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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장. 감히! (3) (588/1,284)

591장. 감히! (3)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모두 깜짝 놀랄 만한 파멸적 영상들이 재생되었다.

“후훗. 사랑? 그런 걸 아직도 믿는 바보가 있다니…….”

원탑의 리더 사론은 스마트폰 속 동영상을 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작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생각보다 재밌었다.

지금껏 만나왔던 그 어떤 여자보다 주민은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진짜 사귀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정도로 순수했다.

하지만 작업은 딱 거기까지.

사론은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하며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중학교 시절 사귀었던 첫 사랑의 경험 이후부터가 시발점이었다.

가수가 된 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된 연애.

순수하게 접근해 왔던 여자들 모두 끝에 가서는 상처만 안고 스스로 떠났다.

사론은 자신의 성향을 잘 알았다.

신도 용서하지 않을 인간쓰레기!

부정하고 싶은 생각 같은 건 없었다.

“후우우.”

지금 피우고 있는 담배처럼 여성 편력은 중독이 심했다.

타인의 감정을 적당한 선에서 희롱했다.

감정의 고리를 건 후 상대의 인격을 산산이 박살내는 재미가 제법이었다.

그 어떤 성취보다 강렬한 쾌감을 선사했다.

처음 불꽃처럼 일어난 호기심으로 상대하다 싫증나면 아무 때나 정리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대신 어디 가서 입을 놀리지 못하도록 뒤처리는 늘 신경 썼다.

다시는 얼굴 들고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부셔놓았다.

연예계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었다.

한차례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고 나면 꼭 떠오르는 강렬한 악상.

원탑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곡들이 그렇게 탄생됐다.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직접 누군가를 파괴했을 때 더욱 현실적이고 파격적 멜로디가 떠올랐다.

악마가 준 재능.

타다닥 타다다닥.

줄담배를 피며 사론은 머릿속에 떠오른 악상을 빠르게 컴퓨터에 기록해 갔다.

순식간에 한 곡이 완성됐다.

“플레이~.”

다다다단? 다다다다♪.

강렬한 비트 속에서 감정을 깊숙이 찌르고 들어오는 리듬.

이번 곡도 대박이다.

곡은 마지막 파트에서 멈췄다.

아직 미완성 상태의 파괴.

“크크. 마지막 선물을 줘볼까.”

사론은 악마의 웃음을 흘렸다.

마지막 악상은 주민을 완벽하게 끝장내야 얻을 수 있었다.

타다닥 타다다닥.

빠르게 손이 움직였다.

띠리릭.

둘만 사용하는 톡방에 문자를 보냈다.

- 내일 내가 지시한 복장으로.

짧고 간단한 내용 하나.

“…….”

그러나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개겨 보시겠다?”

수그러졌던 파괴적 욕망이 다시 발동 했다.

사론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간 만나왔던 다른 여자들과 달리 주민은 아직도 가끔 반항을 했다.

꿈틀거리는 잔악한 감정.

- 아직 상황 파악 못하고 있는 거지? 이 X 같은 노예X아!

속마음에 도사리는 욕설은 그대로 톡방으로 던져졌다.

“…….”

분명 바로바로 반응을 했었는데 오늘은 대꾸마저 없는 주민.

아니 문자 자체를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 너 하나 추락하는 걸고 안 끝난다는 거 아직도 모르지? 동영상 한 번 쫙 풀어볼까? ㅋㅋㅋ.

광기에 사로잡힌 사론의 속마음은 여과 없이 그대로 문자로 전달됐다.

타다다다닥.

톡을 확인하고 답이 올 때까지 집요하게 계속될 사론의 행동.

스으으으읏.

그의 등 뒤로 새카만 아우라가 진득하게 퍼졌다.

***

“주민아 괜찮아……. 무슨 일이야. 말해봐.”

주민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악신의 사기에 물들었다는 말은 주변에 악한 놈이 있다는 말이었다.

멤버들은 아니다.

회사에는 그런 기운 자체가 없으니 소속사 문제도 아니다.

결론은 외부인.

주민을 품에 안고 토닥이며 감정의 소용돌이에 갇힌 그녀를 달랬다.

이 정도 불안감이라면 회사 옥상에서 떨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흑흑……. 흐윽.”

주민은 품에 안긴 채 서럽게 울었다.

그동안 억압돼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한 듯했다.

모르는 사이에 위험한 시기를 지나왔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는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회사 차원에서 관리가 철저했고 FOB 멤버들 스스로도 사생활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관리해 오고 있음에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내가 멤버들의 인생을 다 책임져 줄 수도 없었다.

살다보면 의식적으로 겪는 성장통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종류와 달랐다.

주민에게서 느껴졌던 다크한 기운은 의식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오는 성장통과 달랐다.

뭐랄까.

삶 전체가 흔들릴 만큼 파괴적이고 강렬했다.

