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32장. 조우 (3) (629/1,284)

632장. 조우 (3)

- 주순자가 누구야?

- 이학희를 밀어주는 실력자?

- 아! 맞아! 그 주순자!

⌞누군지 아세요?

⌞님 모르세요? 조근영 대통령 옆에 껌딱지.

⌞맞다! 그 여자!

- 이학희에게 별장 제공했던 염중천 동생들이 현직 국회의원에 치안감이랍니다!

- 정말요? 누구요?

- 염상천 의원과 이번 서울지방경찰청장 내정자 염동천요.

- 이거 냄새 나는데?

- 염씨 집안 정체가 뭔가요?

- 염동천 할아버지가 친일파랍니다. 염인태라고 친일파 인명사전에 나오는 일제강점기 고위 관료.

- 어쩐지 친일파 냄새 쩐다 싶었는데…….

- 그런데 주순자가 여기서 왜 나와요?

⌞이학희를 밀어주던 염중천도 주순자 라인이래요.

⌞주순자가 뭐라도 돼요?

⌞조근영 대통령 정치 참모래요.

“이, 이게 뭐야???”

정권이 바뀐 뒤 경찰청장이 사표를 냈다.

자연스럽게 고위 경찰관 중심으로 인사이동이 연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학희 사건 때문에 형 염중천의 이름이 함께 오르내렸다.

청와대와 정부 핵심 인사들 입김을 통해 부랴부랴 막았다.

검찰 수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일단은 국민들 앞에 약속을 했다.

그리고 서둘러 피해자들을 회유하고 겁박해 급한 대로 입막음을 했다.

누가 봐도 이학희가 분명한 동영상도 극구 부인하며 잡아뗐다.

중요 언론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다.

시선 끌기 좋은 유명 연예인 관련 사건을 터트려 국민들의 시선을 돌렸다.

그 사이에서 잔뜩 몸을 낮추고 숨소리를 죽이고 지내던 염동천 치안감.

형의 이름이 언급되거나 연관성이 있는 낱말만 보여도 포털에 통보해 순위를 차단했다.

그리고 틈틈이 윗선을 향한 아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장태산 조사 명령이 떨어졌다.

목숨을 걸었다.

소작이나 해 먹던 신덕수와 연결돼 있는 것이 분명한 장태산.

그 두 놈이 염씨 가문을 망가뜨리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떠오른 포털 실검.

지방경찰청 청장실에서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고 기겁했다.

이건 분명 작업이 확실했다.

인터넷에 뉴스가 올라오자마자 순식간에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누군가 조직적으로 댓글 작업을 한 게 분명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치솟기 시작한 조회수.

어어! 하는 사이 실검 순위를 찍었다.

네티즌들이 파리 떼처럼 구린 냄새를 맡고 달라붙었다.

연관 키워드가 순식간에 불어났다.

이학희에서 주순자, 염중천, 염상천, 염동천.

심지어 조근영 대통령까지 물고 늘어졌다.

대선 댓글공작 사건으로 여론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사이버사령부나 국정원, 경찰 사이버팀이 나서기도 애매했다.

자칫 빌미가 되어 수사 중인 사건의 증거 자료가 될 수도 있었다.

검찰을 통해 수사 방향은 철저하게 방어했지만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확실한 지지층 30퍼센트가 겨우 방어막이 돼 주고 있어 버티고 있는 실정.

아슬아슬한 마당에 여론이 언제 들불처럼 번질지 몰랐다.

“도대체 누구야!”

염동천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경찰 고위직이란 자리가 여론이 안 좋으면 하루아침에 낙마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속이 바짝바짝 탔다.

형의 동영상 사건에서 겨우 벗어나려던 시점에서 벌어진 참사.

“설마?”

염동천은 본능적으로 장태산을 떠올렸다.

정보를 캐면 캘수록 두렵게 느껴지는 자.

단지 신덕수와 친분이 있는 인물 정도가 아니었다.

훈련병 시절에는 훈련소 비리 문제로 주한미군사령관을 불러들였을 정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합법적인 방법으로 수조의 부를 일군 젊은이.

IT업체를 세운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주식과 선물 시장을 이용해 쌓아올린 짐작할 수 없는 자산.

기업 인수에 관해서도 대범했다.

안아와 천일 건설, 삼룡 자동차, 그리고 이번에는 동룡 그룹.

월가의 자본이 투자 형태를 투입된 만큼 문제 삼을 수 있는 꼬투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기업을 경영하지도 않았다.

