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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장. 왕따. (912/1,284)

922장. 왕따.

“아아아아아아악!”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졌다.

“버, 법사님!!!”

둥둥 울리던 징소리가 순간 멈췄다.

잘 따르던 박수가 신광 법사를 다급하게 불렀다.

챙그랑.

신광 법사가 조종하던 방울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우두둑.

평소 자신의 몸보다 소중하게 다루던 방울이 신광 법사의 발에 밟혀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다.

“아아악! 아아아악!”

그걸 전혀 모르는 신광 법사는 계속 비명을 질러댔다.

쩌어억.

멀쩡했던 신광 법사의 입이 천천히 찢어지고 있었다.

곁에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입이 멋대로 찢기는 괴사.

주루루룩.

찢어진 입 주변에부터 붉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생살이 찢겨지는 지독한 고통에 두 눈동자에도 피가 맺혔다.

“사, 살려줘! 돈을 주겠다! 권력을 원하나? 모든 걸 주겠다! 크아아아아!”

신광 법사는 입이 양쪽으로 찢겨진 채 피를 철철 흘리면서 누군가에게 계속 살려 달라 비명을 질렀다.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내던질 수도 있었다.

차디찬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놈.

도저히 대응할 수 없었다.

조종하고 있던 사령의 고통이 생생하게 그대로 신광 법사에게 전달 됐다.

주둥이가 뜯겨져 나간 사령.

투두두두둑.

신광 법사도 사령의 신형이 뜯겨지는 만큼의 고통을 느끼며 입이 크게 벌어졌다.

‘죽일 거야! 죽어서도 다시 죽여 버리겠다!’

신광 법사는 도리 없이 당하는 지금 순간이 억울했다.

이제야 살 만한 세상을 만났다.

모진 고난을 견디며 얻게 된 재력과 여자들.

이 모든 것들을 놓아두고 이대로 죽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찼다.

사령의 눈을 통해 놈을 똑똑히 바라봤다.

일체의 자비가 보이지 않았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의미했다.

놈은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자였다.

신광 법사가 사령 뒤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악독한 원한이 신광 법사의 눈에서 줄줄 뿜어졌다.

“널…… 용서치 않겠다! 우리 아버지가 널…… 찾아내어 갈가리 찢겨 죽일 것이다!”

퍼뜩 아버지가 떠올랐다.

지금 느끼는 이 고통을 하나도 감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했다.

낳아주신 분은 아니지만 새로운 세상을 살게 해줬던 아버지.

더없이 아파할 그분을 생각하니 원통함이 피와 살을 떠내는 것 같았다.

- 지옥으로 꺼져 버려 새끼야!

공간을 건너 선명하게 들려오는 울림.

으드득.

울컥울컥 입안에 차오르는 핏물에도 신광 법사는 마지막 힘을 내어 이를 갈았다.

이미 양 입술 끝은 귀 밑까지 다 뜯겨진 상태.

촤아아아앗.

피가 철철 뿜어져 쏟아지며 몸통을 적실 지경이 됐다.

“버, 법사님…….”

넋이 나간 새끼 박수무당.

우드드드드득.

그 순간 뼈가 분리되는 듯한 소음과 함께 거짓말처럼 두쪽으로 몸이 찢겨지는 신광 법사.

철퍼덕.

믿을 수 없는 형상으로 몸뚱이가 갈라진 신광 법사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아직 거칠게 뛰는 심장과 뜨거운 훈김을 뿜어내는 내장 그리고 각종 장기가 지하 법당 바닥으로 쏟아져 나왔다.

두 눈으로 보면서도 결코 믿을 수 없는 괴이한 상황.

내로라하는 강남 사모들을 양껏 농락하던 신광 법사의 죽음이 참으로 처절했다.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박수무당은 목구멍이 터져라 비명을 토했다.

닭 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비릿한 인간의 피 냄새.

파스스스스슷.

놀랍게도 쓰러진 신광 법사의 몸뚱이에서 새카만 기운이 연기처럼 떠올랐다.

더 이상 사람의 형상이 아닌 시체 위를 한 바퀴 휘도는 암흑의 기운.

팟!

순간 번쩍 하는 빛과 함께 사라졌다.

덜컹.

타다다다닥.

그때 마침 지하실 법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명의 남자.

신광 법사의 처참한 주검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스윽.

조용히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죽었나?

기다렸다는 듯, 전화를 받은 상대 쪽에서 대뜸 물어왔다.

“몸뚱이가 두 쪽이 나 죽었습니다.”

- 강한 놈을 만났군.

“어떻게 할까요?”

- 목격자는?

“따르던 박수가 있습니다.”

- 처리해.

“넵!”

보고와 지시는 간단했다.

“황 실장님……. 법사님이…….”

평소 법당 행정을 관리하던 남자를 향해 박수가 손을 내밀었다.

뚜벅뚜벅.

아무런 대꾸 없이 박수를 향해 다가가는 황 실장.

무표정한 그의 모습은 마치 저승사자와 같았다.

“!!!”

섬뜩한 기운에 황 실장을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박수.

하지만 본능적으로 몸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터억.

