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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장. 대가의 법칙 (2) (579/1,284)

582장. 대가의 법칙 (2)

부우우우웅! 부아아아아아아앙!

평일 저녁 늦은 시간대의 자유로.

문산 방향으로 거칠게 고급 스포츠카 한 대가 굉음을 내며 달렸다.

파앗!

단속카메라 붉은 빛이 터졌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질주했다.

거침없이 다른 차들 사이를 휙휙 칼치기로 재끼며 위험천만하게 내달리는 스포츠카.

속도계는 200km를 넘나들었다.

‘으으으으.’

말도 못하고 보조석에 타고 있던 주민은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았다.

행사 시간이 임박하는 등 급한 경우엔 매니저도 간혹 과속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무시무시하게 차들 사이를 오가지는 않았다.

방금 전 지나온 직선 도로에서는 무려 속도계가 250을 찍었다.

눈을 감고 싶었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스포츠카 특유의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인해 온몸으로 타이어 마찰 느낌이 전해졌다.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 느낌이 끔찍했다.

힘겹게 이 자리까지 왔지만 살면서 작은 법 규칙 하나 어겨본 적이 없었던 주민.

팰튼 호텔 앞에서 만나 이 시간까지 별다른 말도 없이 운전만 하고 있는 사론을 곁눈질로 쳐다봤다.

과속에 난폭 운전을 하고 있는 그가 이상하게 멋있어 보였다.

아무래도 눈에 제대로 콩깍지가 낀 것 같았다.

차 안에 맴도는 사론의 체취가 기분 좋았고 묘하게 심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스트레스 많이 받는 연예계 생활.

누구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고 있었다.

사론의 과속과 난폭한 운전도 그런 종류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주민은 생각했다.

어느새 도심을 끼고 이어진 자유로를 벗어나 인적이 드문 곳으로 진입했다.

건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고 희미하게 철책선이 쭉 이어져 보였다.

내달리던 차의 속도가 줄었다.

부아아아앙 부우우웅.

차체가 일순간 출렁였을 정도로 브레이크를 강하게 잡은 뒤 천천히 움직였다.

차가 멈춘 장소는 주민도 한 번 와봤던 곳이었다.

임진각.

더 이상 안쪽으로는 민간인은 갈 수 없는 곳.

끼이익.

상당히 넓은 임진각 주차장에 차가 멈췄다.

드문드문 가로등이 켜져 있고 여러 군데 흩어져 주차된 차가 눈에 띄었다.

사론은 주차장 가장 왼쪽 후미진 곳에 차를 주차했다.

“좋았어?”

“……네.”

사론의 물음에 주민은 조용히 대답했다.

“나도 좋았어. 너와 함께라서.”

처음부터 반말로 주민에게 말을 걸었던 사론.

오늘 처음 만났고 전화번호를 건넨 사이였지만 전혀 어색해 하지 않았다.

남몰래 좋아해 오던 선배였기에 주민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나 어때?”

안전벨트를 풀고 편한 자세로 주민을 바라보며 묻는 사론.

“저…… 그게…….”

“싫어?”

“아니요. 그게 아니라…….”

스윽.

사론의 왼손이 주민의 뺨을 부드럽게 만져왔다.

“!!!”

주민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회사에서는 반드시 반항하라 교육했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피부가 좋네. 아기처럼.”

사론의 칭찬에 주민은 더 바보가 됐다.

스으윽.

그리고 점점 과감하게 다가오는 사론의 얼굴.

‘이건 아니잖아!’

주민은 거침없는 사론의 직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기……. 아직 이러는 건…… 너무 빠른 것 같아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 없는 주민이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사론의 모든 행동이 당황스러웠다.

“난 네가 마음에 들어. 그리고…… 오늘부터 1일이야.”

귓가에 바짝 들이댄 사론의 입에서 들려오는 달콤한 악마의 목소리.

“하아…….”

주민은 1일이라는 그 말에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듯했다.

저절로 무장해제가 되었다.

사론의 달콤한 목소리는 마법의 주문 같았다.

그리고.

숨을 쉴 때마다 코 속으로 스며드는 사론의 독특한 체취는 더 짙어졌다.

주민은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사락.

입술에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

주민은 시트를 힘껏 움켜쥐며 두 눈을 감았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첫 키스.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왈칵.

입술이 뜨겁다 느껴지는 것도 잠시.

입술을 비집고 파고드는 물컹한 그 무엇.

