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69장. 악마의 새끼들 (2) (567/1,284)

569장. 악마의 새끼들 (2)

“이게 뭐야?”

“압수수색영장입니다.”

“그러니까 누구 허락받고 작성했냐고!!!”

쾅쾅!

통영지청 300호 형사1부 부장검사실.

지청에서 지청장 다음으로 권력을 쥐고 있는 부장검사 여형조.

그가 버럭 호통을 치며 서류철로 책상을 후려쳤다.

부장검사실 밖에 있던 직원들이 깜짝 놀랄 만큼 소리가 컸다.

“부검보고서에 올라온 것처럼 약물 중독과 강한 압박에 의한 왼쪽 손목 출혈 증상, 그리고 피해자 신민주의 사망 시간 동선과 해경에서 확보한 하늘승리교 요트 사용 시간이 비슷합니다. 이에 피해자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하늘승리교 별궁을 압수수색 할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구서현 검사는 부동자세로 감정 없이 압수수색영장 집행 허가를 요청했다.

법원에 제출하려던 압수수색영장 서류 일체가 여형조 부장검사 손에 들려 있었다.

구서현 검사실 직원들이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내가 너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했냐 안 했냐! 영장 같은 거 발부할 때는 일일이 보고하고 허락받으라고 했잖아!”

여형조는 혈압 상승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지청의 2인자인 형사1부 부장검사지만 다음 승진은 요원했다.

지청장이나 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실적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동시에 눈치도 빨라야 했다.

검사들 사이에 내려오는 불문율이 있었다.

고위 정치인 사건과 그룹 같은 경제인 사건, 그리고 종교 사건은 자리 걸고 할 거 아니면 건들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종교 사건은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대부분의 사이비 종교 집단은 집요했다.

똑똑한 사람들 세뇌시키는 자들답게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맹목적이었다.

언론도 한 번씩 기획 취재를 시도하다가 곤욕을 치르곤 했다.

광기에 전염된 사이비 종교 신자들은 메시아라 불리는 교주를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미 죽음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은 교주로 인해 제거된 후라 두려움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똘아이 여검사가 사이비 종교 중에서도 순위권에 드는 하늘승리교를 털겠다고 한다.

이 정도면 중앙에서도 발을 빼거나 모른 척할 상대였다.

범죄 집단임이 분명하지만 선뜻 누구도 나서서 팔 수 없었다.

오래 전부터 세뇌된 광신자들은 이미 그 단체를 지키는 병사들이 돼 있다.

영화 속 좀비보다 더 무서운 존재들이었다.

“저도 검사입니다. 범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넘치는 상황이고,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야! 꼴통 구서현!”

여형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구서현에게 다가갔다.

검사라는 호칭도 아예 뺐다.

“부장님! 이건 살인 사건입니다! 사이비 교주에 의해 꽃다운 여학생이 피해를 당하고 바다에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이 억울한 죽음을 밝히지 않는다면 그게 어떻게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검사라고 할 수 있습니까!”

“뭐가 피해자야! 딱 봐도 약 먹고 자살한 년이야. 뭐 때문에 멀쩡한 종교 집단을 사이비로 매장해? 너 바보야!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서류철을 들어 서 있던 구서현의 가슴을 미는 여형조.

여성에 대한 배려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항명하는 부하에 대한 분노가 그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사, 사과하십시오! 이건 명백한 성희롱입니다!”

구서현이 눈을 똑바로 뜨고 슬픔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또다시 수치심이 그녀를 처절하게 만들었다.

“사과? 이게 서울에서 암내 풍기고 꼬리치던 버릇을 아직도 못 고쳤네. 성희롱? 너 미쳤어! 이게 어디다 대고…….”

다시 한 번 가슴을 서류철로 세게 미는 부장검사 여형조.

“……그래 미쳤다! 이 개새끼야! 그런 넌 내 암내 맡고 얼마 전 내 허벅지 만졌냐? 미친 새끼! 술 처먹었으면 곱게 자빠져 자지. 부하 허벅지는 왜 만져! 가서 니 마누라나 주물러 XXXX!!!”

꼭지가 빡 돈 구서현이 그간 당했던 서러움을 일시에 폭발시켰다.

