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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장. 호랑이 패밀리 (3) (533/1,284)

534장. 호랑이 패밀리 (3)

“퇴사자들이 이직했다고?”

“삼룡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이 새끼들이 미쳤나. 왜 남의 회사 출신들을 포섭해!”

연대 자동차 회장실에서 노호성이 터졌다.

요즘 전문구 회장은 극도로 예민했다.

새 브랜드 럭셔리 신차 효과로 1분기는 재미를 좀 봤다.

그러나 누적된 가계 부채와 유럽발 금융 위기로 내수시장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었다.

거기에 대웅 자동차가 간판을 바꿨고 삼룡도 경영 정상화를 이뤘다.

수출이 호조세지만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았다.

미국의 빅3가 점점 회복되고 있었다.

연말에 FTA가 국회에서 승인되면 그때부터는 내수시장에 외국산이 물밀 듯 들어올 게 뻔했다.

안방에서 땅 짚고 헤엄치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었다.

국수주의를 이용해 재미 보던 내수 차별 사건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이렇게 내수시장을 빼앗길 수 없었다.

해외 시장을 개척해도 한국에 본사는 남아야 했다.

외국 같은 경우에는 평생 감옥에 갈 경제 범죄도 한국에서는 용서를 받을 수 있었다.

강성노조가 문제였지만 그것 말고는 사업하기 이렇게 좋은 국가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정진환 기획조정실 부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전문구 회장의 예민함을 모르지 않았다.

“볼부에서도 기술자들이 왔다고?”

“신차를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현동영……. 그 자식 능력 있는데…….”

삼룡차 대표이사가 된 전 대웅 자동차 사장 현동영.

볼부 기술협약을 맺더니 연대 디자이너들과 연구원들을 빼앗아갔다.

연대도 과거 행했던 방식이었기에 따지지를 못했다.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찝찝해. 땅도 작은 곳에서 나눠 먹을 게 어딨어?”

내수시장 우위를 바탕으로 세계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연대자동차였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

신차가 나오기 전에 대응책을 마련하면 그만이었다.

연대 자동차는 대한민국 소비자 니즈를 가장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다.

변덕이 심한 소비자를 가로채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그놈 뭐하고 있어? 장태산 그놈 말이야.”

“올해 최종 합격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갔습니다.”

“허어……. 난놈은 난놈이야. 돈장사 하는 놈이 운동에 이제는 사법연수원?”

전문구는 인간적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살아온 시간 동안 수많은 인재를 만나봤다.

그룹 운영도 결국은 인재가 그 초석이 되어야 했고 그것이 근본이었다.

뛰어난 인재가 다수의 직원들을 먹여 살리는 구조였다.

그런 점에서 장태산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재였다.

대한민국 재계 순위 상위권의 연대 자동차 이름으로도 놈을 상대하기가 벅찼다.

“접촉을 시도할까요?”

“연수원에 우리가 키우는 애들 있지?”

“장학생들이 있습니다.”

“흐음…….”

생각에 빠진 전문구.

조폭 같아 보이는 풍채와 달리 생각이 섬세하고 깊었다.

“놔둬.”

“네?”

“그런 놈은 만난다고 달라질 것 없어. 오정 임 회장님도 잡지 못했는데 우리가 무슨 수로 잡아. 그냥 놔둬. 괜히 건들지 마. 안아와 천일 처리하는 거 보니까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야. 그런 인간 유형들은 피해만 주지 않으면 돼. 그리고 어차피 만나게 돼 있어. 먼저 머리 굽히고 들어갈 필요는 없지.

대기업 총수로 살아온 전문구는 계산이 빨랐다.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중국 공장 증설 어떻게 됐어? 잘 되고 있는 거야?”

“자금을 더 투입해 라인을 증설하고 있습니다.”

“공산당에 돈 좀 더 찔러. 물들어 올 때 노 저어야 하는 법이야. 확 땡겨야 선두 자리를 잡지. 그렇지 못하면 나중에는 힘들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공산당 정권입니다. 언제 정책이 바뀔지 모릅니다.”

“그래서 ㅤㄲㅘㄴ시에 더 신경 쓰란 말이야. 우리도 한 번 세계 탑3에 들어가 보자.”

“……조치하겠습니다.”

전문구는 크게 욕심을 냈다.

부친이 운명을 달리한 후 그룹이 여러 개로 쪼개졌다.

