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11장. 21세기 대마법사. (808/1,284)

811장. 21세기 대마법사.

“실패라고?”

“그렇습니다. 손국중은 폐인이 되고 손자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합니다.”

“바보 같은 놈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자기들을 믿어보라고 하더니!”

홍콩의 저택에서 리장창은 불같이 화를 냈다.

어렵게 획득한 장태산의 금융 정보를 넘겨주었다.

홍콩상행은행의 지분권자인 기사단 모르게 빼돌린 고급 정보였다.

그걸 이용해 장태산을 한국에서 법으로 처벌하겠다고 큰소리를 떵떵 치던 어리석은 놈들.

“단주님. 그래도 성과는 있었습니다.”

“성과?”

제갈유랑의 말에 리장창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드디어 장태산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송회 조직은 생각보다 뿌리가 깊습니다. 친일파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한국의 어둠 속 조직입니다.”

“그건 그렇지…….”

리장창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여러 루트를 통해 장태산에게 위해를 가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살수를 투입했는가 하면 저격조에 특수부대까지 보내 제거하고자 했다.

그럴 때마다 매번 신비한 능력에 막혀 처리하지 못했다.

중국 내부 사정은 아직도 혼돈 상태다.

천지회에서 밀어올린 자가 주석이 됐다.

시간을 두고 중국몽을 좀먹던 부정부패에 찌든 관료들을 속아냈다.

빠르게 그 빈자리를 천지회 인물들이 차고 들어갔다.

오랜 시간 동안 권력을 쥐고 있던 놈들의 저항은 생각보다 거셌다.

내부적인 안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장태산을 정리하는 데 힘을 투입할 여력이 적었다.

아쉬운 대로 한국 권력 집단을 이용하기 위해 수를 썼다.

그러는 사이 정태산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갔다.

“장태산은 신이 아닙니다. 사방에서 공격하다보면 빈틈이 생길 겁니다. 저희는 물론 일본과도 적이 됐습니다. 그런 상황에 내부에서 총질까지 하면…….”

“차도살인(借刀殺人)도 좋은 계책이지.”

리장창도 공감했다.

칼을 빌려 상대를 공격하는 수법은 빠듯한 수가 없을 때 택할 수 있는 계략 중 하나.

장태산을 한국 내부에서 물고 늘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일송회에 지원을 더할까 생각 중입니다.”

“어떻게?”

“그쪽 정치인들을 본국에 불러 힘을 실어주면 될 것 같습니다. 여러 경제적 이점도 언급하면 좋구요.”

“그래야지. 사냥개를 길들이는 데 뼈다귀를 던져주는 걸 아까워하면 안 되지.”

리장창이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던 이번 기회에 장태산을 처리 못 한 게 아쉽긴 했지만 아직 시간은 충분했다.

리장창이 몇 년 동안 장태산을 지켜 본 결과 그는 가진 능력에 비해 주변에 사람이 적었다.

특정 조직에 속해 있지 않은 개인은 외로운 법.

사방에서 가해지는 다수의 공격을 두 손바닥으로 막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건 그렇고 지금 그 녀석이 러시아로 갔다고?”

“사하공화국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뭘 하는데?”

“알 수가 없습니다.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습니다.”

“전처럼 특수부대 파견은 힘들겠지?”

“차르가 용서치 않을 겁니다. 그 일로……. 목숨을 건 경고를 받았습니다.”

푸틴도 만만한 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땅에 무단으로 들어와 총질을 했다는 이유로 중국 요원들 상당수가 의문사를 당했다.

첩보 세계에서는 수시로 벌어지는 사건.

아까운 요원들을 잃었지만 중국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직 군사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러시아의 도움 없이는 중국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계속 살펴봐.”

“명을 받듭니다.”

“기사단 쪽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중요한 고대 보물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고대 보물이라…….”

“정보가 거의 새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교황청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이상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궁금하군…….”

리장창이 가늘게 실눈을 뜨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를 움직이는 단체들은 그들만이 전수해온 비장의 수법들이 존재했다.

천지회 또한 도술을 사용하는 고수들이 존재하는 것과 같았다.

차일드와 아사신, 기사단, 뱀의 숭배자들도 마찬가지.

상대의 수를 알아내기 위해 언제나 정보 수집에 집중했지만 대부분이 극비에 붙여졌다.

“아가씨께 물어볼까요?”

“……클라라는 놔두게.”

리장창은 아무리 급해도 딸의 안전까지 해치고 싶지 않았다.

