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1장. 브로맨스. (678/1,284)

681장. 브로맨스.

“누군지 알아냈나?”

“아직 못 찾았습니다.”

“우리 그룹 정보력이 그것밖에 안 되나?”

“죄송합니다.”

“쯧……. 정말 큰일날 뻔했군. 누군지 몰라도 고마워해야겠어. 1년 농사를 망칠 뻔하다니.”

오정그룹 회장실.

임성철 회장은 출력된 자료를 살피며 혀를 찼다.

이번 신입사원 상반기 공채에 최종합격한 인물들 중에 쓰레기가 섞여 있었다.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한해 수천 명이 넘는 직원을 뽑는 오정이지만 인재 영입에 늘 목말라 있다.

천재 1%가 나머지 99%를 먹여 살린다는 기업 마인드를 갖고 있는 오정 그룹.

잘 뽑은 직원 한 명으로 기업의 운명이 바뀌는 걸 봤다.

그런 만큼 임성철 회장은 무엇보다 직원 농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적성 시험을 도입해 실력뿐만 아니라 기본 도덕적 소양까지 검증했다.

말이 많아 과거처럼 관상쟁이를 동석시켜 면접을 볼 수는 없었다.

조직에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라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믿음을 확보해야만 했다.

그 기준은 바로 도덕성.

연구 개발직이야 워낙 특이한 천재들이 많아 다소 느슨하지만 일반 직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기업 중요 비밀을 들고 튀는 놈들이 제법 있었다.

같이 성장할 때는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돌연 쭉정이가 되어 버리는 직원들.

암세포처럼 전체 조직에 융화되어 섣불리 뽑아내기가 힘들었다.

초반에 싹을 알아보고 걸러 내는 게 최선이었다.

“엘자그룹을 비롯해 중요 그룹 모두에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이놈들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는 글렀군.”

“생산직으로 뽑아도 안 됩니다. 어떤 짓을 할지 모릅니다,”

“이놈들이 과자 제조 공정에 오줌 싸고 신생아 분유병을 입으로 빨던 놈들 맞지?”

“그걸 자랑스럽게 공작소라는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미친놈들이 세상에 너무 많아.”

“……현재 그룹 각사에 재직 중인 직원들 중에도 있습니다.”

“그렇겠지.”

“가담 정도에 따라 인사 처리를…….”

“모두 잘라.”

“생산직까지 수백 명입니다. 그중에는 중요한 사업을 추진 중인 팀장급 인물도 있습니다.”

장한수 비서실장이 당황하며 말을 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직원들이었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싸이코나 변태처럼 활동했다.

장한수 실장이 담당하는 비서실 직원들에도 섞여 있다.

평소 성실하고 동료 직원들에게 친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원이라 더 믿기가 어려웠다.

“모두 확인해 봤지?”

“보안팀에서 확인했습니다.”

“물증을 잡았는데 뭘 두려워 해. 그놈들 언젠가 배신해. 기업 이미지 훼손되면 누가 책임져? 그놈들은 나가면 그만이지만 구정물은 오정이 뒤집어쓰게 될 거야. 지금 쳐내는 게 남는 장사야. 해고 통지해.”

임성철 회장이 엄명을 내렸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부당하다고 하는 놈들한테는 내용 뽑아서 던져줘.”

“넵!”

임성철 회장의 결단은 냉정하고 빨랐다.

그 덕분에 오늘의 오정이 있기도 했다.

“그 녀석은 뭐 하는 중이야?”

“브라질로 출국했다 지금은 워싱턴에 있습니다.”

“브라질은 뭐고 워싱턴은 왜? 며칠 전에 집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 지가 홍길동이야?”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브라질에서는 극비 사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워싱턴에서는…… 존 피어스 상원의원과 접촉 중이라고 조금 전 연락받았습니다.”

“존 피어스……. 나도 못 만나 본 거물인데.”

임성철 회장은 장태산의 인맥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경제를 넘어 정치라……. 이 녀석 뭔가 큰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데.’

이제는 두렵기까지 한 장태산의 거침없는 행보.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인 자신이 상대하기 벅찰 만큼 가늠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그래서 더 촉각이 곤두섰다.

장태산의 행동 하나가 대한민국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었다.

“보고를 받는 저도 놀랐을 정도입니다.”