절치부심 노력해서 연대자동차로 재계 순위를 찍었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가고 싶었다.

빼앗긴 전자 쪽만 생각하면 지금도 입이 썼다.

“우리 할 수 있어. 내 죽기 전에……. 연대를 오정만큼 키울 거야!”

이글거리는 욕망을 불태우는 전문구.

나이가 적잖이 들었지만 욕심은 청춘 때 못지않게 더 커져만 갔다.

불도저 같은 연대 정신은 후대에 가서도 결코 식지 않았다.

***

“행님요! 이거 직인다 아닙니까!”

쪽쪽.

마지막 남은 뼈의 살점을 맛나게 발라 먹는 산적.

뼈까지 씹어 먹을 기세였다.

“더…… 시켜줄까?”

“괘안 ㅤㅋㅔㅆ습니까?”

지리산 호랑이 대신 지리산 걸신이 강림했다.

1인분에 300그램인 일산 라페스타의 명물 돼지 등갈비 30인분이 아작 났다.

뜯고 뜯고 또 뜯다 보니 뼈가 산처럼 쌓였다.

배고픈 산적은 더 먹을 수 있냐는 물음에 황소 눈알을 반짝였다.

평생 고기 구경을 못한 사람 같았다.

“여기 소금구이와 갈비맛 10인분씩 더 추가해 주십시오.”

“행님요…….”

고기 추가에 신덕수 목소리가 촉촉이 젖었다.

“와?”

나도 사투리를 써 봤다.

“내캉 지금 감동 억수로 먹었다 아닙니꺼. 지를 위해 이렇게 괴기를 사준 사람은 행님이 처음이지라.”

“많이 먹어라. 형이 고기는 많이 사주마.”

“고맙습니더! 이 은혜는 평생 안 잊겠습니더!”

졸지에 동생이 된 신덕수.

호수공원에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신덕수와 나의 전생 이야기.

은혜 갚은 호랑이 현대판 사기 버전이 따로 없었다.

신덕수는 조금 나이 먹게 보면 우리 아버지라고 해도 믿을 비주얼이다.

그런 신덕수가 앳된 나의 동생이 됐다.

‘내가 네 전생에 형’이라는 말에 갑자기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기다렸단다.

언젠가 꿈에서 칼 찬 장군님이 나타나 곧 큰형님이 찾아올 것이니 무조건 잘 모시라고 했단다.

사법 시험 때도 문제를 찍어줬다는 그분(?).

돌석 장군님의 예지력이 대단했다.

조국을 위해 싸우다 쌓은 카르마 포인트가 차고 넘치는 것 같았다.

조상들 중에서 전생 카르마 포인트가 넘치는 분들이 로또 번호 점지해 주는 것도 같은 이치였다.

- 재력 넘치는 장군신이 카르마 포인트를 음식 값으로 지급했습니다.

그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신덕수가 먹고 마시는 거 다 카르마 포인트였다.

들어보니 신덕수는 신씨 집안의 외아들이었다.

워낙 손이 귀해 외가 쪽 친척들만 많았다.

돌석 장군님이 올인 할 수밖에 없는 가계도였다.

신돌석 장군님의 넘치는 포인트는 먹는 사람이 임자다.

“맥주 더 마실래?”

“행님……. 최곱니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마음껏 주문해~.”

넘치는 돈보다 카르마 포인트가 소중했다.

“와아아아……. 내 장사하면서 두 분처럼 이렇게 많이 먹는 분들 처음 봤습니다. 2인분은 서비스입니다.”

신덕수의 먹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주인과 알바생은 불판 위에서 열심히 등갈비 초벌을 굽고 있었다.

등갈비는 양이 많지 않았다.

뜯는 맛에 중독성이 강했다.

특제 구이 비법으로 맛도 한 몫 했다.

쫄깃한 식감과 비린내 하나 없는 구수한 육즙이 입안에서 팍 터지는 그 맛.

그때 시원한 소맥 한 잔 마셔주면 그냥 죽음이었다.

나도 등갈비 한 대를 들고 뜯었다.

“크! X맛탱.”

“예?”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미래 사회 은어.

“맛있다고~.”

“여기 맛이 직이뿐다 아닙니꺼. 마, 멧돼지 말고 지 인생 괴기입니더!”

“멧돼지 맛있어?”

“암컷 괴기는…… 기똥찹니다. 몸이 허약할라치먼 산에 올라가 잡아 묵습니다. 요즘은 갸들이 워낙 썩어 빠져서 한 달에 몇 마리는 그냥 잡을 수 있다 아닙니꺼.”

