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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장. 다섯 악마의 시험.(4) (713/1,284)

716장. 다섯 악마의 시험.(4)

‘어떻게…… 알았지!’

거구의 사제 라오는 큰 충격을 받았다.

대대로 내려오는 뼈대 깊은 벵골 출신 브라만 가문의 사제인 라오.

인도가 지금처럼 민주화가 되기 전만 해도 신과 대등한 입지에서 군림했던 브라만들.

라오는 인도가 더 이상 민주화가 되는 걸 바라지 않았다.

전생의 업으로 이생의 신분이 결정되는 제도가 좋았다.

특히 벌레만도 못한 불가촉천민들인 달리트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정말 싫었다.

그들은 집에서 키우는 개, 돼지와 같은 가축들이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숨을 쉬고 살았지만 같은 인간 대우를 받을 가치가 없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해 버렸다.

부를 잃은 브라만 출신들도 하루아침에 하층민이 되었다.

과거 같았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일.

천민들도 사업에 성공해 부를 쌓으면 브라만과 대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살았다.

신이 정한 규율에 절대 어긋나는 일.

그래서 라오 사제는 그 누구보다 다시 옛날의 인도로 돌아가기를 꿈꿨다.

그 점에서 눈앞에 있는 모디 주지사는 철저하게 불합격이었다.

신분이 낮은 간치 출신이 인도를 다스리는 총리가 되려고 헛된 꿈을 꾸었다.

구자라트주의 주지시가 된 것도 못마땅했다.

그런 상황에 라오 사제에게 들어온 제의.

국민회의 쪽의 고위 간부가 찾아왔다.

모디 주지사의 스케줄을 낱낱이 알고 있던 그.

예상치 못한 독을 제공했다.

바로 눈앞에서 죽지 않고 음복 후 며칠 동안 고생을 하다 서서히 죽게 된다는 독.

브라만 라오는 결코 망설이지 않았다.

카스트를 위해서라면 그만한 일을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실행된 계획.

모든 상황이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갑자니 나타난 놈 때문에 다 틀어져 버렸다.

“시바신께 판결을 받을 것이다. 너와 나 둘이 이걸 먹고 난 후, 죽음을 맞는 자가 바로 신께 불경한 자이다.”

반으로 음식을 나누는 다니엘.

모든 시선이 반반으로 나눠진 음식에 쏠렸다.

라오는 대제사장을 힐끔 돌아봤다.

이 신전의 가장 웃어른.

“라오는 신의 뜻을 실행하라.”

믿는 만큼 단호하게 떨어지는 명령.

‘그들에게 해약을 달라고 하면 된다!’

라오는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대형 신전의 사제인 자신을 그들이 모른 채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시바신의 뜻을 받드옵니다.”

라오는 신상을 향해 고개를 숙여 합장했다.

“내놔라.”

차가운 눈빛으로 다니엘의 손에 든 음식을 요구하는 라오.

“후후훗.”

다니엘이 기분 나쁘게 웃었다.

그리고 둘로 나눠진 음식 중 한 쪽을 라오에게 넘겼다.

“귀한 음식은 흘리면 안 되니까. 원 샷~.”

바라문 사제에게 장난스럽게 농담을 던지는 다니엘.

‘널…… 반드시 죽여 주겠어!’

라오를 따르는 신도들이 제법 있었다.

신의 이름을 빙자해 그들을 자극해 다니엘을 청부살인하려는 계획을 그리는 라오.

파르르.

손이 눈에 띄게 떨렸다.

독임을 알고 먹을 수 있는 간 큰 인간은 없었다.

“흐음…… 맛있네.”

라오보다 먼저 손에 든 음식을 입에 넣고 맛있게 먹는 다니엘.

라오도 속으로 이를 갈며 천천히 음식을 입에 넣었다.

‘독이라니…….’

모디는 표정을 감출 수 없을 만큼 충격을 받았다.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수없이 많은 죽을 고비를 넘겨왔다.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대놓고 청부살인이 횡횡했다.

종파가 다른 자들은 상대편 죽이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외부 세계에서는 인도가 통일된 것으로 보일 테지만 과거부터 각 지역을 다스렸던 패자가 달랐다.

지역주의가 장난 아니었다.

언어도 수백 개가 넘었다.

타 지역에 방문해 연설하던 중 죽임을 당한 정치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주지사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죽음을 수시로 명상하는 인도인들이지만 직접 죽음과 마주하게 되면 동요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오늘 사건은 믿음의 신전에서 벌어진 일.

화르르르르.

인세의 불이 아닌 신의 불길이 시바의 손바닥에서 타오르고 있다.

그리고 진실을 확인하기 위한 증명.

모디는 라오 사제를 분노의 시선으로 지켜봤다.

간치 출신인 자신을 경멸하는 브라만들이 여전히 도처에 많았다.

신분제도의 타파는 아직도 요원한 길.

인도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이었다.

하지만 수천 년 동안 내려온 문명 의식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 만무했다.

답답한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모디.

푸자에 독이 들었다고 말한 다니엘은 당당히 음식을 삼키며 미소 지었다.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오늘 이곳에서 큰일을 치를 뻔했다.

‘이게 바로…… 그 시험인가.’

차에서 내리기 전 이상한 말을 건넸던 다니엘.

그가 신전에서 기적을 일으켰다.

그리고 치러야 할 신의 시험.

한참을 망설이던 라오 사제가 뭔가 믿을 구석이 있는 듯 단단한 표정으로 입안에 음식을 넣었다.

“어때! 맛있지?”

여전히 사제에게 반말을 하는 다니엘.

