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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장. 신선들이 알바를 뽑는 방법. (720/1,284)

723장. 신선들이 알바를 뽑는 방법.

‘어찌!’

도인 왕유는 정말 놀랐다.

탈혼의 도술에도 영이 분리되지 않는 인간.

갑자기 무당파 기수를 물어왔다.

“무, 무당파를 아시오?”

장태산을 처음 볼 때부터 별난 인간이란 생각은 했었다.

인간 세상에서 왕후장상에 버금가는 엄청난 권세와 힘을 소유한 리장창.

그런 그가 사사로운 인간 하나를 못 죽여 안달이 났다.

도술로 찾아낸 장태산의 능력은 특별하긴 했었다.

우선 여러 신들과 교감하는 신맥이 감지됐다.

그러나 그밖의 특별한 것 없이 거기까지였다.

정식적인 도술은 자취를 감췄지만 아직 세상에는 신과 소통하는 자들이 많았다.

특별히 장태산은 내공을 수련한 듯했지만 왕유가 보기에는 그도 미미했다.

파아아앗!

그 순간 장태산이 감춰져 있던 힘을 개방했다.

“헛!”

왕유는 그만 헛바람을 삼켰다.

감추고 있다 드러낸 힘은 실로 대단했다.

게다가 진짜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건…… 선기!”

믿을 수 없게도 장태산은 내공뿐만 아니라 엄청난 선기를 감추고 있었다.

감히 왕유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선기.

주르륵.

우화등선을 준비하고 있던 준 신선격인 왕유의 등에 땀이 흘렀다.

수백 년 만에 심장이 벌렁벌렁 놀라 널을 뛰었다.

아직 나이도 미천한 젊은 청년이 이 같은 선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더욱이 내공까지.

“내가 묻잖아. 너 무당파 몇 기야?”

“…….”

왕유는 의도치 않게 입이 굳어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쫄았냐? 그럼 간단히 다시 물을게. 너 몇 살이야?”

수백 년은 족히 살아온 왕유에게 거침없이 하대를 하며 나이를 묻는 장태산.

눈빛에 두려움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올해…… 444세를 득했습니다.”

왕 도인 정도 되면 머리가 맑아져 헤아릴 수 없는 기억력을 소유하게 된다.

그만큼 왕유는 무당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오성이 뛰어났다.

거기에 장문인을 스승으로 두었었다.

여러 혜택을 거듭 통해 육신이 벌모세수가 됐다.

“444세……. 죽기 딱 좋은 나이구나.”

실없이 피식 웃는 장태산.

왕유의 인상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보통의 인간이 선기를 어찌 품게 되었는지 몰라도 세상을 오래 산 도인에게 저런 하대는 옳지 않았다.

오래전에 사라졌던 분노라는 인간적 감정이 고개를 쳐들었다.

크게 숨을 들이켜 끓어오르는 감정을 일단 눌렀다.

“혹시 장 도인께서도 도를 깨달았습니까?”

왕유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후 조용히 물었다.

과거에는 엄청난 도를 깨달은 이들이 우화등선에 들지 않고 세상에 남아 충분히 이승의 삶을 살다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 또한 도인들이 세상 사람과 섞여 살고자 선택한 삶의 방식이기도 했다.

왕유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도? 깨달았지.”

“!!!”

직접 도를 깨달았다는 말에 왕유는 진심으로 놀랐다.

도인이 스스로 도를 깨우쳤다 말할 수 있을 때는 진짜 도를 이룬 상태뿐이었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 한마디가 그대로 살아 법이 되기에 깨달은 자들은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다.

또 열면 안 되는 일이기도 했다.

“그 도가…… 무엇입니까.”

왕유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었다.

도는 각자가 깨닫는 것으로 사람마다 얻는 깨달음이 달랐다.

각자의 이름과 모습이 다르듯 도 역시 그만큼 다양했다.

그러다 보니 도인이 깨달은 일통의 도를 궁금해하는 다른 도인들이 많았다.

역시 실없이 씨익 웃는 장태산.

“내가 깨달은 도는…… 회귀도다.”

“???”

***

도인과 말 따먹기 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했다.

말하는 것들을 종합해 보니 우화등선을 목전에 앞둔 신선인 듯했다.

