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장 무조건 이건 YES!!!
똑똑.
그때 식당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문 밖에서 집사가 대답했다.
“이제 오셨군.”
자리에서 빠르게 일어나는 라훌 회장.
얼굴에 기쁨과 긴장의 빛이 동시에 비쳤다.
‘도대체 누구…….’
샬루는 의문이 들었다.
인도에서는 손님을 접대하는 경우 보통 9시부터 저녁식사를 시작한다.
식전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환담을 나누고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려는 시각.
오늘의 주인공은 분명 다니엘이었는데 갑자기 아버지 라훌 회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평소보다 식사 시간을 늦췄다.
예의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오늘의 주인공인 다니엘은 아무런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좋은 남자야.’
샬루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입가에 한결같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다니엘.
어쩌다 샬루와 눈이 마주치면 피하지 않고 빙긋 웃었다.
“하하하. 어서 오십시오!”
“너무 늦게 왔습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귀한 발걸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호탕한 웃음소리와 익숙한 음색.
샬루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니엘이 따라서 조용히 일어섰다.
“들어가시지요.”
기분 좋은 라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자박자박.
두 개의 다른 발걸음이 식당 쪽으로 향하는 소리가 났다.
열린 문으로 들어서는 두 남자.
“!!!”
샬루는 라훌 회장과 손을 붙잡고 들어서는 백발의 중년 사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라루 모디 주지사!’
지금 인도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핫한 정치인이 저녁 자리에 나타났다.
내년 인도를 다스릴 총리로 확실시 되고 있는 라루 모디.
“샬루, 뭐 하느냐. 주지사님께 인사드려라.”
“나마스테. 라훌 샬루라고 합니다.”
공손하게 합장을 하며 샬루는 고개를 숙였다.
“나마스테. 세 여신들의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마주 합장해 오는 라루 모디.
엄격한 힌두교도인 그의 행동은 정중하고 예의 발랐다.
“그리고 여기 이분은 말씀드렸던 다니엘 장 대표님입니다.”
“나마스테. 시바신의 축복을 받은 이를 뵙습니다. 라루 모디라고 합니다.”
라루 모디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나마스테. 다니엘 장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
‘라루 모지 주지사를 후원하시다니…….’
샬루는 오늘 연이어 충격을 받았다.
인도에서 꽤 성공한 사업가에 속하는 아버지 라훌 회장.
인도의 부흥을 위해 신분을 낮췄지만 친척들 대부분이 브라만이나 크샤트리아였다.
반면 라루 모디는 주지사에는 올랐지만, 신분이 미천하다.
그는 현실적으로 부유층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라루 모디 주지사를 지지하고 있음이 확실해 보였다.
외국인에 이어 간치 출신의 주지사 라루 모디까지.
고등 교육을 받은 현대 여성 샬루였지만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이 사실이 사교계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아버지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고위 정치인들과 사제들 모두 이런 상황을 달갑지 않게 여길 것이다.
“샬루, 손님들이 오셨는데 식사를 내 오거라.”
“네. 아버지.”
샬루는 의구심을 뒤로 하고 식사 준비를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아버지의 선택에 대해서 왈가왈부 할 입장이 아니었다.
‘신들께서 현명한 지혜를 주시겠지.’
샬루는 신들께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만남이 인도 미래를 결정지을 만한 사건임은 확실했다.
그 와중에도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는 다니엘.
밀림의 제왕 사자처럼 평상심을 유지한 채 동요하지 않았다.
샬루는 한 번 더 그를 스쳐 지나가며 눈에 깊이 담았다.
***
라훌 회장, 무서웠다.
아니, 시바신의 치밀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만남은 전적으로 신의 주도하에 이뤄줬음이 분명하다.
다음 대 인도 총리가 될 인물을 한낱 저녁 식사에서 만나게 됐다.
모디 후보자와 줄을 대기 위해 지금 각국에서 암암리에 로비를 치열하게 하고 있을 것이다.
일개 한국인 청년 따위가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늦은 저녁 이렇게 직접 저녁 식사자리에 걸음한 모디 후보.
인사와 함께 웃음 띤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모디를 마주봤다.
이마가 훤칠한 게 복이 넘치는 자였다.
각종 복의 상징인 콧볼도 두툼하고 귀도 컸다.
하관도 단단해 관복도 타고났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흐르는 청수(淸水)의 기운.
공직자로서는 최고의 관상이 아닐 수 없었다.
