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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장. 불벼락. (795/1,284)

798장. 불벼락.

“손국중 회장 라인이 장태산을 쳤다고?”

“중앙지검 손주혁 검사가 손국중 회장의 손자입니다. 모종의 지시를 받고 장태산 회장 모친이 운영하는 재단과 갤러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미친놈이네.”

보고를 받던 임준형이 거침없이 내뱉은 한마디.

임준형도 일송회에 대해서는 알만큼 알고 있었다.

그룹 회장들 사이에서는 비밀 아닌 비밀로 취급됐다.

서로 얽히고설켜 있어 되도록 서로를 터치하지 않는 게 암묵적 예의였다.

보수 정치인들과 법조계를 장악한 일송회 덕분에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뿌리가 친일파들 모임으로 시작된 단체였기에 최대한 일정 이상은 엮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임성철 회장이 철저하게 관리했다.

일송회와의 관계가 갖는 위험성을 알기에 임준형도 거리를 뒀다.

비서실을 통해 성의 표시는 해왔지만 거래 관계 이상으로 발전시키지는 않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임준형의 오른팔 오광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모시는 수장의 심중이 가장 중요한 시점.

“조국일보도 장태산 회장을 치기 위해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보 같은 새끼들. 세상 변한 것도 모르고……. 쯧.”

임준형이 혀를 찼다.

조국일보의 시대착오적인 헛발질이 우스웠다.

오정조차 상대 못 한 거물이 장태산이다.

아직 상황 파악 못 하고 행동하던 임준형 앞에서 까불지 말라고 경고했던 장태산.

임윤아 덕분에 관계가 부드러워지지 않았다면 오정의 운명도 어떻게 됐을지 장담 못 했다.

그랬던 장태산을 겁 없이 흔들어 놓은 손국중 회장의 조손.

“어떻게 되고 있어?”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장태산 회장이 반격을 개시한 것 같습니다.”

“반격?”

“청와대가 벌집이 됐다고 합니다. 검찰총장도 움직임이 수상합니다. 그쪽은 장한수 실장이 움직인 것 같습니다.”

“장 실장 그 양반이 참 똑똑해.”

임준형이 쓴 입맛을 다셨다.

아버지가 병환으로 입원하면서 오정 권력은 자신에게 들어왔다.

장한수 실장의 실력을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아버지의 사람인 장한수 실장과 함께 갈 수는 없었다.

일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조직의 대대적 물갈이를 위해서도 용단이 필요했다.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분명 서운했을 장한수 실장.

모두를 위해 2인자는 한 발 물러서야 했다.

장한수 실장의 능력을 알고 있는 임준형으로서는 아쉬움이 컸다.

“죄송합니다.”

아직은 장한수 실장의 실력에 못 미치는 오광연 비서가 고개를 숙였다.

“난 오 실장이 편해. 미안해할 필요 없어.”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우리도 줄을 타야겠지.”

“노선을 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 실장이라면 어떻게 할 거야?”

“……일송회는 무서운 집단입니다.”

일송회의 진면을 알고 있는 오광연.

“그럼…… 장태산을 버려?”

“그 반대입니다.”

“반대?”

“장태산 회장 편에 서야 합니다. 어차피 임윤아 상무님과 엮인 걸 그들도 알고 있습니다. 일송회 측에서는 이미 오정도 장태산 회장과 한편이라 여길 겁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임준형이 가볍게 웃었다.

몇 년 전 골프장에서 장태산이 내뱉었던 오만방자한 망언 같았단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그는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오정도 쓰러뜨릴 수 있는 진짜 괴물이었다.

“그러시다면…….”

“우리 방식대로 가면 돼. 조국일보에 연락해. 오늘부터 오정 광고 싹 뺀다고 해.”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중부와 동서일보에도 경고해. 장태산의 ‘장’ 자만 신문에 언급돼도 오정 광고는 없다고 전해.”

확실하게 노선을 정한 임준형.

결심이 서자 곧장 자신만의 방법으로 장태산을 마크했다.

‘나중에 밥 한 번은 사겠지.’

이 또한 사업의 연장.

‘정리하려고 했다면 몇 년 전에 했어야지. 손국중 회장……. 당신의 시대도 끝나가고 있어.’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통해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었던 일송회의 무서움.

철옹성 같았던 그 일송회가 무너져 가고 있었다.

임준형은 확신했다.

가까운 시일 내 이번 일로 인해 손국중 회장이 크게 후회하고 말 거란 사실을.

“네 생각은?”

“장태산 회장을 도와야 합니다.”

“빚을 만들어 두자고?”

“장태산 회장은 일송회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닙니다.”

“방법은?”

“조국일보에서 광고를 빼십시오.”

“편 가르기 하는 것 같다.”

“아버지가 그러시지 않았습니까. 사업은 경쟁자와 아닌 자. 단 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어차피 장태산과 한 배를 탔다. 이제는 같이 움직여야지.”

엘자그룹 회장실.

고자룡 회장은 아들 고광문과 진중한 대화를 나눴다.

