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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장. 의외의 방문자.(2). (763/1,284)

766장. 의외의 방문자.(2).

“아오! 멍청한 새끼들! 그걸 못 밀어서 뒈져? X발. 차하고 개 값은 보험료로 땡 친다지만……. 회장님 돈은 다 날아갔잖아!”

강릉에 위치한 동해파 사무실.

몇 년 전 필리핀 청부살인 여파로 동해파 수장인 남학수가 잡혀 들어갔다.

검찰과 경찰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으로 일망타진 된 동해파.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조직은 다시 결성됐다.

두목과 부두목만 10년 이상의 장기형을 선고 받았다.

다른 조직원들은 짧은 실형과 집행유예로 빠져나왔다.

다선 국회의원이 뒤를 봐준 덕이었다.

경찰이나 검찰도 강하게 취급하지 못했다.

여론이 잠잠해지자 빠르게 처리가 결정됐다.

그리고 새로이 동해파의 수장이 된 왕철환.

중간 보스였던 그는 수감 중인 남학수의 지지를 받고 새로운 수장이 됐다.

조직 이름도 신동해파로 바꿨다.

사업 영역도 그전보다 확장했다.

도박에 영혼을 판 도박쟁이들을 여러 경로로 이용했다.

살인 같은 일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동해파 주 수입원 중 하나가 장기 적출이었다.

사채 빚을 가진 도박쟁이들은 하루아침에 사라져도 가족들 누구 하나 찾지 않았다.

말 그대로 세상에서 버림받은 도박쟁이들.

동해파 조직원들은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도박하다 걸리면 손목이 잘려 나갔다.

“그런데 이 새끼들은 왜 전화를 안 받아?”

예상치 못한 트럭 추돌 사고로 청부는 실패했다.

감시하던 조직원들이 경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간다는 전화가 마지막 연락이었다.

찝찝한 기분에 휩싸인 왕철환.

지화자~♬ 지화자아~♫.

촌스런 왕철환의 전화 벨소리가 사무실에 울렸다.

기다리던 전화였다.

“너희들 뭐야! 실패했으면 빨리 튀어와야지 경찰서는 왜 가고 지랄이야!”

걸쭉하게 터지는 왕철환의 욕.

- 혀, 형님! 사, 살려주세요!!!

“!!!”

갑자기 들려오는 공포에 질린 부하의 목소리.

“뭐, 뭐야 시발!”

왕철환은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 네 똘마니들하고 작별 인사는 다 끝냈나?

거칠고 투박한 목소리가 전화를 낚아챘다.

“너 뭐야! 어느 조직이야! 뒈지고 싶어!”

상대 조직의 습격이라 생각하고 악을 쓰는 왕철환.

- 새끼 목청 한번 좋네. 배때아지에 사시미 박히면 듣기 좋겠어. 크크.

“미친 새끼. 어디서 헛소리야! 너 어디야! 빨리 애들 풀어줘!”

눈이 돌아간 왕철환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우드득.

그때 왕철환 귓속을 파고드는 뼈 부러지는 소리.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뒤에 바로 부하의 비명이 처절하게 이어졌다.

뚝.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다.

“이런 개새끼들이…….”

전화가 끊기자 왕철환은 신경질적으로 스마트폰을 던졌다.

마지막에 들렸던 끔찍한 비명 소리.

부하의 몸 어딘가를 생으로 부러뜨리는 소리가 분명했다.

퍽퍽!

“컥…….”

“크억!”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충격음과 몇 마디 비명소리.

“뭐야! 무슨 일이야!”

긴장한 왕철환이 버럭 소리쳤다.

강릉 시내에서 살짝 벗어난 외곽에 위치한 사무실.

부하들 다섯 명이 붙박이처럼 사무실 밖을 지켰다.

“…….”

이상하게도 대답이 없었다.

끼이이익.

조용히 열리는 철문.

“무슨 일이냐니까!!!”

왕철환은 두려움에 휩싸여 목소리에 더 힘을 실었다.

“까꿍~.”

왕철환을 놀리는 듯한 말과 함께 안으로 들어서는 세 남자.

부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 빠진 작업복과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세 사람 모두 그렇게 크지 않은 마른 체형이었다. 체격은 작았지만 그 기운이 서늘했다.

“너, 너희들 뭐야!”

스릉.

왕철환이 책상 서랍에 있던 사시미를 꺼내들었다.

“아즈바이가 철환이가?”

찰진 이북 사투리다.

“맞는 거 같지 아이가?”

“그건 거 같스메다.”

좀 모자란 것 같은 세 남자는 서로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철환 동무 가자우.”

앞에 있던 남자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순박하게 웃었다.

“무……슨 개소리야! 가긴 어딜 가!!!”

왕철환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공포를 느꼈다.

낯선 방문자들에게서 진한 비린내가 맡아졌다.

물비린내가 아닌 피비린내.

“아즈바이 목선 좋아할라나 모르겠네?”

“금방 간다 아이가.”

“연장 그만 놓고 날래오소. 우리 바쁘다 아이가.”

만담처럼 세 사람은 꿋꿋하게 말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싸늘한 눈빛은 쉼 없이 왕철환을 훑었다.

먹이를 노리는 독사의 눈빛과 같았다.

“꺼져 미친 새끼들!!!”

쇄애앳.

왕철환이 날 선 사시미를 휘둘렀다.

뻐억!

그 순간 얼굴에 가해지는 단단한 충격.

눈 깜짝 할 사이에 강철 같은 주먹이 왕철환의 머리통을 가격했다.

왕철환은 눈앞이 혼미해졌다.