“조심해. 괜히 눈치 채면 그놈한테 책잡혀.”

“최대한 주의를 주고 있습니다.”

“윤아는 안 만난 거야?”

“아직은…….”

“미국까지 갔으면 지 여자친구는 챙겨야지.”

“바쁜 분 아니겠습니까.”

장한수도 이제는 장태산을 상대로 하대를 피했다.

“설마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건 아니지?”

“……그건 아직.”

“아무리 영웅에게 미녀가 따른다지만 너무한 거 아냐? 나도 소싯적에는 놀만큼 놀았어. 하지만 그놈은 차원이 달라. ……역시 남자는 키도 크고 잘생기고 봐야 해.”

“……돈도 많습니다.”

“부러운 녀석이야.”

태어난 순간부터 대한민국 내에서 가장 잘 살았던 임성철 회장조차 부러워하는 장태산.

“쿨럭…… 쿨럭…… 크으.”

대화 도중 갑자기 임성철 회장이 격한 기침을 하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회장님!!!”

요즘 들어 기력이 급격하게 딸리는 임성철 회장.

금세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임성철 회장은 때가 임박해 옴을 알았다.

생명의 촛불이 수명을 다해 가고 있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장태산……. 진짜 나를 살릴 수 있단 말이냐!’

죽어야 산다고 말했던 장태산.

임성철 회장의 얼굴은 짙은 고민에 혈색이 어두워져만 갔다.

***

“비행기 정말 좋군.”

“친구에게 빌렸습니다.”

“하하. 그것도 능력이지.”

트럼프가 호탕하게 웃었다.

워싱턴에서의 일정은 매우 바빴다.

존 피어스에게 떡밥을 던지고 저녁에는 엠마와 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녀를 못 알아볼 뻔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밀림에서와 달리 블랙 계열 드레스에 연하게 화장을 한 엠마 피어스.

작은 액세서리가 그녀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밥은 워싱턴 고위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존 피어스를 떠나 개인적 약속.

생명의 은인에게 식사 한 끼를 대접하고 싶다는 그녀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와의 대화중에 사라 요한슨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세상 정말 좁았다.

상원의원들 집안 간 파티에서 서로 친구가 됐다는 엠마의 말.

잘난 집안 자식들이 자연스럽게 갖게 된 인맥 코스였다.

두 집안 다 미국에서는 명문가였다.

엠마가 와인 한 잔 더 하자는 걸 거절했다.

실시간으로 나에 관한 정보가 사라 요한슨을 비롯해 다른 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다들 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식사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찾아온 트럼프를 데리고 대륙을 건넜다.

러시아로 가는 길.

자기 것보다 크고 웅장하며 최신형인 비행기를 보고 트럼프가 욕심을 냈다.

그의 비행기는 월가 거물급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었다.

자금 규모가 달랐다.

최근에 비행기를 제작 주문했다.

떨이로 구매했던 녀석보다 훨씬 많은 공을 들였다.

황금이 아니라 마호가니 같은 고급 원목을 사용해 품격을 높였다.

호텔 요리사도 대동했다.

미녀 승무원들은 덤이었다.

돈질과 미녀에 꼼작 못 하는 트럼프의 눈이 돌아갔다.

“형님 필요하시면 말씀하십시오. 빌려드리겠습니다.”

“정말?”

“그럼요. 우리는 형제 아닙니까.”

“맞아! 형제. 하하하하하하하.”

능구렁이 같은 트럼프.

많이 웃어두는 게 좋을 거다.

“곧 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십시오.”

눈이 돌아갈 만한 금발 미녀로 구성된 승무원들이 안전벨트 착용을 권했다.

로버트 라이언…….

진짜 황제처럼 살았다.

이혼한 월가의 거부는 부러움을 받아 마땅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대표주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도 이렇게 자유롭고 화려하게 살지는 못할 거다.

“고마워요. 레이첼.”

어느새 이름까지 외운 트럼프가 미녀에게 윙크를 날렸다.

저 못된 아저씨! 

생긋.

금발 미녀도 트럼프가 싫지 않은 듯 미소로 화답했다.

미국에서 먹어주는 트럼프 형아.

이곳까지 오면서 트럼프 식성을 확실히 파악했다.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았다.

나와 마셨던 와인이 파격적인 수준일 정도.

