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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1장. 공정한 경쟁.(2) (768/1,284)

771장. 공정한 경쟁.(2)

“고자룡이?”

“넵! 회장님.”

“그 깐깐한 사람이 장태산에게 무릎을 꿇었구만. 쯧쯧.”

연대자동차 그룹 회장실.

회장 전문구가 고자룡을 생각하며 혀를 찼다.

전문구는 장태산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했던 딜을 떠올리면서 고자룡이 그에게 넘어갔음을 직감했다.

자신이 응대하기도 벅찼던 장태산이었다.

그런 그를 샌님 같은 고자룡이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뭘 팔아먹었을까? 엘자에서는 또 뭘 내주고…….’

전문구는 내심 궁금했다.

독립운동이라는 그럴싸한 명목을 내세우며 장태산은 상당한 특혜를 쥐여줬다.

삼룡자동차 건으로 허를 찔렸지만 그렇다고 원망스럽지 않았다.

어차피 삼룡은 자동차 시장을 나눠먹기에는 규모가 작았다.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보긴 했지만 연대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무이자 할부와 신기술을 대폭 풀었다.

기자들과 언론 관리팀을 통해 언플도 시작했다.

삼룡이라는 브랜드로는 치고 나가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장태산의 다음 행보를 점칠 수 없어 두려웠다.

연대로템을 이용해 러시아를 노리던 신출귀몰한 녀석.

급기야 탄소섬유 개발을 제안했고 전문구는 받아들였다.

장태산이 제안한 모든 게 다 회사에 이익이었다.

“다른 건 알아낸 것 없고?”

“임성철 회장 막내딸이 그 자리에 함께 있다고 합니다.”

“고자룡 딸 말고?”

“그렇습니다.”

“임윤아는 장태산과 무슨 관계야?”

“두 사람 친분이 유난한 건 맞지만 연인 관계임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아쉬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문구의 오른팔 기획조정실 정진환 부회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

“내 딸들은 나이도 많고…… 안 예쁘잖아.”

“회장님……. 제 눈에는…….”

“날 닮았으니…… 어쩔 수가 없다는 거 알아. 괜히 아부하지 마.”

“…….”

전문구는 쿨하게 여식들의 미모를 평가했다. 연대가는 인물이 없기로 유명했다.

부자인 연대가의 딸이니 얼굴 뜯어먹고 살 팔자는 다들 아니었다.

어리고 잘난 장태산에게 들이밀기에는 양심이 찔렸다.

“그건 그렇고. 장주시 연구소가 그렇게 대단해? 먹을 게 뭐가 있는데?”

“본격 가동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연구원들 면면이 대단합니다. 카이스트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공대 연구진이 대거 합류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해외 유수 자원들도 속속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뭘 만드는데?”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지고 있습니다. 국정원을 비롯해 여러 집단에서 정보를 캐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돈에도 안 넘어가?”

“보안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내용이 살벌합니다.”

“살벌? 얼마나 살벌해? 그래봤자 보안 계약서지.”

연대그룹도 보안 계약서가 존재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쉽게 계약서 내용을 어길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대한민국 법은 기술도둑질을 막아내기에 한계가 많았다.

“연구소에 관련한 기밀을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 그 누구에게 발설 시 모든 민형사를 당할 수 있고, 남은 인생에 대한 모든 불이익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무슨 그런 내용이 다 있어. 그 정도면 너무 부당한 계약서 아니야?”

“회장님……. 정보에 의하면 멋도 모르고 술을 마시다 친구에게 비밀을 누설한 미국인 친구가 하루아침에 노숙자가 됐다고 합니다. 집안이 좀 살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

‘그놈 성격이라면…… 가능하겠군.’

친구 관계라면 세상 누구보다 든든하겠지만 상대해야 할 적이라고 생각하면 소름끼치는 장태산.

전문구는 다시 한 번 경각심을 품었다.

“회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전문구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정진환 부회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차 준비해. 고자룡도 직접 갔는데…… 내가 가만있으면 안 되지.”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임성철 회장이 누워있어서 망정이지…….’

전문구는 장태산을 다시 봐야 할 상황에 놓이자 마음이 복잡했다.

장주시에 가 있는 엘자와 오정의 직계 핏줄.

그 자리에 자신만 빠진다면 엄청난 손해를 볼 게 불을 보듯 빤했다.

‘난놈은 난놈이야.’

대한민국 재계 서열 3위 안에 드는 그룹 관련 인사를 모두 불러들이고 있는 장태산.

“휴우…….”