이사를 비롯해 감사까지 해외에서 들어온 이들이 대거 업체에서 근무했다.

정보 경찰을 투입해 이것저서 다 팠지만 불법적인 요소는 거의 찾아낼 수가 없었다.

회계 또한 투명했고 횡령이나 배임 문제도 없었다.

직원들에 대한 지원은 대한민국에서는 볼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이었으며 그들의 장태산을 향한 충성도는 하늘을 찔렀다.

당장 경찰 특수부대원들 중에서도 장태산이 투자한 씨큐리티 기업에 들어가길 희망하는 인재들이 많을 정도다.

지난 정권 때도 검찰과 국세청 등에서 몇 번 나섰지만 결국 모두 항복하고 물러났다.

“이놈을 도대체 어떻게…… 치워야 하나.”

염동천은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차오르는 분에 이를 갈렸다.

신덕수와 친분이 있다는 게 확인된 순간부터 이미 적이었다.

삐이이잇.

그때 울리는 인터폰.

“무슨 일이야?”

[차장님 연락입니다.]

“연결해.”

치안감 바로 위 계급인 경찰청 차장인 치안정감.

- 염 청장, 나요.

“네. 차장님.”

- 인터넷 봤죠?

“봤습니다.”

- 해결하세요.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 제대로 좀 하세요. 아무리 빽이 좋다지만 경찰 명예가 달려 있어요. 이래서 검찰로부터 수사권 받아오겠어요?

“죄송합니다. 차장님.”

대꾸는 했지만 염동청에게 진심은 없었다.

어차피 경찰간부후보생 출신인 차장은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었다.

총장이 새롭게 임명되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놓아야 할 인물.

뚝.

통화가 끝났다.

“……장태산 너 이새끼!”

염동천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장태산은 더 이상 같은 하늘 아래 같이 숨 쉴 수 없는 가문의 원수가 되었다.

***

“형님…… 이겠지…….”

신덕수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뉴스를 보며 장태산을 떠올렸다.

연수원 시절 아무것도 모르던 자신을 이 자리까지 이끌어줬다.

나이는 본인보다 적지만 형님으로 대하는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

그의 모든 게 본받을 만한 것들임이 분명한 장태산 형님.

이혼 소송으로 염씨 집안을 한 차례 흔들어 놨지만 한계에 봉착했다.

명확하게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을 보고도 검찰이 무혐의 쪽으로 사건을 밀어붙였다.

동영상 피해자들이 수사 과정을 겪고 무서워서 고소를 취하했다.

21세기 법치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사법 남용의 현장.

변호사가 된 신덕수는 무소불위 권력의 무서움을 몸서리치게 느꼈다.

일개 변호사인 신덕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혼 재판도 판사 재량대로 흘러갔다.

마음대로 기일을 변경하고 지연시켰다.

재판 심리는 5분도 채 흐르기도 전에 다음 기일이 잡혔다.

제시한 증거가 명백함에도 재판부는 부담스러워했다.

사법부도 더러운 자들과 한 패가 돼가는 걸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참담한 심정의 신덕수.

그와 달리 형님은 거침이 없었다.

신출귀몰하게 적당한 순간 사건을 터트리고 여론을 일으키는 장태산 형님을 생각했다.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언제나 일을 크게 만들었다.

물 타기에 능수능란한 여론을 반대로 이용할 줄도 알았다.

[사랑~♬ 우리의 사랑~♪]

신덕수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무슨 일이야?”

- 우리 사이가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 하는 사이는 아니잖아~.

제대로 말을 튼 신덕수와 공수진.

“검사가 그렇게 할 일이 없어? 범죄자 잡으려면 눈에 불을 켜야지.”

- 쯧쯧. 변호사가 뭘 알겠니. 검사들이 범죄자를 왜 잡아. 경찰들이 잡아오면 그때 나서는 거지. 격 떨어지게.

“너도 벌써 권력형 검사 흉내 내는 중이냐? 아직 햇병아리 주제에.”

- 무슨 소리야~. 나 중앙지검의 샛별이야. 여기 영감님들이 나만 보면 뻑 간다.

“템버린 적당히 흔들어라. 가정 파괴범 될라.”

- 우리 장태산 변호사님 명령이야. 검찰의 화려한 꽃이 되라고~

“그런데 이 밤에 무슨 일이야?”

- 장 변호사님 전화 안 받더라. 급한 일 있는데.

“무슨 일?”