쫘아아악!

그 순간 구서현 뺨에 작렬하는 여형조의 무지막지한 손바닥.

“XX년! 내가 이렇게 뒤통수 맞을 줄 알았다니까. 뭐 허벅지? 야! 너는 상사가 부하직원 격려 차원에서 토닥인 걸 성희롱이라고 하냐? 꺼져! 이 XXX아! 너 당분간 지청에 나오지 마. 지청장님께 말해서 푹 쉬게 만들어 주마!”

여형조는 잔뜩 성이 나 씩씩대며 쌍욕을 마구잡이로 퍼부었다.

검사 초임 시절부터 선배로부터 익히 배웠던 강압과 폭력의 대물림.

더 이상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또로로록.

뺨에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진 구서현은 입을 다문 채 눈물만 흘렸다.

절대 참고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가슴에서 시작된 고통이 눈물샘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두 번 이런 식의 대우를 당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역시 없었던 일처럼 참아야 할 게 뻔했다.

장태산이 말했다.

‘언젠가……. 당신들한테 복수하고 말겠어! 반드시!’

구서현은 심장에 대못 같은 한을 품었다.

오늘의 수치심과 수모.

그 분노를 꼭 풀고 말겠다는 결심했다.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모든 신들에게 빌고 또 빌었다.

***

“충성! 잠시 불심검문이 있겠습니다. 신분증을 제시해 주십시오.”

“수고가 많으십니다.”

같은 공무원이라고 경찰의 불심검문이 과거처럼 어색하지 않았다.

주민등록증을 제시했다.

나의 얼굴과 주민등록증을 번갈아 살피던 경찰.

“신분 확인 되셨습니다. 충성!”

가볍게 경례를 하고 보내줬다.

서울 통의동에 왔다.

청와대 근처라 불심검문이 장난 아니었다.

주변에 악취가 진동했다.

아직 청와대에 살고 있는 쥐는 겁이 많았다.

언제 다서 촛불이 타오를지 몰라 전전긍긍하면서 요것저것 쥐새끼처럼 잘도 처먹었다.

국내에서 대부분 소비되는 정책자금과 달리 해외자원투자라는 명목으로 국부를 빼돌린 쥐새끼.

나중에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지만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곤욕이었다.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신부님이라고 하지 않았나?”

적을 제대로 알아야 그의 목을 치는 법.

주말을 이용해 미리 예약을 하고 한 남자를 찾아왔다.

“여기네…….”

청와대 근처 골목길에 위치한 2층짜리 낡은 건물.

입구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갔다.

“헐…….”

철제문이 앞을 가로 막았다.

그 앞에 놓여 있는 짜장면 그릇.

최소 30년은 된 것 같은 건물과 아주 잘 어울리는 음산한 분위기에 헐 소리가 절로 났다.

띵동.

철문 옆에 있는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안에서 잔뜩 긴장한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로 예약했던 장태산이라고 합니다.”

[신분증을 들고 위에 있는 CCTV 봐 주세요.]

누가 보면 국정원에 출입하는 줄 착각하겠다.

군말 없이 신분증을 들고 위를 봤다.

띠이익. 철컹.

단단한 철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바로 닫히는 철문.

그리고 눈에 보이는 간판 하나.

한국 사이비종교연구소.

어렵게 수소문해서 알아낸 곳이다.

철문 안에 또 다른 단단한 문이 버티고 있었다.

“열고 들어와요.”

그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앞에 보이는 새치 가득한 노회한 남자 한 명과 각종 책에 서류 더미가 가득한 10평 남짓 되는 공간.

중앙에 놓인 낡은 4인용 소파와 남자가 사용하는 책상과 컴퓨터.

한쪽에 있는 커피포트가 살림의 전부였다.

그리고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재떨이에 수북한 꽁초와 그 옆에 세워진 대형 소주 페트병.

대낮부터 짜장면에 거나하게 한잔 한 듯 불과하게 얼굴이 달아오른 남자가 들어서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국내 사이비 종교 연구계의 1인자인 권항산 신부.

달아오른 얼굴과 달리 눈빛은 맑고 깨끗했다.

