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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장. 다섯 악마의 시험.(5) (714/1,284)

717장. 다섯 악마의 시험.(5)

“실패했다고…… 했습니까?”

깔끔하게 새하얀 상의를 입은 잘생긴 중년 남자가 믿기지 않는지 반문했다.

“죄송합니다. 총재님.”

코나락 로이는 고개를 숙였다.

아들의 선거 운동을 위해 인기가 많은 타냐가 직접 신전에 걸음했다.

뉴델리는 인도의 수도.

언론에 노출되기가 쉬웠다.

그리고 오전에 신전을 한 바퀴 돌고 온 마누 간디가 보고를 받았다.

“그래요…….”

마누 간디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인도에서는 중도 좌파로 분류되는 국민회의의 총재가 됐다.

개혁을 위해 총탄에 맞아 사망한 아버지의 후광이 크게 작용했다.

할머니도 인도를 위해 싸웠다.

중도 좌파라 불리고 있지만 권력의 맛을 충분히 알았고 그만큼 서서히 변질됐다.

따르는 자들도 인도 정치, 경제, 신전 등의 상층부였다.

보수당이라 표방하는 국민당보다 더 심한 계급적 차별이 벌어질 때도 있었다.

시작은 좌파였지만 지금은 보수에 가까운 국민회의.

“갑자기 나타난 자에 의해 계획이 발각되었습니다.”

“시바의 불길이 타올랐다고요?”

“그……렇습니다.”

“진짜입니까?”

“사제들이 확인했습니다.”

“요즘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군요.”

유학파인 마누 간디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피식 웃었다.

하버드에 입학해 수학했을 만큼 총망받던 인재였다.

인종 차별로 인해 중퇴한 후 인도 정치인들이 대부분 그랬듯 영국에서 학위를 받았다.

철저하게 계획된 대로 흐른 인생.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간디 가문을 이었다.

인도에서 터를 잡고 살기 위해 신을 믿는 척했지만 엄마와 같이 무신론자였다.

“소문이 확산되면…….”

코나락 로이 부총재는 뒷말을 잇지 않았다.

신에 살고 죽는 인도인들에게 신의 역사는 중요한 변수가 됐다.

아직까지 마누 간디를 위한 신탁이나 신의 역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그런 소문쯤.”

마누 간디가 쿨하게 답했다.

“다음 계획은 언제입니까?”

“오늘 밤입니다.”

“확실한가요.”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그래요, 최선을 다해 주세요. 아직 몇 번의 기회가 남아 있지만…… 빨리 끝내고 싶군요.”

“죄송합니다.”

“부총재님을 전 좋아합니다. 지금껏 실망시키지 않았듯……. 그렇게 해 주세요.”

여전히 웃음을 띠고 있는 마누 간디.

하지만 눈동자는 어둠속에 몸을 감춘 뱀처럼 냉정하게 빛났다.

“믿어주십시오!”

식은땀을 흘리는 코나락 부총재.

간디 가문에서 떨어진 명 하나면 자신의 모든 게 당장 끝날 것이다.

이전부터 쌓아온 신임으로 버티고 있지만 만약 이번 일이 실패하면…….

“그런데…… 다니엘이 누굽니까?”

“라훌 회장이 초청한 외국인입니다.”

“어디 있습니까?”

“아직…….”

“신전에서 모디를 구한 경호원 이름이 다니엘이라고 하던데…… 연관성은 없나요?”

“이름은 같았지만 외모가…… 전혀 다릅니다.”

“흐음…… 그렇군요.”

“빠른 시간 안에 찾아내겠습니다.”

“그래요. 찾아봐요. 어머니처럼 저도 그자가 궁금하네요.”

손에 들린 보고서에 첨부된 한국인 남성의 사진.

마누 간디는 그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다니엘!!!”

리장창은 다니엘이라는 말에 경기를 일으켰다.

“그렇습니다. 단주님.”

“그자가 왜 인도에?”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투자문제인 듯합니다.”

“아스맛그룹의 라훌 회장 초청인가?”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불길해. 그 녀석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더러워져.”

리장창은 다니엘의 얼굴을 떠올렸다.

관계가 좋을 때는 사위를 삼고 싶었을 만큼 탐났던 뛰어난 인재.

하지만 지금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목표물이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좋은 기회입니다.”

“좋은 기회?”

“한국 내에서는 처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인도에서는 수시로 큰 사고가 일어납니다. 가령 총기라든가…….”

제갈유량이 눈빛을 빛냈다.

“그렇지. 인도라면 그럴 수 있지.”

리장창도 눈을 반짝였다.

기회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다만 찾기가…… 애매합니다.”

“왜?”

“라훌 회장의 별장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사라져?”

“신비한 능력을 소유한 자입니다.”

“그래서 더 없애야 돼.”

“그러시다면…… 어떤 방법으로.”

“아깝지만…… 왕도인을 보내도록 하지.”

“단주님!”

왕도인이라는 말에 제갈유량이 화들짝 놀랐다.

감춰놨던 진정한 천지회의 실력자 중 한 명.

모종의 계약으로 단 한 번만 이용할 수 있었다.

“다니엘…… 아니 장태산은 반드시 없애야 할 중국의 적이다. 아낄 거 없다.”

리장창의 결심은 이미 확고했다.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특징을 알려줘라. 그러면 왕도인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천지회와 첫 번째 가는 원수가 돼 버린 장태산.

리장창은 창밖을 내다봤다.

‘이번에는 반드시 널 없애겠다. 장태산…….’

***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러워?

갑자기 왼쪽 귀가 사정없이 간지러웠다.

누군가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게 분명했다.

부우우우웅.

