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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장. 저주 (908/1,284)

918장. 저주

“장립이 한국에?”

“로버트 라이언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장태산과 같이 동행했습니다.”

“흐음.”

제갈유량의 보고에 리장창은 짧은 신음을 흘렸다.

“두 사람이 그렇게 사이가 돈독했나?”

“나이가 비슷해 의기투합한 것 같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친밀감이 대단합니다.”

장태산과 함께하고 있는 장립의 웃는 모습이 찍힌 사진 수십 장이 보고서에 같이 첨부됐다.

며칠 동안 계속 동행했던 장립과 장태산.

누가 보면 절친이라도 되는 양 서로를 향해 호감을 보였다.

“로버트 라이언은?”

“미국에 있습니다.”

“둘의 목적지는 밝혀졌나?”

“아직 행선지는 모르겠습니다.”

“장태산의 비밀 연구소일 수도 있겠군.”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 이번이 기회일 수도 있어.”

리장창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수없이 정보를 캐보려고 노력했던 장태산의 연구소.

철옹성이 따로 없었다.

여러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매번 막혔다.

연구소 직원들을 포섭하기 위해 접근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발각돼 무산됐다.

몇 차례 호되게 형벌에 법적 소송 문제로까지 비화되자 밀고자들 모두 몸을 사렸다.

해커를 투입해도 도리어 털리기 일쑤였다.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천재 해커들이었는데도 모두 당했다.

역으로 추적당해 서버가 박살이 난 경우도 허다했다.

한국 측 정부 기관을 동원하기 위해 접근했지만 손사래를 쳤다.

장태산에 관한한 누구도 전면에 나서려 하지 않았다.

답답함만 쌓여 가고 있던 터였다.

장태산 연구소에서 개발한 획기적인 미세먼지 저감 기술은 중국에 반드시 필요했다.

인민들의 원성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시점.

공해 문제를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었다.

고위 공무원들도 자신들의 건강에 영향이 미치는 것을 알았다.

그 분야에 있어 엘자그룹 쪽이 은밀히 타진해 왔다.

반가운 마음에 원천 기술을 요구했지만 대답은 NO!

건방진 태도였지만 아쉬운 건 중국 측이었다.

때마침 등장한 장립.

하늘의 기회인지 그가 장태산과 막역해 보였다.

장립 스스로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호언장담하기까지 했다.

화교인 게 걸렸지만 중국인을 통해 사업이 추진되기를 원했다.

“장립에게 연락해 볼까요?”

“놔둬. 장립 정도라면 알아서 잘할 거야.”

장립은 리장창을 비롯해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인정했을 정도로 술수에 능했다.

리장창도 장립의 속을 알 수 없을 정도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장태산에게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확실하지 않지만 뭔가 분명히 감추고 있는 장립.

‘가서! 장태산의 기술을 훔쳐 와봐! 그러면…… 장립 널 진정으로 인정해 주마.’

리장창뿐만 아니라 다른 여타 세력에도 이 소식이 전해졌을 터였다.

모두들 장립의 한국행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장태산이 급하게 귀국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경호팀이 바쁘게 움직이는 걸로 보아 가족 중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가족?”

장태산은 가족을 끔찍이 여겼다.

그와 협정을 맺을 때도 가족에 관한 내용이 포함 됐다.

누군가 장태산의 가족을 건들면 몇 배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홍콩에 직접 나타나 리장창을 겁박했던 장태산.

“쌍둥이 여동생 문제인 것 같습니다.”

“흐흐흐. 철벽으로 방어하더니 실수할 때도 있군.”

리장창이 내심 흡족해하며 대리만족했다.

자신도 어떻게 못 해 본 장태산의 여동생들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더더욱 그랬다.

누군지 모르지만 만나게 되면 보너스라도 챙겨 지급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경호팀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곧 보고가 올라올 것입니다.”

“지체 없이 보고해.”

“넵! 대인.”

언제나 보고 1순위로 되어 있는 장태산에 관한 사건.

“트럼프에 대한 지원도 늘려봐.”

“그 부분은 힐러리 쪽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장태산이 로버트 라이언과 움직였어. 뭔가 트럼프와 주고받은 내용이 있는 게 확실해. 그리고 난…… 장태산의 능력을 알아.”

중국 정부를 비롯해 천지회도 미국 대선을 주의 깊게 살피는 중이다.

오바마야 앞서 여러 로비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심을 자제시켰다.

중국의 발전이 미국의 이익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오바마 주변인들 중심으로 로비 자금을 상당히 뿌렸다.

지금까지는 선방이다.

그러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오바마 레임덕 얘기가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들 다음 대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 와중에 취득한 장태산의 트럼프 지지 소식.

다른 건 몰라도 리장창은 장태산의 투자 감각을 잘 알았다.

‘장태산. 너에게 가끔 고마울 때가 있다. 이번 일만큼은 더더욱. 후훗.’

음흉한 웃음을 슬쩍 흘리는 리장창.

그는 꿈에도 몰랐다.

그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장립이 그 장립이 아니라는 사실을.

***

“보스, 오셨습니까.”

“바로 출발하죠.”

“차키 여기 있습니다.”

김포 공항에 도착했다.

급하다는 말에 로버트 라이언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신속하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씨큐리티 직원이 차키를 들고 마중 나와 있었다.

“한 대표님은?”

“집에서 아가씨를 보호중입니다.”

“……알겠습니다.”

대충 얘기는 전화로 전해들었다.

한 번 구겨진 인상이 쉽게 펴지지 않았다.

“립. 조수석에 타요.”

오는 동안 계속 내 눈치만 보고 있던 임성철 회장.

“고마워요.”

대화는 영어로 주고받았다.