사법 연수원생이 아니라 지금 당장 자연인으로 돌아가 살아도 될 법한 신덕수였다.

“머리 한번 보자.”

“야~.”

조금 전부터 자꾸 거슬렸다.

모자란 듯 보이는 신덕수의 몸뚱이는 머리 쪽에서 기가 계속 부딪쳤다.

얼굴 관상도 본래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이상한 촉이 계속 날 건드렸다.

고기를 씹으며 신덕수는 머리를 내밀었다.

“지가 이거 대갈통 빵구 나기 전에는 억수로 똑똑했다 아입니꺼~. 글도 막 보먼 다 알아삐가지고 천재소리 들었음더.”

신덕수는 자기의 어린 시절을 풀어놓았다.

신덕수의 중앙 백회열 쪽에 큰 상처가 보였다.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을 정도로 상처 크기가 컸다.

살아 있는 게 용했다.

“어!”

놀라 신음이 터졌다.

“와 그랍니까?”

“이거 누가 치료해 줬어?”

“……주인집 돌아가신 어르신이 단디 치료해줬다 아입니까. 그분은 아들 놈들과 달리 참 좋으신 분이였음니더.”

신덕수가 추앙하듯 말했다.

“이런 개호로 X!”

바로 욕이 튀어 나왔다.

“행님…….”

욕에 놀라 신덕수가 날 쳐다봤다.

“다칠 때 너만 있었어?”

“아입니더. 주인집 아들들 하고 같이 있었음니더. 지가 칡뿌리 캔다고 절벽 쪽에서 쌔가 빠지게 밑둥을 까는디……. 갑자기 뭐가 확 밀어가지고 절벽으로 뒹굴었다 아입니까.”

“……주인집 아들이 민 거 아니야?”

“그게 지도 잘 모르겠음니더.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머리를 긁적이는 신덕수.

순박한 신덕수는 천성적으로 누구를 의심하거나 미워하지 않는 듯했다.

“휴우.”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머리통 상처는 깊었지만 워낙 몸이 튼튼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옛날 말로 근골이 뛰어난 몸뚱이였다.

대호도 때려잡을 몸은 어지간한 상처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개입되면 근골도 망가지는 법.

“주인집 어르신 한의사였어?”

“어! 행님이 그걸 어찌 알았음니까?”

동그랗게 눈을 치뜨는 신덕수.

부글부글 잠잠하던 감정이 끌어 올랐다.

“일제 시대 때 뭐하던 집안이야?”

“……지주집 큰 어르신은 일정 시대 때 군수님이었다고 들었음더. 그래카지고 빨치산이 내려와 그 집 식구들 싹 때려죽일라는 걸 우리 아베가 숨켜서 살려줬다 아입니까. 그래가 빨치산이 욕을 하면서 우리 아베 다리를 총으로 쐈음니더. 불으라고 캤는디 끝까지 안 불었다고 들었음더.”

그래 어쩐지 친일파 냄새가 난다 했다.

피는 못 속이는 법이다.

일가를 살려준 신덕수 아버님을 배신한 지주 가족.

놀랍게도 신덕수 머리는 대부분의 혈 자리가 상당수 막혀 있었다.

다쳐서 봉합한 상처 같은 게 아니었다.

금제 비슷한 수법이었다.

침으로 혈도를 막아놓아 천재가 바보로 살게 된 것이다.

“좋은 거 먹은 거 있지?”

“어메! 행님 돗자리 깔아야겠음더! 지가 산삼 캐 묵은 것도 아십니꺼? 우리 아베도 모르는 비밀인지라…….”

영물인 산삼을 먹고 막혔던 금제가 어느 정도 풀려 있었다.

완벽하게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사법시험을 패스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법시험은 보통의 일반인은 결코 패스 할 수 없는 공부 양과 이해력을 요구했다.

모든 게 아귀처럼 맞아 떨어졌다.

친일파 지주집을 더 파 보면 무언가 숨겨져 있던 것이 밝혀질 것이다.

속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덕수야……. 형이 그 X 같은 집구석 확 뒤집어 주마! 형만 믿어라!”

“크…… 으. 행님요…….”

감정이 통했는지 소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우리 덕수.

우리 지리산 호랑이 패밀리를 건드는 놈들은…….

결단코 용서할 수 없었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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