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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장. 넌 누구냐! (597/1,284)

600장. 넌 누구냐!

“오바마가 어제 그 동양인 청년을 만났다 했나요?”

“그렇습니다.”

“왜요?”

“특수부대까지 준비한 걸로 봐서 모종의 제거 계획을 세웠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흐음…….”

위싱턴 DC에 위치한 국무부 청사 내 가장 은밀한 곳 중 하나인 장관실.

힐러리는 예상치 못한 보고를 받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미국 국무부는 모든 대외관계를 수행하고 조약과 협상, 국제경제, 외교, 문화교류 같은 중요한 정책을 맡았다.

부통령이 얼굴 마담이라면 국무부장관은 미국 행정부의 실세다.

부장관들을 비롯해 수 명의 차관을 두고 미국의 대외 관계를 진두지휘했다.

미국 경제는 외교로 시작해 외교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경찰이자 무역의 조종자로서 가장 상위의 위치에 군림해 온 지난 수십 년의 세월.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지금까지 왕좌를 빼앗긴 적이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달러는 그 빛을 잃지 않았다.

모두 다 국무부의 놀라운 계획과 행동 방침 때문이었다.

연방은행과 철저한 계획 하에 타국 금융시장을 난장으로 만들 만큼 폭격을 가했다.

강력한 무기인 달러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필요할 때마다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무제한 발권력을 행사해도 누구 하나 나서서 따지지 못했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실세 국무부장관인 힐러리였다.

그런 그녀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가 낱낱이 통보됐다.

전직 대통령을 남편으로 둔 힐러리다.

백악관을 비롯해 여러 미국 행정 조직 내에 수족처럼 움직이는 자기 사람들이 넘쳤다.

오바마보다 미국과 세계정세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힐러리.

남편이 대통령을 역임하던 시절에도 중요한 정책은 모두 힐러리의 손을 거쳤다.

“다니엘 장이라고 했지요……. 그 동양 남자 이름…….”

“네.”

“지금…… 어디 있나요?”

“테슬러 자동차의 CEO를 만나고 있습니다.”

“발론 머스크를……?”

힐러리는 생각이 많았다.

오바마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1등 공신이 그였다.

월가의 투자자 로버트 라이언을 통해 상당한 정치자금을 제공했다.

힐러리처럼 최측근이나 정치 고수들만 몇몇 알고 있는 내용.

다니엘 장은 힐러리에게도 거액의 정치자금을 후원했다.

다음 대 대통령을 노리고 있는 힐러리에게는 귀중한 지원자였다.

그런 다니엘 장을 제거하려 했던 오바마.

선량한 사내가 분명했지만 미국의 국익 앞에서는 양심도 버릴 수 있는 남자가 오바마였다.

‘뭔가 있는데…… 그게 뭘까?’

현직 국무부장관이자 전직 대통령의 아내인 힐러리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그 무엇.

오바마는 피를 손에 묻힐 만한 대통령이 아니었다.

“한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보좌관이 힐러리의 심중을 파악해 물어왔다.

“아닙니다.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인권을 중요시하는 인자한 미국의 성공한 백인 여성 표본 같은 힐러리.

이미지와 달리 개인적인 성향 자체는 강단이 넘쳤다.

“동선 파악해서 수시로 보고해 주세요.”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보좌관이 물러갔다.

스윽.

스마트폰을 드는 힐러리.

직통 번호를 눌렀다.

“낸시, 저예요.”

- 조심해요.

상대는 힐러리임을 확인하지마자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네?”

- 위험한 자예요. 그를 잘못 건드리면…… 잠자던 영혼들이 노할 수 있어요. 그는 죽은 자들의 보호를 받는 인간이에요.

“아!”

힐러리는 신음을 터트렸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던 혼혈 인디언 낸시.

영험한 주술사로 불리는 그녀는 힐러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존재였다.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든 인물도 그녀였으며, 현재 국무부장관이 된 힐러리의 직분도 그녀 덕분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남편의 스캔들도 낸시가 전해준 비법으로 무사히 이겨낼 수 있었다.

지금도 당장 고민의 대상인 상대에 대한 경고를 알려오는 낸시.

“친분을 만들어야 하나요?”

대권에 욕심이 있는 힐러리는 인재 욕심이 강했다.

낸시가 조심하라고 말할 정도라면 그만큼 등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는 의미였다.

- 억지로 인연을 만들면 안 되는 존재입니다……. 그 이상은 저도 모르겠군요. 강한 기운이 방해하고 있어요. 이런…… 세상에……!!!

뚝.

놀란 듯한 낸시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통화가 끊겼다.

“뭐야?”

당황해 다시 통화를 시도하는 힐러리.

그러나 낸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을 같이 했지만 단 한 번도 없었던 일.

무슨 변고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

“다니엘 장……. 도대체 넌 누구야!”

***

‘넌…… 누구냐!’

발론 머스크는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다.

