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5장. 아마존의 눈물.(10)
“네……. 죄송합니다 장관님. 심려를 끼쳐드려 심심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 마무리 잘 부탁드립니다. 브라질이 아프리카도 아니고 자국 내에서 무장군벌의 공격이라니요. 만약 이 사실에 밖으로 알려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경제를 넘어 치안문제까지 대통령님의 발목을 잡지 않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조용히 마무리하겠습니다.”
- 범죄자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살해 버렸지만 책임을 물을 겁니다. 재산을 몰수할 생각입니다.”
- 그래야지요. 존 피어스 상원의원님의 딸을 죽이려하다니……. 제정신이 아닌 놈이죠.
“맞습니다. 그러니 대통령 각하께 잘 설명해 주십시오. 제가 마무리 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그럼 각하께 그렇게 보고하겠습니다.
“양국 우호 관계가 변치 않기를 바라는 제 정성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 쉬십시오.
띠이잇.
통화가 끝났다.
“이런 빌어먹을!!!”
와장창.
브라질 대통령 가브리에우는 들고 있던 수화기를 신경질적으로 내던졌다.
브라질은 엄연한 독립국이자 남미에서는 어깨에 힘깨나 주고 살아가는 국가였다.
그러나 미국 앞에서는 약소국의 대통령에 불과했다.
가브리에우는 남미 강대국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어떻게 만신창이가 됐는지 똑똑히 지켜봤다.
브라질도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다.
넓은 땅과 풍부한 자원을 소유한 브라질.
하지만 고질적인 부패로 인해 중진국 함정에 빠져 버렸다.
더욱이 몇 달 후에는 선거를 위해 토빈세를 폐지해야 할 입장.
미국과 세계 각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브라질 대통령 가브리에우는 미국의 불편한 심기에 고개를 바짝 숙였다.
국가원수는커녕 방금 전 통화를 끝낸 미국 국방부 장관에게도 쩔쩔 매는 상황이다.
호라이마주에서 벌어졌던 환경운동가 피살 사건이 원인이다.
“안토니우 실바! 이 멍청한 새끼.”
안토니우 실바에게 정치 자금을 받아온 가브리에우 대통령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사건을 키울 대로 키워놓고 자살해 버린 안토니우 실바.
그의 부하들 역시 깊은 밤 몰살을 당했다.
비밀 부대까지 파견해 철저히 흔적을 지워야 했다.
그것이 이번 사건을 덮어주는 대신 미국 측이 요구한 조건이었다.
사건 일부라도 알고 있는 자들에 대한 입단속도 철저하게 했다.
미국이 원하는 바는 다 들어줘야 했다.
어쩌다 밖으로 알려지게 되면 선거에 패배할 게 뻔했다.
그렇게 되기 전에 가브리에우는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이렇게 마무리 돼서 얼마나 다행이야. 하느님의 도움이 함께하셨지.”
미군이 브라질 영토를 제집처럼 휘젓고 들락거렸지만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사건의 시발점이 됐던 존 피어스 상원의원 딸도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제 다시 선거에만 집중하면 된다.
내년에 있을 상하원 동시 선거.
80년 대 이후 다수당이 나타나지 않아 연립 정부를 구성해야 했다.
안정적인 의회 장악 없이는 국정을 운영할 수 없었다.
“경작지를 더 넓혀야 하는데……. 환경운동가들이 너무 설쳐. 브라질 국토가 지들 것도 아니면서 왜들 그렇게 간섭을 하는 거야?”
세계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제기구가 상시로 감시를 했다.
브라질에 원조 자금을 상당히 지불하고 있지만 막상 정치인들에게는 양에 차지 않는 액수였다.
인구가 점점 늘어가면서 브라질 국민들도 넓은 경작지를 원했다.
어차피 밀림은 수시로 파괴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세계인들과 이해관계에서 충돌했다.
대통령으로서 이런저런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표를 위해서는 국민들 뜻을 어느 정도 들어줘야 했다.
띠이이이잇.
다른 비상 전화벨이 울렸다.
“무슨 일이야?”
아직 새벽 시간이다.
어제 일로 인해 아직 잠자리에 들지 못한 상태였다.
