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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장. 기술 습득 (636/1,284)

639장. 기술 습득

“정보를 모두 모았습니다. 칠까요?”

윤병운은 안경을 매만지며 명령을 기다렸다.

주순자의 명대로 장태산에 대한 정보를 싹 긁어모았다.

예상했던 대로 빈틈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법이라는 게 코에 걸어 코걸이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구석이 많았다.

국세청이 핵심이 되어 움직였다.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청장이 적당한 시기에 물러났다.

새로 임명된 국세청장이 알아서 여러 가지 건수를 내밀었다.

횡령과 배임은 가장 좋은 기업 공략법.

장태산이 타고 다니는 슈퍼카와 외국 발행 블랙 카드에서 허점을 발견했다.

특정한 소득을 해외에서 올린 것을 확인했지만 신고가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회사 소득 중에서도 꼬투리로 잡을 만한 것들을 몇 개 발견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들이었지만 충분히 빌미가 될 만한 거리들.

‘장태산. 넌 내가 잡는다! 흐흐.’

윤병운은 자신 있었다.

일단 검찰로만 넘어가면 없는 죄도 더 만들어 추가할 수 있다.

판사들도 몇 회유됐기에 구형대로 최고형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컸다.

특히 대법원장과 손발이 잘 맞았다.

“그만 둬요.”

“네?”

“못 들었어요? 그만두세요.”

공길춘의 갑작스런 일 진행 중단 명령.

“그게 무슨 뜻입니까? 장태산을 저대로 놔두라는 말씀입니까?”

“맞아요.”

“다 된 밥입니다. 숟가락만 뜨면 끝입니다.”

“그만두라고 했잖아요!”

콰앙!

결제 서류철로 책상을 내리치는 공길춘.

윤병운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화가 나도 그것을 감추고 차분하게 말하던 그간의 비서실장이 아니었다.

뭔가 단단히 심통이 상한 모습.

“아, 알겠습니다.”

“앞으로 내 지시가 다시 있을 때까지 절대 장태산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 절대로!”

공길춘이 싸늘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알겠습니다.”

윤병운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거 말고 다른 거 찾아봐요.”

“어떤 일 말입니까?”

“요즘 야당 의원들이 각하를 모함하는 수준이 도를 넘었어요. 차마 귀로 듣기 민망한 거짓 소문들을 지어내는데……. 우리도 반대 집회를 열어서라도 강하게 반박해야 할 것 같아요.”

‘도대체 무슨 말이야?’

윤병운은 머리를 굴렸다.

공길춘 입맛에 맞는 대답을 내놓아야만 했다.

그리고 이내 적당한 말을 찾았다.

“단체에 힘을 더하겠습니다.”

“맞아요. 각하께서 추진해야 할 일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전사들이 필요합니다. 우국충정으로 뭉친 아버지 연합 같은 곳에 기업들을 좀 연결해 봐요. 그리고……. 거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들이 모인다는 그곳 말입니다.”

“그 공작소 말입니까?”

“그래요! 그곳에 이것저것 지원 좀 해줘요. 실탄이 있어야 전쟁을 할 게 아닙니까. 야당에 동조하는 빨갱이들은 모조리 입을 다물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각하께서 안전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윤병운도 알고 있는 공작소.

세상에 불만이 많은 이단아들이 만들어 놓은 악인들의 최고 놀이터.

지난 정권부터 국정원을 통해 지원 되고 있었다.

패륜적이고 입에 담긴 힘든 비정상적인 대화들이 아무렇지 않게 오갔다.

다소 자극적인 언사가 난무함에도 전혀 처벌받지 않았다.

언론 자유라는 명목을 내세워 올바른 가치와 사상 따위는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경찰과 검찰에는 터치하지 말라는 지시가 은밀하게 전해졌다.

명예훼손과 모욕죄, 패륜 범죄에 관련된 내용이 하루에도 수십 건 넘게 올라왔다.

무조건 자극적인 여론을 조성하며 방치 됐다.

똑같은 부류의 악인들이 모여 똘똘 뭉쳐 있는 만큼 자체 정화는 결코 불가능했다.

주 타깃은 야당과 시민단체들.

의식적으로 각성할 여지가 전혀 없는 패륜아들의 은신처.

건전한 생각 자체를 거부하는 그들은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표출했다.

밖에서는 어리숙하고 순수한 척 행동하지만 가상의 세계에서는 잔인한 폭력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윤 수석, 내가 믿어요. 잘 해봐요.”

“감사합니다.”

방금 전 서류철을 내리치며 화를 내던 공길춘은 금세 안면을 바꿨다.

카멜레온처럼 살아온 그에게 이런 모습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목표한 것들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인물.

“그리고 국정원장 재판 어떻게 되고 있어요?”

“지시해 놨습니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조용히 끝날 것 같습니다.”

“최대한 조용히 끝내요. 그 쪽에서도 우리가 힘을 써주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것도 다 빚입니다. 갚아야죠.”

“명심하겠습니다.”

“리스트는…….”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지시한 일들에 대한 체크.

윤병운은 고개를 계속 끄덕였다.