홍콩을 떠나 프랑스에서 이제야 편하게 숨을 쉬고 살고 있는 어여쁜 딸.

아내처럼 죽는 순간까지 평범하게 살기만을 바랐다.

“알겠습니다.”

“상황이 앞으로도 복잡할 것 같아. 전 단원들에게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하게.”

“단주님의 명을 따릅니다!”

리장창은 기율을 한 번 강조했다.

점점 더 다양한 사건으로 복잡해져 가는 상황.

‘장태산……. 장태산!’

그 많은 일 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존재가 장태산이었다.

***

“마법사?”

“네. 마법사요.”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임성철은 속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뜬금없는 장태산의 마법 타령.

‘이 녀석은 정말 괴짜야.’

장태산이 그냥 하는 농담이라 여겼다.

고도의 과학 문명이 꽃피고 있는 21세기에 대마법사라니.

어린아이들한테 할 만한 장난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임성철에게 있어 마법은 바로 진짜 과학이었다.

“못 믿으시는 것 같습니다.”

“장 회장. 농담도 적당히 해줘야 받아주지. 나 첨단 기술의 집약체 오정전자의 회장이야. 그런 나에게 영화에서나 그려지는 마법사를 믿으란 건가……. 혹시 그럼 사부가 간달프인가?”

“그분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역할일 뿐이죠. 그리고 그 마법사의 마법 능력은 그렇게 특출 나지도 않습니다. 오크들을 마나 스태프로 때려잡는 건 마법사들이 할 만한 행동이 아니거든요.”

“…….”

‘이게 뭐라고 이렇게 진지한 거야?’

방금 전까지 인생의 한 깨달음을 얻고자 눈빛을 빛내던 장태산이 지금은 마치 진짜 마법사인 양 말하고 있었다.

어른을 면전에 두고 이런 농담을 할 장태산은 아니었다.

‘설마?’

임성철은 잠깐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심각해졌다.

병석에 누워있다 이렇게 멀쩡하게 장태산과 대화할 수 있게 된 상황도 잊고 있었다.

내로라하는 실력 있는 관상쟁이도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었다.

그런 자신의 운명을 장태산이 바꿔 놓았다.

바짝 몸에 긴장감이 흘렀다.

농담이 농담이 아닐 때 나타나는 몸의 반응.

그건 다시 말해 사실이라는 증거였다.

“나 다 나은 거야?”

가장 중요한 원초적 질문.

“팔을 들어보시고 좌우로 움직여 보십시오.”

장태산의 말대로 팔을 들어 올리고 몸을 움직여 보는 임성철.

‘아무런 결림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오십견을 동반한 통증이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운동을 즐겨하지 않았던 탓에 몸은 마른 나무토막처럼 뻣뻣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달랐다.

20대까지는 아니어도 40대 때의 몸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숨을 깊게 들이쉬면 폐활량도 좋아진 걸 느끼실 겁니다.”

“후우우우우우우우.”

길게 숨을 내쉬는 임성철.

“!!!”

확실히 쓰러지긴 전보다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

그룹을 경영하면서 온갖 일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평소에도 몸에 열이 많았다.

그래서 특히 폐가 약했다.

항상 숨을 색색거려 숨쉬기가 편치 않았는데 지금은 말짱했다.

“그리고 이제 아침에 일어나보시면 건강해지셨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임성철의 얼굴 피부가 파르르 떨렸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 침대에서 일어날 때 느꼈던 아랫도리의 반응.

그때는 정신이 없어 놓쳤지만 이십년 만에 느끼는 개운한 기상이었다.

“병은 다 완치됐습니다. 수명은 계약한 대로 연장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이 상태는 이곳에서만 가능합니다. 한국에 돌아가시면 깨어나기 전 상태로 돌아갈 겁니다.”

약주고 다시 병을 주는 장태산의 말.

“하아…….”

임성철 입에서 아쉬움과 복잡한 심사가 뒤섞인 탄성이 흘러나왔다.

“회장님은 현명하시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협박하시면 안 됩니다. 저도 이것저것 제약이 많습니다.”

“진짜…… 마법사야?”

“의심 참 많으십니다.”

장태산에게 순식간에 주도권이 넘어갔다.

간식을 얻기 위해 꼬리 치는 강아지 신세나 진배없었다.

“보여줘. 네가 마법사라는 걸 믿을 수 있게 말야.”

임성철은 확인이 필요했다.

자신의 회복된 건강 말고도 눈에 확 들어오는 증거.

“불 좋아하십니까?”

“불?”