“뭐가 그리 궁금해서 찾아오셨나……. 일단 자리에 앉아요.”

나의 신분을 밝혔음에도 권항산 신부는 경계심을 거두지 않았다.

이마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깊은 흉터와 경계심이 연관 있는 것 같았다.

“귀중한 시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여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소파에 앉았다.

“커피?”

“주시면 잘 마시겠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권항산 신부님.

“!!”

절뚝절뚝 다리를 절며 커피를 타는 모습이 어딘가 측은했다.

“하늘승리교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셨나요?”

“네.”

“나처럼 다리 하나에 칼빵 세 번 맞을 자신이 있나봅니다. 흐흐.”

신부님이 아니라 해적선장 같은 웃음을 흘렸다.

“그들에게 당한 겁니까?”

“뭐……. 이 정도는 양호하지요. 당시 나와 같이 사이비 종교를 연구하다가 두 명의 신부가 죽고 여러 명의 신도들이 부상을 당했지요. 그래서 성당에서 나왔어요. 이놈들이 악질이라 내가 있던 성당 수녀들까지 노리더군요. 당시에는 무법천지라 차로 납치하면 사람 시체도 찾기 힘들었어요.”

과거의 고난을 간단하게 압축해 설명했지만 머리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나쁜 상황들.

“자 마셔요. 통영에서 왔다기에 없는 살림이지만 두 개 탔어요.”

신부님이 분명했지만 복장에서는 신분을 확인할 만한 특색이 전혀 없었다.

믹스 커피 두 봉을 넣은 잔을 휘이 저어서 내밀었다.

“잘 마시겠습니다.”

“한 대 태우실려우?”

“괜찮습니다.”

“놈들 때문에 교통사고로 다리가 박살이 나고, 옆에 타고 있던 친구 신부가 심장이 터져 죽었을 때부터 이놈 없으면 잠을 못 자요.”

딸깍.

오래된 라이터로 담뱃불을 붙이는 권항산 신부님.

깊숙이 담배를 빨아들였다.

그리고.

“하늘승리교라……. 악질 중의 악질이죠. 오지천이나 마리아동산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요.”

내 귀에도 익숙한 사이비 종교 명칭들.

“교주 신도겸의 나이는 올해로…… 쉰다섯. 전직 자동차 영업 사원이었고, 어느 날 고향인 계룡산에서 하늘님의 음성을 들었다며 포교를 시작했지요. 매부리코지만 얼굴은 밉상이 아니고 말빨이 좋아요. 운동도 좋아해서 체력이 장난 아닙니다. 학력은 고졸이지만 머리가 매우 좋습니다. 한 번 보고 들은 건 거의 다 기억하는 천재과지요.”

하늘승리교 신도겸 교주에 대한 정보가 줄줄 나왔다.

찾아오기를 잘했다.

의외로 사이비 종교를 연구하는 곳이 드물었다.

로펌에서 가지고 있는 정보도 빈약했다.

국정원이나 다른 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 사이비 종교.

“신도겸 혼자 그런 능력을 발휘했습니까?”

“당연히 아니지요. 모든 사이비 종교 집단에는 교주 뒤를 받쳐주는 핵심 멤버들이 있습니다. 하늘승리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칠궁을 관리하는 중요 장로들과 그 밑의 하수인들인 포교사자, 집행사자들이 교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큰장로라 불리는 탁태훈이라는 놈이 있습니다. 그놈이 교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죠. 교주 놈은 여색에 미쳐 밤일 하느라 바빠요.”

“탁태훈요?”

“한국대 심리학과 출신의 인재에요. 아버지가 이단 교회 목사였습니다. 그걸 보고 자라서인지 사이비 종교 교리와 수법에 아주 능통합니다. 자발적으로 잘나가는 이단에 들어가 그들의 중요 교리와 포교법을 배우기도 했죠.”

“대단하군요…….”

“사이비들의 특징인 돈에 특화된 게 탁태훈이라면 신도겸은 성 착취가 목적이지요. 개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개쓰레기 같은 놈들이 그들입니다.”

“!!!”

