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10장 신들이 사랑하는 자들. (707/1,284)

710장 신들이 사랑하는 자들.

“저지대 침수는 모두 해결됐나요?”

“우기가 끝난 뒤에 복구가 거의 끝났습니다.”

“이재민들에 대한 구호도 활발히 해주십시오. 이제 이틀 후면 디왈리 축제입니다. 신들이 충분히 축복을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축제 준비는 어떻습니까?”

“디왈리 축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냈습니다. 경찰들을 비롯해 자원봉사자로 참가하는 단체들도 모두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몇 번 말하지만 결코 소홀함이 없어야 할 축제입니다. 모두 신 앞에 나아가는 마음으로 일을 진행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구자라트주에 주도인 간디나가르에 위치한 주지사 집무실.

주지사 라루 모디가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총리 선출 선거가 이제 몇 달 남지 않았다.

하지만 모디 주지사는 의외로 선거 운동에 목매지 않았다.

힌두교 원리주의자인 라루 모디는 모든 것을 신들이 주관한다고 믿었다.

신들의 축복이 있었기에 간치 출신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다고 생각하는 라루 모디.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일이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역사였다.

“파키스탄은 어떻습니까?”

“요즘은 조용한 편입니다.”

인구 6000만 명이 거주하는 구자라트주는 파키스탄과 국경지대를 접하고 있었다.

그 결과 이슬람 종교인들도 상당수 거주하고 있는 상황.

과거에는 수시로 폭력 사태가 벌어졌던 도시였다.

특히 군부대가 집결해 있어 언제나 긴장감이 흘렀다.

“곧 선거 기간이 다가옵니다. 혹시 모를 불순 세력들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주 경찰국장이 힘차게 답했다.

현재의 여론 결과에 이변이 없는 한 모디 주지사가 다음 대 인도를 이끌 지도자가 될 게 확실했다.

주정부에서 근무하는 고위 공무원들은 승진이 예정되어 있었다.

힌두교의 절실한 신자인 모디 주지사에 대한 충성심도 남달랐다.

“모든 곳에서 지켜보시는 신들의 눈길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신의 눈에 거스름이 없도록 잘 부탁드립니다.”

모디의 끊이지 않는 당부.

“신의 눈을 의식하겠습니다!”

장관들과 경찰국장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답했다.

힌두교 원리주의자인 주지사와의 독특한 인사법이었다.

“모두 물러가도 됩니다.”

스스슥.

평소라면 없었을 야간 회의였다.

총선으로 시국이 어수선한 상황이라 긴급하게 자리가 마련됐다.

“주지사님.”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부지사 부나이두가 모디를 불렀다.

인도국민당 소속으로 오랫동안 정치 인생을 같이한 러닝 파트너 같은 존재.

“부나이두, 할 말이 남았는가?”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가?”

“제가 아는 친척 중에 국민회의 쪽 간부가 있습니다. 그가 전하기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그렇겠지. 국민들의 사랑이 식었다는 걸 그들이 모르지 않을 테니 말이야.”

부지사의 조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디 주지사.

“그게 아니라…… 뭔가 계획을 꾸미는 것 같다고 합니다.”

“계획? ……설마?”

그제서야 뭔가를 짐작한 듯 모디가 놀라며 되물었다.

“암살 계획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으음…….”

인도에서도 면허제로 총기 소유가 가능했다.

파키스탄에서 흘러 들어온 총기가 많다 보니 암암리에 유명인들은 암살 위협에 시달렸다.

특히 지역 선거에서 상대편을 암살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왔다.

근래에 들어 줄어들긴 했지만 그 위험성은 언제나 도사렸다.

“경호원을 더 확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두게. 지금도 충분하고도 넘쳐.”

“주지사님…….”

“죽어야 할 운명이라면…… 신께서 데려갈 것이야. 최선을 다하지만…… 과하면 못 쓰는 법이야.”

모디의 생각은 완고했다.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일찍 퇴근해도 되네.”

“네?”

평소라면 선거 문제로 더 대화를 나눠야 할 시간이었다.

“중요한 인물을 만나야 하네.”

“누구를…….”

“미안하지만 비밀이야. 다만 신께서 예비하신 자라는 것만 알아두게.”

‘누구를 만나는 거지?’

부나이두는 섭섭함 대신 의문이 들었다.

