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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장. 의외의 방문자. (762/1,284)

765장. 의외의 방문자.

“누구야?”

오정그룹 본사 비서실장실.

장한수가 조용히 물었다.

사표는 오늘 아침 제출했고 아직 퇴직 처리는 되지 않은 상태다.

임준형 부회장과 황라현까지 극구 퇴직을 만류했다.

그러나 이미 장한수는 장태산의 지시를 따랐다.

이제부터 약속대로 숨겨진 패로서 철저히 자신의 실체를 숨기고 살아야 했다.

그리고 주어진 과제.

“신동해파라고 합니다.”

장한수의 오른팔이나 진배없는 남자가 대답했다.

제1비서실의 핵심 인재.

아무리 오정의 실질적인 주인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아직 제1비서실의 정보력을 제2비서실이 쉽게 따라 잡을 수는 없었다.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장한수 만의 카르텔.

“뭐 하는 놈들인데? 조폭이야?”

“강릉이 본거지인 폭력 조직입니다. 정선 카지노 사채 대부분이 신동해파 손에 있습니다.”

“도박쟁이를 이용했군.”

장한수는 바로 눈치 챘다.

“영혼까지 팔아치운 쓰레기들이 넘치는 곳입니다.”

“청부자는?”

“임동철 회장 비서 라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짧은 시간 많은 걸 알아낸 장한수 비서실 조직.

“미친 늙은이……. 곱게 뒈지기는 힘들겠어. 쯧쯧.”

장한수가 혀를 찼다.

과거 임동철에게 당했던 수모가 떠올랐다.

임성철 회장이 오정 임원으로 근무할 당시 임동철 당시 회장은 장한수에게 자신의 프락치가 되기를 요구했다.

장한수는 일거에 거절했다.

그리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장태산에게 고백했던 수모의 전말이 그 일에 관한 것들이었다.

임성철을 회장으로 추대해 보기 좋게 복수했다.

그 뒤 장한수는 정적을 확실히 제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충정을 다해 임성철에게 몇 번 고했지만 그때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핏줄이라는 게 무서웠다. 임성철 회장은 끝까지 임동철을 감쌌다.

물론 그 대가로 화병을 얻어 병상에 누워 있는 신세가 되어 버렸지만.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랐다.

새로운 주인으로 모시게 된 장태산은 성격이 칼같이 깔끔했다.

자신에게 KI그룹을 잘게 다져 양념까지 해오라고 요구했다.

바라던 바였다.

그리고 지금은 자잘한 심부름으로 충성을 증명할 때.

“묻어.”

“양성동 의원이 신동해파를 봐주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카지노가 돈이 되니까.”

장한수는 양성동이라는 이름 앞에서도 전혀 굴하지 않았다.

여당 다선 국회의원이자 현 청와대 VIP와도 교감이 강한 인사.

그는 최병박 라인에서 빠르게 줄을 옮겨 탔다.

그렇게 해서 얻게 된 권력.

돈 줄 탄탄한 지역구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어깨에 힘깨나 주고 있었다.

“내가 양성동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놈들이나 깨끗하게 묻어.”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가봐.”

“넵!”

오른팔이 물러갔다.

스윽.

조용히 스마트폰을 집어든 장한수.

이름 목록 검색으로 양성동을 찾아냈다.

저장된 번호만 수천 개.

뚜우우우우우우 뚜우우우우우.

특색 없는 벨소리가 들려왔다.

- 양성동입니다.

“나요.”

- 실장님이 전화를 다 주시고……. 이거 영광입니다.

양성동은 최대한 겸손을 떨었다.

“양 의원……. 애들 관리 어떻게 하는 거요?”

인사치레를 건너 뛴 장한수의 일방적 질책.

- 네? 애들이라 하시면…….

“신동해파라는 잔챙이들이 회장님이 귀히 여기시는 분을 노렸소.”

- 헉!

양성동이 신음을 토했다.

오정의 눈 밖에 나면 어떻게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양성동이었다.

양성동도 2선 의원이 되면서부터 받아 왔던 오정의 용돈.

단순히 돈이 문제가 아니라 오정의 관리를 받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공천 받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그 핵심에 장한수 실장이 있었다.

“양 의원……. 나 장한수요.”

길게 말하지 않는 장한수.