비법으로 감춰둔 내공을 개방하니 아니나 다를까 깜짝 놀랐다.

게다가 내가 쌓아온 카르마 포인트를 선기라 말하며 더 크게 놀랐다.

“옥황상제배가 요즘도 열리나 모르겠네.”

내가 알고 있는 썰을 조금 풀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회귀도’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해 있던 왕 도인이 호기심을 보였다.

“네 선배 기수들이 안 알려줬어?”

“……수행을 하고 나오니 세상이 변하여…….”

“따였어?”

“그게 무슨…….”

“맞네. 따. 쯧쯧.”

혀를 찼다.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수행이라는 핑계로 오랫동안 세상을 등졌던 것 같았다.

“내, 선계의 비밀을 알려 줄 것이니 잘 듣거라.”

내친 김에 말을 확 깠다.

무당파라면 나와도 인연이 깊다.

겨우 444살 밖에 안 먹은 제자는 나와 상대조차 될 수 없다.

“우화등선에는 시험을 보는 등과와 셀프 우화등선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하잘 것 없는 등선이 셀프 등선이다. 인간 세상에서 선기를 모았다 하나 선계에 가면 집 한 채 얻기도 힘든 선기일 뿐이다. 그렇기에 다들 시험을 봐서 등선하려 하는데……. 요즘은 하도 도인들이 귀해서 열리지 않는 것으로 안다.”

“헉!”

왕유의 인상이 잔뜩 찌그러졌다.

나의 말에 걸려 파르르 떨리는 그의 선기.

“내 말을 믿지 못하겠느냐?”

“장 도인께서 어찌 나도 모르는 선계의 비밀을 그렇게 잘 안단 말입니까? 그리고 회귀도가 무엇입니까? 그런 도가 세상에 있다는 걸 전 들어 본 적 없습니다.”

“쯧쯧. 그러니 따 당하지.”

“그만하십시오!”

상황이 역전됐다.

내가 도발하고 왕 도인이 화를 냈다.

“너 이거 알지?”

이럴 때는 말보다 행동.

스윽.

자세를 잡고 내공을 응용했다.

손을 천천히 태극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우르르르릉.

요즘 들어 경지가 더해진 태극오행양의심법.

손이 움직이자 붉고 푸른 태극의 힘이 공간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태, 태극오행양의심법!!!”

왕 도인 입에서 나오는 추억의 명칭.

“이제 알겠냐?”

“장……문 직계에만 내려오는 본파의 심법을 어찌…….”

“너 천룡신군 이름 들어봤어?”

“천룡신군이라면……. 혹시 1000여 년 전 우화등선하신 태태태태태태사조 장문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오! 알아?”

“물론입니다. 천룡신군께서는 엄청난 무공으로 마교의 교주와 싸우시고 어느 날 도를 이뤄 우화등선하신 분이십니다!”

왕 도인이 줄줄 천룡신군에 대해서 읊어댔다.

“요즘 그분 뭐 하시는 줄 알아?”

“네?”

천룡신군의 최신 활동 정보를 흘리자 두 눈만 껌뻑이는 왕 도인.

“원장님이다.”

“워, 원장님이요?”

“신선 헬스 케어 원장님. 가끔 불법 과외도 하시는데…… 그게 아주 죽여.”

“…….”

내 말 뜻을 전혀 이해 못 하는 왕 도인.

나를 귀신 보는 듯 봤다.

입은 꾹 닫았다.

그리고.

“사대각리여몽중(四大各離如夢中) 육진심식본래공(六塵心識本來空)이라.”

조용히 읊조린 법어.

“사대가 각각 제자리로 돌아가니 마치 꿈속의 일과 같고, 마음으로 일어나는 육식의 작용도 본래 공하구나. 지수화풍의 사대가 공함을 깨닫고도 아직 이생의 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네가 어찌 도를 논한다 말이냐!”

쿠구구궁!

드닷없이 사자후가 터졌다.

이제 내가, 내가 아니다.

갑자기 온몸에 퍼지는 묵직한 신의 기운.

“으으…….”

더는 어떤 말도 뱉지 못하고 벌벌 떠는 왕 도인.

