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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장. 독립운동.(4) (688/1,284)

691장. 독립운동.(4)

“테슬러에 엘자 배터리가? 일본 제품이 아니고?”

“그렇습니다. 대인.”

“엘자가 그 정도 수준이 되나?”

“뛰어난 편이지만 그럴 만한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그래. 엘자가 선도적이지는 않지. 우리가 뺏어 먹을 정도는 되지만 말이야.”

“정보에 의하면 TS큐셀이라는 업체에서 신제품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TS큐셀이라면……. 그놈?”

“장태산이 투자한 기업입니다.”

“장태산!!!”

홍콩에 위치한 리장창의 저택.

제갈유량의 보고에 리장창은 외마디 비명처럼 장태산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잊고 있었다.

뒤에서 밀고 있는 자를 주석으로 세우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중국몽을 꿈꾸는 천지회와 달리 개인들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움켜진 세력들과 싸워야 했다.

공청단, 상해방, 태자당이 만들어 내는 중국 내의 권력.

교묘한 수법과 암살, 협박을 통해 결국 주석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주석을 세웠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과거부터 뿌리를 깊게 내린 중국 권력의 암중 배후.

비수를 들고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려보고 있다.

그 싹을 막기 위해 천지회 조직은 온 힘을 다 쏟아 부었다.

다른 곳에 고개를 돌릴 틈이 없었다.

중국 인민들은 전혀 모르는 권력 전쟁이 계속 진행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다시 장태산이라는 이름을 들어야 했다.

“장태산이 엘자와 합자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터리 말고?”

“아직은 정체가 모호하지만 스마트 팩토리라는 기업 솔루션 업체입니다.”

“……스마트 팩토리라.”

‘장태산! 도대체 네놈 꿍꿍이가 무엇이냐!’

과거에는 장태산을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공격 실패에 리장창은 점점 두려움을 느꼈다.

끊임없이 전해져 들어오는 장태산에 대한 정보.

신출귀물이라는 말이 제격일 정도로 세계를 발 빠르게 누볐다.

접촉하는 인물들 또한 엄청났다.

리장창도 만나기 어려운 미국 정치권 거물들과도 여러 차례 회동을 가졌다.

사업 영역도 빠르게 확장했다.

금융이나 가치 투자자가 아닌 실물 기업들 사냥까지 나섰다.

급기야 이제 합자 법인까지 설립했다.

“엘자공장 추진은?”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공장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큐셀 배터리가 그렇게 뛰어나나?”

“엘자 쪽 연구진에 의하면 혁명적이라고 합니다.”

“으음…….”

리장창은 신음을 흘렸다.

배신자를 통해 TS큐셀 배터리 정보를 빼돌리려다가 덜미를 잡혔다.

그 이후부터 완벽하게 정보가 차단됐다.

차세대 먹거리를 차지하기 위해 중국은 한국 따라잡기에 혈안이 됐다.

그 핵심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가 존재했다.

전방위적인 정부 투자 속에서도 따라 잡는 일이 쉽지 않았다.

초격차 기술을 모토로 한국 대기업들은 일본과 세계 유수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강자들을 무너트렸다.

그 방식을 중국은 그대로 습득했다.

자국에 들어오는 기업은 반드시 기술 노하우와 합자 회사를 세워야 한다는 명문을 내세워서 필요한 기술을 빼돌렸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돈에 눈멀어 중국에 투자해 오는 세계적 기업들.

암암리에 그들의 노하우를 습득하며 중국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각종 통계 자료들을 조작했다.

“엘자에 그 설비도 요청해.”

“미끼를 먼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미끼라…….”

“전기 자동차 보조금 업체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밑밥을 깔면 됩니다.”

꾀돌이 제갈유량의 계책.

“진행해 봐.”

“존명!”

“그리고 스마트 팩토리 공정으로 장태산이 뭘 준비하는지 철저히 감시해.”

“존명!”

‘장태산 네가 운이 좋다만……. 평생 운 좋은 사람은 없다. 너를 보호하는 신이 한눈파는 사이…… 널 데려가겠다!’

리장창은 기억하고 있었다.

중국을 위해 사라져야 할 치우의 핏줄.

조용히 꼭 한 번은 올 기회를 엿봤다.

***

“탄소섬유?”

갑작스런 제안에 전문구는 어안이 벙벙했다.

독립운동과 탄소섬유는 전혀 연관성이 없었다.

더욱이 탄소섬유는 연대에서 맡기에는 시장이 크지 않았다.

국내 중견 기업이 생산을 시작했지만 성능이 좋지 못했다.

