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4장 삼신기(三神器). (701/1,284)

704장 삼신기(三神器).

콰드드드득.

낡고 오래된 돌문이 움직이며 쌓였던 먼지와 부스러기가 한꺼번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단장님, 조심하십시오.”

“코린 자네도 조심하게.”

21세기가 분명한 시대에 갑옷과 방패, 검으로 무장한 성전기사단의 기사단장 아르노 발루아 백작.

그의 뒤를 따르는 코린 경의 모습 또한 다르지 않았다.

‘드디어 열리는군!’

아르노는 긴장했다.

지금은 해석할 수 없는 고대 룬어로 각인된 돌문.

긴 세월의 침묵을 깨고 작동했다.

쿵! 쿵!

아르노의 심장이 힘차게 뛰었다.

오랫동안 이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사신이 갈수록 강해졌다.

우위를 차지하던 성전기사단원들이 속수무책 쓰러졌다.

암암리에 조직에 침투해 있는 아사신의 꼬리도 많았다.

정신계 마법에 의해 점차 점령되고 있는 기사단원들.

그들을 구원하고 승리로 이끌기 위해 아르노는 결단을 내렸다.

잠들어 있던 과거의 유산을 깨울 수밖에 없었다.

기사단장만 알고 있는 신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삼신기(三神器).

기적을 부르는 마법의 지팡이로 알려져 있는 모세의 지팡이가 첫 번째다.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물건으로 파라오에게 열 가지 재앙을 내리고 이스라엘 민족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했던 지팡이.

두 번째는 구약성서 최고의 유물로 취급하는 성궤.

3천 년 동안의 시간을 건너뛴 구약성서 최대의 미스터리한 물건이다.

단단한 여리고 성을 7일 만에 무너트리고 온갖 기적을 일으켰던 여호와의 말씀이 담겨 있는 상자였다.

마지막은 영국 역사상 최고의 궁정 마법사 멀린이 아더왕에게 줬던 엑스칼리버다.

멀린이 호수의 요정을 통해 아더왕에게 허락했던 엑스칼리버.

전설로만 내려왔던 삼신기에 대한 비밀을 아르노는 익히 알고 있었다.

지금 영원히 깨우지 않겠다는 그 불문율을 깨고 비밀의 문을 열려 했다.

인류가 알고 있는 모세의 지팡이와 성궤, 엑스칼리버에는 전혀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전설로 남겨졌을 때만 미화될 진실한 비밀.

교황청과 맹약을 맺고 지금껏 수호되었다.

성전기사단은 교황청의 비밀 수호 단체와 형제와 진배없는 관계에 있었다.

엄청난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열쇠를 둘로 나누어 공유했다.

사해성경과 마찬가지로 교황청 가장 깊숙한 공간에 감쳐져 있던 비밀의 조각들.

교황도 마음대로 열람할 수 없는 비밀을 아르노는 교황청의 비밀 결사대인 백색기사단을 이용해 깨웠다.

과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에 참석했던 교황 후보자들이 죽임을 당했다.

아사신이 세상을 어둠 속으로 몰아넣기 위해 실행했던 계획.

신의 죽음을 증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때 현장에 백색기사단원들이 등장해 아사신의 살수들을 제거했다.

삼신기에는 못 미치지만 고대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백색기사단원들이었다.

아사신을 1차 방어하는 일을 맡은 성전기사단과 교황청을 마지막으로 수호하는 소수의 백색기사단.

그들에 의해 교황청과 신도들은 보호를 받고 있었다.

쿵!

마침내 육중한 돌문이 활짝 열렸다.

파바바바바밧!

동시에 가동되는 빛의 찬란한 현현.

“오! 정말 대단합니다!”

평소 과묵하던 집사 코린 경이 경탄을 아끼지 않았다.

봉인된 삼신기가 잠들어 있는 지하 공간.

과거 중세시대 교황과 성직자들은 세상으로부터 삼신기를 회수했다.

신의 이름이 널리 퍼진 시대였던 만큼 굳이 따로 신물이 필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부담스러운 물건이 되었다.

무지한 인간들은 신의 말씀에 귀 기울이기보다 눈앞의 신물에 더 열광했다.

신의 대답은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신물 삼신기는 바로 눈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결국 교황청은 서둘러 삼신기를 감췄다.

멀린이 잠들어 있는 월트셔 야산에서 멀린의 유품과 엑스칼리버를, 성궤는 제4차 십자군 전쟁 때 회수했다.

프랑스 기사들이 주축이 된 4차 십자군 원정대 출정은 예루살렘 회복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은밀히 교황의 명을 받고 성궤를 찾아 나섰다.

교황의 명을 받은 베네치아가 그에 필요한 자금을 댔다.

헝가리 도시 자라에 숨겨져 있던 성궤.

당시 헝가리 국왕은 교황에게 충성하긴 했지만 실상은 그리스 정교의 충실한 신도였다.

그리스 정교와 카톨릭교는 정당성 확보를 위해 성궤를 목표로 삼았다.