“범부처럼 1000년을 꿈꾸는 계교를 그만 부리거라! 이곳에서 육진에 의해 더 이상 더럽히지 말고…… 어여 가자꾸나. 도를 원하지 않는 세상에…… 도인이 무슨 소용이랴. 일체 삼라만상이 본래 공한 것을…….”

“크으으윽.”

털썩.

마지막 말에 왕 도인이 짐승처럼 신음을 토하며 눈물을 쏟았다.

아직 벗겨지지 않은 세속의 마지막 업.

“일락서산월출동(日落西山月出東)이라……. 서쪽으로 해가 지고 동쪽에서 달이 떠오름이 그게 도다…….”

다시 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

왕 도인을 위해 신선이 직접 나섰다.

“크으으윽 크으으윽……. 흑.”

왕 도인이 깨달은 바가 있는지 서럽게 울었다.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없는 도인의 마지막 치유되지 않은 상처.

내가 몸소 체득하고 있는 회귀도와 전혀 다른 도가 펼쳐졌다.

저벅저벅.

나의 몸이 왕유를 향해 걸었다.

레벨이 높은 신선이 잠시 내 몸을 취한 상태였다.

공짜가 아닌 것을 서로 알고 있어서 그냥 놔뒀다.

나의 육신과 의식을 대여할 정도라면 그에 상응하는 포인트를 엄청 토해내야 할 것이다.

“왕유야……. 가자꾸나. 내가 마지막 연을 끊고 깨우치기를 지금껏 기다렸느니라…….”

꾸짖던 음성이 자상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진정한 선기를 잔뜩 품은 목소리다.

무릎을 꿇은 왕유의 새하얀 머리칼을 나의 손이 자상하게 쓸었다.

누가 봐도 제자를 쓰다듬는 스승의 따듯한 손길처럼 보였다.

“스승니이이이이이이임! 어어어어엉.”

그때 왕유가 스승님을 부르짖으며 벌떡 일어났다.

처음 등장했을 때의 모습과 사뭇 다른 눈물 콧물에 수염이 엉킬 대로 엉켜 버린 아이같은 도인의 모습.

덥석.

급기야 나를 격하게 껴안았다.

“!!!”

하아……. 또 당했다.

아무리 신선과 도인이 사제지간이라지만 남자 몸은 거북했다.

“가자꾸나. 네 사형들이 기다리고 있단다.”

손이 등판을 쓰다듬었다.

“이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 제자 왕유…… 기꺼이 스승님을 따라 가겠습니다! 사형들이…… 보고 싶습니다. 어어어어어엉.”

왕 도인이 진심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품에 안겨 눅눅하게 젖어드는 슈트.

“크응.”

수염에 뒤범벅이던 눈물 콧물도 묻었다.

표정 관리가 어려웠다.

그 순간.

파아아아앗.

밝은 빛줄기가 터졌다.

순식간에 허전해지는 몸뚱이.

방금 전까지 품에 안겨 서러움을 토하던 마지막 도인 왕유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허전했다.

우화등선은 나도 처음 본다.

도를 원하지 않는 세상에 필요가 없다던 도인.

“휴우.”

짧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여태껏 신선계에서 기다렸던 왕유 도인의 사부와 사제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리고 한편으로 안타까웠다.

“알바 하나 뽑아가는 데…… 진짜 요란도 하네. 쯧쯧.”

스승님과의 동행에 잔뜩 감동하며 떠났지만 난 왕유의 앞으로 미래가 훤히 보였다

선기라 불리는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한 왕유.

그가 신선계에서 걸어야 험난한 알바길.

알바로 시작해 비정규직 신분이라도 되려면…….

- 신계 알바생을 뽑는 데 협조한 당신에게 카르마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 알바생의 수입 중 10분 1을 12달 동안 지급 받습니다.

거봐라! 

신이 되는 것보다 인간계에서 구르는 게 훨씬 남는 장사다.

- 천룡신군이 감사를 표합니다.

나와 인연이 깊은 전직 무당파 장문인.

야동과 라면을 끊이라고 충고하던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그 감사 대가는…… 뭐 없는 거야?

- 신선 헬스 케어에서 12회 무료쿠폰이 지급되었습니다.

무료쿠폰? 사용 방법은?

-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신선이 되시겠습니까??? 특별 할인 기간이라…….

야! 닥쳐!!!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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