“수소차 만드신다면서요.”

“수소차는 왜? 자네는 생산에 부정적이지 않나.”

“어차피 회장님 고집에 밀고 나갈 것 아닙니까.”

“…….”

전문구 속을 꿰뚫고 있는 장태산.

한 번 결정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연대 가문의 뚝심.

전문구는 아버지 전준영의 고집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탄소섬유는 가벼우면서 튼튼합니다. 곧 열풍이 불게 될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미래 소재입니다. 원사 안에 탄소가 92% 이상 함유된 섬유로써 철에 비해 75% 이상 가볍고 7배 이상의 탄성, 10배 이상의 강도를 갖고 있습니다.”

장태산 입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탄소섬유에 대한 강의.

전문구도 탄소섬유에 대해서 알만큼 알고 있었다.

수소차를 연구하다보면 반드시 필요한 게 탄소섬유였다.

국내 기업을 믿을 수 없어 기술이 안정된 일본 탄소섬유를 사용했다.

“원료도 쉽게 추출할 수 있고 부가가치 창출에도 엄청난 효과가 있습니다.”

탄소섬유 예찬론자인 듯한 장태산.

“탄소섬유는 100% 복합재료로 사용됩니다. 가공이 용이해 탄소섬유강화금속,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 등으로 불리며 인체 적합성도 우수해 인공 뼈와 장기 등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막걸리를 마시는 자리에서 줄줄 나오는 탄소섬유 예찬에 전문구는 어이가 없어 장태산을 바라봤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

아직도 독립운동과 탄소섬유의 교착점을 찾지 못했다.

“이 녀석이 쓰임새가 다양합니다. 가볍고 강도가 높아 자동차나 항공기 동체에 필수 사용품이 됩니다. CO2 배출 감소 효과가 커서 지구 환경 보호에도 일조합니다.”

“그건 나도 들어서 알고 있네…….”

“그러니까 개발하셔야 합니다. 2020년 이후에는 자동차 분야가 최대 수요처가 될 겁니다. 미래를 선점하셔야죠.”

“일본 기술 따라가기 쉽지가 않아. 개발보다는 구입하는 게 기업에게는 이익일세.”

연대도 생산에 대해 고민했었다.

그러나 일본 업체와 경쟁할 방법이 없었다.

새로운 업체가 들어오면 가격과 기술로 후려쳐 밟아버렸다.

투자해도 본전은 고사하고 얼마 못가 망해 버리는 사업에 투자할 간 큰 기업은 없었다.

어차피 글로벌 무역 체계에서는 모든 걸 통합 생산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각국이 분업화고 배려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가격과 활용 측면에서 내화학성, 내열성, 내충격성이 탄소섬유보다 뛰어난 물질은 없습니다. 자동차와 항공기 말고도 여러 산업 분야에 무궁무진 사용될 녀석입니다. 건축 보강재, 각종 산업용 탱크, 케이블 등등. 탄소섬유를 개발하면 국내에서 양질의 일자리 수천 개 이상이 만들어집니다. 분명 엄청난 사업이 될 겁니다.”

전문구는 다른 대꾸는 하지 않고 장태산을 바라봤다.

답을 달라는 신호.

씨익 웃는 장태산.

“애국하셔야죠.”

“으음…….”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장태산의 성향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전히 곤혹스런 표정으로 장태산을 바라보는 전문구.

“일본의 시장 점유율이 올해 65% 이상입니다. 앞으로 그 수치는 계속 올라갈 겁니다. 그리고 후발업체들이 고사하면……. 가격은 더 오를 겁니다. 그때는 땅을 치며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습니다. 회장님은 일본을 믿습니까?”

“!!!”

‘일본이었어. 일본!’

장태산이 말한 독립운동은 일본에 대한 대응이었다.

일본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이 확실했다.

“저 일본 싫어합니다. 아직도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을 호시탐탐 노리는 일본 우익들이 정치권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준비해야 합니다.”

“뭘 말인가?”

“어느 순간 일본은 정치 논리를 경제 전쟁으로 옮길 겁니다. 한국이 수입하는 중요 부품들을 차단할 게 확실합니다.”

장태산 말에 전문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도 항상 경계하셨지. 음흉한 일본 놈 믿지 말라고 말이야. 그래서 연대자동차 부품 비중에서 일본산은 10%가 안 돼. 이것도 몇 년 안에는 제로로 만들 생각이네.”

“제가 전준영 전 회장님을 그래서 존경합니다. 어려운 시절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신 모범적 경제인이셨습니다.”