언제나 모든 일정을 다 꿰고 있는 자신에게도 감추는 만남.

“내일은 아침에 사원에 가서 기도할 생각인데…… 자네는 어떻게 하겠나?”

“모시겠습니다.”

“그럼 아침에 보도록 하지……. 요즘 들어 신께 더 무릎을 꿇고 싶군.”

모디 주지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곤하지만 당당한 걸음으로 앞장서는 모디 주지사.

부나이두는 신을 진심으로 섬기는 모디 주지사를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뒤를 따랐다.

***

“Ye……!”

순간 넘어갈 뻔했다.

라훌 아스맛 회장의 딸이 확실한 샬루.

발리우드의 유명한 미녀 여배우들 뺨을 여러 차례 후려치게 생겼다.

대충 봐도 키는 175 정도 돼 보였고 늘씬했다.

피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순백 도자기처럼 고왔다.

목과 손에 차고 있은 황금 장신구들.

물론 그녀의 미모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윤기 넘치는 진한 갈색 머리칼은 보기 좋게 귀 뒤로 넘겼다.

잘록한 허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의외로 인도 전통 복장은 과감했다.

목선이 거의 다 드러나 보였다.

허리는 드러내도 다리는 감춰야 하는 인도 여인들 특색이 그대로 드러난 옷차림.

꽃무늬 자수가 독특한 연분홍 긴 사리와 강렬한 붉은 색의 쫄리라 불리는 타이트한 상의.

거기에 푸른색 기다란 천이 어깨부터 몸체를 부드럽게 감쌌다.

어쩐지 유혹적이면서도 단정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녀의 미소였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인도 미녀 특성이 샬루에게서 그대로 드러났다.

큼지막한 밝은 갈색 눈동자에는 나를 향한 호기심이 가득이었다.

베일 듯 날카로운 콧대는 미녀의 상징.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건강한 붉은 입술은 절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행동 하나하나에 기품이 넘쳤다.

제대로 된 인도 처녀.

시바가 야심차게 준비한 미끼였다.

“샬루는 제 막내딸입니다. 델리 대학교 경영학부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죠. 어여쁜 아이입니다.”

막내딸을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라훌 야스맛 회장.

그가 대놓고 자랑할 만했다.

“락슈미 여신의 축복이 당신에게 있음을 알겠습니다.”

힌두어로 샬루를 칭찬했다.

인도에서 추앙받은 락슈미 여신.

황금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여신으로 연꽃 위에 즐겨 앉는 신으로 알려졌다.

여신은 남편 비슈누 신과 함께 사람들에게 숭배되며 정절의 대명사로 불렸다.

여성미를 표현하는 데 락슈미 여신만한 찬사가 없었다.

“힌두어를…… 잘하시네요.”

샬루가 기쁨에 젖은 목소리로 칭찬에 화답했다.

“샬루. 다니엘님은 다른 언어에도 능통하단다.”

“존경합니다.”

살짝 고개를 숙이며 합장하는 샬루.

쿵! 쿵! 

오랜만에 심장이 제대로 뛰었다.

시바 형님이 대놓고 나를 시험했다.

여러 아내를 거느려 성격이 화끈한 시바 형님답게 준비한 미끼도 대단했다.

“아닙니다. 부끄러운 제주입니다.”

내가 스스로 쌓은 재능이 아니다.

카르마 포인트로 반스데일에게 후려쳐서 얻은 능력일 뿐이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샬루, 준비는 다 끝났느냐?”

“끝났습니다.”

“그럼 식당으로 가시죠.”

라훌 회장이 흐름을 적당히 끊고 들어왔다.

나와 샬루를 바라보는 눈빛이 의미심장했다.

앞장서는 라훌 회장.

자연스럽게 나와 샬루가 그의 뒤를 따랐다.

사락사락.

조심스럽게 걷는 샬루.

그녀에게서 말할 수 없는 좋은 향기가 풍겨왔다.

신을 향해 매일 향을 사르는 인도인의 삶이라 그런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향기.

묵묵히 걷던 중 눈이 마주쳤다.

반짝반짝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는 샬루의 눈빛.

씨익.

조용히 미소로 화답했다.

시바 형……. 야훼도 그랬어.

나, 쉬운 남자 아니야……. 후후훗.

***

“정말요? 변호사시라고요?”

샬루는 깜짝 놀랐다.

