 더 빠졌다.

- 와아……. 형님은 이 난장판에서도 미녀를 안을 수 있군요. 정말 존경하고 또 존경합니다!

귀신의 시답지 않은 말이 진심으로 들렸다.

저벅저벅.

아유라를 안고 이동했다.

퍽!

“아악!”

발에 걸리적거리는 깡패 새끼들을 한 번씩 걷어차며 걸음을 옮겼다.

마음 같아서는 싹 묻어 버리고 싶지만 보는 눈이 여럿이다.

그리고 조만간 다시 조우할 기회가 올 것을 예감했다.

계속 엮이는 항구파.

통영에서부터 악연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 그런데 정말 미친놈들입니다. 아직도 룸에서 여자들과 춤추고 술을 마십니다. 특히 검사 출신 의원이라는 작자는 변태 같습니다! 후배 검사들에게 충성심을 증명하라며 자신의 소중한 털을 뽑아…… 구두에 술과 함께 넣고 접대하는 남자들한테 마시게 합니다. 우웩!

풍문으로만 들어왔던 더러운 술자리 풍경.

듣는 것만으로도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이대로 이곳을 떠나자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아직 손대균 이사도 룸에서 나오지 않았다.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있는 듯했다.

가진 게 많을수록 내려놓는 법을 모르게 된다고 누군가 말했다.

이쯤에서 따끔한 훈육이 필요했다.

퍼억!

덩치들을 걷어 차 룸 입구를 막았다.

눈에 들어오는 반짝이는 빨간 불딱지.

아유라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커버를 가볍게 올렸다.

그리고 터치.

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파라다이스를 뒤흔들고 남을 정도의 요란한 소리가 삽시간에 울렸다.

그리고 단전에 내공을 담아 힘차게 소리쳤다.

“불이야!!!!”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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