그리스 정교와 카톨릭교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었다.

정보를 알고 공격했지만 정교회는 빠르게 눈치 채고 콘스탄티노플에 성궤를 숨겼다.

교황은 형식적으로 십자군 원정대 전체를 파문했지만 그 또한 모두 다 계획적이었다.

기독교 도시를 공격했다는 세상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이중 계책.

파문당한 기사들은 멋대로(?)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해 성궤를 회수했다.

교황에게 속죄의 보물을 가져다 받침으로써 용서를 받는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

그 당시 주도적으로 역할을 담당했던 성전기사단과 백색기사단.

모세의 지팡이는 1차 예루살렘 함락 때 유대교 지하 신전에서 획득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삼신기는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으음…….”

아르노도 신음을 흘렸다.

이곳은 미지의 공간이었다.

로마 교황청 가장 깊숙한 지하 공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시여…….”

백색기사단의 대표로 따라오던 중년의 기사가 성호를 그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환하게 밝혀진 지하 복도.

양옆으로 튼튼한 기둥들이 서 있었다.

악마와 천사들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사가 조각된 기둥.

현재도 전쟁 중인 것처럼 어둠과 빛의 기운들이 마구 뒤엉켜 있었다.

“움직입시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아르노는 마음이 바빴다.

이곳 지하는 고대 마법에 의해 건축되었다.

과거 중세 수도사들 중에 마법을 수련한 이들이 대거 존재했다.

사는 동안 세상 밖은 고사하고 이성을 눈으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깊은 심처에서 수행했던 수도사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들은 고대 룬어를 연구했고 자연스럽게 마법을 사용했다.

마법이 하나님의 말씀에 위배된다 하여 세상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이런 비밀 공간 건설에서는 주로 마법이 사용됐다.

그 많던 수도사 마법사들은 이곳에서 건축에 투입되었다가 모조리 사라졌다.

교황을 비롯해 당시 사제들이 결단을 내린 결과였다.

하나님의 말씀을 세우고 마법이라는 불경한 것들을 세상에서 지워버리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마법을 배운 사제들은 독이 든 물과 음식을 제공받고 쓰러졌다.

한마디로 그들의 한과 고통이 오롯이 깃들어 있는 지하 공간인 것이다.

휘리리리리링.

바람 한 점 들어올 수 없는 깊은 지하였지만 분명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스멀스멀 찾아오는 한기.

스릉!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힘으로 악은 사라질지어다!”

백색기사단원이 검을 뽑아들고 준엄하게 소리쳤다.

파아앗!

금세 반응을 보이며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란빛.

백색기사단원은 평생을 기도와 수련으로 살아온 자들이었다.

교황도 기사단원들의 신분을 일일이 알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진 조직이었다.

그만큼 감춰진 능력 또한 대단했다.

대대로 내려오는 교황청 지하의 비밀 공간에서 백색기사단원이 숨겨진 힘을 발휘했다.

수백 년 동안 그 누구도 언급하기를 꺼려했던 비밀들.

그 저주에 관한 이야기들은 기사단원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고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차자장!

아르노 백작과 코린 경도 검을 뽑아 들었다.

그들도 미약하나마 다른 힘을 다룰 수 있었다.

“신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악귀들입니다.”

백색기사단원이 차갑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당시 건축에 투입되었던 사제 마법사들은 그들끼리 반란을 꿈꾸고 있었다.

삼신기의 진짜 비밀을 낱낱이 알게 된 후 탐욕으로 눈이 뒤집어 졌다.

평생 기도로 일신을 정화하고 마법을 수련했던 사제들.

그런 그들마저도 악으로 물들이고 인도했던 삼신기의 힘.

타다닥.

아르노가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코린과 백색기사단원도 빠르게 뒤를 따랐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어두운 기운들이 일행의 뒤를 따르며 몰려왔다.

죽어서도 이 공간을 떠날 수 없었던 사제 마법사들의 영혼.

“성물을 주십시오!”

마지막 문 앞에서 아르노가 다급하게 외쳤다.

“여기 있습니다.”

전해지는 반쪽짜리 오각성의 조각 하나.

아르노가 자신의 손에 들린 조각을 합쳐 하나로 만들었다.

찰칵.

문 안의 또 다른 입구에 조각을 넣자 쇳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그그그그그그그극.

수백 년 동안 닫혀 있던 문.

삼신기를 보관하는 마지막 문이 열렸다.

파아아아아아앗!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빛.

세 명의 기사는 재빨리 손으로 눈을 가렸다.

잠시 눈을 멀게 할 정도로 광채는 어머어마했다.

“아!”

“허억!”

“오오오오!”

빛이 사라지는 순간 눈을 뜨고 내부를 살피던 세 사람.

입이 저절로 벌어지며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눈에 들어온 돌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삼신기의 신물.

그리고 주변에 놓인 각종 무기와 책들.

놀랍게도 그것은…….

“마……법서!”

***

- 이번 삼룡 신차 실물 봤음?

- 디자인 개간지 작살!