“이거 근수 좀 나가지 않같어?”

“오늘 기름 낀 고기 좀 먹어 보자우.”

“흐흐흐……. 남조선 아새끼래…… 이래서 좋다니까이.”

몸이 축 늘어지는 가운데 왕철환의 귓속을 파고드는 끔찍한 대화.

퍼억!

그게 마지막이었다.

다시 가격되는 둔중한 충격.

얼마 못 가 왕철환의 눈동자는 맥없이 풀려 버렸다.

***

“고연지!”

장태산이 깜짝 놀랐다.

“여기서 뭐해요?”

임윤아도 고연지를 금방 알아봤다.

장태산의 연수원 졸업식에서 만났던 사이.

‘임윤아는 왜…….’

고연지는 장태산과 함께 나타난 임윤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자신과 달리 장태산 옆에서 무척 당당한 임윤아.

생각지 못한 조우에 갑자기 초라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일이야? 언제 온 거야?”

장태산이 예기치 못한 방문에 의아한 듯 물어왔다.

요즘 들어 몇 번 문자를 주고받은 게 다였다.

그럼에도 이것저것 생각지 않고 무조건 본가로 찾아왔다.

장태산의 부모님을 팔았다.

장태산 부모님과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서 어차피 핑계거리는 많았다.

연수원 졸업식 때 운 좋게 연락처를 얻었다.

안부 전화를 했다가 장태산이 본가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소 의도적으로 마주하게 된 장태산.

“일 때문에…….”

“일? 내가 아는 그 비즈니스?”

“응.”

고연지는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게 회사에 들어갔다.

장태산과의 인연으로 파격적으로 CMS 대표가 됐다.

아버지의 기대가 컸다.

장태산을 만난 뒤 오빠가 적극적으로 손을 써줬다.

스마트 팩토리와 배터리 사업부가 고연지와 연결됐다.

무려 100억 달러짜리 프로젝트를 장태산이 약속해 준 영향도 컸다.

거기에 더해 테슬라 납품 조건까지 걸려 있었다.

“완벽하게 결정 났어?”

“그게…….”

고연지는 장태산의 물음에 입을 다물었다.

파격적인 행보로 대표가 됐지만 그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엘자의 고질적인 병폐가 작동됐다.

신사업에 대해 이사들과 임원들의 태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확답을 받아오라고 성화였다.

일순간 모든 게 멈췄다.

몇 달 동안 동분서주 뛰어다녔지만 꽉 막힌 조직의 힘을 뚫기 힘들었다.

그래서 염치불고하고 다시 장태산을 찾게 됐다.

“날이 추워.”

임윤아가 고연지 손을 잡았다.

“연지야 들어가자.”

“네……. 언니.”

안면 있는 두 여자.

임윤아가 친절하게 손을 잡고 앞장섰다.

그리고.

“아버님~ 어머님! 저희 왔어요~.”

***

“어서들 오너라.”

“그동안 뵙고 싶었습니다.”

임윤아는 그새 여우가 다 됐다.

고연지 앞에서 아버님 어머님이라 자연스럽게 부르는 그녀.

문을 열고 부모님이 모습을 보이자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시부모를 뵙는 것 같은 조신한 모습.

부모님 입가에 미소가 활짝 걸렸다.

그에 반해.

“아, 안녕하세요.”

고연지는 숫기가 없었다.

“밖에서 태산이 기다린 거야?”

“네…….”

“날도 추운데…… 들어오라니까.”

찌릿.

엄마가 눈치를 줬다.

찔렸다.

집에 오기만 하면 여러 인연들이 함께하는 일이 빈번했던 까닭이다.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이 생에 연결된 인연은 사실 나에게도 벅찼다.

“어서 들어오너라. 밖이 추워.”

아버지만 기분이 좋았다.

오늘도 호강 받을 걸 아시는 것 같다.

“헤헤. 그동안 정말, 정말 뵙고 싶었어요. 아버님~.”

임윤아가 먼저 아버지 팔에 매달려 안으로 들어갔다.

“연지도 들어가자.”

엄마가 연지를 챙겼다.

차별하지 않으셨다.

오정에는 다소 밀렸지만 엘자그룹도 대한민국에서 만만치 않은 대기업이라는 걸 엄마도 알았다.

요즘 핫한 강남 사모님이 된 엄마.

하지만 집에서는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감사합니다.”

고연지가 그제야 얼굴을 풀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도도희를 통해 엘자그룹 돌아가는 상황은 그때그때 파악했다.

고자룡 회장이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암초에 걸렸다.

거대한 공룡이 하루아침에 환골탈태할 수는 없는 법.

알고도 돕지 않았다.

병아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알을 깨고 나와야 생존할 수 있는 법이다.

내가 모든 걸 떠먹여 줄 수는 없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엄마, 저녁 메뉴 청국장이야?”

“이맘때 네가 즐겨 먹잖아.”

역시 우리 엄마다.

입맛이 확 돌았다.

오다가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굳이 부모님께는 말하지 않았다.

“아버님 운전 조심하세요. 고속도로에서 트럭들이 부딪혀서 큰 사고가 났지 뭐예요.”

임윤아가 현명하게 돌려 말했다.

“그랬어? 운전은 언제나 조심해야지. 요즘은 방어 운전이 생활화 되어야 해.”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산아…….”

집안을 살피던 고연지가 날 불렀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입술을 잘근 깨물고 뭔가 말하려는 듯한 고연지.

“괜찮으니까 말해봐.”

“저…… 실례지만…… 손님…… 한 분 더 초청해도 돼?”

손님? 누구???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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