사리사욕을 탐하기보다는 국가를 위해 헌신할 자.
인도와 힌두교를 위해 힘을 쓰는 시바가 사랑할 만한 자가 확실했다.
“앉으십시오.”
라훌이 자리를 권했다.
제일 상석을 내주었다.
“회장님이 이 집의 주인이십니다.”
사양하는 모디 주지사.
“시바의 뜻입니다.”
“알겠습니다.”
시바의 뜻이라는 말 한마디에 모디는 더 이상 사양하지 못했다.
라훌 회장은 확실한 신앙인이었다.
그의 피 속에 흐르는 사제 가문의 긴 역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사박사박사박.
그리고 시작된 저녁 식사.
레몬을 띄운 핑거볼이 먼저 들어왔다.
손을 씻고 수건에 젖은 손을 닦았다.
그 후 깔끔하게 차려 입은 여인들이 쟁반 위에 요리를 들고 들어왔다.
샬루가 탁자에 요리를 가지런하고 정성스럽게 놓았다.
카스트 제도의 엄격함을 이곳에서도 보고 있었다.
샬루가 직접 모든 걸 주도했다.
‘달’이라 불리는 콩수프와 ‘라이타’라 불리는 요거트.
익숙한 난이라 불리는 화덕 빵이 순차적으로 나왔다.
연이어 생선과 야채, 닭고기 카레가 놓였다.
단맛, 짠맛, 쓴맛, 톡 쏘는 맛, 신맛, 매운맛의 라사스라 불리는 여섯 가지 맛의 조화를 중시하는 요리들이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
숯불에서 구워낸 노릇한 탄도리 닭고기 요리도 빠지지 않았다.
푸짐하게 차려지는 한 상.
“드십시오.”
라훌이 식사를 알렸다.
“감사합니다.”
담백한 인사와 함께 시작된 식사.
밥 먹는 와중에 대화를 즐겨하지 않는 인도 문화가 여실히 드러났다.
모두들 소리 없이 음식에 집중했다.
극우 힌두 민족주의자인 모디 역시 예절은 철저히 지켰다.
스윽 슥.
왼손으로 요리를 덜어 오른 손으로 먹었다.
맛은 놀라울 정도였다.
독특한 향신료들이 조화를 이뤄 입안을 즐겁게 했다.
조용히 식사가 끝났다.
“준비가 부족하였습니다.”
“아닙니다. 매우 만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라훌 회장님.”
“놀라울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샬루는 식사에 끼지 않았다.
조용히 식탁을 살피며 불편함이 없도록 돌봤다.
차분하고 현숙했다.
인도 여인답지 않게 새하얀 피부가 유난히 돋보이는 그녀.
입가에 핀 미소는 연꽃을 닮았다.
달그락.
차가 나왔다.
이제부터 본격적이 판이 열릴 것이다.
파밧.
모디와 눈이 마주쳤다.
“대단한 투자자라 들었습니다.”
“아닙니다. 아직 부족합니다.”
첫마디부터 칭찬이 들어와 겸손으로 방어했다.
주지사 시절부터 경제에 관심이 많았던 모디.
인상은 부드러웠지만 강직함이 은근히 엿보였다.
과거 모디는 구자라트주에서 벌어졌던 반이슬람주의 대규모 폭력 사태의 방관자이자 암중 배후자라 의심을 받았다.
농업이나 기타 1차 산업 대신 제조업을 육성해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끌어 낸 장본인이기 하다.
직설적 발언을 즐겨해 이웃한 파키스탄과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만들어낸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국내 정치에서도 당연히 강경 태도를 보였다.
인도의 골칫거리인 카슈미르 무장단체와 낙살라이트 반군을 강압적으로 토벌하기도 한 모디.
강단 넘치는 눈빛의 그가 나를 호기심 있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다니엘님은 알려진 것보다 더 대단한 실력자입니다. 투투자동차뿐만 아니라 그룹 전반에 대한 투자를 제의해 왔습니다.”
“오! 그렇습니까.”
“신들의 축복을 받는 인도는 앞으로 세계를 이끌 지도자급 국가가 될 겁니다. 투자처로 엄청난 매력이 넘칩니다.”
약부터 쳤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핵을 보유한 군사강국.
우주 분야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기초 과학을 바탕으로 공대 분야 인력도 최고 수준이다.