“괜찮아……. 우리 친구잖아. 내가 다 해결해 줄게…….”

“흐으윽…….”

점점 울음이 잦아드는 주민.

“나 은퇴할까 봐…….”

은퇴?

“왜? 평생 이 바닥 안 뜬다고 했잖아.”

“……부끄러워. 너를 비롯해 멤버들……. 그리고 날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더는 버틸 수가 없어……. 흐윽.”

다시 감정이 격해지자 품속에서 입술을 깨무는 그녀.

부끄럽다는 말에 필이 왔다.

“혹시…… 남자 친구 문제인 거야?”

이건 백 퍼센트 남자 문제였다.

주민도 성숙한 여성이었다.

연애 한 번 못해 보고 몇 년 동안 우물 안 개구리처럼 회사와 행사장, 집만 오갔다.

그런 주민을 이렇게까지 흔들 만한 사건은 남자밖에 없었다.

“그 새끼는…… 남자 친구도 아냐. 악마야! 악마!”

얼마나 기억이 끔찍했는지 품속에서 진저리를 치며 바들바들 떨었다.

짐작한 것보다 반응이 좀 심각했다.

그렇다면 이성적 애정 문제를 떠나 그 이상의 범죄 수준으로 확장해 생각해야 한다.

그쪽이 확실했다.

2020년까지 살면서 본 것만 해도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남녀 사이의 셀 수 없는 범죄들이 많았다.

아주 말도 안 되는 별의별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나왔다.

엄청난 팬덤을 소유한 보이 그룹과 개인 남자 연예인이 저질렀던 성폭행 사건 등.

주민의 상태를 보니 불현듯 그때 그 사건들이 떠올랐다.

주민의 말투에서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

발생하지 말아야 했을 일들 중 최악의 경우다.

다짜고짜 살려달라고 한 말과 악마라는 단어 자체가 범상치 않다.

“……주민아. 우리 친구를 떠나…… 내가 변호사다. 사실대로 말해야 돼. 네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사건 맞지?”

어린아이를 달래듯 감정이 격해져 있는 주민을 달랐다.

그동안 함께 한 세월이 짧지 않았다.

지난 생에는 잠깐 떴다가 사라져 버렸던 FOB 멤버들.

서련이를 제외하고 모두 소리 소문도 없이 연예계 바닥을 떴었다.

하지만 회귀한 나와 인연이 되면서 180도 인생이 바뀐 FOB.

그만큼 그녀들 모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연대 책임이 나에게 있다.

지난 활동 시절 인연도 무시 못했다.

FOB를 알리고 곡을 히트시킨 모든 작품의 안무 동작을 내가 다 제공했다.

내가 만든 첫 번째 걸그룹.

이제 악신의 손길이 나의 아름다운 작품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태산아……. 나 어떡해. 이게 알려지면 나 완전히 매장이야……. 우리 부모님 얼굴은 어떻게 보고…… 멤버들은……. 나 죽는다 해도 용서받지 못할 거야……. 흐으윽.”

다시 눈물을 쏟아내고 마는 그녀.

이제는 확신이 들었다.

화르르 심장에서 분노의 기운이 고개를 들었다.

어떤 놈인지 걸리기만 하면 아랫도리를 분질러 버릴 것이다.

지잉! 지이잉!

그때 주민의 주머니에서 들려오는 진동음.

조금 전부터 간간이 울리더니 이제는 주기적으로 울렸다.

느낌이 팍 왔다.

그놈이 확실했다.

주민을 괴롭히고 있는 악신에 물든 자.

“스마트폰 줘볼래.”

“…….”

품에서 아직 떨어지지 않고 있던 주민은 여전히 몸을 떨고 있었다.

하지만 대꾸가 없다.

나름 갈등하고 있는 기로의 순간.

나에게 알려지는 것도 두려울 것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반응 당연했다.

친구라고 했지만 나도 남자.

그런 나에게 자신의 치부를 다 공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을 잘 안다.

“날 믿어. 널 다치게 하지 않을게……. 네가 원하는 대로 그 악마 새끼…… 니 눈앞 나타나지 못하게 지워줄게.”

한마디 한마디에 기를 담았다.

아무리 친구고 변호사여도 함부로 그녀의 사생활에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일단은 주민이 수락해야 했다.

“나…… 욕하지 마……. 미안해 태산아…….”

주저하며 고백하는 주민.

“누구나 살면서 실수 할 수 있어. 다만 그걸 반성하고 인생의 교훈으로 삼느냐, 아니면 알고도 다시 또 바보 짓을 하느냐의 차이지. 우리 친구잖아……. 난 믿어도 돼.”

언령이 사용됐다.

“응…….”

주민이 대답하며 품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바들바들 덜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건넸다.

“잠금 풀어줘야지.”

스으윽 슥.

꽤 복잡한 패턴을 사용하는 그녀.