- 각하. 차일드 가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비서실장이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용건을 전해왔다.
“뭐라고!! 차일드 가문!”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던 가브리에우가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미국보다 더 무서운 차일드 가문.
가브리에우는 그 사실을 모를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그들이 왜?”
마음만 먹으면 내일 브라질 주식시장과 외환 시장을 초토화시킬 수도 있는 차일드 가문.
- 이번 사건을 모두 알고 있으니 철저하게 마무리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리우 마을에 머물고 있는 이들 모두 털끝 하나 다치는 순간…… 브라질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맙소사! 또 리우 마을이야!’
이름도 들어본 적 없던 호라이마주의 작은 마을.
그런 곳을 보호하라는 차일드 가문의 명령.
“다, 당장 치안 부대 파견해! 아니 특수 부대 파견하고 철저하게 보호해! 식량부터 시작해서 재난물자도 투입해!”
일단 시키는 대로 처리하고 우선 살고 봐야 했다.
판단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았다.
-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통화가 끝났다.
“하아아아아아.”
길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앉는 가브리에우 대통령.
온몸의 맥이 한꺼번에 빠진 듯 힘없이 널브러졌다.
“도대체…… 리우 마을에 뭐가 있는 거야!!!”
***
- 처리했습니다. 의원님.
“수고했어요. 해밀턴.”
- 아닙니다. 의원님께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며칠 내로 저녁 식사 같이 합시다.”
- 영광입니다.
“그럼 쉬세요.”
항공모함 USS요크타운의 귀빈실.
존 피어스 상원의원은 국방부 장관과 위성 전화로 통화를 마쳤다.
군인 시절 자신의 부하였던 해밀턴은 장교 시절 한 사건에 휘말렸다.
그때 존 피어스가 그에게 도움을 주면서 해밀턴이 미 국방부 장관이 된 지금까지도 인연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니엘 장……. 도대체 정체가 뭐야?”
엠마는 깊은 잠에 빠졌다.
존 피어스는 잔상으로 남아 있는 다니엘의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서둘러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존 피어스로서는 민간인이나 마찬가지인 그에 대한 정보 취급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알고 있는 라인을 통했지만 생각보다 구할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오바마와 로버트 라이언.
그리고 최근 접촉한 트럼프와의 만남에 관한 정보 정도가 손에 들어왔다.
“트럼프라…… 그를 밀고 있다는 건가?”
거대한 덩치 때문에 바다 한가운데 있다는 감각조차 들지 않는 항공모함 귀빈실.
존 피어스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지만 이미 정치권 밑바닥에서는 다음 대 대통령에 대해 논의가 시작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음 대 공화당 대표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트럼프.
존 피어스는 다니엘 때문에 고심에 빠졌다.
빚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트럼프는 아니었다.
만약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의 세계 지도력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정치적 권력은 무엇보다 도덕적으로 바로서야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정당성의 담보.
하지만 트럼프는 부도덕한 장사치에 불과했다.
“아직 시간은 남았으니 지켜보는 수밖에…… 어차피 자주 볼 것 같으니 말이야.”
다니엘과는 왠지 인연이 깊으리라 예감되는 존 피어스.
침대 위에서 의료진의 진료를 받고 곤히 잠에 빠진 딸을 바라봤다.
사랑스럽고 어여쁜 엠마.
다니엘을 보던 딸의 눈빛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한데…….”
***
- 누군가의 뜨거운 관심이 포인트로 축적됐습니다.
- 야훼가 수수료를 제하고 쥐꼬리만큼 입금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포인트가 화끈하게 지급됐습니다.
- 악신이 당신을 저주합니다.
- 포인트가…….
연속 들려오는 포인트 알림음.
언제나 짠돌이 야훼는 수수료를 엄청나게 제하고 포인트를 지급했다.
로리아나가 날 많이 걱정하는 거 같다.
휴가 때 만나면 화끈하게 불닭볶음면이라도 만들어 줘야겠다.
마리아님 쪽 라인도 움직였다.
과거부터 나와 인연이 돈독했던 마리아님.
아무래도 성당 쪽이 적성에 맞았다.
건넨 기부금이 적지 않았다.