머스크는 월가의 금융 투자자들을 모두 머저리라고 생각해 왔다.

닷컴 열풍이 불 때 그들이 보였던 묻지 마 투기.

돈 많은 멍청이들이 따로 없었다.

기술의 정체도 알지 못하던 그들은 닷컴이라는 이름만 달면 돈을 쏟아 부었다.

그 눈 먼 돈을 머스크는 양껏 흡입했다.

짜릿했다.

작업은 너무 쉬웠다.

맛있는 돈 냄새를 풍기고 자신의 화려한 과거를 덤으로 올리면 모두 다 OK.

그 이후 지속적으로 멍청한 머저리들을 이용해 꿈꾸던 것들을 키웠다.

매일 전쟁과 다툼이 곳곳에서 넘치는 이 지구별은 지긋지긋했다.

화성에 수만 명이 살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머스크의 진짜 꿈이었다.

솔라 시티 프로그램을 비롯해 하이퍼루프 시스템도 화성 이주를 위한 발판에 불과했다.

맛있게 포장해 놓자 멍청한 투자자들이 앞 다투어 뛰어들었다.

머스크는 속으로 양껏 비웃었다.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투자의 늪.

모든 상황이 머스크가 계획한 대로 흘러갔다.

언론에 툭 던지던 과격한 언사 하나하나도 머스크의 철저한 계산하에 연출된 것들이었다.

인간들은 끊임없이 자극을 원했다.

머스크 같은 유명인의 발언은 금세 그들의 입을 통해 번졌고 수시로 회자됐다.

알게 모르게 회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언플의 황제라는 칭호도 얻었다.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머저리 투자자들만 끊임없이 파리처럼 꼬이면 됐다.

NASA를 끌어들인 게 한 몫 했다.

NASA에서 정리된 우수한 인재들과 망해가는 로켓 업체 등을 상대로 섭외에 들어갔고 계획대로 금방 성과를 냈다.

민간 기업의 특성인 속도감으로 승부를 봤다.

명석하지 못한 멍청한 기자들이 알아서 뒤를 빨아줬다.

투자자들은 뿌려진 미끼에 끌려 돈을 들고 회사를 찾아왔다.

차근차근 머저리 투자자들을 개미굴로 끌어들여 홀리는 작업을 했다.

얼마간은 순탄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점점 한계에 부딪쳤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기에는 기술 발전의 속도가 느렸다.

시간이 길어진 만큼 회사에 자금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그 압박은 강도가 세졌고 심한 스트레스를 동반했다.

그런 시점에서 인연이 된 동양인 투자자.

충격을 받았다.

그 투자자는 머스트 자신과 같은 천재과였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전혀 마음을 읽을 수 없게 하는 장벽 같았다.

툭툭 던지는 말들은 수수께끼 같았고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처럼 자신의 속내를 속속 들여다보는 것 같아 불쾌하기까지 했다.

그간 만나왔던 투자자들을 이르던 머저리라는 말도 그 앞에서는 쑥 들어갔다.

“여기 햄버거 맛집이네요. 이 소고기 패티 방목소로 만든 거죠?”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공장식 대량 비육우가 아니라 텍사스 초원에서 뛰놀던 암소 고기 패티에요.”

다니엘 장과 렉시, 그들과 함께 그간 즐겨왔던 햄버거 맛집에 자리를 잡았다.

렉시가 호감을 보였다.

평소 자기만 바라보던 여인.

머스크가 미래의 배우자로 점찍어 둔 여인이었다. 화성에 가게 되면 그때 청혼하려 했다.

다니엘은 녀석과 쿵짝이 잘 맞았다.

“다니엘, 조금 전 했던 그 말 진짜야?”

아직도 믿기지 않는 모듈의 에너지 밀도 500Wh/L.

이 정도 수치라면 2013년도에 테슬러 최고급 라인에 장착한 전기자동차보다 2배에 달하는 용량이다.

갈수록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그 속도 역시 생각보다 더뎠다.

테슬러에 장착한다면 일반인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한계점을 돌파하게 된다.

전기자동차의 획기적 성장 발판이 될 수 있었다.

“조만간 연구소가 완성될 거야. 그때 놀라와. 이것 말고도 놀랄 만한 것들이 넘칠 테니까.”

“연구소? 한국에?”

“참, 스티븐과 돈독한 친구 사이였다고 내가 말했던가?”

“설마 스티븐 매튜?”

“신의 부름으로 일찍 하늘로 떠났지만 그와 난 친구였어. 애플 본사와 내 연구소를 걸고 내기를 했을 정도로 친했지.”

“애플 본사와? 정말?”

발론 머스크는 다니엘의 말에 마법처럼 빨려 들어갔다.

흥미를 안 보일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머스크에게도 애플 본사는 넘사벽이었다.

“나중에 와 봐. 근사할 거야.”

“다니엘, 그런데…… 다른 놀라운 건 뭐죠?”

