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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장. 형제의 난(3). (737/1,284)

740장. 형제의 난(3).

“엄마…….”

“엄마!”

임윤아와 임아현의 모친인 오정의 안주인 황라현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두 딸을 바라보는 황라현의 시선은 복잡했다.

남편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 병실에서 두 딸은 다툼을 벌였다.

특히 욕심이 많은 둘째 임아현가 문제였다.

자식들 중에서 자신을 가장 많이 빼닮은 둘째.

성격과 외모도 판박이였다.

그러다 보니 황라현이 임아현을 바라보는 눈빛이 좋지 않았다.

“언니! 윤아한테 너무 심한 거 아냐?”

황라현과 나란히 들어선 셋째 임아진이 인상을 쓰며 한마디 했다.

임아진은 평소에도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던 임아현이 늘 못마땅했다.

“뭐가 심해. 세상 물정도 모르는 게 멋대로 그룹 일에 끼어들려고 하니까 그렇지!”

임아현은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쏘아붙였다.

그룹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언니는 처음부터 잘했어? 실패한 프로젝트가 제법 되는 것 같은데 그런 말 하면서 안 찔려?”

평소 조용하던 임아진이 가세하며 세 자매간에 불꽃이 튀었다.

“그때랑 지금이 같아? 아빠가 병중인 위급한 상황이야. 자칫 프로젝트 하나로 회사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임아진의 반발에 임아현이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파바밧.

임윤아와 붙었던 기 싸움은 본격적으로 임아진과 임아현에게로 옮겨졌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다 예민한 상태였다.

아버지가 이대로 사망하게 된다면 오정 문제에 있어 지분이 많은 자가 승기를 들게 된다.

그룹 계열사에서 임원으로 직무를 수행 중이지만 대표 신분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지금 맡고 있는 사업체만이라도 완전하게 소유하고 싶은 임아진과 임아현.

“그만.”

황라현이 보다 못해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여보. 그만해요.”

눈치를 보던 주현민이 그 틈에 끼어들어 임아현을 말렸다.

대주주인 황라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봐야 좋은 게 없었다.

“다들…… 손님도 계시는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황라현이 조용히 경고를 날렸다.

그제야 나머지 시선이 장태산에게 향했다.

“누구……세요?”

임아진이 장태산을 보며 물었다.

“언니. 내가 예전에 말했잖아. 장태산 대표님이야.”

“아!”

“처음 뵙겠습니다. 장태산이라고 합니다.”

장태산이 황라연과 임아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래요……. 처음 보는군요.”

황라현은 장태산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회장님이 반할 만하군.’

오정의 일가의 구성원이라고 하면 대한민국의 상당수 일반 국민들은 주눅부터 들 것이다.

더욱이 중환자를 눈앞에 두고도 아무렇지 않게 팽팽하게 기 싸움이 벌어진 병실.

사위인 주현민도 눈치가 보여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황에 장태산은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도리어 미소를 지으며 여유까지 엿보였다.

이 모든 상황이 자신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황라현은 그런 장태산을 흥미롭게 살폈다.

임성철 회장이 쓰러지기 직전까지 공을 들였던 젊은이.

막내 윤아를 못 줘서 안달이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게 장 서방이라고 호칭하기도 했다.

명절 때가 되면 으레 장태산의 본가로 귀한 선물들을 실어 보냈다.

어쩌다 대화할 여유가 생기면 잠들기 전까지 자랑을 해대던 장태산.

‘윤아가…… 복이 많아.’

황라현은 앞서 얻은 사위 두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욕심 많은 둘째와 은근히 닮아 있는 주현민은 꼭 너구리같았다.

동서일보 사주 아들인데 반해 둘째 아들이라 상속 받을 지분이 적었다.

그런 만큼 임아현에게 온갖 충성을 하며 오성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모나지 않게 행동하며 크게 중요하지 않은 그룹 계열사에서 숨을 죽이고 살았다.

셋째 임아진의 신랑은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순진한 임아진을 홀려 오성의 일원이 된 케이스.

남편 임성철 회장의 허락이 없었다면 황라현은 결사반대했을 인사였다.

그 두 사람과 달리 장태산은 처음 대면했음에도 호감이 갔다.

무엇보다 첫인상이 호감형이었다.

말하는 태도와 몸짓 등, 모든 게 교육을 받은 듯 단정했다.

들은 바 능력과 재능은 황라현이 생각해도 놀랄 정도.

드러나진 않았지만 수중에 몇 조가 넘는 현찰을 소유한 진짜 부자였다.

머리도 좋아 대학교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수재.

군문제도 이미 메달을 따 깔끔하게 해결된 상태.

