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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장. 삼귀행(三鬼行)(3). (891/1,284)

901장. 삼귀행(三鬼行)(3).

“촌놈들…… 크크크.”

트럼프는 내심 속으로 비웃었다.

오늘을 위해 그간 야심차게 만반의 준비를 했다.

다니엘이 제아무리 잘나가는 투자자라지만 미국식의 화끈한 파티를 경험해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동양과 서양은 그 문화적 배경이 무척 달랐다.

아무리 세계적으로 성공한 다니엘이라 해도 아시아인에 불과했다.

지금껏 트럼프 스타일의 접대를 거부했던 인간들은 본 적이 없었다.

쏠 때 화끈하게 쏠 줄 아는 남자가 트럼프였다.

이익이 되는 상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본인의 수중에 넣어 왔다.

필요에 의해 먼저 접근하는 트럼프의 삶에서 다니엘은 특이한 상대였다.

트럼프의 꿈을 알고 먼저 접근해 왔다.

젊은 친구의 거시적 식견이 대단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럼프를 감정에 취해 사는 즉흥적인 인간으로 결론 내렸지만 큰 착각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트럼프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했다.

거의 모든 걸 가면 뒤에 감추고 살았다.

명문 교육을 괜히 받은 게 아니다.

학업 성적도 우수했던 트럼프.

부모에게 재산의 일부를 일찍 상속받아 부동산업에 투자한 것도 다 트럼프의 능력이었다.

주변 대부분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할 때 트럼프는 자신의 생각을 저돌적으로 밀고 나갔다.

그 이면에는 철저한 계산이 숨어 있었다.

한때 토크쇼 사회자로 활동하기도 해서 눈치도 빨랐다.

말빨도 됐다.

상위 1%가 99%의 시민들보다 더 많은 것을 흡수하는 빨대를 꽂아 굴러가는 미국 사회에 가장 적합한 인간형이 바로 트럼프였다.

성공한 투자자에 미녀들과 수시로 썸을 타며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성공한 백인.

다른 많은 국가와 달리 미국은 물질적으로 성공한 부자들이 대접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들처럼 가장 상류층을 점유한 이들이 대부분의 혜택을 몰아서 누렸다.

그런 삶을 살고 있는 트럼프가 다니엘과 장립을 위해 오늘을 준비했다.

한 치의 실수도 없었다.

“베이다이허에 등장한 혜성 같은 투자자라……. 립. 넌 내 거야. 흐흐흐.”

트럼프가 사람 욕심을 드러냈다.

다니엘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화교인 장립도 욕심이 났다.

중국과 홍콩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트럼프였다.

여러 인맥을 통해 장립에 관한 소문을 들었다.

중국 권력자들 사이에서 장립을 자기 수중에 넣기 위해 혈안이 됐다는 소식이었다.

현 권력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태자당을 비롯해 상해방과 공청단 주인들은 이미 장립과 친분을 쌓았다.

장립과 연이 닿으면 모든 게 만사형통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중국에 투자를 준비 중이던 사업가들은 장립을 찾아 줄을 대기 위해 안달이 났다.

폐쇄적인 중국 정치 경제.

세계의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10년 뒤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1위의 대국이 될 거라 미루어 짐작했다.

수출을 바탕으로 한 15억 인구의 폭발적인 내수시장이 활성화 됐다.

중국에서 소비하는 명품과 많은 상품들이 미국을 속속 추월해 갔다.

내수시장 규모를 감안한 투자자금도 몰렸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았다.

정치권력과 약간의 친분도 없다면 세계적 대기업도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다.

그런 중요한 시점에 하늘에서 준 기회처럼 눈앞에 등장한 장립.

트럼프도 암암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중이었다.

생각지 못했지만 놀랍게도 다니엘이 장립과 친분이 있었다.

다니엘과 그랬던 것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장립 역시 동생으로 삼았다.

우려했던 것보다 일이 수월하게 풀렸다.

트럼프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

장립이 여자를 무척 밝힌다는 핫한 소문도 접수했다.

다니엘 못지않게 미남인데다 나이도 어렸다.

피 끓는 청춘들에게 미녀만한 매력적인 미끼도 없었다.

어차피 두 사람 모두 돈은 넘칠 만큼 많았다.

돈과 매력 있는 여성은 능력 있는 남성을 자극하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립. 너도 내 거미줄에 걸렸어.”

트럼프는 다니엘이 자기편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았다.

다니엘의 선견지명을 높이 사긴 했지만 그 이상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사실 다니엘도 목적이 있어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어차피 세상사 모든 것이 이해관계에 의해 맺어진다는 것쯤은 진작 어린 시절에 깨달았다.

