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49장. 선수불용주책(善數不用籌策) (646/1,284)

649장. 선수불용주책(善數不用籌策)

“51%라……. 허어.”

어느덧 저녁이 깊어갔다.

굵은 빗줄기는 전혀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고약한 조건만 남긴 채 장태산은 돌아갔다.

혼자 남은 임성철 회장.

소주병은 진작 비워졌다.

51%의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어떤 회사도 51%를 가진 대주주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1년, 아니 이제는 1년 조금 모자라게 남은 세상.

그 여생을 야생 사자로 살지 아니면 고삐가 채워진 채 동물원 사자로 살지를 결정해야 했다.

10년의 연장된 생을 얻고 그 인생을 맡겨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졌다.

답이 보이지 않았다.

남은 1년이 10년 세월로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었다.

하지만 장태산은 확신했다.

어려운 결정일 수밖에 없었다.

따로 계약서 같은 것은 없다.

세상사람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계약이다.

일개 인간이 생사를 주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아버님 때부터 연이 닿았던 유명 역술인도 명은 정해져 있다고 했다.

오정의 상당수 사업에 무수히 관여해 왔던 역술인.

선친의 운명하던 날짜까지 정확하게 알아 맞혔다.

형제의 난에 대해 언급했었기에 그에 대비를 했다.

임성철 회장이 고집스럽게 진행했던 자동차 사업.

그 사업을 두고 망할 거라고 직언을 했던 역술인.

그동안의 사업수완과 자신의 운을 믿고 밀어붙였지만 결과는 역술인 말대로 됐다.

이후 역술인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의 계시처럼 존중했다.

숨은 곳에 하늘의 뜻을 알아보는 자들이 존재했다.

그런 역술인보다 세상 경험도 적고 나이도 한참 어린 장태산의 말에 임성철 회장은 휘둘린 것이다.

더 살고 싶은 욕망.

10년이 아니라 100년도 더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욕심.

“내 인생의 대주주가 되겠다니…… 고약한 놈.”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도 없었을 것이다.

장태산의 타고난 재능은 나이를 떠나 영웅급 수준이었다.

임성철 회장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장태산이 삶의 연장을 약속했다.

그것도 10년.

허투루 한 말이 아닌 게 확실했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회장님 밤이 깊었습니다.”

홍천각 주인 조 여사가 찾아 들었다.

쟁반 위에 보이는 고급 자기 술병.

“마침 한 잔 더 하고 싶었는데……. 잘됐군.”

“이 병이 마지막입니다.”

“자네도 날 괄시하는 건가?”

“오래 사셔야죠. 그래야 저도 돈 벌고 이 나라도 부강해지지 않겠습니까.”

홍천각을 운영하고 있지만 조 여사는 미국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인재였다.

기구한 운명과 업으로 이곳 안주인이 됐다.

돈은 어느 정도 벌었지만 대신 지인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했다.

웃음과 미모를 팔아 쉽게 돈을 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홍천각은 웃음과 여인의 미모를 팔지언정 몸은 팔지 않았다.

두고 있는 직원들 대부분 명문대 출신 여성들이었다.

미모가 아무리 빼어나도 지적 수준이 미달된 여성들은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았다.

또 드나드는 손님과의 스캔들로 소문이 나면 바로 정리했다.

홍천각은 그래서 더 유명했다.

원칙을 가지고 홍천각을 운영하는 조 연사에게 임성철 회장은 누구보다 중요한 손님이었다.

언제나 선을 넘지 않고 점잖았다.

입맛도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고 음식 값도 아끼지 않았다.

더러 큰 손님들도 대가 없이 연결해 주었다.

“자네도 한잔할 텐가?”

“회장님이 원하시면 석 잔도 마시겠습니다.”

“고맙네.”

“별말씀을요.”

또로로록.

마시면 숙취가 가시는 보약 술이 잔에 채워졌다.

특별한 비법으로 제조한 불로장생주.

“조 여사.”

“말씀하십시오. 회장님.”

“만약에 말이야……. 자네가 타고난 명줄을 10년 더 연장할 수 있다면 그 대가로 타인에게 자네가 얻은 남은 인생을 맡길 수 있겠나?”