나이도 자신과 비슷한 남자가 벌써 변호사였다.

세계 어딜 가든 변호사 시험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눈앞의 남자가 그 어려운 변호사라니.

“운이 좋았습니다.”

‘겸손하기도 하잖아…….’

아버지 라훌 야스맛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 샬루는 잘 알고 있었다.

힌두교를 신봉하는 열렬한 신자였으며 집안에서는 엄한 가장이었다.

또 함부로 집안에 손님을 들이지 않았다.

보통 인도인들은 같은 카스트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식사를 했다.

세월이 흘러 과거처럼 엄격하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지도 라훌 회장은 그 면에서 아주 단호했다.

그런 라훌 회장이 신분이 낮은 외국인을 식사에 초대했다.

파격적인 일이었다.

비즈니스에 관련된 일인 경우 밖에서 주로 만나 식사를 해결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이 있는 집안에는 친인척도 함부로 들이지 않는 라훌 회장이었다.

“다니엘님은 여러 방면으로 대단하신 분이시다.”

“어떤…… 방면에서요?”

샬루는 한국 남자 다니엘에 대해 잘 몰랐다.

오늘 귀한 손님들이 온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학교에서 오후 수업이 끝나기 전에 돌아왔다.

그리고 호텔에서 근무하는 쉐프를 초빙해 손님 접대를 위한 요리를 준비했다.

엄마는 집이 있는 뭄바이에 있기에 집안의 안주인 역할을 샬루가 도맡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손님 접대에 소홀함이 있을 수 없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아버지가 모든 접대를 샬루에게 일임했다.

“투투 자동차와 합자회사를 추진한 분이 바로 여기 다니엘님이시다.”

“정말요?”

샬루는 깜짝 놀랐다.

아버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

소비력이 늘어나며 인도인들도 자가용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사업수단이 좋은 아버지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다른 형제들과 달리 경영대생인 샬루에게는 가끔 회사 돌아가는 얘기를 하는 아버지.

요 근래 투투자동차에 대한 얘기가 가장 많았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투자 회사를 소유하고 있단다. 월가의 로버트 라이언과 피를 나눈 형제처럼 지낸단다.”

“!!!”

샬루는 다시 한 번 놀랐다.

경영학과 학생인 만큼 세상 돌아가는 뉴스에 관심이 많았다.

아버지가 미래에 자회사 하나쯤은 자신에게 맡길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만큼 공부에 소홀할 수 없었다.

그런 샬루도 잘 알고 있는 로버트 라이언.

월가의 어떤 투자자들보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신화적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과 눈앞의 남자 다니엘이 형제처럼 지낸다는 말이었다.

‘멋있어…….’

샬루는 다니엘이 다시 보였다.

요즘 한창 즐겨듣는 한국 보이 그룹 아이돌의 음악.

웬만한 그룹 멤버들보다 더 잘생기기까지 했다.

“회장님, 과한 칭찬에 신들이 노할까 걱정입니다.”

신에 대해서도 경외심을 품고 있음이 느껴졌다.

행동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고 예의가 넘쳤다.

“부모님과 형제들은 어떻게 되나요?”

샬루는 적극적인 자세로 질문을 했다.

인도인들은 처음 만났을 때 가족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걸 예의로 여겼다.

공동체 의식이 강했던 만큼 가족들에 대한 정보 수집은 기본이었다.

“부모님과 쌍둥이 여동생이 있습니다.”

“쌍둥이요!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샬루가 열정적으로 반응했다.

“스물 세 살입니다.”

“그럼…… 저와 동갑이잖아요! 세상에!”

샬루가 갑자기 기쁨의 탄성을 터트렸다.

“다음에 한국에 오시면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정말요! 그럼 저 방학 때 갈게요! 아빠. 저 한국 가도 되죠?”

샬루는 평소와 다르게 잔뜩 들떴다.

왠지 모를 즐거운 기분이 샬루를 사로잡았다.

오늘 아침도 시바신께 기도를 드렸다.

요즘 부쩍 자주 꿈속에서 등장하는 시바신.

“물론이다. 다니엘이 허락하면 언제든 좋다.”

라훌 회장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라면 아예 생각하지도 묻지도 않았을 질문이었다.

항상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학교에 다녔던 샬루였다.

‘설마…….’

샬루에게 갑자기 떠오른 생각 하나.

순간 샬루의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붉어졌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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