그룹 비서실에 감지된 놀라운 첩보.

장태산과 일송회 손국중 회장과의 전면전이 벌어졌다.

검찰과 청와대 쪽 인맥이 급하게 연락을 해왔다.

어느 누구도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오정도 같이 움직일 겁니다.”

“누가 보면 장태산 눈에 들려고 충성 경쟁이라도 하는 줄 알겠다.”

“어쩔 수 있습니까. 장태산이 슈퍼 갑인데요.”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바로 조치를 취하셔야 할 겁니다.”

“홍보팀에 연락해라. 오늘부터 당장 엘자 광고 전부 내리라고 말이야.”

“넵!”

“손국중 회장이 노망이 난 게야. 쯧쯧.”

연대자동차 그룹 회장실.

전문구 회장이 거칠게 혀를 찼다.

장태산에 관한 일은 무엇이 되었건 항상 보고 1순위였다.

타 그룹과의 접촉은 물론 신변 이상은 비서실을 통해 곧바로 전문구에게 전달됐다.

“악수입니다. 손대균 이사가 커버하고 있었다는 것을 일송회가 간과했습니다.”

“감이 떨어진 거지. 뒷방에서 조용히 마무리 할 것이지……. 악질 친일파 새끼가 욕심이 커.”

전문구는 일송회 활동 자체를 탐탁하지 않게 여겼다.

선친을 수십 번 분노하게 만들었던 일송회.

뿌리가 어찌나 깊은지 쉽게 공격할 수가 없었다.

시시때때로 떡고물을 바치지 않으면 정권과 법조계, 언론까지 동원해 연대를 괴롭혔다.

고 전준영 회장이 화병을 앓게 만들었을 정도다.

고향 땅에 묻히고자 갖은 애를 쓰며 소원했지만 일송회 측에서 일본의 명을 받고 추진하는 통일 사업들을 방해했다.

화가 치밀었지만 손을 얹을 수밖에 없었다.

선뜻 누가 나서서 그들을 공격하기에는 일송회가 가진 권력이 너무 거대했다.

운이 좋은 건지 그런 일송회가 장태산을 공격했다.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 없다.

손대균이 중간에서 조율자 역할을 크게 해왔음을 일송회는 몰랐다.

“도와야 합니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물론입니다. 손국중 회장이 강하다 하나 세상이 변했습니다. 과거처럼 마음대로 끌고 가 고문하던 시대가 아닙니다. 더욱이 상대는 장태산 회장입니다. 물리적 폭력을 가하면 미국 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클클. 오랜만에 재밌는 일이 터졌어.”

전문구는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눈엣가시처럼 거슬렸던 일송회와 장태산의 부딪침.

솔직히 장태산의 다음 행보가 무척 궁금했다.

“조국일보를 먼저 치십시오.”

“그놈들이 언제나 선봉장이었지.”

“반종현 회장이 언론의 포문을 열 겁니다.”

“눈치 없는 새끼들. 장태산이 그렇게 만만한 놈이었으면 내가 진작 처리했지.”

“주순자가 난리를 쳤다는 소식도 들어왔습니다. 공길춘이 대노했다고 합니다.”

“그 까칠하고 무식한 주순자를 장태산은 어떻게 요리한 거야? 직접 찾아가 목줄이라도 잡았나?”

전문구는 주순자의 돌변한 태도 변화에 대해서도 보고받았다.

정황상 장태산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을 뒤에 두고 천하에 무서울 것 없이 현 대한민국 행정부를 주무르고 있는 요주의 인물.

욕심이 어찌나 많은지 알게 모르게 연대에서도 많은 돈을 갈취해 갔다.

과거 바뀐 정권에 뜨겁게 데인 경험이 있어 이번만큼은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현찰로 지원했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큰소리 빵빵 치는 주순자가 장태산을 보호하고 나섰다.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상극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러니한 상황.

“알면 알수록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 장태산 회장입니다.”

정진환 기획조정실 부회장이 은근한 두려움을 드러냈다.

고집 센 전문구 회장도 장태산에 대해서만큼은 두 손을 들었다.

추진 중인 사업에서 장태산이 빠진다면 그룹의 미래 산업이 직격탄을 입게 된다.

하나둘 미세하게 엮여 들어가고 있는 사업들.

그가 제안한 사업들 모두 너무 매력적인 아이템들이었기에 알면서도 끌려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방 빼. 요즘 인터넷 신문사들 많아. 조국일보에서 광고 빼서 당분간 거기다 던져.”

“모두 뺄까요?”

“연대 이름 들어간 모든 광고는 내 지시가 따로 있을 때까지 모두 빼.”

“넵!”

전문구 회장의 결단에는 달리 토를 달 수 없었다.

지나치게 급해 보이는 성격과 달리 생각의 폭이 넓고 깊었다.

연대자동차를 단 시간에 이렇게 성장시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전문구 회장의 이런 결단력 덕택이었다.

“장태산한테 막걸리 한 잔 얻어먹을 거리가 생겼네. 이거 남는 장사야. 흐흐흐.”

