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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6장. 카드의 제왕. (823/1,284)

826장. 카드의 제왕.

“겨우…… 3원페어?”

“하아. 우리가 당한 거야?”

“뭐야? 원페어로 뻥카를 친 거야?”

“나 투페어였다고!”

사방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으으…… 으.”

리커창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깔린 패가 무척 좋았다.

텍사스 홀덤 자체가 매우 공격적인 포커 게임이었다.

그런데 3원페어가 승리했다.

바닥에 깔린 카드 중 두 장의 무늬가 같았다.

리커창의 감춰진 패 두 장도 같은 무늬.

플러시를 노릴 수 있었다.

같은 무늬가 한 장만 더 나온다면 충분히 승자가 될 수 있는 판이었다.

리커창은 자신의 차례가 오자 배팅 금액을 큰 폭으로 올렸다.

자신의 계획대로 이번 판만큼은 승리할 듯했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했다.

게임을 시작한 지 30분도 지나지 않았다.

벌써 빌려 놓은 돈 중 3000만 달러를 잃었다.

이번 판에 깔린 돈이 2000만 달러 정도 됐다.

승기를 잡는다면 앞에 잃은 것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지 무늬는 마지막까지 맞지 않았다.

원페어 중 가장 낮은 2원페어만 겨우 완성됐다.

반드시 이번 판을 먹겠다는 마음으로 마지막에 뻥카를 쳤다.

2000만 홍콩 달러를 올인한 것이다.

투페어 정도를 쥐고 있던 자는 나가떨어질 만큼 큰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런…… 제가 이겨버렸네요. 그냥 확인 정도 하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재수 없는 놈이 리커창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 말을 흘렸다.

3원페어로 2원페어의 리커창을 아주 지그시 밟았다.

촤라라라락.

딜러가 칩을 정리해 수수료를 제하고 그놈에게 건넸다.

원페어 하나로 수천만 홍콩 달러를 쓸어 담았다.

“크으.”

리커창의 안색은 숨길 수 없을 만큼 하얗게 질렸다.

농촌에서 태어나 고생 고생해 자수성가를 이뤘다.

대도시의 허름한 골목에서 탄 연기를 폐부에 축적하며 양꼬치를 구워 팔았다.

모친이 전수해 준 맛 좋고 정성 가득한 비법의 소스가 인기를 얻었다.

운이 좋았는지 단골이 권유한 양꼬치 공장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엄청난 돈을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돈이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비법 소스에 중독된 사람들이 전염병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분수를 넘는 돈이 들어오면서 리커창은 정화되지 못한 쾌락에 빠져들었고 또 탐닉했다.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20년 동안의 시절을 함께한 조강지처도 그때 정리했다.

공장을 운영하는 동안 양꼬치를 구워 팔다 폐병을 얻었던 아내.

당시 리커창에게 돈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위자료로 쥐꼬리만 한 돈을 쥐어주고 내쫓았다.

젊은 여자를 후실로 들이고 그때부터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돈에 아주 눈이 돌아간 뒤였다.

초심은 오래전에 잃어버렸다.

비법 소스의 맛도 변했다.

소스에 들어가는 원재료 값을 절약하기 위해 좋지 않은 재료와 화공약품을 첨가했다.

수순처럼 손님은 점점 줄어들었다.

도박판에 발을 들인 건 그때부터였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해소 창구로 도박판을 찾았다.

그리고 오늘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크, 크리스티나. 내 신용으로 칩을 채워줘.”

리커창이 조급한 목소리로 크리스티나를 찾았다.

“모든 신용을 사용하셨습니다. 오늘은 이만 퇴장해 주십시오.”

크리스티나가 리커창의 요구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무슨 헛소리야! 나 리커창이야! 리커창!”

괴성에 가깝게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는 리커창.

“신용 잔고가 없습니다. 다음에 방문해 주십시오.”

크리스티나는 요지부동이었다.

어느새 두 명의 보안요원이 방에 들어와 대기했다.