몇 마디 말이지만 그 말이 주는 무게감은 장난 아니었다.

-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소. 내가 깨끗하게 마무리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시오.”

마무리라는 말에 양성동은 침묵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았다.

- 송구합니다.

“그럼 끊겠소.”

뚝.

양성동의 인사도 듣지 않고 장한수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회장님 건들면…… 다 묻는다. 나 장한수가…… 그렇게 한다!”

다시 찾은, 아니 새롭게 얻은 더 큰 2인자의 위치.

빼앗길 수도 내려놓을 수도 없었다.

장한수는 창밖을 내다보며 강한 투지를 불태웠다.

***

“…….”

조용해진 실내에서 누구 하나 침묵을 깨지 못했다.

오정그룹 소속 법무팀 변호사라고 밝힌 남자가 아가씨라고 분명하게 호칭했다.

그럴 만한 대상은 몇 명되지 않았다.

오정그룹 회장 일가에게만 허락된 호칭.

꿀꺽.

어수선하던 분위기 속에서 일을 처리하던 경찰들도 침묵한 채 마른침을 삼켰다.

조사계 계장 신승표 경위도 마찬가지.

‘저 미친 새끼들!’

스스로 목격자라고 밝힌 두 사람을 바라보며 신승표는 욕을 퍼부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을 보니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 분명했다.

오정의 힘이라면 자신은 물론 서장까지 한 방에 날아갈 수 있었다.

정확히 따지고 보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는 게 사실이어도 큰 문제가 없었다.

고속도로에서는 반드시 안전거리를 확보함이 원칙.

다만 사망사고가 일어난 만큼 좀 더 꼼꼼한 수사가 요구됐다.

담당 검사에게 대충 보고했다가 진탕 깨지는 것보다 나았다.

하지만 관련된 참고인이 오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람이라면 달랐다.

담당 검사라 해도 묻지도 따지지 않을 것이다.

스윽.

그때 장태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벅저벅.

거침없는 걸음으로 목격자들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에게로 향했다.

“당신들이…… 봤다고?”

잔뜩 쫄아 있는 이들에게 묻는 장태산.

“아니 그게…….”

쫄보들 역시 상황 파악 못 할 정도의 바보들은 아니었다.

사실 그들은 자신들이 제거하려는 의뢰 대상이 누군지도 몰랐다.

이런 일일 수록 위에서 지시한 대로만 움직이면 끝나는 단순한 업무였다.

도박쟁이들은 이번 사건만 무사히 처리하고 모조리 장기를 적출해 팔아먹을 생각이었다.

오로지 작전을 감시하기 위해 뒤를 따라갔던 신동해파 조직원들.

“어떻게 봤을까? 대형 트럭들 두 대가 앞을 막았을 텐데……. 그런 전방 상황에서 내 차가 보였다고? 시력이 슈퍼맨이야?”

장태산의 팩트 체크.

“…….”

조직원들은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돌아가는 모든 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계장님. 저 자식들 신동해파 조직원들인데요?”

신원을 확인하던 경찰 한 명이 신동해파 조직원들임을 알아냈다.

“신동해파? 거기가 어디야?”

“강릉 쪽 조폭들입니다.”

“이 새끼들……. 여기가 어디라고 거짓말이야! 너희들 콩밥 먹고 싶어!”

신승표를 기회를 포착하고 큰소리로 버럭거렸다.

“…….”

조금 전까지 떠들어대던 신동해파 조직원 두 사람이 고개를 떨구었다.

“너희들, 이번 사고와 연관 있는 거야? 혹시 니들이 뒤에서 쌍 라이트 키고 트럭들 주행 방해라도 한 거 아냐?”

청부 살인 같은 건 꿈에도 생각 못 하는 신승표 경위.

“무슨 일이야?”

그때 조사계 문을 열고 경찰 서장이 들어섰다.

“충성!”

경찰들이 경례를 올렸다.

서장의 시선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임윤아에게 먼저 향했다.

방금 전까지 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해 경찰청장과 연이은 통화를 했다.

멍청하게 누구를 붙들고 있느냐는 호통이 떨어졌다.

서장실에서 퍼팅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튄 불똥을 얻어맞고 바로 튀어 나왔다.

“어디 불편하신 점은…… 없습니까?”

오정그룹 회장의 막내딸이라는 걸 바로 알아봤다.

