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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장. 청문회 (599/1,284)

602장. 청문회

회귀의 전설 2부

“애들 준비시켜……. 오늘 잡는다!”

염중천은 속이 타들어갔다.

와이프한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아이들을 볼모로 협박을 해볼까 싶었지만 아버지인 자신도 모르게 미국으로 건너갔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이혼 소송과 그에 대한 대비.

급하게 여러 경로의 힘을 이용해 와이프 조은희를 찾아냈다.

좋게 타일러도 말이 안 통하면 납치라도 불사할 생각이었다.

조강지처였지만 대의를 위해서 화합할 수 없다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묻을 수도 있었다.

이혼이 문제가 아닐 정도로 동영상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파장이 컸다.

자신뿐만 아니라 동생들, 나아가 가문이 쑥대밭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형님. 저희들만 믿으십시오!”

염중천은 평소 관계를 유지하던 조직 폭력배들을 급한 대로 섭외했다.

탈이 없게 하라는 주문이 있어서 그랬는지 중국인 칼잡이들이 보였다.

연장도 한두 개씩 준비했다.

우선 빈틈없이 경호를 받고 있는 와이프를 잡아오는 데 온 힘을 다했다.

“뒤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방해하면 무조건 담가.”

염중천의 잔인한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살기 넘치게 반짝였다.

무조건 막아야 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검찰총창 인사청문회.

총장으로 임명되기 전에 먼저 동영상을 확보해야만 했다.

자신과 가문의 미래를 결정지을 만한 판도라의 상자를 빼앗긴 염중천은 눈이 돌아가 있었다.

“넵!”

‘조은희……. 넌 마누라도 아니야. 넌 뒈졌어!’

솔직히 마음에 들어 결혼했다.

학벌과 미모도 괜찮았다.

집안의 대를 이을 자식 생산에는 최적격이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의 기대는 딱 거기까지.

타오르는 사회적 성공에 대한 욕망을 품고 사는 염중천에게 조은희는 장식품 정도에 불과했다.

인생의 동반자나 둘도 없는 친구 같다는 생각은 아예 품고 살지 않았다.

돈과 권력만 있다면 노후에도 젊었을 때 못지않게 화려하게 살 수 있다고 염중천은 믿었다.

이제 와서 걸림돌이 되기를 자처한 와이프.

죽여서라도 입을 다물게 만들어야 했다.

나머지 뒷수습은 검찰총장이 될 이학희가 알아서 할 일이었다.

뚜루루루룻.

염중천의 핸드폰이 울렸다.

긴밀하게 연락 중인 막내 염동천의 전화.

“출국 막았어?”

혹시 몰라 아내의 출국을 막아 놓으라고 지시했다.

죄목은 절도죄.

- 형님, 큰일 났습니다! 형수님이 조금 전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뭐? 출국! 도대체 넌 일을 왜 그 따위로 하는 거야!

- 한발 늦었습니다…….

“인터폴에 협조 요청하면 안 돼? 그년 당장 잡아와!”

- 형님. 인터폴 요청이 그렇게 쉽게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터졌습니다!

“무슨 일?”

- ……풀렸습니다.

목소리에 맥이 하나도 없는 염동천.

“뭐가 풀려……. 헛! 서, 설마?”

- 동영상이 지금 실시간으로 쫘악 퍼지고 있습니다!

“!!!”

충격에 눈앞이 하얗게 되고 머리가 아찔해진 염중천.

미친년이 미국에 가기 전 먼저 동영상을 뿌린 듯했다.

- 최대한 사이버팀을 동원해 막아보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형님……. 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툭.

손에 맥이 풀린 염중천은 그만 스마트폰을 떨어트렸다.

- 형님! 형님!

“…….”

멍한 상태로 초점 없는 눈에 들어오는 바깥 풍경.

중국에서 불어온 미세먼지로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들 만큼 뿌연 잿빛의 서울 하늘.