전문구 회장에게 이제 일송회와 조국일보 따위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장태산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은 결코 연대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거라 확신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이런 일은 빠를수록 생색내기가 좋아. 오정이나 엘자에서 나서기 전에 선수 쳐.”

“알겠습니다.”

“다른 소식 들어오면 바로 올려.”

“넵.”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심심할 일이 없겠구나. 난 불 구경이나 해야겠다.”

끼릭.

큰 덩치를 의자 깊숙이 기대며 활짝 웃는 전문구.

‘장태산. 이번에도 네 능력을 보여줘 봐라. 반드시 그 친일파 새끼들……. 모조리 갈아 엎어버려.’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는 전문구.

하늘에 계신 선친도 장태산을 지지하며 마음을 보태고 있을 거라 믿었다.

***

‘모가지?’

반종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이도 한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장한수 실장.

수십 년 동안 조국일보와 행보를 함께해온 인물이었기에 최대한 그를 존중했다.

임성철 회장의 그림자나 진배없는 만큼 또 무시할 수도 없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함께 좋은 곳에서 술자리를 즐기던 사이다.

그런 장한수 실장이 생각 없이 막말을 쏟아냈다.

“형님. 농담이 과하십니다.”

반종현은 한 번 더 기회를 줬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 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고 입 밖에 내선 안 될 말이 있었다.

지금 장한수 실장이 그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셈이다.

- 농담? 반종현이. 내가 너하고 농담할 군번이냐?

‘이 자식이 뭘 잘못 처먹었나. 누굴 믿고 이 따위로 나오는 거야? 실성을 했나.’

장한수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나올 수가 없다.

오정의 뒷배도 없어진 상황에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임성철 회장과 오정의 힘을 믿고 벌였던 불법 행위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조국일보에서 까는 순간 상상을 초월한 아비지옥이 펼쳐질 판이다.

물론 조국일보도 함부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끈끈하게 얽혀 있는 지난 시간들의 역사.

“그럼 뭡니까! 다짜고짜 모가지라니!”

반종현이 참지 못하고 큰 소리를 내질렀다.

이런 싸구려 대접을 받아본 건 오랜만이었다.

조국일보는 대한민국 여론 선동 1번지다.

- 그럼 대가리라고 할까? 크크크.

“야! 장한수!!!”

- 닥쳐! 닭대가리 같은 새끼!!!

스마트폰을 사이에 두고 거친 욕설이 오갔다.

“다, 당신 미쳤어. 내가 만만하게 보여? 나 조국일보 반종현이야!”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반종현이 조국일보를 앞으로 꺼내들었다.

- 불쏘시개로 좋지. 조국일보가 신문이냐?

장한수는 무서운 것이 없는 사람처럼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을 뱉었다.

“이 새끼가…….”

두 사람은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 여색에 밝은 돌대가리. 내 말 잘 들어.

어느새 거짓말처럼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을 잇는 장한수.

꿀꺽.

반종현은 돌변한 장한수의 태도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과거라면 대형 광고주인 오정의 장한수 실장에게 이렇게 대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간 쌓였던 불만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성을 잃고 분출됐다.

반종현은 잘 안다.

오정의 장한수가 얼마나 무서운 인간인지

- 그분 건들면……. 너 곱게 못 죽는다.

‘그분?’

장한수가 존칭을 사용했다.

임성철 회장이나 임준형은 아닌 게 분명했다.

- 내가 통화를 끝내는 순간…… 넌 그분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될 거다.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야!”

반종현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 후후훗.

답을 하지 않은 채 차갑게 웃기만 하는 장한수.

“설마. 장태산?”

반종현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이름.

- 장태산 회장님이시다. 너 같은 것들이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는 분이 아니야. 존귀한 분이시다.

“!!!”

장한수의 목소리에 담겨 있는 경외심에 반종현은 진심으로 놀랐다.

임성철 회장을 모시고 다닐 때도 저런 식의 표현을 쓴 적이 없었다.

술자리를 함께할 때 간혹 임성철 회장의 험담을 늘어놓기도 했던 장한수.

그러나 장태산을 대하는 태도는 전혀 달랐다.

확실하게 와 닿는 그의 진심.

- 경고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절대 장태산 회장님 건들지 마라. 이건 경고이자 그동안 쌓아왔던 인연에 대한 값으로 주는 충고다.

“…….”

큰 충격에 입을 떼지 못하는 반종현.

띠릭.

장한수 쪽에서 전화가 끊어졌다.

“이 새끼……. 미친 게 확실해.”

할 말을 잃고 멋대로 속내가 튀어나왔다.

나이도 한참 어린 장태산을 마치 신처럼 여기는 듯한 장한수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삐이이잇.

그때 인터폰이 크게 울렸다.

- 회장님. 조국스포츠 사장님이 통화를 요청하셨습니다.

듣기 좋은 여직원의 목소리가 카랑카랑 울렸다.

“연결해.”

삣.

- 형님! 크, 큰일 났습니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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