“라이터 없을 때 활용가능한 마법이 있습니다.”

‘겨우 라이터?’

임성철은 두 눈을 부릅떴다.

세계적 마술사들의 꼼수를 많이 봐왔다.

“잘 보십시오.”

장태산이 오른손을 들었다.

스윽.

소매까지 걷어 팔뚝까지 살이 드러나 보이는 장태산의 팔.

임성철은 장태산의 움직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순간.

“파이어!”

장태산의 입에서 짧은 한마디가 터졌다.

“???”

어떤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장태산의 드러난 맨 손은 처음 상태 그대로.

“장 회장……. 어른 놀리면 못써.”

임성철은 그제야 장태산의 말이 다 장난이라 확신했다.

“회장님. 제 손이 아니라 머리 위를 보십시오.”

“응?”

장태산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든 임성철.

3층 높이의 공간 위에 둥실 떠 있는 빨간불 공.

화르르르르르르르르.

그제야 확실히 느껴지는 화기.

“앗! 뜨거!!!”

임성철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장태산! 네 정체가 뭐야아아아아아!!!’

임성철은 속으로 미친 듯 비명을 질렀다.

***

“살면 살수록…… 희로애락에 더 빠져들어 허우적거리게 된다고?”

건강을 되찾자 다시 삶에 욕심을 보이던 임성철 회장.

임성철 회장처럼 나도 그를 믿지 않았다.

“임 회장님, 그곳에서 사냥 마음껏 즐기시고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만끽하십시오.”

임성철 회장을 사하공화국에 던져 놓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한국에 있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 띄기라도 하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사하공화국 성에 거주하게 된 씨큐리티 직원들에게는 비밀 엄수를 명했다.

고등 마법인 정신계 마법을 완벽하게 다루지 못하는 상태라 기본 암시 정도만 깔았다.

비밀이 샐 염려는 거의 전무했다.

임성철 회장 도움을 이번에 제대로 받았다.

정문일침(頂門一鍼).

손대균에게 향했던 나의 마음을 거둬들였다.

임성철 회장의 말대로 손대균 스스로 선택한 자신의 운명이었다.

이제 그라 해도 봐줄 이유가 없었다.

내 앞을 막거나 방해가 된다면 손대균도…… 제거할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자 거짓말처럼 모든 게 평안해졌다.

할 일이 무척 많았다.

일송회가 본격적으로 나를 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리고 싶지만 참았다.

대출 승인을 해준 조상님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바를 알았다.

하루 빨리 후손들이 깨어나 그들 스스로 더러운 이웃집 개들의 음흉함을 깨닫고 자력으로 그들과 대적하기를 바랐다.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쟁취한 위대한 한민족의 힘을 조상님들은 아직도 믿고 있었다.

앞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본격적으로 시작될 중국과 일본의 더러운 짓거리.

사드와 강점기 손해배상 문제를 핑계로 그들은 대한민국을 힘으로 찍어 누르려 든다.

아직은 겉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국민들을 알지 못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맛을 봐야 세상에 믿을 자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그때가 도래하고 있었다.

나는 그 거대한 판을 떠받치기 위한 초석과 같았다.

넘어져 쓰러지지 않도록 뒤에서 버텨 주는 든든한 문지기.

주어진 배역은 마음에 들었다.

나를 상대하고 있는 자들은 나 혼자만을 볼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들만의 착각.

결코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느 순간 깨어날 시민들 모두가 나의 동료였다.

대한민국의 국민들 굴리게 될 민족의 수레바퀴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난 진정한 한민족의 뿌리를 가진 한 핏줄의 힘을 믿었다.

띠리리리리리리리.

낯선 번호가 스마트폰에 떴다.

“장태산입니다.”

- ……선배님. 저 문효진이에요.

“네. 효진 씨.”

- 실례지만…… 오늘 시간 되세요?

“시간요?”

- 그때 밥 사기로 했는데…….

기가 잔뜩 죽은 듯한 문효진의 목소리.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에서 불안감마저 느껴졌다.

- 악신의 그물에 걸린 그녀를 구하시겠습니까?

다시 들려오는 그때 그 알림음.

“물론입니다. 오늘…… 시간 많습니다.”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나를 노리고 접근했을 또 다른 악신을 대면하는 재미.

임 회장님 충고처럼 난 이런 나의 길을 묵묵히 갈 것이다.

앞을 막아서고 뒤를 잡아당겨도!

그 어떤 장애물이 나타나도 과감하게 부셔버릴 것이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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