마치 자신의 암울해질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았다.

***

“저는 지난 27년 간 최일선에서 검사로서 직분을 다해왔습니다. 수많은 사건의 홍수 속에서도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엄정하되 잔인하지 않고 두루 화평하되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중립을 지켜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런 바른 자세와 마음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살아왔지만 혹시라도 부족한 제 처사로 인권을 놓친 부분이나 사건 관계자들의 억울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미진한 부분에 대해 먼저 사과를 드리며 앞으로 검찰을 투명하고 바른 검찰로 이끌 것을 약속드리는 바입니다.”

2013년 2월 24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 406호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실시됐다.

검은 양복에 파란 넥타이를 맨 이학희는 어깨를 펴고 당당했다.

머리는 정갈했고 표정은 무척 진지했다.

청와대 VIP가 직접 지시를 내려 이 자리에 섰다.

인사청문회만 통과하면 앞으로 2년간 엄청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상명하복에 충실한 검찰 조직의 총수.

재벌들이나 정치인들 모두 그의 앞에서 고개를 조아려야 했다.

간간이 마주치는 여당 국회의원들과 따뜻한 눈빛을 나눴다.

그러나 으르렁대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눈에 띄지 않게 인상을 썼다.

여대야소 상황이라 이 자리는 형식적인 과정에 불과했다.

어차피 인사청문회로 낙마 시킬 방법은 없었다.

“그럼 최교섭 위원님이 먼저 질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시간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10분으로 제한하겠습니다. 참고해 주십시오.”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목소리가 조용히 장내에 울렸다.

“안녕하십니까. 최교섭입니다.”

검찰 출신 국회의원 최교섭이 금테 안경을 살짝 매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여기 청문회 자리에 앉아 계시는 이학희 후보님은 검사의 표본 같은 분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아직도 대학과 사회에 기생하는 친북 적화 통일을 외치는 빨갱이들을 때려잡고…….”

“최 의원! 말이 심한 거 아닙니까! 요즘 같은 세상에 빨갱이가 웬 말입니까! 이학희 후보자가 초임 검사 시절에 애꿎은 대학생들을 공안 범죄로 엮어 범죄자 만든 거 기억 안 납니까! 그런데 빨갱이라니요!”

“왜. 빨갱이라는 말에 찔리십니까?”

“뭐라고! 당신 지금 뭐라고 그랬어!”

“당신? 너 이리 와!”

시작부터 여당과 야당 의원들 간에 불이 붙었다.

계획적으로 난장판을 만들기 위한 여당 의원들의 약속된 쇼.

땅땅땅!

“그만들 하세요. 여기는 신성한 국회 청문회 자리입니다.”

벌써 피곤한 표정을 짓는 위원장이 망치를 세차게 두들겼다.

“최 의원, 좀 참읍시다.”

“빨리 끝냅시다. 뭘 털 게 있어야 털지…….”

너무 격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기에 여당 위원들이 최교섭을 말렸다.

공안 검사 출신 이학희는 생각보다 털 게 적었다.

기껏해야 찌라시 급으로 도는 성추행 문제 정도밖에 없다.

문제가 있다 해도 오늘까지 진실은 묻힌 채 밝혀지지 않았다.

‘새끼들……. 나한테 찍히면 국물도 없어. 흐흐흐.’

이학희는 속으로 야당 국회의원들을 보며 한껏 비웃어 줬다.

여기서 같이 털어 먼지 안 날 놈이 손가락에 꼽혔다.

청와대에서 콜이 떨어지면 당장 몇 놈 정도 집요하게 물어뜯을 생각이다.

‘중천이가 동영상은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까…….’

이학희도 소란스러운 소문의 내용을 들었다.

누구보다 그 내용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자신과 염중천이 직접 돌아가면서 동영상을 찍었다.

남자라면 한 번쯤 상상하며 즐기고 싶은 욕망의 끝을 봤다.