주민의 영혼은 육체를 떠나 유체이탈을 경험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만 보았던 장면.

주민은 이 모든 게 꿈속을 헤매는 것 같았다.

자신의 입술을 점령한 잔인한 악마가 두 눈을 뜬 채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을 탐하는 그의 눈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져갔다.

***

“신차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 중입니까?”

“회장님께 일전에 보고한 바대로 진행 중입니다. 적극적 자금 집행과 볼부사의 엔지니어들도 협조적이어서 1차 주행 테스트까지 완료됐습니다.”

“항상 말씀드리는 부분이지만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초강력 강판과 구조용 접착제를 아끼지 마십시오. 차는 강성이 중요합니다. 서스펜션을 비롯해 주행감 모두 든든한 뼈대를 기초로 했을 때 얻어지는 결과입니다. 대충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보의 권력이 언론 쪽이 아닌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소비자를 감동시키지 못하는 제품들은 시장에서 빠르게 퇴출될 겁니다.”

“회장님 말씀 금과옥조의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올 여름에 출시 예상인 타볼라는 동급 최초로 동승석 및 무릎, 사이드 커튼까지 일곱 개의 에어백으로 무장했습니다. 동시에 전륜과 후륜 대형 브레이크 시스템, 차량자체 제어 시스템, 주간 주행등, 타이어 공기압 자동감지 시스템, 후륜 독립현가 멀티링크 시스템, 전후방 감지 시스템, 그리고 회장님이 특별 지시하셨던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을 기본 탑재했습니다. 중저가 차량에 이런 안전 시스템은 전세계 자동차메이커를 통틀어 저희 타볼라가 최초입니다!”

현동영 삼룡차 대표 목소리에 힘이 가득 들어가 있다.

신차에 대한 자신감은 곧 떳떳한 자존심이 됐다.

차의 시스템과 외관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은 자동차가 갖고 있는 이미지도 가격에 포함시켜 구입한다.

확실한 인상을 남기는 이미지 메이킹은 100년 기업의 토대가 된다.

앞으로 삼룡차를 그렇게 만들어 갈 생각이다.

‘삼룡’ 하면 안전과 최첨단 사양의 결정체로 소비해 본 사람들이 저절로 이미지를 떠올릴 그날이 멀지 않았다.

“다른 차종 라인은 혼합 생산 시스템으로 전환됐다고 했죠?”

“회장님 지시대로 생산시설 3분 2를 타볼라 생산체제로 전환 중입니다. 어차피 재고가 쌓여있어 라인 변경은 쉬웠습니다.”

“노조는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조용합니다. 연대처럼 단체협약에 생산 차종 변경 시 협약 문구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복지를 위해서는 최대한 관심을 기울여 주되 경영권을 비롯해 과도한 노조 요구는 단칼에 자르십시오.”

“명심하고 있습니다.”

“AS센터 확충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인구 10만 이상 도시급에는 인구와 행정구역 상황을 보고 직영 서비스센터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하는 능력 있는 공업사와 협약을 맺어 서비스망을 과거대비 2배 이상 확충했습니다.”

“5년에 10만km를 잊지 마십시오. 그 기간 동안에는 사소한 부품 하나라도 고장이 나면 안 됩니다. 꼼꼼하게 검수해 시장에 내놓으십시오. 중소기업 부품 가격 후려치지 마시고 정당하게 공급 받으십시오. 상생이 기업의 모토가 되어야 합니다. 나 하나 배 불리겠다고 욕심 부리는 순간 주변이 함께 오염되고 나아가 국가가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항상 그 마인드를 존경합니다. 회장님.”

현동영 대표가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며 나의 당부를 받아들였다.

자동차 산업은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한 먹거리였다.

산업에 유발되는 효과가 적지 않았다.

그리고 난 삼룡을 세계 최고 자동차 메이커로 만들 생각이다.

“사원 주택은 입주가 시작됐다고 했나요?”

“100년 이상 버틸 수 있는 아파트로 건설 됐습니다. 감리를 철저히 한 덕에 층간 소음을 비롯해 모든 사항이 법적 기준치를 넘고도 남았습니다.”

천일 건설 황효관 대표가 대답했다.

밤이 깊었다.

팰튼 호텔에서 열린 축하 연회가 끝나고 모두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독대의 시간을 가졌던 임성철 회장님.