아버지로부터 습득한 거래의 기술.

부모와의 관계도 트럼프는 이해관계로 접근했다.

그동안 만나고 헤어진 와이프들과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트럼프가 쌓아온 부와 명예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 사실을 적절히 이용해 욕심도 채웠다.

자식들도 이해타산으로 배우자를 정하고 결혼시켰다.

그리고 절대로 마음 약하게 먼저 재산을 물려주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결혼 유무를 떠나 자식들은 트럼프의 말에 무조건 복종했다.

엄마는 각각 달랐지만 트럼프를 중심으로 그들은 서로 친했다.

트럼프의 성격이 어떤지 알고 있어 굳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팎으로 모든 중심에 서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거침없이 살아가고 있는 야심가 트럼프.

“지금쯤 조우했겠군. 흐흐흐.”

특별한 손님들을 초대해 두었다.

트럼프가 알고 있는 선에서 할리우드 인맥을 총동원했다.

그녀들이 출연하면 두 명의 동양인은 얼이 나갈 수밖에 없다.

남자라면 누가 되었든 한눈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아름답고 위험한 미녀들.

장립과 다니엘을 테스트하기 위한 또 다른 장이 될 것이다.

***

꿀꺽.

임성철 회장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 꿀꺽.

“아.”

짧은 한숨이 터졌다.

총각귀신 딱지를 뗀 장립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나타난 두 명의 여인.

트럼프가 미리 섭외해 놓은 골프 파트너가 확실했다.

- 에바……. 오! 나의 뮤즈여!

귀신의 목소리가 몹시 떨렸다.

두 명의 섹시 스타 여배우가 눈앞에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엄청 유명했다.

짧은 골프복 치마를 입고 나타났는데 몸매가 환상적인 여배우 니나 스캇이었다.

드라마 뱀파이어 수첩에 여주인공으로 등장해 세상 남자들의 마음을 모조리 녹여버렸다.

요 근래 몇 년 동안 가장 아름다운 몸매 1위에 선정되기도 한 니나 스캇이 하늘색 치마와 같은 계열의 체크무늬 반팔 셔츠를 가볍게 입고 나타났다.

눈동자가 제멋대로 흔들릴 만큼 시선을 사로잡는 풍만한 바스트.

우리를 향해 환한 미소를 날렸다.

그리고 니나 스캇 옆에 있는 또 한 명의 여배우.

몸매는 니나보다 덜 풍만했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길쭉길쭉한 다리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세계적 문제작으로 불렸던 영화 ‘몽상자녀들’의 여주인공이었던 프랑스 여배우.

다소 퇴폐적으로 보였던 눈빛이 매력적이었다.

007에 출현하기도 했으며 200제국의 격전에서 매혹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왕비 역할을 맡기도 했다.

특유의 몽환적이고 신비한 분위기 때문에 여왕이나 섹시 마녀 역을 주로 맡았던 에바 잭스.

그녀의 이름도 에바다.

어젯밤 임성철 회장과 뜨거운 밤을 보냈던 FBI 요원과 이름이 같았다.

솔직히 이 여성도 느낌이 에바다.

- 이거 실화임? 아아아아……. 내가 이번 생에 에바를 눈앞에서 볼 수 있게 되다니! 신이시여! 당신을 경배합니다!

정신이 나간 듯한 미친 귀신 장립.

죽은 놈 주제에 이번 생을 논한다.

그리고? 신? 내가 신이다 이놈의 귀신아!

사박사박.

두 미녀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걸을 때마다 골프 의상인 짧은 치마가 나풀거리며 새하얗고 매끈한 다리가 언뜻언뜻 보였다.

“음.”

임성철 회장이 차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 전 무조건 에바입니다! 회장님 몽상자녀들 보셨죠? 제 인생 명작입니다. 다들 비웃을지 모르지만 에바와 결혼하는 게 당시 소망이었습니다. 흐흐흐.

장립은 이미 혼자 잔뜩 들떴다.

여여는 벌써 잊어버린 나쁜 귀신.

세상에 남자라는 족속들은 귀신이나 산 자나 다 똑같다.

- 태산 형님……. 에바는…… 아니죠?

나보다 오래 살다 먼저 죽은 귀신이 형님이란다.

그만큼 에바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체통 없이 귀신과 여자를 놓고 입씨름을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다만 트럼프의 속내가 무섭다.

일반인은 구경하기도 힘든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를 내세워 미인계 작전을 썼다.

자신의 마당발을 은근히 자랑하고자 던진 카드.

그 사실을 낱낱이 알고도 덥석 물기에는 자존심이…….

“난 니나.”

엥?