- 여기 특수부 검사들이 우리 장 변호사님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 얼마나 침을 질질 흘리고 다니는지 검찰청 바닥이 미끄러워 죽을 지경이야.

“아직도 특수부가 있어?”

- 당연하지. 무늬만 바뀌었지 어디 가겠어?

“그럼 큰일이잖아!”

신덕수는 내심 걱정이 됐다.

장태산 형님을 노리고 국가 기관이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형님 주변에 적이 너무 많았다.

어느 곳에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장태산 형님.

그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 무슨 큰일. 내가 알아보니까. 여기서도 장 변호사님 전설이더라.

“전설?”

- 몇 번 털었다가 좌천당한 검사들이 한둘이 아니래. 그래서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는데도 움직이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검사들도 있어.

“그래?”

- 진짜 멋있지 않냐? 검사들도 두려워하는 정의의 변호사! 으으으~ 우리 장 변호사님과 소주 한 잔 진하게 해야 하는데~

아직도 환상 속을 헤매는 공수진.

“공수진 정신 차려라. 널 형수님으로 모시고 싶은 마음은 죽어도 없다.”

지리산 호랑이는 여우를 좋아하지 않았다.

- 됐거든! 나도 너 안 좋아해!

“그건 매우 고맙다.”

- 와아아……. 이 지리산 곰탱이가 뭐라는 거야.

“할 말 더 없지?”

- 흥! 미련 곰!

띠릭.

전화를 끊었다.

언제나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 대화를 하다 끝나는 공수진과의 통화.

그럼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두 사람은 통화를 했다.

“형님 위험한 건 아니겠지?”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 신덕수도 전화를 했었다.

그러나 받지 않던 형님.

“누구든지 형님 머리칼 하나라도 건드리면…….”

본성대로 으르렁거리는 호랑이.

그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지금 그렇게 존경하는 형님이 적들을 향해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

***

“아이…… 짜증나. 도대체 그것도 제대로 못 막고 월급은 왜 받는 거야? 인터넷 강국이라면서…….”

청와대에서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주순자.

갑자기 인터넷에 터진 사건 소식에 인상이 잔뜩 구겨졌다.

잊을 만 면 쥐새끼처럼 이학희 사건이 발목을 잡았다.

쓸 수 있는 모든 라인을 동원해 막았지만 어떻게 또 뚫었는지 아주 화끈하게 퍼졌다.

이학희는 주순자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스폰을 돈으로 받아야지. 왜 몸으로 받아? 질 떨어지게……. 좌우지간 남자 새끼들이란…….”

주순자는 이제 이학희를 원망하는 데 이르렀다.

검찰총장으로 한 번 밀었다가 되지도 않게 자신의 이름까지 거론 됐다.

당장 포털에 연락해 작업을 지시했다.

지시하기 무섭게 메인 화명에서 뉴스가 빠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속이 내내 편하지 않았다.

이학희 스폰이 친일파 후손이었고 그게 자연스럽게 대통령과 주순자에게까지 싸잡아 연결됐다.

교묘한 수법.

퍼즐 조각을 사방에 던져 호기심 많은 국민들을 극도로 자극했다.

자신이 과거 즐겨 쓰던 수법.

조근영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상대 정치인을 비방하고 괴롭혔던 방법이었다.

없던 일을 사실화하고 소설로 만들어 무지한 국민들이 믿게 만드는 기술.

그 방면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는 능력의 소유자였다.

교묘한 수법을 알고 있는 만큼 더 기분이 더러웠다.

“오늘도 없네……. 다들 뭐가 그렇게 바쁜 거야.”

남편은 직장에서 아직 퇴근하지 않았다.

딸과 아들은 놀러나가 들어올 생각도 없어 보였다.

다들 새벽이 되어서야 귀가하거나 아니면 평소처럼 외박을 할 것이다.

탁탁.

실내화를 끌고 거실로 들어서는 주순자.

넓은 집에 은은한 거실 등을 제외하고 자신을 반겨주는…… 이가…….

“!!!”

가방을 놓고 선글라스를 벗어 탁자 위에 올리던 주순자.

순간 걸음을 멈추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식구들 모두 외출 중인 집.

아무도 없는 게 확실한데 그녀 눈에 들어온 선명한 실루엣.

“누, 누구…….”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힌 주순자.

지은 죄가 참 많았다.

그만큼 악연도 넘쳤다.

이 야밤에 집안에 침입한 낯선 남자.

식구가 아니다.

“순자 아줌마, 퇴근이 늦었네요~.”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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