- 삼룡이 칼 빼들고 연대에 덤볐다고 봄!

- OTL!

- 드라이빙 패키지 기본 옵션은 연대 최고급 차종보다 먼저 들어갔습니다.

- 가격도 눈물 납니다! 이런 디자인에 안전성을 갖추고도 2000만 원이 시작가입니다.

- 볼부와 합작했다더니……. 완전 죽여요.

- 오늘 사전 계약했어요. 순번이 오후에……. 3955 떴어요.

- 저리 할부는 또 어떻고요.

- 8인치 내비게이션도 기본 옵션이에요!

- 나도 방금 질렀음!

- 삼룡 흥해라!

- 회사 젊은 직원들도 난리…….

- AS기간도 5년 10만km라니 역대급입니다!

- 타볼리는 진리!!!

“후후훗.”

삼룡차 신차가 드디어 발표됐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의 마지막 날에 런칭했다.

기본기가 튼튼해 광고를 조금만 때려줘도 효과가 엄청 났다.

하루 만에 신차 계약이 7000대를 넘었다.

이 정도 속도라면 다른 자동차 회사를 압살하고도 남았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2013년에는 이런 차가 없었다.

가격과 안전, 디자인, 편의성과 AS기간까지 모두 잡았다.

디자인은 내가 거들었다.

온시은의 슈퍼컴퓨터로 기본 설계와 테스트를 마치면서 시간을 줄였다.

볼부 기술이 시너지 효과를 내 빠르게 출고됐다.

들어가는 기본 부품들도 훌륭했다.

하청 업체들을 상대로 기본 가격을 보장했다.

단가를 후려치지 않은 만큼 품질이 담보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정 마진율이 20%가 넘었다.

대량 판매를 예상한 만큼 단가가 저렴했다.

연대에서 미션을 받아 공급도 안정적이었다.

결정적으로 나만의 후처리 공장을 거쳤다.

중요 부품들은 내가 설치한 특별 공정을 거쳤다.

같은 미션이라고 해도 내구성이 완전 달랐다.

특수 열처리라는 이름으로 강화 마법 시설을 설치한 것이다.

10년 동안 주행해도 차체가 끄떡없을 정도는 됐다.

안전을 두고 장난치지 않았다.

에어백도 최신형으로 넣어줬다.

열광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이다.

“전문구 회장님 머리숱 빠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오네…….”

여유롭게 창밖을 내다봤다.

문득 화려했던 지난여름이 생각났다.

내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오붓하게 부모님과 세 명의 미녀와 함께 휴가를 다녀왔다.

도도희 상무와 유세라 씨는 함께하지 못했다.

로리아나가 한 성격 한다는 걸 안 이상 감히 초대하지 못했다.

여름 휴가지에서는 나보다 부모님이 더 호강했다.

세 여인들의 눈물 어린 부모님 보살핌은 아들인 나보다 나았다.

오로지 가족들만 사용할 수 있는 피라이빗한 세이셀 군도의 어느 섬.

진짜 반성 많이 했다.

돈지랄도 문화가 있고 격이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럭셔리한 분위기였지만 절대 졸부 티가 조금도 나지 않았다.

공간은 조용했고 생활은 심플했다.

고급스러움과 함께 전해지는 편안함은 상상을 불허했다.

그 결과 내년 여름휴가는 눈이 돌아간 사라가 대접하기로 낙찰이 됐다.

카리브 해에 위치해 있다는 그녀의 별장.

그곳도 기대가 됐다.

물론 비비안은 그 후년을 예약했다.

적도에 위치한 프랑스령에 그녀의 섬이 있다고 했다.

나야 언제든 대환영이었다.

“그런데 비비안에게……. 무슨 고민이 있는 것 같았는데?”

끝까지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비비안은 몇 번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는 사이 집안에서 온 긴급한 연락을 받고 곧장 돌아가 버렸다.

허둥지둥 놀라며 휴가지를 떠나던 비비안.

못내 아쉬움과 그리움이 뒤섞였던 그녀의 눈동자가 아직도 생각났다.

“신물이…… 등장했다고 했지…….”

휴가 중에 갑자기 들렸던 알림음.

신들의 신물이 세상에 모습을 나타냈다고 했다.

구체적인 정체는 알지 못한 상황이지만 엄청난 물건임은 확실했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는 지구별에 남겨진 과거 인류 문명이 남긴 미스터리한 역사와 보물이 수두룩했다.

“본격적으로 연구소가 가동되었으니…….”

휴가 이후 많이 바빴다.

연구소 주변에 미흡했던 곳들 중심으로 마법진을 설치했다.

하루아침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4학년 2학기를 남기고 휴학했다.

대신 장주 연구소에서 마법진을 설치하며 시간을 보냈다.

띠리리리리리.

그때 울린 스마트폰 소리.

액정 화면을 확인했다.

눈에 익인 이름이 떴다.

“오래도 버티시네…….”

이제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시간.

통화 버튼을 터치했다.

“장태산입니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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