인재가 넘치는 국가는 다음 대 지구 미래를 이끌 책임자로서 자격이 충분했다.
그런 점에서 모디를 내가 짜는 판에 끌어들여야 했다.
무엇보다 모디 총리는 일본과 가깝게 지냈다.
그의 관심을 한국으로 돌리는 것이 앞으로 내 임무였다.
“사바신께서 당신을 지켜본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것 같군요. 비록 인도가 지금은 선진국들에 비해 경제 발전이 뒤쳐져 있지만 미래는 다를 겁니다. 인도는…… 반드시 다시 위대한 겐지스강의 축복을 받아 찬란한 등불을 밝힐 겁니다.”
의지 굳은 지도자의 신념은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법.
2020년 인도가 크게 발전한 이유가 다 있었다.
모디 총리 몸에서 흐르는 기운.
우주의 기를 알고 수련하는 자였다.
“요가를 하시나 봅니다.”
“한국까지 소문이 났습니까?”
“차크라들이 열려 있음이 느껴집니다.”
“그게 느껴집니까?”
“부족하지만…… 능력 중 하나입니다.”
“요기시군요.”
“아닙니다.”
모디의 눈빛에 놀라움이 스쳤다.
타인의 차크라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 자는 드물었다.
우주의 비밀을 어느 정도 깨우친 요기 스승들이나 가능한 일.
“다니엘님은 신비한 무술도 시현하실 줄 안다는 소문이 돕니다.
라훌이 도왔다.
“그렇군요. 일반인의 신체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모디도 날 알아봤다.
이제는 진짜 본론을 얘기할 때.
“라훌 회장님. 밤이 늦었습니다. 두 분이서 긴히 할 얘기가 있으신 것 같은 데 전 이만 돌아갈까 합니다.”
직구를 던졌다.
“!!!”
살짝 놀라는 라훌 회장.
“…….”
그 틈에 흥미롭게 날 바라보는 모디 주지사.
다른 사람들 같았다면 딸랑거리는 종처럼 이 자리에서 수다를 떨었겠지만 나는 아니다.
아무리 눈앞의 모디가 미래의 인도 지도자라고 해도 나의 힘 역시 적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이 나에게는 있다.
과시는 아니지만 주도권 정도는 쥐고 싶었다.
이 두 사람을 포함한 시바신과의 자존심 대결.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라훌이 바로 알아챘다.
나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이 자리에 모디를 초대했다.
나름 서프라이즈 이벤트라 여긴 듯했으나 주소가 틀렸다.
“시바신께서 사랑하실 만한 성품이십니다.”
모디가 빙그레 웃었다.
시바신은 힌두교의 위대한 신이기도 했지만 그는 무엇보다 그가 지닌 힘을 사랑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단 파괴해 버리는 시바신.
그래서 공포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신탁을 받았습니다.”
라훌이 본론을 꺼냈다.
“신탁요?”
관심 있는 척 되물었다.
“여기 계시는 모디 주지사님은 신께서 예비하신 인도의 차기 지도자이십니다.”
하긴 신탁이 있었으니 라훌이 간디 가문이 아닌 모디를 밀었을 것이다.
“앞으로 이틀 후 디왈리 축제가 시작됩니다.”
뜬금없이 언급되는 디왈리 축제.
빛의 축제라고 불리기도 하는 인도에서 가장 유명하고 성대한 축제였다.
한국의 설날과 같았다.
축제 기간은 총 5일.
“알고 있습니다.”
“그 축제 다섯 날 동안…… 주지사님의 경호를 맡아 주십시오.”
“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탁이다.
“신들이 축제로 인해 정신없는 틈을 타 죽음의 사신을 주지사님께 보낸다는 신탁이 내려왔습니다. 모든 신들이 세상에 강림하기에 시바신의 눈이 가려집니다. 모든 아이들을 축복하느라 신의 힘도 부족해지는 시기입니다. 그 다섯 날 동안…… 시바신께서 오른팔로 안아주신 다니엘님만이 주지사님을 지켜주실 수 있습니다. 청을 받아주십시오.”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라훌 회장.
이거……. 대박의 냄새가…….
“마왕 나라카수를 따르는 어둠과 무지한 자들로부터 나를 지켜주신다면 신께서 허락한 제 이름으로 당신과 한국을 위해…….”
신까지 내거는 미래 인도 총리 라루 모디.
뒤에 나올 말 듣지 않아도 무조건 이건 YES!!!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