신부님 입에서 걸쭉한 합성어가 나오자 나도 모르게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사이비 놈들 아주 징글징글합니다. 내가 이곳에 짱 박힌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다른 곳에 살면 귀신같이 찾아와서 테러를 합니다. 청와대 앞이라 불심검문에 걸리니 오지를 못해요. 그래도 가끔 상담하러 오는 척하는 놈들 때문에 여기 마빡에 기스가 났습니다.”

비속어 사용도 천부적이었다.

“노고가 많으십니다.”

“노고랄 게 있나요. 어차피 죽으면 자비로운 성모 마리아 님 품으로 돌아갈 영혼입니다. 살아서 하늘을 팔아먹고 사는 잡놈들에 대해 연구해 널리 주의조치 함이 제 임무입니다.”

악인들이 판치는 세상에서도 빛과 소금이 되는 분들이 존재했다.

눈앞의 권항산 신부님처럼.

“도대체 사이비들이 왜 이렇게 판치는 겁니까? 성경에서 말하는 말세라 그런 겁니까?”

“말세라……. 언제나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이 살던 시대를 말세라고 호언장담합니다. 세기를 거듭해 오며 사이비도 물론 존재했습니다.”

또로로록.

커피를 다 마신 후 그 종이컵에 소주를 따르는 신부님.

“이단과 사이비는 다릅니다. 이단이 기존 교단에 반발해 독자적 교리를 정비해서 새로운 종교가 됩니다. 하지만 사이비는 특정 종교계가 아닌 사회에서 일정 목적을 가지고 종교의 이름을 빌려 이익을 취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을 총칭합니다.”

신부님은 꿀꺽 한 모금에 시원하게 소주를 비웠다.

“종교의 교주를 완전무결한 신으로 만들고, 재림한 예수 등으로 포장한 채 신도들의 재산과 성, 노동력을 착취합니다. 쉽게 말해 사이비들의 최종 목표는 돈과 여자인 셈이죠~.”

귀에 쏙쏙 박히는 설명이었다.

“포교도 아주 체계적입니다. 인간들이 쉽게 의심을 품는 성서나 종교의 교리들 중에서 추상적인 부분을 물고 뜯어 의심을 품게 만듭니다. 멍청한 놈들은 못해요. 나름 공부도 많이 해 그럴싸하게 포장을 하죠. 수법도 다양합니다. 과거에는 대학교나 길거리에서 무작정 포교를 했다면 이제는 인터넷에 파고들어 수련, 참선, 뇌호흡, 신앙 공부라는 명목으로 카페나 블로그를 개설해 먹잇감을 인도합니다. 그리고 바넘 효과라 불리는 콜드 리딩 방식으로 정신을 세뇌하지요.”

“콜드 리딩이라면…….”

나도 대충 알고 있는 내용이 튀어 나왔다.

“바넘은 곡예단에서 돈을 받고 사람들 성격을 파악해 사기를 치던 자를 말합니다. 그 이름을 따서 바넘 효과라 부릅니다. 보통 사주나 타로 카드도 이 방법을 사용합니다. 일명 애매모호 보편적 접근이라고 말 할 수 있지요.”

오늘 제대로 사이비 종교에 대해서 배우는 것 같았다.

“콜드 리딩은 다섯 단계로 시작됩니다. 심화된 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죠. 첫 번째로 접근해 친밀한 관계를 구축합니다. 무당들 같은 경우 반말로 시작해 절대적 권위를 밑바탕에 깔아 심리적 구속 상태를 조성하죠. 두 번째로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심리적 최면 방법으로 누구나 해당할 법한 상황을 질문으로 던지는 겁니다. 세 번째 여러 미끼를 던져 상대가 고민하는 부문을 찾아냅니다. 여기서부터 보통 살이 꼈네, 남편이 여자가 많지? 등등의 불안감을 조성하기 시작하는 거지요.”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흘러갔다.

“네 번째에서는 게임처럼 상대방 고민의 범위를 점점 좁혀 나가게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에 원인과 미래를 예견합니다. 조상신, 묘터, 귀신, 남편의 여자 문제가 생겨 집안이나 개인에게 화가 닥친다고 거짓 예언을 하는 거지요. 그리고 은밀한 기도나 굿, 부적 등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겁니다.”

“심리학이 가미된 사기군요.”