미래를 예감하고 대비하던 그에게 갑작스럽게 던진 나의 제안은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선뜻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나름 나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을 임성철 회장님.

하지만 그는 현실적으로 나에 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끝까지 반신반의 하던 표정이 떠오른다.

나도 확답까지 주지는 않았다.

경제인 임성철 회장은 국가를 위해서 아직 필요한 인물.

그런 그의 명운에 관련해 따라붙는 조건들도 엄청났다.

카르마 포인트를 지불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가가 다소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조건은 위험성이 아주 높았다.

카르마 연동.

임성철 회장이 나의 카르마 포인트로 생명을 연장하는 데 있어 따르는 거래 조건.

생명 연장 이후 그의 행위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내가 떠맡아야 했다.

만약 임성철 회장이 악업을 짓게 되면 지옥에는 내가 가게 되는 것이다.

영혼의 반쪽이라 할 수 있는 진정한 부부 사이에나 가능한 거래 조건이었다.

나는 성심성의껏 미끼를 던지고 한 발 물러났다.

임성철 회장님도 생각이 많은 듯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걸 그도 알고 나도 알고 있기 때문.

수료 축하 자리가 그렇게 마무리됐지만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업 세 곳의 대표와 따로 조용한 자리를 만들었다.

오늘부로 공무원 신분에서 벗어난 몸.

군대 면제까지 받으면서 이제부터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신 산적해 있는 일들이 많다.

실무 연수 기간에는 짬을 낼 수 없을 만큼 바빴다.

최근에 와서야 대표들도 개별적 독대 시간을 갖게 됐다.

기업을 경영하는 일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큰 목표를 세워 놓고 집중하면 어느 순간 각각의 기관들을 통해 알아서 굴러갔다.

그 점에서 눈앞에 있는 세 사람은 기업 경영의 전문가들로서 중추적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서로 밀고 끌며 무난하게 기업들을 운영했다.

아직까지 큰 무리수 없이 잘 흘러갔다.

삼룡차를 제외하고 모든 곳이 흑자를 기록했다.

직원들도 회사가 안정되자 업무에 집중하고 조직에 충성했다.

여가 시간도 많아지자 회사생활은 물론 일상생활을 하는 데도 활력이 넘쳤다.

대표들의 인품과 능력이 제대로 된 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세 대표는 진정으로 나를 보스로 인정하고 대우해 줬다.

“천일은 다른 문제 없습니까?”

“일거리가 넘치니 노총들도 조용합니다. 회장님 지시대로 주력을 임대사업 쪽으로 잡고 있습니다.”

“기업 이익도 중요하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는 국민들의 주거 안정입니다. 적극적으로 좋은 땅들을 선점하십시오.”

“회장님께서 언급하셨던 부지들 모든 곳이 대단했습니다. 정말 혜안에 감복할 뿐입니다.”

살고 온 미래에서 개발 이슈가 됐던 곳을 알고 있는 이상 그냥 있을 수 없는 일.

잠재적 개발 예상 부지들로 땅 장사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놈의 집값이 최대 문제였다.

2020년 대한민국을 또다시 덮친 IMF의 불씨가 된 출발점도 부동산이었다.

유럽발 위기가 안정화 되어 가자 다시 땅투기가 일어났다.

주 종목이 사기와 부동산이었던 최병박 정권은 위태롭게 유지되던 부동산 안정화 장치를 풀어버리거나 없앴다.

평당 수백만 원에 구입한 땅 위에 20층 이상 아파트를 세웠다.

그런 후 평당 수천만 원씩 올려 받아 건설사들은 돈을 쓸어 담았다.

하긴 못 먹는 게 바보였다.

거품 위에 거품이 또 생기며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정부도 국가 성장률에 빠르게 반응하는 건설에 올인 했다.

미래 먹거리 투자에는 관심도 없었다.

자신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대통령이 된 자에게 국가의 미래 같은 것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국내에서만 요리를 해 먹었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까.

국내에서만 돌았다면 어떤 형태로든 대한민국 내 자본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해외 투자라는 명목으로 빼돌려진 엄청난 국부였다.

기업들과 국민들이 피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가 무차별적으로 반출 됐다.

부창부수라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영부인의 자리에 있던 안주인도 한식 세계화를 주장하며 밖으로 외화를 뿌렸다.

몇 채씩 집을 소유한 이들은 재미를 봤다.

투기꾼들이 살판 났다.

자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뛰는 부동산 가격에 흥청망청 거품 위에 뜬 돈이 흘러 다녔다.

