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47장. 여우굴에 가다(2). (843/1,284)

847장. 여우굴에 가다(2).

“경호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선이 아니라 완벽해야 해!”

“인단에서 고수들을 더 파견했습니다. 문제가 없을 겁니다.”

“암살 시도가 벌써 다섯 번째야.”

“일부 부패 관료들과 지방 세력들이 반부패 운동에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보시라이와 저우융캉 뒤에 상해방이 있어. 모든 게 상해방 놈들 짓이야!”

자가용 비행기 내에서 소식을 전해들은 리장창이 이를 갈았다.

정권이 바뀌고 상해방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물론 처음부터 만만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뿌리를 깊게 내린 상해방의 권력.

도를 넘어 시진핑 주석에 대한 암살 시도로 이어졌다.

스나이퍼뿐만 아니라 진료를 받던 국립 병원에서 독극물 암살 시도가 자행됐다.

목숨을 잃은 경호원들 수만 해도 수십 명.

상해방에 대한 복수도 함께 이루어졌다.

관련된 자들뿐만 아니라 상해방 핵심 권력자들에 대한 탄압도 가속화 됐다.

어둠 속에서 치열하게 치러지고 있는 전쟁.

언론과 인터넷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어 인민들은 이 사실을 잘 몰랐다.

그저 부패와의 전쟁이 치러지고 있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그래도 요즘은 잠잠합니다.”

“저우융캉을 잡아 들였으니 당연하지.”

군권과 비슷한 수준의 무장경찰 통제권을 쥐고 있던 저우융캉.

치열한 싸움 끝에 그를 부패로 얽는 데 성공했다.

당연히 장택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런 정황 때문에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를 열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물론 천지회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같은 상황에는 한 발 물러나는 순간 패배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신 경호를 강화하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펼쳤다.

홍콩에 있던 리장창이 그들을 직접 불러들였다.

호출된 인단은 모두가 뛰어난 정보통.

베이다이허에 모이는 권력자들 개개인에게 인단 요원들이 모두 달라붙었다.

“단주님의 왕리쥔과 보시라이 사이의 이간계는 가장 훌륭한 계책이었습니다.”

제갈유량이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리장창을 찬탄했다.

차기 국가주석으로 보시라이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가는 곳마다 조직폭력배를 소탕하기로 유명한 경찰 영웅을 본인 휘하에 두기도 했다.

초기에는 의도한 대로 대성공을 거뒀다.

빼앗긴 상해방 권력을 되찾을 수 있을 만큼의 정치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의 영광스러웠던 발걸음은 끝내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놈이 상해방의 끄나풀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통탄했는지…….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린다.”

보시라이는 태자당 소속이었지만 장택민과도 인연이 깊었다.

보시라이 아버지 보이보는 유명한 당원로였다.

그리고 장택민과는 여러 갈래로 꽌시가 깊이 연결된 자였다.

그 사실을 알고 리장창은 이간계를 사용했다.

왕리쥔을 이용해 첩자인 보시라이와 뒤를 봐주던 저우융캉을 동시에 날렸다.

한때 내전 위기까지 치닫기도 했지만 공청단과 손을 잡은 태자당은 상해방을 밀어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시시각각 시도되는 시진핑과 태자당에 대한 암살 시도.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도 그 파장이 미칠 게 확실했다.

“어차피 제거된 자들입니다. 이제 감춰진 이빨만 하나씩 뽑으면 됩니다.”

“앞으로 최소 10년. 그때까지 우리는 결코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다른 특이 사항은 없나?”

“장택민 주석은 자기 별장에 이미 도착한 거 같습니다. 그런데 홍콩에서…… 그자가 오고 있습니다.”

“누구?”

“장립이 양소려와 동행중이라고 합니다.”

“장립!”

리장창의 인상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장립이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몹시 기분이 나빠졌다.

“그자가 왜?”

“장택민이 초청한 것 같습니다.”

“음…….”

리장창이 무거운 신음을 흘렸다.