자칫 일반인들이 상상에 그치는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내용들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러나 두렵지 않았다.

염중천을 믿었고 염충천은 그 믿음에 부합한 결과를 알려올 것이다.

혹시라도 실수했을 경우를 대비해 검찰 후배들에게 미리 전해 놓은 통보 내용이 대기 중인 상태다.

증거가 들어오면 무조건 압수해 불법으로 몰아 폐기하기로 돼 있다.

대한민국 검찰총장이란 자리는 그런 자리였다.

없는 죄도 만들 수 있었고, 있는 죄도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덮을 수 있는 권력.

최고 권력의 정점 중 하나였다.

“최교섭 위원님 발언 기회가 끝났습니다. 다음으로는 양우석 위원님 질의하십시오.”

소란을 틈타 시간은 빨리 흘러갔다.

“양우섭입니다.”

질문자가 바뀌었다.

2선 국회의원 양우섭.

한국자유당 국회의원 성추문으로 당선된 후 2선까지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저 자식 요즘 수상하다고 손봐주라고 했지.’

여당 쪽 원내대표가 은밀히 전화로 지시한 내용.

앞날에 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더 크기 전에 밟아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학희는 느긋한 시선으로 양우섭을 바라봤다.

어떻게 요리할까 머릿속에 여러 가지 그림을 떠올랐다.

“이학희 총장후보님, 이전의 다른 검찰총장 후보님들과 달리 깔끔하네요. 위장전입도 몇 번 없고…….”

“근무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국민여러분께 죄송할 뿐입니다.”

뻔뻔하지만 당당하게 나가는 이학희.

고위 공직자 중에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안 한 자는 거의 없다.

정보가 넘치는데 재산을 불리지 못하는 건 어리석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일이다.

“부동산 크기도 이 정도면 양호하고 어차피 공안검사 출신이시니 과거를 따져봐야 지금은 입만 아프고 말입니다.”

담담하게 질문 형식을 위했지만 스스로 답까지 하는 양우석.

‘도대체 뭘 기대하라는 말이었던 거지?’

청문회장에 들어오기 몇 시간 전 양우석은 장태산에게 연락을 받았다.

그를 청문회 스타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을 남겼다.

타닥.

그때 뒤에 서 있던 보좌관이 급하게 양우석 곁으로 다가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모두의 시선이 양우석에게 쏠렸다.

청문회 도중이어도 가끔 보좌관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지금 뭐야. 준비도 안 한 거야?”

“여기가 학교 숙제하는 곳도 아니고……. 빨리 진행합시다! 나도 질문할 게 많아요!”

여당 위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양우석을 향해 조준 사격을 가했다.

요즘 들어 활동 폭이 넓어진 2선 국회의원은 향후 몇 년 후만 되어도 큰 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우석이 보좌관의 스마트폰을 본 후 이학희를 바라봤다.

“이학희 총장 후보님. 자진 사퇴 생각 없으십니까?”

뜬금없이 던져진 자진 사퇴 권고.

“???”

이학희가 어이가 없어 양우석을 쳐다봤다.

엄연히 모르지 않을 텐데 뒤에 있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무시하는 발언이었다.

‘너 이 자식 내가 꼭 집어넣는다!’

“양우석 위원, 말이 좀 심한 거 아닙니까!”

“사퇴라니요! 사퇴하고 싶으면 당신이나 사퇴해!”

또 다시 장내에 쏟아진 고성과 막말.

여당 의원들이 단체로 삿대질을 하며 양우석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회를 그냥 지나칠 정치 선수들이 아니었다.

그때.

- 꽃 피는~?.

모두가 익히 아는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양우석 의원이 손에 들린 스마트폰 스피커 소리를 키우고 머리 위로 높이 쳐들었다.

“???”

양우석의 돌발행동에 장내에 있던 모두의 눈동자가 스마트폰을 따라 움직였다.