전문구는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

“!!!”

고자룡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

오정물산에서 이제 겨우 허울뿐인 임원으로 시작한 임윤아가 가격 흥정에 들어왔다.

방금 전까지 전혀 경쟁상대로 염두에 두지 않았다.

임준형 정도 되어야 뱉은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입장.

말처럼 간단한 사업이 아니었다.

미래에 수백 억, 수천 억 달러에 이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엄청난 사업 규모.

탄소 배출권은 덤이었고 미세먼지 제거 장치만으로도 확장될 시장을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반드시 잡아야 해!

고자룡은 임성철 회장이 자신의 막내딸까지 넘기며 장태산을 옆에 두려고 했던 이유를 오늘에서야 완벽하게 알아챘다.

장태산은 일개 투자자 따위가 아니었다.

일반인은 꿈도 못 꿀 대단한 포부와 그에 부합한 실력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는 슈퍼 갑이었다.

“윤아 양, 그 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감정을 추스르고 고자룡은 임윤아에게 물었다.

직계라지만 일개 임원 명함으로 낄 자리가 아니라는 걸 주지시켜 주기 위함이었다.

“물론입니다. 전…… 임성철 회장님의 딸입니다.”

생각보다 강하게 반응해 오는 임윤아.

파바바밧.

고자룡과 임윤아의 눈빛이 부딪치며 불꽃을 튀길 정도였다.

오정과 엘자는 사업 영역이 많이 겹쳤다.

과거부터 라이벌 구조에 갇혀 있던 두 그룹.

이익을 가져올 사업에 있어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었다.

“싸우지들 마십시오. 이미 계획된 바가 있습니다.”

장태산이 분위기를 진정시키며 끼어들었다.

“장 회장. 설마…….”

계획이 있다는 말에 고자룡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딸 연지와 달리 임윤아는 장태산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

무시하고 화를 냈던 자신과 달리 임성철 회장은 장시간 장태산에게 공을 들여왔다.

거기에 한술 더해 임윤아는 최고가를 외쳤다.

고자룡이 장태산 입장이었어도 이런 상황에서는 오정을 밀어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고 회장님.”

“……말하게.”

“설마 이걸 다 삼키려던 생각을 하셨던 건 아니시겠죠?”

장태산이 건넨 속을 꿰는 듯한 질문.

“장 회장이 허락만 한다면…… 삼켜야지.”

고자룡은 뚝심 있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굴러 들어온 호박넝쿨을 놓칠 노장이 아니었다.

자신이 엘자를 경영해 오면서 이렇게 심장이 거칠게 뛰었던 신사업은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수준.

정확한 기계 설비와 결과물은 알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포집기는 본 적이 없었다.

미세먼지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꿔주는 혁명적 기술이 탑재돼 있었다.

이것만 잡는다면 엘자는 최소 20년 동안 안전하게 그룹을 운영해 나갈 수 있었다.

“안 됩니다.”

“장 회장!”

“엘자를 무시해서 아니라 파이가 너무 큽니다.”

“할 수 있다니까. 날 믿어주게!”

“한입에 넣었다가 입 찢어지고 사고 납니다. 미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들의 압력을 감당해 낼 자신 있습니까? 당장 중국 쪽에서도 엄청난 압력으로 푸시가 들어올 텐데 말입니다.”

“…….”

고자룡은 달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최첨단 신기술을 강대국들이 눈 뜨고 지켜만 보고 있을 리 없었다.

특히 욕심의 끝판왕이나 진배없는 중국의 외압이 가장 거셀 것이다.

“권역별로 나눠서 팔 겁니다.”

“권역?”

“미국과 인도 쪽은 파트너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럼 남아 있는 구역은…….”

“유럽과 중국입니다.”

‘유럽과 중국이라면…….’

고자룡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탄소배출권 시장이 형성된 유럽은 안정적이었다.

녹색 성장에 관심이 많은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은 설비의 정체를 아는 순간 당장 구입할 것이다.

그래서 유럽 쪽은 메리트가 크지 않았다.

지금 세계의 공장은 중국이라고 봐야 했다.

가장 많은 오염 물질을 쏟아내고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각종 오염 물질을 쏟아내는 환경오염의 본거지이면서 악의 축.

“중국!! 드리겠습니다.”

“장 회장…….”

“부족합니까?”

“아, 아니네.”

“국내 영업은 각자 알아서 하십시오. 여기 계신 오정과 엘자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택하겠습니다.”

너무 쉽게 사업권을 넘겨주는 장태산.