벌어들인 돈으로 갭 투자에 뛰어들었다.

불과 몇천만 쥐고 있어도 집 한 채를 구입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작은 지방 도시까지 부동산 거품이 들끓었다.

투기꾼들의 집이 집을 낳는 세상이 됐다.

큰돈을 손에 쥘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처럼 왜곡되자 건실한 사람들도 암암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거품은 어차피 거품.

큰 파도에 한 번 쓸려 내려가기 시작하면 언젠가 다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망각해 버렸다.

한 번이라도 부동산을 통해 재미를 봤던 경험이 있는 이들은 더 악착같이 매달렸다.

정상적이지 않은 기형적 경제 부흥기.

모든 악천후에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망국의 지름길로 내달렸다.

그렇게 쌓인 문제가 2020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과정 중에 폭발해 버린다.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졌다.

가장 큰 문제는 빚을 내 집을 마련해야 했던 중산층 이하 서민들.

산산이 박살났다.

특히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로 대출을 이용한 이들이 더 피를 봤다.

집값이 수직으로 폭락했다.

9년 동안 축적되었던 부동산 대출 자금이 한꺼번에 난리가 났다.

이자 수익에 재미를 보던 은행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무역 전쟁 여파로 세계적 불경기가 쓰나미처럼 찾아왔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발동됐다.

팰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의 긴장 관계에서 유래된 투키디데스의 함정.

부상하는 중국과 지배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미국이 치열한 전쟁을 시작했다.

핵무기 보유국이라 직접 전쟁을 배제한 채 무역으로 크게 붙었다.

일명 경제 전쟁.

과도한 부동산 대출로 체력이 약해져 있던 한국은 피해갈 수 없는 폭탄을 맞았다.

건전한 내수와 소비, 미래 투자에 들어가야 할 자본이 부동산에 함몰되어 은행만 배를 불렸던 결과였다.

러시안 룰렛 게임과 같은 부동산 축제의 막차를 탄 이들이 대거 주저앉았다.

도미도가 무너지듯 연쇄 부작용을 일으켰다.

30년 전 일본 도쿄 위성도시 폭락 현상이 한국에서 재현됐다.

자생 기회를 놓쳤다.

9년 동안 망국의 길을 걸었던 시대적 아픔.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지만 단 몇 년 만에 해결할 수 없었다.

국민들은 숨통을 트여주길 원했다.

세계 경제 흐름을 전혀 읽어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을 쫓아 온 시간들의 대가는 참혹했다.

경제학적으로 단기간 9년의 시간을 치유 회복한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정 경제도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듯 계속 빚이 늘어갔다.

선택할 수 있는 건 파산밖에 답이 없는 지경.

거시적 경영체로 유지되고 굴러가는 국가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그 일이 다시 재현되기 전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절실히 필요했다.

오직 나만 준비할 수 있는 것.

내가 선택한 방법은 영구 임대 주택 보급.

젊은 청춘들이 한창 개발되던 시기에 청년시절을 보낸 기성세대를 따라하게 할 수 없었다.

결국 자신들의 발목을 잡고 말 부동산에 올인 하는 걸 막고 싶다.

부동산 투기로 회복 불가능한 대가를 치르고 감당할 수 없는 후풍을 맞는 걸 바라지 않는다.

2020년 대한민국의 한 시대를 살다온 회귀자의 안타까운 희망이자 책임감이었다.

“TS 그룹 문제는 며칠 내로 따로 시간을 내 얘기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회장님.”

세 사람 중 가장 큰 기업을 담당하고 있는 하관우 회장과는 좀 더 길게 대화를 나눠야 했다.

핵심 연구가 TS 그룹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다.

“밤이 늦었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일 뿐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뜨거운 눈빛을 보내는 세 사람.

“미래 세대를 위해 결코 부끄럽지 않게 저와 여러분 모두 매진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긴 하루의 인사를 나눈 세 사람이 물러갔다.

“후우…….”

참 길었던 하루.

깊고 긴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직 일이 다 끝난 게 아니었다.

대표실 밖으로 나갔다.

복도 끝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한 마리 거대한 호랑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변호사가 되는 날 기필코 복수의 칼을 뽑겠다고 했던 덕수.

이제 지리산 동생을 위해 나의 칼을 빌려줘야 할 때가 왔다.

“덕수야……. 사냥 시작해 볼까?”

“형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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