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1
회귀의 전설
521장. 질문과 해답
‘오빠……. 다니엘…….’
비비안은 두 남자의 기 싸움에 마음이 아파왔다.
악수를 하고 있었지만 남자들 특유의 힘자랑 중이다.
다니엘이 차갑게 웃으며 오빠의 귓가에 무슨 말인가를 속삭였다.
말의 내용은 들을 수 없었지만 오빠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두 사람 중 누구의 편을 들 수가 없었다.
가문의 후계자인 오빠는 평소 비비안에게 무척 다정다감했다.
객관적인 여성 시선으로 본다면 최고의 남편감이었다.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각종 스포츠에서의 운동 능력, 좋은 머리와 우수한 학력까지 모든 걸 갖췄다.
대귀족 가문 특유의 고귀함까지 물씬 풍겼다.
친구들과도 우대도 좋았고 유머감각이나 사업적 수단도 탁월했다.
세상 모든 남자의 장점을 다 갖추고 살았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서 오빠가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다니엘은 동양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건장한 체격과 뛰어난 외모, 여러 분야의 실력을 겸비했다.
이곳에 오기 전 오빠가 다니엘을 상대로 질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새 언니 클라라와는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었던 다니엘이었다.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비비안도 힘들었다.
흘러가 버린 과거에 대체로 쿨한 프랑스인이라도 해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거기에 더해 다니엘의 사업적 수완은 비비안도 놀랄 정도로 대단했다.
월가의 투자 거물과 허물없이 어울리며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부를 쌓았다.
겉으로 파악된 재산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쯤은 이곳에 함께하고 있는 대부분 사람들이 알 것이다.
믿을 수 없지만 마법까지 사용할 줄 아는 능력자인 것도 사실이다.
아사신의 흉악한 괴물들을 홀로 처치할 정도였으니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밖에도 다니엘이 보여준 능력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난 동계 올림픽 역시 다니엘이 아니었다면 테러로 인해 개막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망했을 것이다.
이것저것 몇 가지만 따져 봐도 오빠가 그런 다니엘에게 한참 밀렸다.
가문의 후광을 더해도 안 되는 건 안 됐다.
‘저 여자가 로리아나……. 그리고…….’
비비안은 불편한 마음을 감추며 주변을 둘러봤다.
다니엘과 루이스의 대결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로리아나라는 차일드 가문의 가주인 야훼 바트가 눈에 띄었다.
그녀의 미모는 비비안이 봐도 대단했다.
아름다움을 떠나 인간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신비로움이 흘러나왔다.
신성 축복이었다.
야훼가 로리아나의 실재 배경이었다.
‘사라 요한슨.’
로리아나와 전혀 다른 매력이 넘치는 사라 요한슨.
그녀 역시 사랑스런 눈길로 다니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한국인이 분명한 다섯 명의 미녀 또한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두 남자를 지켜봤다.
그중에 세 명의 여성이 보이는 눈빛에서는 이성적 감정이 느껴졌다.
누가 봐도 잘난 남자 옆에는 항상 미녀가 따른다는 사실을 오빠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던 비비안.
‘쌍둥이들이겠지……. 예쁘네.’
그들 틈에 다니엘의 여동생들도 보였다.
프랑스 여행 중에 들었던 가족사에서 언급됐던 쌍둥이.
오빠를 향한 믿음이 언뜻 봐도 대단한 것 같았다.
부러운 남매 사이였다.
이곳에 오기 위해 오빠인 루이스가 자신을 이용했음을 비비안은 미래 예시를 통해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모른 척 루이스를 따라왔다.
저 남자, 다니엘이 보고 싶었다.
“속상하지. 한잔해~”
그 때 귀여운 외모의 한국 여성 한 명이 다가와 맥주 캔을 건넸다.
“!!!”
그녀를 돌아보다 깜짝 놀란 비비안.
“왜? 놀라워?”
아무렇지 않은 듯 피식 웃는 그녀.
“다, 당신은…….”
비비안은 금세 알아챘다.
지금 눈앞의 여인도 미래를 보는 능력자라는 걸 말이다.
“드림 워커가 당신만의 특기는 아니잖아~.”
“아!”
여인이 같은 능력을 소유한 비비안에게 친밀감을 드러냈다.
그녀는 이미 술에 취해 눈동자가 살짝 풀려 있었다.
“힘든 길을 선택했어…… 쯧쯧. 알면서도 가야 하는 길……. 우리는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지~ . 흐흐.”
그럼에도 예지력만큼은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을 만큼 남달라 보였다.
혀를 차며 무심히 말하는 그녀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 확신에 차 말했다.