어둠 속에서 획책되는 정치적 술수들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치졸했다.

하나하나 기술을 습득해 가고 있는 윤병운.

존경해 마지않는 시선으로 공길춘을 바라봤다.

***

“받으십시오.”

한 뭉치의 서류들이 하관우 대표에게 전달 됐다.

“이게 뭡니까?”

“TS 그룹에 추가할 업체와 기술 명단입니다.”

지구로 돌아온 즉시 주 업무에 복귀했다.

엘프 마을에서 상당히 긴 시간을 보냈다.

마법이란 게 결코 배우기 쉬운 게 아니다.

지금까지는 여러 버프로 마법을 배웠지만 8서클 마법은 아니었다.

반신의 경지라는 8서클 마법사.

인간들이 오를 수 있는 7서클 마법까지는 그래도 쉬웠다.

하지만 자연과의 완벽한 동화가 밑바탕 되는 8서클 마법은 그렇지 않았다.

부족한 여러 가지 마법을 습득하는 데 집중했다.

장로 세르미온이 전담 강사가 됐다.

아린에게서 습득한 마법보다 훨씬 더 다양한 마법들을 엘프들은 소유하고 있었다.

기본부터 차근차근 흡수했다.

길잡이 아르테우스와 함께 산맥에서 마수들과 전투를 해 실력을 배양했다.

정령을 다룰 수 있다 보니 큰 위험은 없었다.

투자한 시간만큼 무난히 획득한 레벨 업.

마법을 깔고 마수들과 생사 대결을 벌이자 빠르게 레벨업이 됐다.

실전은 최고였다.

엘프들과의 사이도 좋아졌고 지내는 동안 많이 친해졌다.

미인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노바 형님이 지내고 있을 곳 못지않은 꽃밭.

세르미온은 그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엘프 기혼자만 아니었다면 진작 흔들렸을 것이다.

그녀는 자상하고 따뜻한 데다 지혜로웠다.

엘프들에게 특급 요리를 해 대접하기도 했다.

자연 재료로 소스를 만들어 그들의 잠자던 입맛을 깨웠다.

과일과 채소에 소스만 첨가해도 고급진 요리가 됐다.

나로 인해 엘프 사회에 다양한 채식 요리법이 퍼졌다.

포인트도 엄청 벌어왔다.

드워프와의 관계도 마찬가지.

자신들이 섬기는 바쿨라의 사제로 받아들인 순간부터 나를 의심하지 않았다.

아린의 제국을 위해 드워프들의 대장간을 풀 가동시켰다.

마력 갑옷과 무기들이 속속 제작됐다.

나도 그들과 어울려 금속 재련 기술을 습득했다.

대장장이 스킬이 빠르게 올랐다.

촌장에게 전수받은 고급 스킬을 단숨에 사용했다.

감탄하며 놀라던 드워프들.

바쿨라의 보너스는 차원을 달리했다.

소득도 엄청났다.

엘프들은 삿된 욕심이 거의 없었다.

마수들을 잡아 획득한 마력석은 아예 손도 대지 않고 나에게 퍼주었다.

사용하고 남은 마력석이 폐품처럼 처리장에 무더기로 쌓여 있을 정도였다.

어차피 버려질 것들, 아공간에 다 쓸어 담았다.

그런 나의 행동을 이상하게 쳐다보던 엘프들.

쓰레기들을 왜 아공간에 담는지 이해를 못하는 눈치였다.

지구에 가져가면 보석보다 귀한 대접을 받는 걸 그들이 알 리 없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요? 이거 모두 반도체에 관련된 품목들 아닙니까?”

대웅물산 부사장 출신답게 바로 알아봤다.

“맞습니다.”

“회장님, TS 그룹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품목입니다. 오정이나 엘자도 일본에서 거의 다 수입하고 있습니다. 기술력이 되더라도 쉽게 바꾸지 않을 겁니다. 반도체 공정은 한 번 정해지면 여러 테스트를 비롯해 수율 문제 때문에 고정 거래 업체하고만 거래합니다.”

레드 오션이라 바로 판단하는 하관우 회장.

나도 다 알고 있는 바였다.

하지만 하관우 회장과 반도체 업체들은 아직 몰랐다.

어느 날 이 품목들로 목에 가시가 단단하게 박히고 만다는 사실을.

“기술 습득이 어렵습니까?”

“단기간에는 습득하기 어렵습니다.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으로 제품이 생산됩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환경 문제로 공장 설립이 쉽지 않습니다. 아는 후배가 에칭가스라 불리는 고순도불화수소를 제조하기 위해 공장 설립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굳이 일본에서 생산되는 위험한 제품을 국내 공장에서 제조할 필요가 있냐는 환경부 답변을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야당에서도 결사반대하는 건이고요.”

“그래서 더 필요합니다.”

“네?”

나도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다.

한 번 사고가 나면 인명사고를 피하기 힘든 위험한 화학제품이다.

하지만 이 건으로 미래에 가서 제대로 발목이 잡힌다.

그걸 막고자 한다.

대한민국 모든 기업을 휘하에 둘 수는 없는 노릇.

내 주력 사업은 금융이다.

제조업체는 이제 시작.