알게 모르게 주변에 여자가 많다는 소문이 있긴 하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는 눈을 감았다.

어차피 잘난 남자 주변에는 여자가 넘칠 수밖에 없다는 걸 황라현은 잘 알고 있었다.

남편 임성철 회장도 누구 못지않게 여성편력이 화려했다.

아들도 마찬가지.

그렇게 잘나지 않은 사위들도 암암리에 만나는 여자가 있는 걸 알고 있다.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든 장태산이 황라현에게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내가 할 소리에요. 우리 윤아 잘 부탁해요. 공부만 해서 세상 물정을 몰라요.”

황라현은 장태산이 마음에 쏙 들었다.

사실 조심스럽다는 말이 더 맞았다.

장태산을 먼저 만난 적이 있는 형부 강중현이 조심하라고 누차 충고했다.

남편인 임성철 회장도 언제라도 만나게 되면 절대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었다.

‘만만치 않겠어.’

직접 보니 왜 그들이 그렇게 말했는지 짐작이 됐다.

마주한 장태산이 풍기는 진중함이 장난 아니었다.

대기업을 이끄는 총수를 마주한 것 이상이었다.

“밖에서 듣다 보니…… 윤아를 도와줄 것 같던데…… 맞나요?”

임아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키가 작은 그녀는 사슴처럼 눈망울이 컸다.

자신도 욕심이 크다는 건 알지만 미래를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 있었다.

좀 더 크고 알찬 기업체를 물려주고 싶은 마음은 언니 임아현과 다르지 않았다.

“회장님 뜻이었습니다.”

“아……빠가요?”

임아진이 당황하며 재차 물었다.

“네.”

“거짓말! 우리 아빠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려!”

임아현이 장태산의 입을 막으려는 듯 강하게 부정했다.

이미 임윤아의 편에 선 장태산을 적으로 규정한 상태.

‘저 새끼…… 밟아야 해!’

임아현도 장태산에 대해 아주 모르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름 알만큼은 알고 있었다.

오정이 상대하기에도 다소 버거운 상대였다.

주변에 포진한 인맥이 글로벌했다.

그런 장태산이 임윤아의 손을 들어준다면 앞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게 뻔했다.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까 잠시 생각했지만 성질에 맞지 않았다.

임윤아와 나란히 있는 것만 봐도 부셔버리고 싶은 장태산.

그가 느긋하게 웃으며 임아현을 바라봤다.

“부사장님은…… 제가 부담스러우십니까?”

움찔.

직접적으로 묻는 장태산의 질문에 임아현은 순간 당황했다.

‘이 자식…… 뭐가 이렇게 당당해?’

다른 곳도 아니고 오정의 회장이 누워 있는 병실이었다.

아무리 의식이 없어도 누워 있는 아버지 곁에서 태연자약한 장태산의 정신력은 대단했다.

“그게 지금 무슨 뜻으로 하는 말입니까. ……사과하세요.”

눈치를 보던 주현민이 발끈하며 나섰다.

“함부로 입을 놀린다는 말을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이 있을까요?”

도리어 태연하게 반문을 하는 장태산.

장태산의 시선이 주현민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이 새끼 뭐야…….’

주현민은 장태산의 차가운 눈빛에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뇌에서 전해지는 위기 상황 경고.

일평생을 눈치로 살아온 주현민의 감은 누구보다 예민했다.

스르릇.

그때 병실 바깥문이 열렸다.

그리고 등장하는 임준형.

오정 병원과 본사의 거리가 가깝다보니 병원에 빨리 도착했다.

“너 뭐야! 네가 왜 여기 있어!”

임준형은 장태산을 보자마자 삿대질부터 했다.

이미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오빠라면…… 됐어! 후훗.’

임아현이 흐뭇한 눈빛으로 임준형의 행동을 지켜봤다.

평소에는 소심한 듯 조용하지만 화가 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오빠.

샌님 같은 이미지는 그 나름대로 오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포장에 불과했다.

부부싸움 중에 집안 물건을 던진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승부욕도 남달랐다.

재계 황태자라는 타이틀을 생각보다 더 좋아했다.

그러나 장태산이 아빠 앞에 등장한 이후 소리 소문 없이 자주 비교를 당해온 오빠 임준형.

임아현은 새로운 동지의 등장에 여유를 되찾았다.

“오빠. ‘너가’ 뭐야. 태산 씨에게 사과해.”

조용히 있던 임윤아가 발끈했다.

과거라면 나이 차이가 나는 오빠의 말을 따랐을 임윤아.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이 어디에 서야 할지 명확하게 자리를 파악한 후였다.

박사 학위를 따서 교수나 하려했던 안일한 생각은 이미 접었다.