답을 구할 수 없기에 답답한 심정에 조 여사에게 묻는 임성철 회장.

흘러가는 얘기처럼 자연스럽게 물었다.

얼핏 들으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전설의 고향 같은 질문.

“어려운 선택이군요.”

“그러게 말이야.”

고개를 돌려 술 한 잔을 조용히 음미하는 조 여사.

“그러나…… 또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어렵지 않다? 벌써 답을 내린 것인가?”

“네.”

“그래 자네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임성철 회장의 눈빛이 번뜩였다.

“상대가 믿을 만한 자라면…….”

“아마도…….”

장태산을 떠올리며 임성철 회장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보아온 장태산은 약속을 가벼이 여기는 자는 아니었다.

“얻은 인생을 전부 달라는 조건입니까?”

“아니네. 51%네.”

“그럼…… 남는 장사 아닙니까?”

“남는다? 뭐가 말인가?”

“회장님 앞에서 문자를 읊어 부끄럽지만…… 제가 자주 손에 쥐는 도덕경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조 여사는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입고 있는 고운 한복과 참 잘 어울리는 조언의 말투.

“말해 보게.”

“선수불용주책(善數不用籌策)이라 했습니다. 자연 그대로 참되게 셈을 하면 계산도구가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말뜻은 알겠지만 선뜻 그걸 따르기에는…….”

“상대는 목적이 있기에 그런 조건을 걸었을 겁니다. 사람 목숨 가지고 거래를 할 수 있는 저승차사라면……. 인간적인 계산으로 넘치는 조건을 걸면 안 됩니다. 하늘이 봐도 이치가 맞는 자연스러운 조건을 거십시오.”

“조건? 어떤 이치가 자연스런 조건이란 말인가?”

“세상을 위해 선한 일만 하겠다고 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명성을 잃지 않고 10년의 생을 벌었으니 이보다 더한, 남는 장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만약 제게 그런 기회가 온다면……. 덥석 잡겠습니다. 풍진에 뒤덮인 세상이라지만 죽어서 할 수 있는 것과 살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다르지 않겠습니까. 특히 회장님 같은 위치라면……. 큰 덕을 세울 수 있는 귀한 시간입니다.”

농으로 받아 듣고 가볍게 대꾸를 하는 조 여사.

“그렇군.”

하지만 임성철 회장의 입장은 그렇지 않았다.

예기치 않은 순간 큰 깨달음을 얻었다.

장태산이 걸었던 조건의 의미를 이제야 정확히 알아챘다.

오늘날까지 살면서 오정의 회장으로서 알게 모르게 지은 크고 작은 죄들.

그 죄를 탕감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다.

대덕(大德)을 쌓을 수 있는 귀한 시간.

임성철 회장은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렁이는 뜨거움을 느꼈다.

요새 들어 잘 감흥이 오지 않았던 삶에 대한 의지, 그 용트림.

또로록.

잔에 다시 술이 채워졌다.

그리고 말이 없어진 두 사람.

투둑 투두두두두두둑.

굵은 빗줄기만이 홍천각 기와와 바닥을 때리며 소리를 냈다.

인간의 잔 계산은 버리고 부딪혀 충분히 부서져보라는 듯.

굵은 비는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다.

***

“반갑습니다. 엔젤 투자자 장태산이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내미는 손을 케이원에스테크 대표 송규범은 조심스럽게 잡았다.

‘엔젤 투자자? 저 나이에?’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송규범은 며칠 전 뜬금없는 연락을 받았다.

본인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초고순도 불산 제조방법에 대해 투자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살짝 고민이 됐다.

중소기업의 개발 기술만을 노리는 사기꾼들이 너무 많았다.

코스닥에 상장 시켜주겠다며 접근하는 주식 작업자들도 간간이 찾아왔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달랐다.

TS그룹이 전면에 나섰다.

요즘 들어 다른 재벌그룹들과 달리 직원 복지와 사회공헌 부분에 있어 긍정적인 소문이 자자한 TS그룹.

“앉으십시오.”

“감사합니다.”

‘회사가 규모가 작지 않은데……. 사람이 왜 이렇게 없어?’

강남빌딩 최상부층 전체를 사용하는 투자회사.