조용히 맥주 캔을 받아드는 비비안.
“힘내. 우리가 미래를 예견하지만 미래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그 아이러니 속에서 또 살아가잖아. 그래서…… 사는 게 재미있는 거야.”
드림 워커들도 미래를 예견하지만 결국 그 미래마저 순간순간의 상황과 조건 변화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는 걸 안다.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이들이 많았다.
지금 말하는 드림 워커처럼.
치이익.
꿀꺽.
캔을 따 꿀꺽 한 모금을 마시는 비비안.
시원하게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
‘그래. 미래는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어. 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야.’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은 찾은 비비안은 루이스와 다니엘을 편안하게 바라봤다.
악수를 끝낸 두 남자.
“오늘 먼 이곳까지 찾아주신 손님들께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어렵게 성사된 만남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이곳을 떠나는 순간까지는 얽혀 있던 감정들을 모두 내던지고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색으로 자신의 내면을 단순하게 드러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알 것 같으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화두를 던지는 다니엘.
맥주를 들고 건배사를 읊었다.
‘나만의 색으로 나의 내면을 단순하게 드러낼 수 있다면…….’
비비안은 다니엘의 말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내면에 잠재돼 있는 숭고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말이었다.
동시에 단순할 수 없는 인간의 삶에 슬픔을 느끼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비비안은 마시던 맥주를 빤히 쳐다보다 다니엘을 바라봤다.
그 순간 내면에서 느껴지는 단순한 감정의 색…….
핫 핑크였다.
***
“나 취한 거 같아……. 으앙!”
“설마 우는 건 아니지?”
“울긴 왜 울어! 화장 지워진단 말이야~”
“영어로 대화하면 안 될까요?”
“괜찮으면 프랑스어도…….”
다국적 미녀들의 수다는 국경을 초월해 진행 중이었다.
“언니도 미술해요?”
“예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프랑스인이 아니죠~.”
“편하게 말 놔도 돼요~ 오빠 친구잖아요~”
“그래도 돼?”
“네! 여기 사라 언니도 그랬어요.”
“그럼 이제부터 내 동생 해.”
“정말요?”
“응~ 우리 집에 초대할게.”
“약속!”
주아가 땡잡았다.
기사단장 딸과 의자매를 맺었다.
프랑스 미녀 언니가 유럽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가문 출신이라는 걸 주아는 몰랐다.
평소 활기 넘치던 주희보다 주아가 주목을 받았다.
미술을 전공하면서 감춰진 내면의 세계를 본 것 같았다.
내면세계의 발견은 모든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그래서 오늘 밤이 특별했다.
막장 드라마 같았던 휴가지의 스토리는 의외로 평범하게 흘러갔다.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그들은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파도와 달과 별, 깨끗한 공기와 맛있는 요리.
그리고 온갖 술은 경직돼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무방비로 해제시키는 데 특효약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의자에 앉아 달빛에 드러나는 파도의 포말을 안주 삼아 맥주를 들이켰다.
따뜻한 휴양지라 그런지 와인보다는 시원한 맥주가 제격이었다.
여인들은 나를 곁눈으로 슬쩍슬쩍 바라봤지만 대놓고 다가오지는 않았다.
내가 평화로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음을 다들 알고 있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의 모든 감정들이 눈에 보이는 법이다.
다만.
“얘기 좀 할 수 있습니까?”
루이스가 다가왔다.
비비안의 오빠.
정말 잘난 사내였다.
큰 키에 호감이 가는 외모를 가진 미남에 금발이었다.
연신 반짝거리는 눈빛만 봐도 똑똑한 자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인내심도 제법이었다.
첫 인사부터 나에게 도발을 하긴 했지만 그럴 수도 있었다.
기사단의 정보력이라면 나와 클라라 사이 정도는 이미 다 알고 있을 게 뻔했다.
거기에 여동생 비비안과의 썸은 덤이었다.
오빠로서,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기분 나쁘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거다.
“좋습니다.”
“같이 산책해도 되겠습니까?”
귀족은 아무나 되는 거 아니다.
정중하게 의양을 물어왔다.
“그러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 들고 있던 맥주를 마저 다 비웠다.
그리고 새 맥주 캔을 들었다.
그것도 두 개.
“오빠…….”
비비안이 염려스러운 눈빛으로 내가 아닌 루이스를 불렀다.
“다녀오마.”
루이스는 길게 답하지 않았다.
“잠시 산책하고 오겠습니다~.”
“다녀와요~.”
“대표님, 오늘 날 새우는 거 알죠?”