“이렇게 포교자들은 선배들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대상을 선별합니다. 혼자 걷거나 생각이 많은 사람, 아니면 얼굴이 어두워 누가 봐도 고민이 많은 이들에게 접근하죠. 그리고 대부분 선배와 함께 2인 1조로 행동하며 세뇌시킵니다. 마음 약한 사람들은 대부분 걸려들죠. 특히 요즘처럼 외로워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는 그만큼 포교 대상들이 널리고 널렸다고 봐야죠.”

답답한 듯 소주를 한 잔 더 부어 마시는 권항산 신부님.

“하늘승리교의 포교 방법도 그런가요?”

“……이게 아주 골 때리는 사이비들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교주라는 놈이 색을 밝히는데, 그 밑에서 빨아주는 하늘선녀라는 악녀들이 있습니다. 교주와 눈 맞은 것들인데……. 순진한 여자 아이들을 꼬셔 교주에게 성상납을 시켜요. 지금 존재하는 사이비들 중에 가장 성적으로 지저분해요. 그리고 큰장로 탁태훈은 교주가 만든 하늘치부책을 팔아서 수금을 담당합니다. 하늘 일을 하는 제자들은 인간 세상의 물질을 탐하면 벌을 받는다고 세뇌시키는 겁니다. 수입 중에서 필수적인 것들을 빼고는 모두 가져다 바치게 만듭니다. 아주…… 짭짤해요.”

짜, 짭짤하단다.

귀에 쏙쏙 박히는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이들을 처리할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방법이라……. 법적으로는 불가능해요. 하늘승리교는 LSD라는 마약을 사용해 특화된 정신 세뇌를 시켜요. 이걸 증명하기가 쉽지 않아요. 정치계와 연관되어 있고 돈도 많아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처단하기가 힘들어요. 성년자들만 정식 신도로 만들어 헌법에 보장된 종교적 자유 항목을 이용할 줄 안다는 거지요……. 핵심 신도들도 모두 교주와 하늘궁전 안에서 행복하다고 합니다. 악마의 사역이죠. 그 맛이 이 소주와 담배처럼 중독성이 강해 빠져나오지 못해요. 사회적 병신이 되는 겁니다. 하늘궁전에 갈 정도면 진작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은 후일 테니 돌아갈 곳이 없는 거지요. 거긴 사막 개미굴 같은 곳입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방법이 한 가지 정도는 있지 않겠습니까?”

“딱 하나 있어요.”

“어떤 겁니까?”

“……악마의 새끼들한테는 하늘의 불벼락이 최곱니다! 교주를 비롯해 중요 잡놈들의 육신은 물론 영혼까지 활활 태워야만 지상에 다시 나타나지 않아요. 활활! 화아알 활!”

권항산 신부님의 분노에 찬 광기 서린 대책법.

결국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규범 안에서는 그들을 응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마음이 찹찹하고 씁쓸했다.

하늘승리교 신도들이 10만 명이 훌쩍 넘는다고 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들이 문어발처럼 세를 늘려 세뇌시킬 정신력 약한 대한민국의 선량한 국민들.

권항산 신부님의 말처럼 활활 태워야만 오염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띠리리리리리.

그때 울리는 스마트폰 소리.

화면에 뜨는 익숙한 이름.

“잠시 통화 좀 하겠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통화 버튼을 터치했다.

- 태산아~ 헤에. 우리~ 잘난 장태산 검사~.

“검사님, 술 마셨어요???”

- 흐흐. 한잔했다. 세상이 진짜 X 같아서 혼자 한 잔 빨았다.

검사라지만 아직 젊은 여성.

겁도 없이 혼잔 혀가 꼬였을 정도로 술을 마셨다.

“지금 어디세요?”

- 답답해서 이순신 장군님 공원 한 바퀴 돌고 방파제로 2차 가는 중이다. 넌 어디야~. 빨리 와서 수청을 들라!

제대로 취한 듯하다.

찌리릿.

순간 머리는 스치는 불길한 예감.

“검사님! 느낌이 안 좋아요. 택시 타고 바로 집으로…….”

띠리릭.

배터리가 다한 듯 갑자기 끊겨 버린 통화.

“이런……. X발!”

나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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