보이는 사람이라고는 여직원 한 명과 대표, 달랑 두 명이 전부였다.

“직원들은 아래층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조용한 걸 좋아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도 시국이 어수선해서…….”

“괜찮습니다. 제 명함입니다.”

송규범은 남자가 건네는 명함을 받았다.

‘변호사?’

놀랍게도 투자자 신분은 변호사였다.

“한국대 법학과 출신 변호사입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

대한민국에서 한국대 법학과 출신 변호사가 어떤 위치인지 모르는 이는 드물었다.

특히 사업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갑작스럽게 TS그룹을 통해 대표님을 뵙고자 했습니다. 불산 특허 문제로 말입니다.”

“불산 특허는 아직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심사 중이더군요.”

“검사 방법이 까다로워서 어쩔 수 없습니다. 돈이 없어 좋은 변리사를 구하기도 힘들었습니다.”

능력 있는 변리사였다면 진작 끝났을 특허 획득이다.

하지만 고용한 신인 변리사는 아직 능력과 인맥이 탄탄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특허를 획득한다 해도 현재로서는 판매 루트가 없었다.

초고순도 불산의 사용처는 대부분 반도체 업체.

일본의 오래된 기업과 수십 년 동안 계약 관계를 이어온 반도체 회사들이 선뜻 국산을 사용할 리 없었다.

“기술력이 좋더군요. 초음파 진동을 이용한 순도 100억분의 1 제품은 시장경쟁력이 충분합니다.”

투자자 장태산 변호사는 이미 상당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

“투자자라니 아시겠지만 그게 실력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어 수율을 살펴보려면 최소 6개월 정도가 필요합니다. 대기업은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낄 게 뻔합니다. 저 또한 그런 불확실성에 투자하기에는 자본이 부족합니다. 최소 100억은 투자해야 기초 설비를 갖출 수 있습니다. 환경 문제에 민감해 요즘은 공업단지에 들어가기도 까다롭구요.”

송규범은 굳이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투자를 받기 위해 양심을 팔고 싶지는 않았다.

이번 연구 개발도 회사 사정에는 무리한 투자였다.

그래도 어느 정도 끝을 봐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왜 투자하셨습니까? 제가 알기로 특허 출원까지 10억 정도가 지출된 걸로 아는데요.”

‘누가 분 거야?’

회사 재정 상태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투자자.

“개인 자금도 융통하셨더군요.”

“……그게 국가지원사업이 아니다 보니 보증보험 발급도 힘들고 투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사채도 살짝 끌어다 썼고요.”

아직 다 갚지 못했다.

그나마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이 탄탄해 느리지만 천천히 갚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다시 재투자를 하라면 그건 자신 없었다.

중소기업이 쏟는 피나는 노력을 대기업은 몰랐다.

“다시 묻겠습니다. 송 대표님은 왜 이 기술에 투자하셨습니까? 대기업과 딱히 연줄도 없는 분이 말입니다.”

장태산 대표가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얼굴에 개기름 질질 흐르는 일반 투자자들의 모습과 달라 보였다.

그간 접근해 온 자들은 돈과 상장 주식 가격에만 눈을 밝히는 엔젤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우선 변호사라는 사실에 신뢰가 갔다.

아직 초임인 듯한 변호사이자 투자자.

그에게 송규범은 큰 의심 없이 마음을 열었다.

“제가 지방대 화공학과 출신입니다. 머리는 그렇게 안 좋지만 석사 과정까지 밟았습니다. 그러다 가정이 생기고 교수님 추천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는 말과 달리 송규범은 인정받을 만한 인재였다.

서울 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수준의 성적은 충분히 됐다.

하지만 학비 문제로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지방 국립대에 입학했다.

그곳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내어 랩실에서 독립했다.

학교에 남기에는 실력이 아깝다며 교수가 국가사업을 따서 줬다.

“알고 있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분이라 들었습니다.”

“지방에서 뛰어나 봐야 거기서 거기죠. 그렇게 사업을 하다 보니…… 좀 이상하더군요.”

“뭐가 말입니까?”