황 실장이 박수의 머리를 잡아챘다.

순간 죽음이 목전에 왔음을 깨닫고 벗어나려 바동거리는 박수.

“사, 살…….”

우두둑.

차마 말을 다 내뱉기도 전에 목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갔다.

콰당.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목이 꺾인 채 힘없이 바닥에 내던지는 박수.

“장주희……. 네년은 도대체 뭐냐?”

***

- 이게 말로만 듣던……. 뱀탕의 효능인가요!

꿀꺽, 사령의 기운을 흡수한 장립.

사악한 기운이 물러나고 구렁이가 쌓았던 카르마 포인트를 온전히 섭취했다.

몸보신 그거, 별거 아니다.

장립의 몸에서 몇 번의 빛이 터졌다.

단박에 레벨 업.

자신의 변화에 장립은 진심으로 놀라워했다.

어때?

- 보이는 게 달라요! 뭔가 더 큰 깨달음이 온 것 같아요!

한껏 들떠 있는 귀신.

뭘 깨달았는데?

- 형님이 지존이십니다! 부족한 동생을 위해 보약도 챙겨 주시고……. 깊은 존경과 함께 영원한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

그럼 그렇지.

누가 들어도 사탕발림이 제대로인 맹세다.

깊이를 바란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래도 다행이다.

어디 가서 잡스런 하위 영혼에 얻어터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장립의 탈을 쓰고 쌓았던 카르마 포인트도 적지 않다.

최소 계약직 신선 정도는 될 조건이 됐다.

“으음…….”

문제는 여동생 주희다.

침대 위에서 미약한 신음을 흘렸다.

온몸에 흐르는 식은땀.

사령에 의해 고통 받았던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다.

스윽.

주희에게 다가가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 ……엄청 미인이네요.

귀신도 보는 눈은 있었다.

성수로 곱게 키워낸 막내 여동생.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아직 온전한 정신으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령은 제거됐지만 미약한 사기가 아직 주희 몸에 남아 있는 상태.

- 포인트를 이용해 사기를 제거하겠습니까?

영적인 영역의 문제였다.

내공이나 마법으로 치료할 수 없는 부분.

“치료해 줘.”

파아앗!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희의 몸에서 신묘한 빛이 어른거렸다.

카르마 포인트를 통한 정화 작업이었다.

생각보다 큰 비용은 들지 않았다.

“으으음…….”

사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지자 주희가 미약하게 꿈틀거렸다.

그리고.

번쩍 눈을 떴다.

“주희야!”

“오……빠?”

“그래 오빠야.”

“우아아아앙! 오빠아아아아!”

얼굴을 확인하고 서럽게 울음을 터트리며 덥석 나를 껴안았다.

아무리 성인이라 해도 내 눈에는 아직 어린 시절 꼬맹이로밖에 안 보였다.

“이제 괜찮아.”

등을 토닥거리며 안심시켰다.

“오빠……. 커다란 뱀이 날 삼키려고 했어.”

품에 안긴 채 벌벌 몸을 떨었다.

사령이 생각나는 듯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오빠가 때려잡았어. 그러니까 안심해.”

“정말?”

“너 어릴 때 생각 안 나? 그때도 마당에 뱀이 있었잖아. 그걸 오빠가 막대기로 쫓아냈잖아.”

“맞아……. 그때도 오빠가 날 구해줬어.”

주희의 목소리가 금세 안정적이 됐다.

- 역시! 형님은 자상도 하십니다. 저도 저런 여동생이 있었다면 정말 잘해 줄 자신이 있는데……. 참 복도 많으십니다.

어이 잡귀.

- 넵! 형님!

지금 상황 심각한 거 모르겠어?

조용히 있어 줄래?

- 알겠습니다! 한쪽에 찌그러져 조용히 입 닥치고 있겠습니다. 충성!

귀신의 입이 조용해졌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지금 주희를 공격한 사령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움직인 게 확실했다.

내 주변에 있는 악연이 아니었다.

그랬었다면 알림음이 뭔가 앞서 언질을 주었을 것이다.

“주희야.”

조용히 여동생을 불렀다.

“응……. 오빠.”

크게 놀란 아이처럼 품에서 벗어나지 않는 주희.

“최근에 무슨 일 있었지?”

어느 정도 상황을 짐작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주희는 자존심이 강해 부모님이나 다른 식구들에게 폐를 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세세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나름 배려를 해야 했다.

“오빠……. 그게.”

살짝 멈칫거리는 여동생.

확실히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말해 봐. 오빠가 알아야 해결해 주지. 안 그러면 다시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보통 이런 큰일을 꾸미는 자들은 후한이 될 만한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그런 만큼 주희를 상대로 2차 공격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흐으으으윽.”

갑자기 다시 흐느껴 울기 시작하는 주희.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아려왔다.

울음 속에 섞여 있는 그간의 고통과 괴로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말해봐……. 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서울, 엄연히 내가 주희의 보호자였다.

“오빠아……. 나…….”

주저하면서도 어렵게 입을 여는 주희.

“그래 주희야.”

“흐으으윽. 학교에서…… 왕따야!!!”

뭐, 뭐라고? 왕따?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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