어찌어찌 하루 일정이 마무리됐다.

디왈리 축제의 첫째 날.

만족스럽게 첫 번째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

사건 이후 신전에서 사제와 신도들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나의 마법과 시바신이 보인 이적에 일반인들은 날 신의 사자처럼 대했다.

덩달아 인기가 치솟은 모디 주지사.

“오늘……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옆 좌석에 앉아 있는 모디 주지사.

진심이 느껴졌다.

“제가 한 일이 없습니다. 모두 다 신의 은총입니다.”

- 당신의 신에 대한 겸손함에 힌두교의 여러 신들이 포인트를 흐뭇하게 지불합니다.

이 동네 포인트의 보물 창고였다.

아직도 넘치는 신도들의 신심 덕분에 포인트가 장난 아닌 인도 신들.

- 신이 된 소들이…… 마지못해 소꼬리만큼 지불합니다.

물론 나와 상성이 맞지 않는 신들도 존재했다.

2등급 육질도 안 되는 인도 소들이 날 못마땅하게 여겼다.

가볍게 무시했다.

인간은 인간이고 소는 소다.

한국에 돌아가면 투 플러스 한우 암소 꽃등심으로 직원들과 파티하고 싶었다.

- 소에 대한 경외심이 없는 당신에게 소와 관련된 신들이 심히 우려를 표합니다.

됐어. 난 이 동네 짱 시바만 있으면 돼.

다시 한 번 깔끔하게 무시했다.

빠아아앙! 빵!

축제 첫날의 밤이 되자 시내는 난리가 났다.

클랙슨 소리가 미친 듯 울렸다.

사방에서 몰려나온 시민들과 차가 한데 뒤섞여 도로가 마비될 지경이다.

경찰들이 호위하고 있지만 주지사의 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으음…….”

모디 주지사가 신음을 흘렸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

오늘 하루 열 곳이 넘는 신전을 방문했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인도는 아직도 살벌한 동네.

이곳에서 살아남아 총리가 되려면 신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해 보였다.

“피곤하시죠?”

“이제 젊은 나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나마 요가를 통해 몸을 수련한 주지사였기에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뎠다.

“힘내십시오.”

“물론입니다. 신의 기적을 직접 봤는데…… 힘을 내야죠. 제 생에서 오늘 같은 시바의 축복은 처음이었습니다.

모디 주지사는 오늘 일로 나를 완벽하게 믿게 되었다.

다섯 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인도는……. 흐흐흐.

“그런데…… 정말 괜찮으십니까? 사제가 바로 즉사할 정도로…… 강한 독이었습니다.”

“궁금하세요?”

“물론입니다. 아무리 신께서 오른팔로 안으셨다지만…….”

직접 보고 경험해도 믿지 못하는 신의 이적.

이래서 신들이 피곤한 직업이라는 거다.

의심 많은 인간들은 신을 향해 끈임 없이 이적을 보이기를 원했다.

그거 다 포인트 소모 행위라는 걸 모르고 말이다.

“영업비밀입니다.”

“…….”

날로 먹으면 안 된다.

“다니엘님은 정말 재미있는 분이십니다.”

“아무리 그래도 시바신만 하겠습니까.”

“그건…….”

차마 본인 입으로 불경한 말을 뱉을 수 없는 모디 주지사.

시바신이 성격 까칠하고 다혈질인 거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강한 만큼 모두 다 입 다물고 그냥 숭상했다.

괜히 건들어 봐야 재미없는 신.

쉬이이이이잇.

그때 창밖 하늘로 치솟는 무언가가 보였다.

퍼어어엉! 펑펑펑!

연속 쏘아 올려진 폭죽들.

타다다다당! 탕탕!

6.25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받아라 악마야!”

“저쪽에 악마가 있다!”

“조심해!”

폭죽을 쏘아 올리는 남자들의 행동은 과격했다.

아이들이나 여성들과 달리 대형 폭죽들은 남자들 손에 의해 쏘아 올려졌다.

“폭죽을 터트려 악마를 쫒는 행위입니다.”

모디 주지사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소싯적에 많이 해본 것 같습니다.”

“가난해서 겨우 작은 폭죽만 터트릴 수 있었습니다.”

폭죽도 빈익빈 부익부인 셈이다.

“폭죽 터트리다…… 사람이 먼저 죽겠습니다.”

도로를 비롯해 모든 빈 공간에 세워진 폭죽이 터지며 뿌연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다.

방독면을 하지 않으면 숨도 못 쉴 지경이 됐다.

그럼에도 인도인들은 거리낌 없이 마음껏 폭죽을 터트렸다.

“전통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는 일입니다.”

모디 주지사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렇죠. 카스트제도처럼 말입니다.”

“…….”

아픈 부분을 또 찔렀다.

모디 주지사는 입을 다물었다.

2020년까지 해결되지 않았던 인도의 신분 제도.

불가촉천민들에 대한 뉴스는 가끔씩 세계 뉴스를 통해 언급됐다.

화장실이 없어 길가에 변을 보다 살해당한 아이들과 여인들.

넘치는 인구는 축복이자 저주였다.

신이 해결해 줄 수 없는 인간이 안고 가야만 하는 문제.

모디 주지사도 이런 문제를 모르지 않으니 침묵하는 것이다.

잠시 차안에 침묵이 흘렀다.

그때.

- 악마의 두 번째 시험이 시작됐습니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불친절한 알림음.

긴장됐다.

방탄 차량까지는 아니지만 지금은 차 안.

선두와 후면에 경찰차와 경호원 차가 따라 붙어 있었다.

이런 차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퓨우우우우우.

그때 전면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거대한 불꽃 하나.

“아! 씨바!!!”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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