“와인 한 잔 더 마시고 있어.”

“응…….”

또로록.

그녀에게 와인 한 잔을 더 따라줬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열었다.

앞에 떠 있는 누적된 매시지.

“!!!”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 XX년. 내 말을 씹어? 뒈지고 싶지? 아니 그냥 뒈져라. 더러운 X아. ㅋㅋㅋ.

- 동영상 첨부한다. 니가 봐도 예술이지? ㅎㅎ.

- 왜 안 봐? 난 네가 보고 싶은데~ .

- 빨리 보라고! 이 돼지 같은 X아!

- 넌 끝났어……. 니가 자초한 거야!

메시지 내용은 실로 엄청났다.

욕설뿐만 아니라 협박과 공갈, 낯이 뜨거울 정도의 동영상에 사진까지 첨부가 됐다.

“흑흑……. 흐윽…….”

주민이 소리를 죽여 울었다.

피를 토하는 저 울음소리.

한 여자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얼마 전까지 탑 스타의 자리에 있던 여자가 바닥을 치는 절절한 고통의 비명이었다.

파르르.

스마트폰을 쥔 손이 떨렸다.

이 새끼는 악신의 화신이 아니라 악마 자체였다.

프로필 사진에 새카만 전자 기타 사진이 올라와 있다.

주민처럼 연예계 활동을 하는 놈이 확실했다.

이곳저곳 행사 중에 만나게 돼 연락처를 주고받았을 것이다.

“주민아. 이 남자 누구야? 아이돌이야?”

“……원탑.”

원탑!

원탑이란다.

상황이 뭔가 변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2019년에 세상에 폭로되었던 성폭행범이 원탑의 멤버였다.

홍대에서 가장 큰 클럽을 소유하고 있던 원탑의 또 다른 멤버.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놈들이었다.

멤버들 모두 마약을 비롯해 성폭행, 성추행, 탈세와 횡령 같은 스캔들을 달고 다녔다.

“누구?”

“……사론.”

사론!

언제나 신비로운 분위기로 포장한 채 뒤로는 쓰레기 짓을 했던 그놈.

2020년 봄에서야 놈에 대한 추악한 진실이 까발려졌었다.

놈에게 당했던 과거의 여성들이 용기 있게 언론에 제보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대마초를 비롯해 약물 투약 등에 당하고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여성들.

수십 명의 여성들이 우르르 나타나면서 정황들이 사실로 밝혀졌다.

동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와중에도 여성들을 농락했던 사론.

2013년, 이 때만 해도 남자 아이돌 중에서는 정말 탑이었다.

낱낱이 밝혀지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던 그런 놈이 주민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었다.

“태산아…… 나 이제 어떡해. 사론 그 자식 미쳤어……. 진짜 악마야! 눈빛이…… 사람이 아니야!”

사람 아니다.

놈을 비롯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모르겠지만 악신에게 순수한 열정을 소유한 영혼을 팔면 그 대가로 주어지는 게 있다.

한 분야에게 두각을 보이는 능력을 획득한다.

한마디로 악신과의 거래인 셈이다.

“치워줄게.”

답은 항상 명료했다.

감히 내 보호 아래 있는 이들을 노리는 악신의 종자.

“…….”

그저 눈물만 흘리며 멍하니 날 바라보는 주민.

꾸욱 통화 버튼을 눌렀다.

우리의 아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파괴의 고통~♪.

원탑의 대표곡 ‘파괴’가 컬러링으로 걸려 있었다.

- 오! 이제야 통화가 되네. 이 길거리 X녀만도 못한 계집아. 크크크.

증오와 불쾌감, 가슴까지 파고드는 끈적거림이 잔뜩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악신의 사역자와 연결되었습니다.

- 악신이…… 당신을 증오의 눈빛으로 노려봅니다!

확인하듯 들려오는 알림음.

세상 곳곳에 숙주처럼 자라고 있는 악신의 종자들.

- 흐흐흐. 왜 말이 없지? 내 말이 우습게 들려? 이 천박한 계집아!!!

상태를 보니 정신병자가 확실했다.

킬킬킬 웃다가 버럭 화를 내는 사론.

“닥쳐. 이 병신 새끼. 크크크.”

중저음의 쫙 깔린 음성으로 시원하게 욕 한 사발 퍼붓고 시작했다.

놈 못지않은 재수 없는 비웃음 작렬하는 나의 목소리.

악신의 종을 상대할 때는 절대 천사의 가면 같은 건 착용 금물이다.

악은 악으로! 선은 선으로!

- ……너, 너 누구야!

주민의 목소리가 아닌 것을 알고 사론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피식 새어나온 차가운 비웃음.

“X만 한 악마 새끼…….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너 세상에 없는 사람 만들어 줄 테니까……. 아주 인간 목록에서 지워주마……. 크크ㅤㅋㅡㅅ.”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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