형제자매들 간에 재산 싸움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었다.

어차피 유산으로 어느 정도 정해진 상속을 받으면 몇 대는 무난하게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래서 큰 욕심이 없었던 임윤아.

그러나 장태산을 알게 된 그 이후 임윤아도 세상에 대한 욕심이 싹텄다.

“사과? 임윤아. 너 제정신이야?”

“응. 나 제정신이야.”

“어린 게 어디서…… 오빠한테 따박따박 말대답이야!”

임준형은 큰오빠의 권위를 내세워 큰소리를 냈다.

“나도 성인이야. 존중해줘.”

“뭐, 뭐라고? 존중?”

“쉽게 설명해 줄게. 나도 오빠처럼 오정의 정당한 법적 상속권자라는 말이야.”

“!!!”

임윤아의 선포에 임준형이 눈을 부릅떴다.

“…….”

나머지 두 자매도 침묵에 빠졌다.

지금까지 그룹 일에 있어서는 별다른 액션이 없었던 막내의 반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없는 폭탄선언이었다.

“하아…….”

황라현이 상황을 지켜보다 한숨을 쉬었다.

이런 날을 대비해 나름 준비한다고 했지만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임성철 회장이 예상보다 일찍 병상에 눕고 말았다.

임성철 회장은 전자를 비롯해 핵심 계열사를 임준형에게 몰아주려고 계획했다.

오정도 장자 세습과 남자 상속을 원칙으로 했다.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딸이 낳은 자식들은 결국 남의 가문 사람이 된다는 게 이유였다.

임씨 가문을 잇게 될 임준형은 그래서 더 특별대우를 받았다.

그 내막을 낱낱이 알지 못하고 못마땅해하는 딸들이 본격적으로 발언을 했다.

임성철 회장이 쓰러지기 전까지 결코 찍소리도 못 했던 딸들이었다.

그런 자식들이 엄마인 황라현 앞에서는 잘도 큰소리를 쳤다.

모두 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인지라 황라현은 특별히 누구의 편을 들어줄 수도 없었다.

아들이 가장 신경 쓰였지만 딸들과도 관계를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한 번 해보겠다는 거야? 저 자식 믿고?”

임준형은 제 마음이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감정적으로 행동하면 손해였다.

여우같은 여동생 임아현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자식 아니라. 최소 장 대표라고 불러줘. 오빠 계열사도 아니고 엄연히 국제적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야.”

임윤아는 또박또박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너…….”

입술을 깨물며 분노를 조절하는 임준형.

‘장태산, 내 여동생을 어떻게 꼬였는지 몰라도…… 넌 국물도 없어!’

임준형은 장태산을 죽일 듯 노려봤다.

강렬한 시선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장태산.

“…….”

병실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차라리 침묵이 많은 의미의 말을 대신할 때가 있었다.

지금이 그런 순간.

침묵이 흐르는 중에 모두 각자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오빠, 더 강하게 몰아붙여!’

임아현은 은근한 시선으로 임준형을 독려했다.

‘오빠가 두려워할 정도야? 장태산…… 당신 뭐야?’

반면 임아진은 장태산을 살피며 마음이 심란해졌다.

‘역시! 태산 씨!’

임윤아는 누구보다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처음 본 그날부터 자신의 마음을 송두리째 훔쳐간 남자.

오정 일가 앞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준형이가…… 밀리네.’

회장 뒤에서 조용히 내조하는 삶을 살아온 황라현.

그녀도 오정의 실질적 주인들 중 한 명임은 분명했다.

아들 임준형이 장태산에 기세가 밀리고 있음을 간파했다.

그만큼 심정이 복잡해진 황라현.

막내를 위해서는 장태산이 필요했다.

그러나 임준형과 임아현이 독기를 품고 몸부림칠 게 훤히 보였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가문에 분란이 될 소지만 커졌다.

이쯤 되니 어미로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모님, 회장님과 잠시만 단 둘이 있게 해주십시오.”

“그게 무슨…….”

갑자기 장태산이 누워 있는 임성철 회장과 단 둘만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무슨 개소리야! 널 뭘 믿고!”

기회를 포착한 임준형이 버럭 화를 냈다.

“전…… 자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당하기만 한 장태산.

“뭐라고? 지금 윤아가 지껄이는 약혼자라는 타이틀 믿고 까부는 거야?”

어이가 없다는 듯 묻는 임준형.

부드러운 미소로 씨익 웃는 장태산.

미소 띤 얼굴로 임준형을 비롯해 오정 일가 구성원을 쭉 한 번 돌아봤다.

그리고.

“오정전자 최대 주주 신분이면…… 자격이 됩니까?”

“!!!”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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