‘뭔가 있다!’

고자룡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사가 아니었다.

이렇게 큰 사업권을 넘겨주면서 다른 부칙을 언급하지 않았다.

가격 같은 본격 협상도 하기 전에 사업권부터 넘겨주겠다고 말하는 장태산.

“장 회장…… 특허권은.”

고자룡은 확인하고 싶었다.

“드려야죠. 단.”

“???”

“핵심 환원 장치는 제가 제공할 겁니다.”

“!!!”

***

나를 그런 눈으로 봐도 원하는 답은 줄 수 없다.

지금 지구 기술로는 불가능한 미세먼지 저감과 산소 환원 장치.

설비 시설의 중간 부분에 장착되는 특수 장치는 철저하고 완벽하게 봉인될 것이다.

강제로 개봉하는 순간 내부에 설치된 마법진은 파괴된다.

지구 온난화와 공기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마법 공학을 끌어들였다.

과학이 극도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내 제품만 사용 가능하다.

미세먼지와 공해로 고통 받는 중국의 시장 가치가 대단히 크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내가 먹을 수는 없다.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중국 암중 지도자들.

그래서 엘자를 앞으로 내세웠다.

오정보다 더 꽌시가 단단한 엘자그룹.

중국 국영 기업과도 손을 잡고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중국이라는 국가만 보면 눈엣가시 같았지만 전 인류를 생각한다면 도와줄 수밖에 없다.

무식하게 뿜어내는 공장 미세먼지로 이미 대한민국 국민들이 고통 받았다.

정부에서 나설 수도 없었다.

이것저것 많은 문제들이 얽혀 있어 잘못 건드리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

대한민국과 가장 밀접하게 무역으로 얽혀 있는 중국.

달러를 벌어들이는 가장 큰 창구였다.

국가와 국가 간의 문제를 낱낱이 알 수 없는 국민들은 정부가 큰소리도 치지 못한다고 욕을 퍼부었다.

반격을 감당할 힘도 없으면서 주먹부터 날리는 짓은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행동이다.

국가 간의 관계는 냉정한 이성에 바탕을 둬야만 했다.

개싸움은 뒤에서 내가 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치졸한 중국 지도자들과 홍위병 같은 인민들을 자극할 필요가 없었다.

“아쉽습니까?”

“당연하지 않겠나.”

“드려도 만들지 못합니다.”

“그게 무슨…….”

“그렇게만 알고 계십시오. 사실 여기 있는 연구원들도 핵심 특허에 관해서는 접근이 불허됐습니다.”

“!!!”

나만 안다.

아니 제조 자체를 이곳에서 하지 않을 생각이다.

마탑에서 유래됐다는 마법 정화 장치.

매일같이 무식한 방법으로 연구하는 마법사들이 살기 위해 창조한 정화 마법이 그 핵심이다.

모든 오염 물질마저도 마나의 다른 변형된 형태.

그걸 다시 깨끗한 마나와 산소로 바꾸는 게 포인트다.

한마디로 이계 마법사들만 제조할 수 있다.

구동시 마력석 대신 전기를 사용한다는 방법이 다를 뿐 마법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럼 유럽은 오정이 가져가도 되나요?”

임윤아가 참지 못하고 물어왔다.

“당연한 말 아닙니까. 유럽과 중국, 미국과 인도 말고 다른 국가들은 회사 역량껏 영업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장 회장님.”

공식 호칭인 장 회장으로 나를 부르는 임윤아.

앞으로도 쭉 키워보고 싶은 맛이 절로 났다.

“두 그룹 모두 애국하는 심정으로 사업에 임해주셨으면 합니다. 각종 생활 쓰레기들이 땅 속에 파묻히고 있습니다. 폐플라스틱 처리는 후대 인류의 생명과 직결로 연관된 문제입니다. 그것들을 모두 소각처리 할 수 있다면……. 지금 사용되는 쓰레기 매립지는 10년이 아닌 100년 이상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 점 유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도 있지만 그건 큰 의미가 없었다.

자연을 지키고 지구별의 수명을 늘리는 일이라면 널리 알려 같이 협력하는 게 옳았다.

물론.

“그리고 이 사업에 대한 새로운 사업체를 세우십시오. 특허권 대신……. 지분으로 받겠습니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현명한 투자자다.

그냥 대가 없이 세상에 덕을 뿌리는 건 자선사업가나 하는 일.

고자룡 회장이 쓴 입맛을 다셨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그럼…… 다음 제품들을 구경하러 가실까요?”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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