장립의 이름과 유럽 화교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정체가 파악되지 않았다.

등장 몇 달 만에 요주의 인물로 등극했다.

홍콩에 투자회사를 건립하고 활발하게 사업을 추진 중에 있었다.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수익률이 상당히 높았다.

“상해방에서 밀어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베이다이허에 나타난다는 건 엄청난 꽌시를 맺어주겠다는 의미다.

리장창의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지켜봐.”

“꼬리를 붙여뒀습니다.”

‘장립이라…….’

아무리 무심하려 노력해도 놈만 생각하면 기분이 나빠졌다.

지난봄 불시에 찾아든 장태산 만큼이나 신경이 몹시 쓰이는 자였다.

‘네놈이 누군지 몰라도 베이다이허에서 뼈를 묻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베이다이허에서는 버젓이 있던 사람이 종종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화려한 낮과 달리 베이다이허의 위험한 밤.

권력을 원하는 자들에게는 천국인 동시에 지옥이었다.

***

“다 왔네요.”

“공항이 아담합니다.”

“국내선만 이용하는 공항이라 그래요.”

인구 300만의 진황도 공항.

국내선 전용이라 그런지 공항은 무척 아담했다.

“보통 북경에서 차를 타고 오지 않습니까?”

“특별 대접이라고 해두죠.”

양소려가 마음을 감춘 채 대했다.

적과의 동침이랄까.

양소려는 나를 믿지 않았다.

나 또한 그녀를 신뢰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

자가용 비행기에서 내렸다.

차자작.

몇 명의 경호원들이 비행기 밖에서 대기 중에 있었다.

다들 무공을 익힌 듯 감춰진 기의 흔적이 선명히 보였다.

눈빛은 하나같이 매서웠다.

가슴팍 안쪽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은 총이 분명했다.

분위기만 봐도 살벌했다.

말로만 듣던 중국 권력자들의 단체 회동.

긴장된 만큼 기대가 컸다.

“립. 진황도에서는 눈과 입을 조심해야 해요. 모르는 사람을 오래 봐서도 안 되고, 소개 전에 말을 함부로 섞으면 큰일이 날 수도 있어요.”

양소려가 주의 사항을 건넸다.

“최대한 주의하겠습니다.”

“마카오 도박판 같은 곳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말씀드릴 게요.”

양소려의 얼굴에서 긴장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홍콩에서 봐왔던 여유로움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보았던 평화로운 바다의 진황도.

여름 습기와 함께 콧속을 파고드는 바다 냄새가 비릿하게 전해졌다.

타다닥.

경호원들과 함께 출국장으로 향했다.

스윽.

양소려가 손에서 코팅된 당원증을 꺼냈다.

처척!

공항 직원들이 차렷 자세로 경례를 올렸다.

그리고 프리패스.

공항은 통제된 듯 일반인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타세요.”

리무진 차량이 대기 중이었다.

중국에 와서 이런 호사를 누릴 줄은 몰랐다.

“고맙습니다.”

경호 차량도 두 대나 됐다.

양소려를 위함인지 나를 위함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차에 올랐다.

“특별 경호 지시가 내려왔어요.”

“누구에게서 말입니까?”

“주석님요.”

“제가 그분을 모르는데…… 일단 고맙다는 말씀 전해주십시오.”

“직접 뵈면 그때 인사하세요.”

“오늘 말입니까?”

“시간은 몰라요. 베이다이허의 시간과 약속은 누구에게도 정해진 바가 없답니다.”

마치 도깨비놀음 같은 베이다이허 회의.

2020년까지도 그 정확한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회귀 전 증권회사 재직 중에 중국 증권 시장을 연구하며 습득했던 중국 경제, 문화, 정치권에 대한 지식이 때를 만나 잘 활용됐다.

이번 생에 이렇게 도움이 많이 될 줄은 몰랐다.

홍콩 투자회사 수익도 그 지식이 바탕이 된 케이스였다.

그러나 베이다이허에 대한 자세한 흑막은 다시 사는 나도 알 수 없는 감추어진 비밀.