“고맙네.”

아버지에 대한 장태산의 호의적 발언에 전문구는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렸다.

장태산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1차 투자금액은 50억 달러입니다. 합자 회사 개념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지분은 저와 투자자들이 80%. 연대가 20%입니다. 연대라는 이름 사용, 조직과 인력 운용, 공장 건설 및 각종 인허가 및 로비를 회장님이 맡아 주십시오.”

‘50억 달러! 도대체 정체가 뭐야?’

로템 인수에도 엄청난 거금을 투자한 장태산이었다.

엘자 쪽에도 돈을 퍼붓고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제시하는 6조원에 가까운 거금.

탄소섬유 공장 설립 비용치고는 꽤 큰 자금이었다.

그만큼 미래가 밝다는 의미.

전문구의 사업 확장 의욕에 반응이 왔다.

연대의 가지가 많아질수록 좋았다.

비록 직계가 아닌 양자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제는 딜을 할 차례.

“대표를 우리 쪽에서 선임할 수 있나?”

전문구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대표 선임은 상징성을 넘어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법적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

연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될 수 있었다.

“물론입니다. 연대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입니다. 물론 무능하면……. 교체를 해야겠죠.”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장태산.

‘엘자도…… 이 미끼를 물었군.’

모든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전문구.

이런 대어를 못 잡으면 사업 능력이 없는 것이다.

“……자네 통장은 화수분 같군.”

“지금도 차곡차곡 쌓이는 중입니다. 통장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부러워. 난 소비자와 노조에 욕먹고 아등바등 세끼 먹고 사는데…….”

“회장님 명 한마디에 수십만 명이 움직입니다. 제왕은 아니더라도 고급 귀족이 아닙니까. 욕도 많이 먹으면 장수한다고 했습니다.”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이군.”

“그래도 평생 떠돌이로 사시는 도운중 회장님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잘 계사나?”

“얼마 전에 뵈었는데 건강하십니다.”

‘도대체 이 녀석 정체가 뭐야?’

잊혀져가는 재계의 거인까지 연이 닿아 있는 장태산의 인맥.

“회장님. 농담이 아니라 독립운동의 심정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투자할 물건에 대한 가치보다 자금이 다소 넘친다는 생각이 들지만 미래에 이만한 사업이 없습니다.”

“장 회장을 보고 확신이 섰네.”

“보너스도 드리겠습니다.”

“보너스?”

“제가 투자한 기술 업체 중에 연대에 어울릴 만한 신기술이 많습니다. 솔라루프 시스템이라든가 능동 변속제어 기술, 근거리 무선 통신을 이용한 디지털 키 같은 기술 말입니다.”

“…….”

연구소에서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하는 최신 기술들이 장태산의 입에서 쏟아졌다.

“싼값에 이전하겠습니다.”

“삼용이 아니라 나에게 파는 건가?”

“많이 팔리면 좋지 않습니까. 삼룡과 연대 둘 다 만족할 겁니다.”

“있는 사람이 무섭다더니…….”

“저도 하루 세끼 먹고 사는 투자자입니다. 밑에 직원들도 늘어나고 이것저것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거 별로 없습니다.”

“통장이 마르지 않는다면서?”

“비자금 통장은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닙니까? 소문에 버진 아일랜드에 회장님이 운영하는 계좌가…….”

“미안하네.”

바로 꼬리를 내리는 전문구.

‘어떻게 알아낸 거야?’

전문구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누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비자금 계좌.

장태산은 이미 알고 있는 듯 장소까지 정확히 찍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

“다시 한 번 강조 드리지만 사적 이익은 일정 이상 한도를 넘을 수 없습니다. 연대의 강성 노조원들은 필요 없습니다. 만약…… 노총들이 개입하면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그건 내가 부탁하고 싶네.”

“그리고 회장님께도 특별 부탁이 있습니다.”

“나에게?”

“행로거산(行路去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길로 가라니 뫼로 간다는 속담.

편리하고 유리한 방법을 제시했음에도 자기 고집대로 움직인다는 뜻.

파앗.

장태산이 전문구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

“제가 추진하는 독립운동에 뜻을 어기지 말아 주십시오. 이 말은 부탁인 동시에…….”

뒷말은 충분히 예상됐다.

고집 쎄고 욕심 많은 전문구에게 경고하는 장태산.

장태산이 풍기는 강렬한 기운에 전문구는 숨이 턱 막혀왔다.

사사로운 욕심을 냈다가는…….

“자네의 독립운동에 나도……. 양팔 걷어 부치고 돕겠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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