굳이 잘나가는 그룹을 인수해 골치 아프게 살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 몇 년 후에 중요하게 떠오를 사업입니다. 기존 업체를 인수해서 안전장치에 아낌없이 투자하십시오.”

“쉽게 기술을 습득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특히 고순도 에칭가스는 전략 물자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확보하겠습니다.”

“회장님께서요?”

일본만 기초 화학이 뛰어난 건 아니다.

오만 방자하기 그지없는 쪽바리들.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하게 고개를 쳐드는 비열한 자들.

전형적인 야비한 민족성이 미래에 가서 뒤통수를 친다.

물론 일본의 온 국민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다.

깨어서 과거사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고 현실적으로 교류가 활발한 시민단체들도 많다.

문제는 썩어빠진 정치인들.

그들이 미래 세대를 오염시켜 버린다는 게 문제다.

대한민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있는 차세대 파운드리 사업을 방해하기 위해 온갖 더러운 수작질을 벌인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당한 수모를 그들은 기억하고 있다.

거대 자본을 투자해 단박에 시장을 점유하려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

일본은 뒤로 비수를 준비했다가 불시 습격을 가한다.

과거 미국이 일본 반도체 업체들을 고사시켰던 수법을 그대로 이용했다.

특허와 기술로 무장하고 협박했다.

대한민국을 수십 년 동안 강점하고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도 지도부는 제대로 사죄하지 않았다.

뻔뻔한 쪽바리 정치인들은 내실을 다지려는 한국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미워했다.

이웃하고 있는 만큼 그 경향이 더 심했다.

악업으로 점철된 그들의 국운.

놈들은 치밀했다.

겉으로는 미소를 띠고 속으로는 날카로운 비수를 등 뒤에 숨겼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과 협업해 동반 성장을 해오다 대체 불가능한 수준까지 오면 일방적으로 공급을 중단한다.

2019년에 시작된 반도체 대란이 2020년 IMF의 한 축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부동산 붕괴로 전 국민이 한참 힘들 때 반도체 후풍으로 치명타를 입는다.

주력 수출품 수출이 막히자 달러가 돌지 않게 된 것.

결국 미국도 한 패였다.

일본의 공격 계획을 승낙하고 평화를 주도하는 듯 행동했지만 철저하게 묵인했다.

그들은 한 나라의 독과점을 좋아하지 않았다.

미국 반도체 업계들의 규모가 축소되자 트럼프를 비롯해 여러 정치인들이 반가워하지 않은 것.

약소국가의 비련한 숙명.

다시 반복될 그 사태를 막아야 했다.

꿈 속 할배가 나를 회귀시킨 가장 중요한 이유.

나 혼자 잘 먹고 잘살다 자연사 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고통 받는 한민족의 후손들을 보호하고 국력에 힘을 보태라는 뜻이 있었을 것.

“하 회장님은 일본을 믿습니까?”

“……믿지 않습니다. 그놈들은 뼛속까지 야비한 자들입니다.”

대웅물산시절 세계 곳곳에서 부딪쳐 싸워봤던 하관우 회장이다.

“저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기술을 습득해야 합니다.”

“반도체 업체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오정을 비롯해 엘자 NK그룹도 문제이긴 했다.

일 년에 수십조의 이익을 창출하는 반도체.

그 밖에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에 필수인 소재들 개발에 소홀했다.

믿을 수 있는 한국 기업을 육성하기보다는 다수 일본 기업에 의지했다.

국제 협업 관계는 언제나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걸 간과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

그 일이 시발점이 되어 국제 자유 무역 질서를 사정없이 흔든다.

세상은 약육강식의 전쟁터였다.

타인의 손해는 곧 나의 이익으로 직결됐다.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인류가 남긴 지혜를 그들은 잊었다.

공급선을 다양화하지 못했다.

당장 눈앞에 떨어지는 이익에 취해 자체 개발에 소홀했다.

반도체 모든 공정의 핵심 부품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안일했다.

강소 중소기업을 육성하기보다는 납품단가나 후려치는 싸구려 사업가 정신이 일을 크게 키웠다.

독일 같은 유럽 선진국 중소기업이 강한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함께 먹고 살아야 할 하청 기업을 종 부리듯 다뤘다.

기업도 살아 있는 인격체와 전혀 다르지 않다.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기본 정신을 깨우치지 못했다.

그 대가를 피하지 못하고 톡톡히 치르게 된다.

“걱정 마십시오. 그것도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주식회사는 대주주가 왕이다.

점점 국내 대기업 주식 비중이 높아졌다.

벌어들인 외화로 국내 대기업 주식을 차근차근 쓸어 담았다.

내 말 듣지 않으면……. 아웃이다.

“알겠습니다. 바로 추진하겠습니다.”

대웅맨 하관우 회장이 확실하게 답했다.

띠리리리리리.

스마트폰이 울렸다.

나와 인연이 깊은 번호.

하관우 회장을 바라보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럼.”

눈치 빠르게 물러가는 하관우 회장.

통화 버튼을 눌렀다.

- 다니엘, 무슨 일 있어요?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었다.

“당신 보스를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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