그러나 직원들과 사람들의 눈이 있는 만큼 최대한 일반 민원인을 대하듯 했다.

“이제부터 나머지 조사는 본 변호인이 대신하겠습니다. 아가씨, 그만 가시지요.”

오정 법무팀 소속 변호사가 나섰다.

“……가도 되나요?”

서장을 바라보며 묻는 임윤아.

“물론입니다. 지금 바로 댁으로 가시면 됩니다.”

서장은 빨리 임윤아가 사라지기를 원했다.

오정그룹 회장 패밀리를 붙잡아 놓을 만큼의 배짱이 그에게는 없었다.

“남학수! 잘 있냐?”

뜬금없이 장태산이 쫄보 조직원들에게 물었다.

“!!!”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동해파 조직원들.

“쫄보 새끼들 뭘 그렇게 놀라? 기다려……. 그때 다 못 한 대청소…… 확실하게 마무리 해 줄 테니까.”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씨익 웃는 장태산.

그 차갑고 살벌한 미소에 쫄보 조직원들 역시 분위기 파악이 제대로 됐다.

오늘 지뢰 제대로 밟았다는 사실을.

***

“가만 놔둬? 확실하게 밝혀서 법의 심판을 받게 만들어야지.”

임윤아는 아직도 분이 안 풀린 듯 목소리에 잔뜩 힘을 들어갔다.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밝혀도 피곤하기만 해.”

“무슨 소리야?”

“미국이라면…… 형량이 높겠지?”

“당연하지. 살인 예비만 해도 형량이 엄청나.”

“한국에서 미수범은 기껏해야 몇 년 안 살아. 안에 있던 놈들은 집행유예나 벌금 정도가 다야.”

“뭐라고?”

대한민국 형벌 체계는 문제가 너무 많았다.

흉악한 살인자들에게도 10년 이상 선고하면 중형이라고 말할 정도다.

연쇄 살인마 정도 돼서 언론을 타야 무기징역이나 겨우 선고된다.

상류층들이 주로 걸려드는 횡령과 배임, 사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전관예우에 해당되는 검사와 판사를 포석으로 깔면 수천억대 사기범도 겨우 몇 년 만 살고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직도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었다.

“억울해하지 마. 다시 만날 일 없을 테니까?”

“???”

임윤아가 의구심에 가득 찬 눈으로 날 봤다.

트럭을 운전하던 운전자가 죽고 난 직후 상당한 포인트가 들어왔다.

의미는 간단했다.

그들이 살아생전 그만큼 악한 일을 많이 저질렀다는 뜻이다.

죄책감은 전혀 들지 않았다.

죽음 이후의 전개를 빤히 알고 있는 나에게 악한 죄인들의 목숨 값은 대가를 따질 가치도 없었다.

부우우웅.

그사이 차는 빠르게 집과 가까워졌다.

“우와. 서, 성이다!”

복합 연구단지가 시야에 들어오자 임윤아가 입을 떡 벌렸다.

대한민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왕성의 형태.

연구소가 아니라 역사 유적지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봐줄 만해?”

“당연하지! 오정 연구소는 명함도 못 내밀겠어.”

경탄에 찬 시선으로 성벽과 그 너머의 건물들을 목을 빼며 바라보는 임윤아.

연구원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본격적으로 연구소가 가동된 만큼 얼마 전과 달리 활기가 넘쳤다.

끼익.

차를 세웠다.

자동 차단기가 앞을 막았다.

“회장님을 뵙습니다.”

경호원이 가볍게 경례를 올렸다.

본가에 가기 위해서는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다.

“수고가 많습니다.”

“아닙니다. 충성!”

전원 씨큐리티 출신들이었다.

차단기가 올라갔다.

본가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는 부모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옆에 세워진 낯선 승용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손님이 와 있는 듯했다.

“수고했어.”

“휴우……. 장주시 오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다음에는 헬기타고 오는 게 나을 거 같아.”

트럭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를 겪고 왔는데도 임윤아는 동요하지 않았다.

맹수의 심장을 품고 사는 임씨 집안 핏줄다웠다.

딸깍.

문을 열었다.

임윤아와 함께 트렁크에서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챙겼다.

그리고 막 집으로 향하려는 순간.

“장태산…….”

누군가 나를 불렀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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