어떤 신도 현금을 그렇게 많이 받고 입을 닦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안토니우 실바의 금고에는 수백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
금고문은 마법으로 가볍게 열었다.
금덩어리는 아공간에 입금했다.
현금은 성당에 기부했고 여러 무기명 채권은 타이스 경호회사에 넘겼다.
아론이라는 자는 눈치가 빨랐다.
전직 모사드 출신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은밀하게 밝히던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앞으로 쭉 마을 경호를 책임지기로 했다.
로버트 라이언은 며칠 내로 마을에 이것저것 다양하게 지원하겠다 했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리오 마을과 인연이 깊은 것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
잠이 쉬이 오지 않았다.
브라질 밀림은 기가 충만하다 못해 차고 넘쳤다.
잠을 자지 않아도 알아서 기가 충전되는 게 느껴질 정도다.
지구의 허파라는 말이 헛소리가 아니었다.
이계 아르펜 대륙처럼 원시의 모습이 유지되고 있었다.
야밤에 산책을 나섰다.
환하게 떠 있던 달도 잠자리에 들 이른 새벽 시간.
주변에 호수가 많은 마을 리오에 새벽 물안개가 서서히 차올랐다.
언제 다시 이곳을 방문하게 될지 기약할 수 없는 브라질 밀림.
여행자 감성에 빠져 밀림의 맛을 충분히 즐겼다.
어젯밤의 치열했던 전투는 벌써 잊어버렸다.
악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여행지는 지옥밖에 없었다.
후회는 전혀 없다.
악행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자들에게는 지옥 생활이 제격이다.
당분간 이 동네는 그 어느 곳보다 평화로울 것이다.
“술 한 잔 마시면 그만이겠네.”
슈트 차림에 구두를 신고 걷는 밀림 산책.
스마트폰을 꺼내 SNS에 한 컷 올리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일었다.
많이 아쉬운 술 한 잔.
밀림과 어울리는 술은…….
타닌 맛이 진한 레드 와인?
생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였다.
“발론 머스크가 놀랄 생각을 하니 벌써 기분이 좋아지네.”
발은 스스로 걷고 눈은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들을 보면서 머리는 내일 스케줄을 생각했다.
이곳을 벗어나면 며칠 동안은 정신없이 바쁠 게 빤했다.
아직 미국 방문 목적 비즈니스가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는 확실하게 넘어왔다.
이제 나 없이는 미래를 설계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 차르와의 만남도 남아 있다.
흐트러짐 없이 계획을 진행해야만 한다.
형제라 부르는 차르지만 그와 나 둘 다 서로를 진심으로 믿지 않았다.
이익 관계였다.
이웃집 개들을 때려잡기 위해서는 먼 곳에 사는 이웃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 점에서 하늘도 나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예상치 못하게 존 피어스 상원의원과 연이 닿았다.
그는 엄청난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몇 년 후면 세상을 떠나게 될 존 피어스 의원.
그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되면 미래는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 많아질 것이다.
미국 정치권의 터줏대감.
리처드 요한슨과는 다른 패로 사용할 수 있다.
사박사박.
금세 내려앉기 시작한 새벽이슬이 발에 채었다.
옷과 신발은 젖지 않았다.
마법과 내공의 힘은 나를 인간의 범주에서 점점 멀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파아아아아앗.
갑자기 사방이 빛으로 가득 차며 일렁였다.
당황스러웠다.
“뭐……야!”
이렇게 쫄보가 아닌데 갑자기 쫄렸다.
“라이트!”
마법을 시전했다.
“…….”
마법이 발현되지 않는다.
내공을 끌어올려 온몸을 보호했다.
팟! 파앗! 파바바밧!
주변 공간이 빛으로 충만했다.
호수에서 피어난 은빛 물방울들이 하늘로 떠올랐다.
주변을 에워싼 나무들은 황금빛으로 빛나며 허공의 기운들과 뒤섞여 휘몰아쳐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비현실적 현상이 당황스러웠지만 퍼뜩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몇 번 경험해 본 이 현상.
“누구십니까…….”
이런 식으로 요란하게 등장할 존재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스으으윽.
은빛 물방울 입자들이 한곳으로 모이며 그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
그리고.
“나의 전사여…….”
꿈결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