호기심이 극에 달했다.

반신반의하며 던진 조건을 흔쾌히 받아 준 장택민.

그를 빨리 만나보고 싶었다.

“숙소는 어딥니까?”

“아빠 별장요.”

“양광 형님 능력이 대단하십니다.”

“립. 부탁해요. 아빠가 다칠 수도 있어요.”

당당하던 양소려가 더없이 순한 양이 됐다.

빙긋,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굳이 어떤 약속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언제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런 나의 신념을 양소려는 결코 알 길이 없었다.

여차하면 베이다이허가 나 한 사람으로 인해 쑥대밭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우우우웅.

도심은 조용했다.

베이다이허 기간 동안 차량 통제로 도로가 한산했다.

대신 달리는 도로 곳곳에 공안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신호를 조작해 특별 차량들을 선별해 빠르게 통과시켰다.

“별장들이 아름답군요.”

“돈이 있다고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북대하’라 불리는 베이다이허.

보해만 앞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그림 같은 별장들 수백 채가 도란도란 자리하고 있었다.

평화로워 보이는 정경과 달리 경비는 삼엄했다.

장갑차까지 대동한 무장병력들도 보였다.

“지금 베이다이허 외곽에는 사단급 병력이 전개되어 있어요. 공안들뿐만 아니라 각 세력들을 보호하는 경호원 수만도 수천 명이 넘어요.”

이 정도라면 시진핑 주석의 핵가방도 함께 와있을 것이다.

환하게 가로등이 밝혀진 베이다이허의 밤.

황제들과 권력자들의 정치적 음모, 귀계가 가득 찬 베이다이허로 리무진이 미끄러지듯 진입해 들어갔다.

쇄애애애애애앵.

그때 갑자기 굉음이 들려왔다.

끼이이이이이익.

느닷없이 도로 한쪽에서 나타난 빨간색 스포츠카.

브레이크를 밟았음에도 멈출 기색도 없이 맹렬하게 리무진을 향해 돌격해 왔다.

“앗!”

양소려가 깜짝 놀랐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모든 장면들이 슬로비디오처럼 눈에 들어왔다.

당황한 표정의 운전자.

제동을 포기한 듯한 스포츠카.

실드!

조용하고 가볍게 보호 마법을 펼쳤다

콰앙!

차량 운전석 앞 측면에 가해지는 강한 충격.

“커억!”

운전기사의 비명 소리가 먼저 터졌다.

끼이이이이익.

뒤이어 경호 차량들의 브레이크음이 이어졌다.

타다닥.

“누구야!!!”

경호원들이 총을 빼들고 스포츠카를 둘러쌌다.

부우우우웅.

그사이 뒤에서 또 다시 매섭게 달려오는 몇 대의 차량들.

끼이이익.

그들에게서도 이어지는 요란한 브레이크 소음.

차자자자작.

차가 멈추는 동시에 하차하는 대여섯 명의 경호원들.

“너희들 뭐야!!!”

“총 내려놔!”

서로를 모르는 듯 상대를 향해 총을 겨누는 두 집단.

“괘, 괜찮아요?”

고수답게 별 충격을 받지 않은 듯 양소려가 나를 살피며 물었다.

“전 괜찮습니다.”

충격 1도 없다.

“다행이에요.”

“그런데 이 상황은 뭡니까?”

“미친!!!”

덜컹!

화가 잔뜩 난 양소려가 거칠게 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나도 그녀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

치이이이익.

‘람’으로 시작하는 유명한 스포츠카 범퍼가 부서졌다.

앞쪽이 부서진 리무진 차량에서 뜨거운 라디에이터 액체가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

딸깍.

그제야 스포츠카의 운전석 문이 열렸다.

붉은 치파오를 입은 여인의 날씬한 다리가 먼저 뻗어나왔다.

그리고.

“누가 차를 이 따위로 만든 거야!”

미간을 찌푸리며 한 여자가 내렸다.

회귀의 전설 2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