그때 임성철 회장이 니나 스캇을 뜨겁게 바라봤다.

- 뭐, 뭐라고요? 니나요! 왜요? 니나는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회장님! 다시 한 번 재고해 주세요!

귀신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나도 의외다.

“여자는 몸매지. 내가 여럿 만나보니까 에바 같은 스타일은 피곤해. 니나 얼굴에 찍혀 있는 저 섹시 점 보여? 내 이상형이야.”

취향 확고한 거 봐라.

여러 방면의 인생 경험을 통해 확고한 자기 스타일을 정립한 임성철 회장.

- 노우! 그건 아니죠! 여자는 분위기입니다. 회장님 에바 눈빛 한 번만 더 봐주세요. 저 퇴폐적 관능미 안 보이세요? 빠져들어갈 것 같은 뇌쇄적 타락미가 눈에 가득하잖아요. 에바가 진국입니다!

귀신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 말을 듣다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도 에바 같은 스타일이 끌렸다.

“립. 니나 몸매 안 보여? 저런 배우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해. 저 여배우 때문에 내가 바쁜 와중에도 미국 드라마를 다 챙겨 봤어. 한 번 부르려고 했었는데……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군. 아주 좋아.”

임성철 회장의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차피 트럼프가 재미있게 놀라고 만들어 놓은 판이다.

여기서 점잔 빼는 것도 웃겼다.

- 회장님! 설마 잊으셨습니까? 지금 사용하는 육체와 이름은 제 것이라고요!

귀신 장립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했다.

“세팅된 베이스 몸뚱이는 내 것이야.”

임성철 회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치열한 말싸움.

끼어들기 애매했다.

- 으아아아아! 이건 반칙이에요! 반칙! 제 몸과 이름 내놓으세요!

“능력되면 마음대로.”

“하아아.”

진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귀신과 인간이 서로 자기 의견이 맞다고 싸움질이다.

나도 예상치 못한 둘의 확고한 취향 차.

여여를 좋아했던 장립의 스타일이 엿보였다.

FBI 요원 에바와 뜨거운 밤을 보낸 임성철 회장의 취향도 짐작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 당장 두 사람이 의견차를 보이며 갈등하고 있다는 것.

트럼프의 계산된 장난질에 놀아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이 상황을 예견하고 있을 트럼프.

그의 타고난 잔머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난 니나뿐이야.”

당당하게 내뱉는 임성철 회장의 목소리.

와아! 

입이 쩍 벌어졌다.

임성철 회장의 예상치 못한 똥배짱은 상상을 초월했다.

분명 트럼프의 별장에 들어서던 순간만 해도 둘은 철떡 콤비였다.

세상에 흔하지 않은 일로 진한 우정을 쌓은 둘이 이성 취향 차이로 돌변했다.

엄밀히 말해 둘 다 자기 몸뚱이가 아니다.

그런 마당에 몸뚱이 소유권을 주장하기까지 했다.

마음 같아서는 솔로몬의 판결처럼 몸뚱이를 둘로 쪼개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 태산 형님! 공정하게 이 상황에 대한 결론을 내려주십시오! 형님이 보시기에 이 얼토당토않은 상황에 누구 편을 드는 게 맞겠습니까?

장립아. 니가 말하고도 부끄럽지 않냐?

공정을 말하면서 누구 편을 강조하는 건 뭔데!

“난 믿네.”

짧고 굵은 저 말이 더 무섭다.

묵직한 주먹 한 방처럼 심장을 치는 임성철 회장의 말.

- 흥!

“흥!”

유치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결론을 내려야만 했다.

잘못하다가는 중요한 시점에 파토 나게 생긴 삼귀행.

“안녕~.”

“만나서 반가워.”

두 여자가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했다.

트럼프에게 언질을 받은 듯 말투에는 이미 호감이 가득했다.

파바밧.

서로를 빠르게 스캔하며 주고받는 눈빛 교환.

속으로 두들긴 견적은 1초면 충분했다.

“만나서 반가워. 난 다니엘. 이 친구는 립.”

미녀들에 대한 면역 주사를 수시로 맞아온 나는 당연히 흔들리지 않았다.

“반가워. 립이라고 해.”

임성철 회장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그사이 말하는 톤을 바꿨다.

- 프랑스로 멋들어진 인사를 건넸어야죠! 으아아아!

귀신은 계속 흥분 상태.

이럴 때는.

“에바와 니나 둘에게 할 말 있어.”

“???”

나를 바라보는 두 여인.

틈을 주지 않고 빠르게 치고 들어갔다.

“오늘 파트너를 정해야 할 것 같은데, 두 사람은 각자 누구를 선택할 거야?”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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