“시끄러운데! 그만 꺼져줄래?”

홍린이 비웃음을 입가에 걸고 리커창을 자극했다.

“이런 썅! 너 뭐야! 어떤 새끼 얼나이야! 나 아는 형님들이 누군 줄 알아?”

잘 걸렸다는 듯 홍린에게 화풀이를 시작하는 리커창.

“그래~? 누군데?”

홍린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순간 크리스티나가 리커창에게 황급히 다가가 귀띔을 했다.

“죽고 싶습니까? 계속 이러시면 당신은 내일 아침 마카오 바다에 시체로 떠오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

크리스티나의 한마디에 리커창의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돈을 잃고 순간 너무 흥분했다.

시퍼런 시선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사람들.

자신보다 훨씬 높은 꽌시로 연결되어 있는 이들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단 한마디에 상황을 파악한 리커창이 고개를 팍 수그렸다.

돈이 실어주던 허세가 사라지자 현실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깨달은 것이다.

“갈 때 가더라도 차비는 가지고 가세요.”

처음부터 재수 없던 놈이 리커창 앞으로 계산된 칩 하나를 던졌다.

100만 달러짜리 황금칩.

과하다 싶은 금액이었지만 승리를 쥔 자는 칩을 아끼지 않았다.

그놈 앞에 수북이 쌓여 있는 상당량의 칩들.

대부분이 리커창의 수중에 있던 칩들이었다.

“싫어요?”

리커창은 잠시 갈등했다.

100만 홍콩 달러라면 2층 도박장에 가 다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자금이었다.

자존심과 현실적 상황 사이에서의 갈림길.

휘익.

떨리는 손으로 빠르게 칩을 낚아챈 리커창.

여유 만만한 장립을 노려보며 문을 벗어났다.

“자기~. 나에게 그 행운 좀 나눠주면 안 돼?”

장립 옆에 앉아 있던 홍린이 끈적한 시선을 던졌다.

대답 없이 조용히 웃기만 하는 장립.

게임에만 집중할 뿐 한시도 여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어라? 물건인데?’

홍린의 호기심이 바짝 고개를 들었다.

자신은 누가 봐도 혹할 만한 미녀였다.

더욱이 자신이 모시고 있는 사람은 엄청나게 대단한 남자였다.

알만 한 사람들은 알아서 조심하는데 장립은 목석처럼 게임에만 집중했다.

정중앙에 앉아 앞만 응시하고 있었다.

자리 선택이 탁월했다.

오직 딜러만 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게임이 끝나면 그때 나눠드리죠.”

장립은 홍린을 보지 않은 채 대꾸했다.

“정말요? 그럼 계속 응원해야겠네.”

포기를 모르는 홍린.

함께 게임을 하던 남자들의 안색이 미세하게 변했다.

지금까지 빈번하게 게임을 함께해도 홍린의 저런 적극적인 관심을 진심으로 받은 자들은 없었다.

파밧.

다들 눈을 곁눈질로 살피며 장립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배포가 상당했다.

돌부처처럼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포커페이스로는 최고.

“시작하겠습니다.”

과묵하다 싶은 딜러가 게임 시작을 알렸다.

스슥.

빠르게 나눠지는 카드를 보며 다들 입을 다물었다.

장립 앞에 쌓여 있는 1억 홍콩 달러가 넘는 칩들.

견물생심, 욕심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

“레이스! 500만 받고 500만 더.”

“콜.”

“레이스 1000만에 1000만 더.”

“콜!”

“와우! 이제 불이 붙었군.”

VIP룸을 지켜보던 에릭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한때 에릭도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름깨나 날리던 도박사였다.

이제는 손을 털고 보안팀장에 총괄 매니저를 맡고 있지만 피에 잠재되어 있는 도박사의 DNA가 순간순간 에릭을 자극했다.

판이 상상 외로 커지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은 여섯 명 모두의 패가 아주 좋았다.