특히 한국에서 주의할 점을 주지시켰다.

과거 오정을 이끌었던 회장이 아님을 명확하게 인식시켰다.

해외 화교이자 미국에서 공부한 장립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임성철 회장은 약속대로 립의 역할에 충실했다.

- 저…….

물론 귀신도 따라왔다.

신나게 동네 처자 유령들과 놀다 끌려오다시피 따라온 장립.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채고 말수가 부쩍 줄었다.

오는 내내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귀신은 비행기도 능숙하게 잘 탔다.

괜히 쫄지 말고 할 말 있으면 해.

- 무슨 일…… 있나요?

한국에 도착하자 더 이상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임성철 회장에게도 말하지 않은 부분이다.

동생이 아파.

“쌍둥이 여동생들 말인가?”

차에 오르자 와이파이를 통해 듣고 있던 임성철 회장이 물어왔다.

“네.”

- 어디 가요?

“그게…….”

답변하기가 무척 애매했다.

갑작스런 돌발 사태가 발생했다.

주아는 대학원 방학을 맞이해 유럽 미술관 투어에 나섰다.

엄마도 본가에서 아버지 농사일을 돕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사이 서울 집에 홀로 남아 생활하던 막내 주희.

어느새 본과 3학년에 올랐다.

학교생활에 정신이 없는 시간을 보냈다.

편했던 예과 생활과 달리 매일처럼 시험을 치르느라 학교 도서관에서 날을 새는 경우가 허다했다.

의대 공부 양은 상상을 불허했다.

나야 잘나가는 의대 신선을 불러 포인트 좀 나눠주면 되는 일이지만 보통의 인간들은 입장이 달랐다.

그런 주희를 묵묵히 뒤에서 응원했다.

공부란 스스로 치열하게 익히고 배워야 진정 자기 것이 되는 법이다.

경호원들은 그 틈에도 지속적으로 가족들을 보호했다.

가장 위협이 되었던 리장창과 휴전 협정을 맺긴 했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가족들 생활 동선이 단순해 나름 경호하기가 용이했다.

그러나 부지불식간의 돌발 사태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부우우웅.

임성철 회장이 특히 좋아 하는 마이바흐가 금세 올림픽대로로 진입했다.

창밖을 바라보는 임성철 회장.

“감회가 새롭겠습니다.”

“뭐…… 그렇네.”

나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지만 다시 마주하는 풍경에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반은 죽은 자 취급을 받으며 러시아로 떠났던 몸.

언론에는 자택에서 치료 받는 것으로 보도됐다.

가족들과 최측근만 알고 있는 임성철 회장의 신변 이동.

팔팔하게 살아서 돌아왔지만 본래의 육신이 아니었다.

그런 입장에서 마음이 평안하다면 그게 더 이상했다.

시차 때문에 도착한 서울은 늦은 밤이었다.

차량이 많지 않았다.

빠아아아앙.

한강 위를 지나쳐 가는 전동차가 요란한 소리를 울렸다.

오늘따라 그 소음마저도 정겹게 들렸다.

- 와아아아! 말로만 듣던 서울이에요? 야경이 끝내줘요!

귀신 눈치가 별로다.

좋게 말하면 순수한 어린아이 시선 같다고나 할까.

어떤 나라의 도시에도 뒤처지지 않는 한강변의 화려한 야경.

- 유람선이에요! 저 타보고 싶어요!

대꾸하지 않았다.

정신을 집중했다.

구체적이지 않은 불길함이 계속 신경을 건드렸다.

놀랄까 봐 부모님께는 얘기하지 못했다.

한진웅 대표가 정예 경호원들을 추려 여동생을 보호하고 있었다.

아직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방에서 문 밖으로 나오지 않고 안에서 소리만 지른다는 막내 주희.

생각만으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문제가 커지게 생겼다.

가슴이 답답했다.

촤라라라라라라라랏.

창문을 열자 시원한 강바람이 들이쳤다.

답답하던 숨이 조금 트이는 듯했다.

끼이이이익.

그사이 차는 집 앞에 도착했다.

스르르르릇.

출입문이 열렸다.

빌라 단지를 모두 다 내가 구매했다.

당연히 자동 차단기도 설치했다.

입구에서부터 경호원을 비롯해 최첨단 경비 장치가 다 동원돼 있다.

“좋은 곳에 사는군.”

“회장님 집이 더 좋죠.”

“장 회장처럼 통으로 구입하지는 못해.”

- 와아! 이게 형님 집입니까? 죽입니다!

귀신의 칭찬을 한 귀로 듣고 주차장에 파킹했다.

딸깍.

차문을 열었다.

“보스, 오셨습니까.”

경호 중이던 한진웅 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해 왔다.

“주희는요?”

“아직 그대로입니다. 여성 경호원들이 집 안에서 대기 중입니다.”

“도대체 무슨 문제입니까?”

“……보스께서 직접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진웅 대표도 감을 못 잡았다.

“스트레스 때문입니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그게…….”

난처해하는 한진웅 대표.

띠링.

승강기가 도착했다.

서둘러 안에 탔다.

“제 친구 립은 손님방으로 모십시오.”

“알겠습니다.”

“립. 손님방에서 쉬고 있어요.”

대화는 영어로 이어졌다.

“고맙습니다.”

자연스럽게 유창한 영어로 답하는 임성철 회장.

띵.

뒤따라온 경호원과 함께 그가 2층에서 내렸다.

스으으읏.

엘리베이터가 계속 위로 올라갔다.

띠잉.

그리고 도착한 집.

스으으으읏!

엘리베이트 문이 열리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강력한 어둠의 파동.

- 혀, 형님! 이게 뭡니까!!!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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