“이쪽 업계가 무궁하게 발전 가능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반도체 분야에서 엄청난 점유율을 보이는 거대 기업들이 기초 소재 분야 투자에는 인색했습니다. 일본 제품이야 좋은 걸 알지만 그 쪽바리들을 어떻게 믿습니까?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극진하지만 한국인이라면 음식 만들다 침까지 뱉는 놈들입니다. 제가 그걸 봤습니다.”

송규범은 분한 얼굴로 당시를 회상했다.

일본어학과 출신인 아내가 일본을 좋아해 가끔 여행을 나갔다.

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폭발 때문에 남들은 꺼렸지만 아내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여행 중 들른 유명 식당에서 오픈된 주방을 통해 목격한 충격적인 장면.

화장실에서 나오다 주방장이 낄낄 웃으며 주문한 라멘에 침을 뱉는 걸 보고 말았다.

그 사실을 알고도 버젓이 아내 앞에 써빙하던 종업원 놈.

고개를 숙이며 맛있게 먹으라고 말하면서 깔보던 그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

분노가 온몸을 집어삼킬 듯했지만 참았다.

사방에 일본인들 천지였다.

증거라고 해봐야 자신이 본 것 밖에 없었다.

그 자리를 박차고 가게를 나왔다.

그 이후 다시는 일본에 가지 않게 된 송규범.

회사를 경영하면서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수조에서 수십조까지 이익을 내는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에는 정말 인색하다는 사실.

한 해에도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일본 업체에 돌아갔다.

그 자금이 국내에 풀린다면 수십 수백 개의 국내 기초 산업 기업들을 육성할 수도 있었다.

“분노하셨겠습니다.”

투자자 장태산이 송규범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분노를 넘어 쪽팔렸습니다. 아! 쪽발이들 생각이 이렇구나. 영원히 변하지 않는 주적이구나 싶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놈들은 대국인이라고 생각하며 주변 국가를 모두 얕잡아 봅니다.”

평소 개인이 갖고 있던 소신을 송규범은 과감 없이 쏟아냈다.

“저도 동감입니다.”

“중국과 일본에 지금처럼 의지하면 기업들은 언젠가 엄청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겁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지만 한눈팔지 않았습니다. 인건비 싼 중국에 갔다가 망하는 친했던 기업인들 여럿 봤습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 기업은 우리나라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게 제 소신입니다. 그래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요즘 한국 기업들이나 학교 기초 수준들 많이 좋아졌습니다.”

“애국자십니다.”

“부끄럽습니다. 애국도 배가 고프니까 못하겠더군요. 제 깜냥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송규범은 자신의 주제 파악을 잘했다.

더 이상 무리하다가는 회사가 망할 수도 있었다.

“지분의 30%를 드리겠습니다.”

“네?”

“경영권은 문서로 쭉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횡령이나 배임 같은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그게 무슨…….”

송규범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불산 공장은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환경부에서도 꺼리니 해외에 건설하는 걸로 하죠.”

“저기 대표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제가 이해를 못 하고 있습니다.”

“송 대표님의 애국심을 믿고 특허 기술에 투자하겠습니다.”

“아!”

투자라는 말에 송규범은 참았던 신음을 터트렸다.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장태산 대표가 평범한 투자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공장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건설할 생각입니다. 불산 공장뿐만 아니라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 공장이 패키지로 들어갈 겁니다. 러시아와는 이미 협의가 끝났습니다. 다음 달에 300만 평에 달하는 공장부지에 공사가 시작됩니다. 적어도 내년에는 모두 입주가 가능합니다.”

폭풍처럼 이어지는 장태산 대표의 설명.

‘이게 말이 돼?’

송규범은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

미리 준비하기라도 한 듯 거침없는 투자 플랜을 제시했다.

‘그런데 투자금은 얼마나…….’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중요한 문제.

애국심과 의지도 자금 앞에서는 무릎을 굻게 하는 세상이었다.

뭐든 배고픈 것보다 배부른 게 낫다는 걸 송규범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일단 한 장 깔고 시작하죠.”

씨익 웃으며 뱉는 장태산 대표의 한 마디.

“한 장이라면…….”

도통 단위를 짐작하기 어려운 송규범.

“1000억입니다.”

“1000억요!!!”

송규범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1000억을 외쳤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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