바닥에 깔려 있는 세 장의 카드는 다이아몬드 K, Q , J.

성형외과 원장 류진의 카드는 마운틴으로 가장 높은 스트레이트가 완성됐다.

홍린과 래리는 다이아몬드 플러시가 5구만에 메이드되어 있었다.

지금껏 조용하던 브랜드는 감춰진 K를 두 장 숨기고 있다.

홍콩 갑부 리는 Q 두 장을 감췄다.

레이드가 첫판부터 커졌다.

여섯 명 멤버 모두 기묘하게 흥분했다.

자잘하게 진행되던 판이 한순간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스윽.

한 장이 더 바닥에 깔렸다.

하트 Q였다.

“음…….”

“하아.”

모두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최소 스트레이트가 완성되어 있는 판임을 직감으로 알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상황.

단 한 판에 불이 붙어 판돈 반절 이상이 바닥에 깔렸다.

“1000만.”

가장 왼쪽에 앉아 있던 리가 가볍게 1000만을 외쳤다.

그가 들고 있는 패는 클로버 Q 두 장이었다.

깔린 Q도 두 장.

하루 종일 쳐도 보기 힘든 포카드의 극강패.

얼굴 표정을 감추려고 애를 썼지만 이미 볼의 근육이 씰룩거렸다.

‘흐흐흐. 이 판은 내 승리다!’

이런 식으로 카드가 깔린 판에서 포카드를 이길 자는 거의 전무했다.

여섯 명 모두 레이스가 붙는 판을 다시 만나기는 힘들었다.

운이 좋았다.

이 판에 승리하게 되면 최소 4억 홍콩 달러 이상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콜…….”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홍린이 콜을 외쳤다.

그냥 이대로 죽을 수 없는 판.

“콜.”

래리도 떠밀리듯 콜을 외쳤다.

모두가 다 숨을 죽이는 판.

“1000만에 2000만 더.”

그 순간 장립이 아무렇지 않게 판을 더 키웠다.

VIP룸은 풀 배팅이 가능한 구역.

“아…….”

“음.”

떠밀리듯 콜을 외치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 래리와 홍린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각자가 쥔 패로는 승기를 잡기가 어렵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다이……. 다들 숙녀에게 예의가 없네요.”

홍린이 기권을 선언했다.

“나도…… 다이.”

래리도 떨어져 나갔다.

“젠장! 저 자식은 무슨 패를 가지고 있는 거야! 패를 보기는 한 거야!”

모니터로 룸을 살피던 에릭이 장립을 보며 욕을 퍼부었다.

초심자 주제에 처음부터 자신의 손에 있는 패는 보지도 않고 막 질러대고 있었다.

“콜.”

류진이 거침없이 콜을 외쳤다.

“콜.”

도박사 브랜드도 마찬가지.

촤라라랏.

중앙에 황금칩이 산을 이룰 만큼 판은 커졌다.

“히든카드입니다.”

딜러가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마지막 카드를 깔았다.

바닥에 오픈된 다섯 장의 카드.

“오우!”

“쉣!”

하트 왕자 J가 환하게 웃으며 겜블러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공개했다.

홍린과 래리가 흥분된 감정을 드러냈다.

플러시로도 잡을 수 없는 풀 하우스 그림.

“올인!”

Q 포커를 잡고 있던 리가 자신의 모든 칩을 던졌다.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젠장……. 콜!”

마운틴을 잡은 류진이 인상을 잔뜩 쓴 채 하는 수 없이 콜을 외치며 올인했다.

패배를 직감했지만 자존심이 그냥 죽는 걸 허락지 않았다.

“콜!”

촤라라라라라랏.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던 장립.

의외로 차분하게 콜을 외치며 자신 앞에 쌓여 있던 칩 모두를 중앙으로 밀었다.

‘흐흐흐흐. 이 판은 내가 주인이다!’