“으읍.”

다니엘과 달리 인상을 쓰며 입안의 음식을 씹기 시작하는 라오 사제.

누가 봐도 수상했다.

“커억!”

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

자업자득(自業自得).

스스로의 업은 스스로 쌓는 것.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게 신들이 그토록 입 아프게 말해 온 법칙이었다.

잔뜩 인상을 쓰며 음식을 씹던 돼지 사제가 비명을 질렀다.

금세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어때, 맛 죽이지?

“컥! 컥!”

손으로 목을 잡고 컥컥 소리를 냈다.

타락한 신의 종이 스스로 증명하는 자신의 업.

“라……오!”

“이럴 수가…….”

설마 하는 시선으로 지켜보던 사제들이 집단 멘붕에 빠졌다.

“으으으으으.”

“사……제님이.”

신도들 상황도 다를 게 없었다.

손에 쥔 음식에 마법을 좀 사용했다.

해독 마법이 아닌 활성화 마법.

독은 마나를 품고 수십 배 더 독해졌다.

자비는 있을 수 없었다.

신의 종이 악독한 마음으로 신전에서 사람을 해하려 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신을 섬기는 신도들에 대해 예의가 없는 처사다.

뒤룩뒤룩 살찐 몸뚱이는 모두 신도들의 피와 땀이었다.

그들의 헌신으로 먹고 살며 신을 모시는 자들.

그렇기에 누구보다 깨끗하게 살아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

“사…… 살려줘…….”

흰 거품을 문 라오 사제가 냉소적인 얼굴로 바라보는 나를 향해 목숨을 구걸했다.

뭔가를 알아 챈 듯한 표정.

“시바의 뜻이다.”

담담하게 흘러나온 대답.

한두 번 이런 죽음을 본 게 아니다.

특히 대부분 나를 해하려 시도했던 자들의 죽음이었다.

“커어어어어억.

눈동자가 돌아갔다.

콰당.

여전히 목을 부여잡고 입에서 거품을 토해내던 사제가 신전 바닥에 쓰러졌다.

누구 하나 앞으로 나서서 살피는 자가 없었다.

명백한 신의 심판.

화르르르르르르!

그 순간 시바 손의 불길이 더 크게 치솟았다.

이건…….

내가 한 게 아니다.

리얼 시바신의 신통력.

그가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시바시여…….”

“신의 뜻으로…….”

사제와 신도들이 시바 신상을 향해 경건하게 고개를 숙였다.

“허어어어억.”

그사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라오.

부르르르르.

몸을 심하게 떨었다.

그것도 잠시.

어느새 혼이 빠져나간 듯 사지가 풀린 채 손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깔끔한 죽음.

“…….”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다들 정신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했다.

“괘, 괜찮습니까?”

모디가 날 경외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일체의 의심을 거둔 눈빛이다.

“맛이 독특했습니다.”

활짝 웃으며 답했다.

그까짓 독쯤은 해독 마법으로 깔끔하게 날릴 수 있다.

마법이 아니더라도 몸뚱이가 변해 어지간한 독은 그냥 흡수 가능했다.

“모디님께 신전을 대표해 사죄의 말씀을 전합니다.”

경건한 표정의 대사제가 다가와 사과의 말을 전했다.

누가 봐도 이건 시바신의 뜻.

“아닙니다. 이 또한 신의 계획이 아니겠습니까.”

모디가 합장했다.

“시바신의 은총이 함께하시는 당신께 경의를 표합니다.”

대사제가 경외의 표정으로 나를 봤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대놓고 하는 신의 개입은 드문 일.

“모두 다 시바……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역시 합장하며 겸손함을 유지했다.

“오…… 시바시여.”

“시바께서 사랑하시는 분이시다.”

나의 모든 행동을 지켜본 신도들 역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칫 또 다른 신으로 섬길 기세.

내 눈길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라오에게 향했다.

인도 사람들도 참 특이했다.

한국 같았다면 119나 112에 신고하느라 바빴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 하나 라오의 죽음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신벌을 받은 자를 치워라!”

나의 시선을 살피던 대사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명을 받드옵니다.”

방금 전까지 자신들의 동료였던 자를 경멸하는 시선으로 대하는 사제와 신도들.

신을 믿는 이들, 이래서 무서운 거다.

신통 앞에서는 냉정한 이성적 사고판단 능력이 아예 제로가 됐다.

- 시바신이 저작권 사용료를 차감해 갔습니다.

뭐라고? 저작권 사용료?

어이가 없어 신상을 쳐다봤다.

자신이 아끼는 종을 지키기 위해 시바 이름 좀 썼다고 도리어 보따리를 훔쳐가는 나쁜 시바.

당신…… 진짜…… 시바.

말 없는 신상을 다시 한 번 노려봤다.

- 악마의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한 당신에서 시바가 듬뿍 포인트를 지불합니다.

어라? 이건 또 뭐야?

또다시 들려온 알림음.

- 시바 신의 아내 칼리가 당신에게 축복의 포인트를 보너스로 지불했습니다.

- 부와 지혜의 락슈미 여신이 행운 가득한 보너스 포인트를 쐈습니다.

- 크리슈나 여신이 당신에 포인트를…….

잭팟이 터졌다.

연달아 들려오는 신들의 포인트 지급 소식.

하아…… 이런 멋진 신들 같으니.

금세 굳었던 얼굴이 쫙 퍼졌다.

인간이나 신이나 계산은 정확하게 하는 게 좋은 법이다.

쏠쏠하게 챙긴 포인트.

야! 두 번째 시험 빨리 오라고 그래!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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