식사로 바짝 구워진 두툼한 스테이크와 수제 햄버거를 즐겨 먹었다.

그것도 몇 개.

콜라는 필수.

간식으로 감자튀김을 즐겼다.

기분이 수시로 바뀌며 오락가락 하는 게 느껴졌다.

침을 튀겨가며 나름 열정적인 대화를 즐겼다.

충동적이었으며 민감하고, 편집증적으로 자기 통제력은 부족했다.

게다가 참을성도 없고 공격적인 게 식습관만 봐도 짐작이 갈 정도였다.

다량의 약도 규칙적으로 먹었다.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약, 아스피린과 탈모 약 등을 복용했다.

이런 남자를 지도자로 뽑을 미국민들에게 미리 경의를(?) 표했다.

쇄애애애애앳.

러시아 영공에 들어선 순간 경호하던 전투기들이 사라졌다.

“내 살다가 전투기 호위는 처음 받아봤네. 모두 동생 덕분이야.”

차르가 특별 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전투기 경호 서비스.

양쪽으로 러시아 수호기들이 엄호를 했다.

러시아 국방부 장관 또는 각국 정상들 정도 되어야 받는 찾아가는 서비스였다.

“차르가 친구 환영하는 법을 아는 것 같습니다.”

“동생을 특별하게 생각해서 그렇지. 내가 사업차 몇 번 러시아를 와봤는데 이런 환대는 아무나 못 받아. 우리가 착륙하는 공항도 차르 전용 공군 비행장이라며?”

모스크바 인근에 위치한 13개 비행장 중에 차르만 사용하는 공군 비행장이 있었다.

성남 비행장 같은 곳 정도.

러시아 국빈방문객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공항을 차르가 내줬다.

나의 힌트를 받고 트럼프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아봤을 것이다.

머리가 좋은 차르가 제대로 움직였다.

트럼프의 찢어지는 입을 보면 제대로 먹힌 게 확실했다.

벌써 미끼를 물었다는 증거.

그그그그그그그그그.

거대한 동체의 자가용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했다.

요즘 들어 자가용 비행 이용이 많았다.

유럽에서 개발한 A380도 한 대 주문해 놨다.

자가용처럼 비행기도 크기가 크면 승차감이(?) 좋을 게 확실했다.

요즘 취미 생활 레벨이 좀 높아졌다.

쉬이이이이이잉.

엔진 돌아가는 소음과 함께 동체가 멈췄다.

“도착했습니다.”

미소와 함께 승무원들이 도착을 알려왔다.

그르르르륵.

대기 중이던 게이트 발판이 연결 됐다.

“가시죠.”

“그래! 가보자고!”

트럼프가 잔뜩 흥분해 있는 게 보였다.

얼굴은 보드카 몇 잔 마신 것처럼 달아올라 있다.

열린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휘리리리링.

4월의 러시아 공기는 아직 쌀쌀했다.

처저저적.

군악대까지는 아니지만 정장을 차려 입은 수십 명의 러시아 경호원들이 사방을 경계하며 도열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 틈에 보이는 얼굴.

“직접 마중 나온 거야?”

옆에서 같이 걷던 트럼프가 깜짝 놀랐다.

위대한 러시아의 차르가 활짝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형님!”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오! 내 형제 다니엘!”

차르가 날 격하게 끌어안았다.

오만하다 알려진 러시아 차르의 과격한 인사.

진심과 사심이 섞여 있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보고 싶었습니다.”

“하하. 나도 그랬지. 오늘은 보드카를 밤새 마셔보자고.”

“물론입니다.”

짧고 굵게 인사를 끝냈다.

그리고.

“인사하시죠. 이분은 제가 요즘 사랑에 빠진 트럼프 형님입니다.”

트럼프가 옆에 와 섰다.

파바바밧.

불꽃 튀는 두 남자의 첫 대면.

“반갑습니다. 푸틴입니다.”

“이렇게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트럼프라고 합니다.”

“다니엘의 형이라면 저와도 형제입니다. 앞으로 우리…… 잘 지내봅시다!”

차르가 트럼프를 껴안으며 인사했다.

“물론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형제입니다!”

활짝 웃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트럼프.

후후훗.

두 남자의 뜨거운 브로맨스.

큰 음모를 꾸미는 난…… 진짜 행복했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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