프로 도박꾼 브랜드는 터질 듯한 희열에 온몸을 휘감는 흥분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프로 도박꾼의 길을 여태 걸었지만 오늘 같은 판은 인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했다.

프로들은 카지노 측과 특정 계약을 맺어야만 이런 큰 판에 낄 수 있었다.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브랜드가 평생 쓰고도 남을 만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큰 판이었다.

“올인!”

끝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던 브랜드가 살짝 미소 지으며 자신의 칩 전부를 밀어 넣었다.

“카드를 오픈하십시오.”

“K 마운틴…….”

귀신에 홀린 듯 콜을 외치며 돌던 류진이 마운틴을 펴보였다.

패배를 직감한 그의 말투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

“흐흐. 이 판은 내가 먹은 것 같습니다. K 풀 하우스!”

“아!”

류진이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1년 수입이 한꺼번에 날아갔다.

브랜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좌중을 훑었다.

깔린 패가 화려하긴 했지만 플러시가 대부분일 것.

‘리……. 넌 잘해야 Q 풀 하우스겠지. 흐흐.’

상대의 표를 예상해 보는 브랜드.

거만한 눈빛으로 홍콩갑부를 응시했다.

“하아.”

아니나 다를까 긴 한숨을 내쉬는 리.

“리. 실망하지 말아요. 게임은…….”

가볍게 위로의 말을 던지며 승자의 미소를 짓는 브랜드.

“난……. Q 포카드입니다.”

“허억! 포, 포카드!”

“어머!”

“아아아…….”

풀 하우스를 누르는 포카드의 등장.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한 판에 모두가 기겁을 하며 놀랐다.

“흐흐흐, 이번 판은 운이 좋았습니다.”

리가 마지막 카드를 내려놓고 산처럼 쌓인 칩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딜러가 따로 정리할 것도 없었다.

올인 판.

수북이 쌓여 있는 칩을 모두 끌어와 딜러비만 정확하게 정산하면 된다.

지금까지 게임 판에서 포카드가 나온 경우는 거의 없었다.

리의 승리는 거의 확실했다.

“잠깐.”

그때였다. 지금까지 조용하게 침묵하고 있던 장립이 입을 열었다.

의아한 듯 멤버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만 짓고 있는 장립.

‘설마?’

리는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불길함에 길게 뻗은 팔을 떨었다.

Q 포카드를 당당하게 내놓고 이렇게 떨기는 난생 처음.

“립. 뭐죠? 당신의 그 미소의 의미는?”

홍린이 무거운 침묵을 깨며 물었다.

“아직 제 패는 오픈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이 판의 승자는 제가 될 것 같군요.”

“뭐, 뭐라고?”

“말도 안 돼!”

장립의 말에 멤버 모두 부인했다.

그들의 시선이 장립의 감춰진 패를 향했다.

Q 포카드를 누를 수 있는 패는 결코 많지 않았다.

K나 A 포카드 정도와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나와야 가능했다.

그러나 장립은 처음부터 자신의 패를 아예 살펴보지도 않았다.

판이 뒤집어진다 해도 승리 확률은 거의 없었다.

스윽.

장립이 카드 하나를 열었다.

다이아몬드 10.

“!!!”

“서, 설마!”

꿀꺽.

마른침이 넘어가고 지켜보는 이들 모두의 손에 축축한 땀이 돌았다.

만약 모두가 상상하는 그 패가 나온다면!

그야말로 장립은 이곳에서 전설이 될 것이다.

도신의 재림.

스으윽.

천천히 오픈되는 마지막 한 장의 카드.

“오! 마이갓!”

“꺄아악!”

“허어어억!”

“이런 말도 안 되는…….”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VIP 포커 판에서는 평생 한 번 보기도 어려운 카드의 제왕.

A, K, Q, J, 10.

그것도 빨간 다이아몬드 무늬로 이뤄진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카드의 끝판 왕.

Q 포카드의 심장에 날카로운 창을 깊숙이 쑤셔 박으며 승리의 깃발을 거머쥐었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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