- 인생 뭐 있어. 이렇게 즐기다 거는 거지~

- 형님! 행복하십니까?

- 당연하지! 난 지금 황제가 부럽지 않아. 크하하하하하.

벌거벗은 남녀가 등장하는 야동 장면이 스마트폰 화면에 보였다.

그리고 지금 현재 청문 당사자인 이학희와 매우 흡사하게 생긴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황제 부럽지 않다고 외쳤다.

- 하아아악 학…….

낯 뜨거운 신음도 화면 중간중간에 울려 퍼졌다.

쥐 죽은 듯 조용해진 청문회장.

타다다닥.

청문위원들 뒤에 있던 보좌관들이 급히 스마트폰을 들고 각자의 의원들에게 다가갔다.

“헉!”

“이, 이런…….”

여기저기서 터지는 신음.

인터넷 실검 1위를 순식간에 차지한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동영상과 헤드라인.

- 이학희 동영상.

- 이학희 검찰총장 후보자.

- 이학희 황제…….

이학희가 인사 청문회장에 들어서기 직전 퍼지기 시작한 동영상과 내용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타고 들불처럼 퍼져 나갔다.

“이학희 검찰총장 후보자님. 이 동영상 속 인물, 본인 맞습니까?”

지옥에서 외근 나온 심판관의 얼굴을 하고 다시 묻는 양우석.

아직도 재생되고 있는 동영상이 이학희의 면전을 향해 보여졌다.

“그게…….”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이학희.

“저…… 저건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라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하게 내뱉는 부정하는 발언.

“…….”

조금 전 삿대질을 하며 물어뜯으려 했던 것과 달리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여당 의원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이학희 후보자님……. 자진 사퇴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쩌렁쩌렁 울리는 양우석의 이학희를 몰아붙이는 우렁찬 목소리.

대한민국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장에서 단 한 번도 전례가 없던 말도 안 되는 대 사건.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꿈이 한순간 날아가는 걸 눈앞에서 경험한 이학희의 짐승 같은 비명이 청문회장에 길게 길게 울려 퍼졌다.

***

“로리아나?”

세상에!

목소리의 주인공은 차일드 가문의 주인인 로리아나였다.

- 바쁘죠?

“아니 그게…….”

뭔가 알고 있는 듯한 굵은 정강이 뼈 같이 묵직한 안부 인사.

갑자기 목구멍이 막혔다.

- 기다리고 있어요.

뭘? 날?

로리아나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오늘따라 무서웠다(?).

지금쯤이면 대한민국은 난리가 났을 시간.

청문회 타임에 맞춰 동영상을 미국 한인 사회 사이트와 여러 동포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신문에 동시에 올렸다.

한국에 퍼질 시간까지 계산된 계획적 살포.

로리아나만 아니라면 모든 게 안정감 넘치게 완벽했다.

“뭘 말입니까?”

- ……지난번 방문했던 세이셀이 마음에 들어서 섬을 몇 개 구입했어요.

섬을 몇 개?

세이셀 섬은 생각보다 값이 나갔다.

그런 땅을 대학교 앞에 깔린 월세 자취방 고르듯 가볍게 구입했다고 말하는 로리아나.

“축하드립니다. 부동산이 재산 투자에는…….”

- 올 거죠?

“???”

지금 날 초대하는 거야?

- 지난 휴가 답례로 이번 여름휴가 초대할게요. 다니엘은……. 반드시 올 거라 믿겠어요.

반드시를 힘주어 강조하는 로리아나.

뭐지……. 안가면 바다에 수장될 것 같은 이 섬뜩한 기분은.

“하하. 제가 올 여름에는…….”

여름휴가 때 로리아나와 보내게 된다는 건 나쁘지 않았지만 공평의 원칙에 의거하여…….

- 야훼가 인간 중의 최고 부자인 자신의 딸에게 당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 갈게요! 30박 31일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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