렉시가 머스크의 가려운 부분을 알아서 긁어줬다.

“비밀인데…….”

“우리 만난 시간은 짧지만 난 너를 진심으로 친구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털어놔 봐. 내가 훔쳐 갈 것도 아니잖아.”

“……실리콘 전기 전도도.”

“응? 실리콘?”

이번에도 훅 귀를 파고드는 놀라운 말.

“저온 황 도핑 실리콘 합성 기술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어.”

“!!!”

“와우! 정말요? 그 연구 우리도 하는데 거의 진도가 안 빠지는 분야인데…….”

“제가…… 사실…… 마법사입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음극 소재를 흑연이 아니라 실리콘으로 만들었습니다. 마법을 이용해서요~.”

“말도 안 돼! 실리콘은 전기 전도도가 낮고 방전과 충전 시에 부피 변화로 인해 파손 위험이 높아. 그런 물건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머스크는 믿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배터리와 함께 충전 기술도 전기차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빠른 충전이 되지 않아 일반인들이 꺼려했다.

완충까지 보통 12시간 이상이 걸렸다.

급속 충전은 기술적 한계로 80퍼센트가 맥스.

그럼에도 지금 기술로는 1시간 이상 소요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실리콘을 사용하면 리튬 이온의 확산도가 높아져 이론적으로 고속 충전이 가능하다.

“10분 충전에 흑연에 비해 5배 이상 용량. 이 기술이 완성되면……. 후후훗.”

세상을 다 가진 악당처럼 웃는 다니엘 장.

“…….”

발론 머스크의 입이 벌어진 채 닫히지 않았다.

혁명이다.

지금 자신이 팔던 전기차는 전기자전거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잡아야 돼!’

머릿속을 온통 지배하는 건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다니엘을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뿐.

다른 생각은 전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아직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저 자신감은 믿을 만했다.

“대단해요…….”

렉시 역시 할 말을 잃었다.

“아! 머스크, 자네 전기차를 본 적 있는데…… 투자를 좀 더 하는 게 어때?”

“그건 또 무슨…….”

“태블릿PC가 좀 크지 않아? 처음에 보기에는 멋지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불편해. 차량용 고급 프로세스를 만드는 건 어때? 내가 투자한 업체 중에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기가 막히게 만드는 곳이 있어. 차량 상태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운행 정보가 실시간으로 바로바로 체크가 돼. 5G 시대가 열리면…….”

다른 세상 사람처럼 씨익 웃는 다니엘 장.

아직도 한참 먼 5G 시대를 언급했다.

“차량용 프로세스에도 투자했어? 저, 정말?”

머스크가 무릎을 치고 한숨을 내쉴 만큼 다니엘은 전기자동차에 대해 해박했다.

“며칠 전 독일의 TUV 라인란드로부터 자동차 국제 안전 표준인 ISO 26262 인증을 취득했어.”

“으으으.”

급기야 머스크는 신음을 흘렸다.

차량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까다로운 안전 등급을 요했다.

그런 이유로 국제 시험 인증기관인 TUV는 국제 표준 규격을 다뤘다.

그곳에서 인정받았다면 테슬러보다 지금 입지가 낫다는 말이다.

“설마 다니엘……. 자동차 회사를 소유한 건 아니죠?”

강력한 경쟁자 포스를 보이는 다니엘에게 렉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전기자동차는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가 아닌 IT 업계 취급을 받았다.

테슬러보다 뛰어난 기술이 접목된 전기자동차가 개발된다면…….

테슬러는 파산이다.

“당연히 있죠. 한국의 삼룡, 그리고……. 스웨덴의 볼부가 제 중요 투자처입니다.”

“…….”

삼룡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지만 볼부는 충분히 위협적인 상대였다.

머스크와 렉시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한두 번 장사해 본 사이가 아니다.

여기서 손발을 잘 맞춰야만 회사가 회생할 수 있었다.

“ESS 시스템도 아주 기막힌 녀석을 만들고 있는 중이야. 내 꿈이 사우디 사막에 태양열 전지판을 생산해 팔아먹는 거야. 오염 없는 청정에너지를 손가방만 한 저장 장치에 담아 전기 사업자들에게 제공하면…….”

꿀꺽.

머스크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눈앞에 있는 다니엘은 인간이 아닌 외계인이 확실했다.

세상에 머스크 자신보다 더한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고 있는 천재.

“그리고…… 우주에 갈 때 말이야. 무식하게 로켓 수십 개씩 연결하는 것보다…… 전기 로켓을 사용하면 얼마나 안전할까? 지구를 떠나는 순간 태양열을 마음껏 빨아들여 충전해 이동하면…….”

햄버거를 문 채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는 다니엘 장.

덥석.

머스크는 들고 있던 햄버거를 던져 버리고 다니엘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친구……. 테슬러의 주인이 되어주게!!!”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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