의외로 죽이 맞는 여인들은 수다 맛에 빠져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전 제 피앙세를 찾아가 보겠습니다.”
루이스와 지금껏 대화를 나누고 있던 로버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버트와 함께 온 모델은 더한 미녀들에 기가 죽어 조용히 사라졌다.
천하의 돈 많은 월가의 남자도 미녀에게는 약했다.
아니 파트너에게 최선을 다하는 매너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박사박.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걸었다.
밀물 시간인 듯 파도가 모래사장 위까지 밀려왔다.
철썩 촤르르르르르.
영겁의 세월 동안 멈추는 일 없이 부서졌을 파도 소리가 영혼을 호강시켰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성배 기사단의 기사 루이스 발루아라고 합니다.”
비비안 오빠는 완벽하게 평정심을 회복한 상태다.
눈동자에는 고요함과 차분함이 넘쳤다.
이제야 나에게 진짜 신분을 밝혀왔다.
“한국 내에 운영 중인 LOR 투자전문회사 대표 다니엘 장이라고 합니다.”
다시 악수를 나누었다.
자연스럽게 들고 있던 맥주 캔 하나를 건넸다.
남자 둘이서 걷은 해변 산책 길에 맥주까지 없다면 끔찍할 것 같았다.
“무례했던 처음 인사는 잊어주기 바랍니다.”
루이스가 고개를 짧게 숙였다.
이 남자 꽤 괜찮다.
가진 자가 고개 숙여 사과하는 일은 보기 드문 일이다.
“행동은 화살과 같음이니 함부로 하지 말라. 한 번 했던 행동은 그 어떠한 행위로도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다.”
프랑스어로 유창하게 고전을 패러디해서 읊었다.
“!!!”
진심으로 놀란 루이스.
그냥 넘어가면 섭했다.
도전에 대한 가벼운 대가는 치러야 하는 법.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가벼운 경고 정도는 필요했다.
이 남자 루이스는 비비안과 달랐다.
가문과 기사단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나에게 총구도 겨눌 수 있는 단체의 수장이었다.
“…라고 옛 동양의 철학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에는 뼈를 담았다.
살짝 볼이 떨리는 루이스.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립니다.”
이 정도면 됐다.
“하하. 아닙니다. 저도 과한 부분이 있었다면 용서를 구합니다.”
리장창의 사위였지만 아직 개인적으로는 적으로 판별나지 않았다.
미리 견제하거나 적으로 대할 필요는 없었다.
유럽 연합에 상당한 지분이 존재하는 성배 기사단의 차기 단장이었다.
애초에 계획했던 착한 휴가는 이미 글렀다.
버라이어티한 손님들의 등장으로 예상에 없던 화려한 휴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맞게 상황이 돌아갔다.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다니엘 장 대표님이 저에게 속삭였던 사업이 망해간다는 말의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조언을 구해오는 모습에 실로 경탄이 터졌다.
클라라는 시집가서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었다.
초대 받지 않았음에도 비비안을 끌어들여 자연스럽게 합류했을 만큼 정보를 제대로 응용할 줄도 아는 사내였다.
“정말 모르고 묻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간을 살짝 봤다.
“대표님이 그 망해가는 사업에 직접 관여한 나쁜 투자자가 아닌지 궁금하군요.”
오! 강단이 넘쳤다.
유로화 환란 주범이 아니냐는 저 돌직구적 물음.
갑자기 술맛이 달콤해졌다.
맥주로 가볍게 목을 축였다.
“악도 누군가에는 선입니다.”
“???”
짧은 답변을 선뜻 이해하지 못하는 루이스.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경쟁하던 도시의 거리 상점들이 어느 날 한자리에 모여 같이 잘 먹고 잘 살자고 동맹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각자의 능력치가 달랐습니다. 임대료부터 시작해 지리적 여건, 인건비, 그리고 알바생들의 근면성과 친절도까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그런데 파는 물건은 비슷합니다. 고객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물간 값 저렴하고 친절한 곳으로 몰리는 법입니다.”
파도 소리에 맞춰 이야기를 풀었다.
루이스가 집중하며 귀를 기울였다.
이솝 우화 같은 뼈와 살이 되는 이야기라는 걸 그도 아는 것이었다.
“가격도 비싼데 전통이라며 개점 시간에 낮잠이나 퍼 자고 일은 게을리 하면서 놀러갈 궁리나 연금 계산에 바쁜 알바생들이 모인 상점들부터 탈이 나는 거죠. 인간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욕망을 우습게 본 결과인 겁니다.”
지금 위기를 당하고 있는 유럽 연합 국가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과거라면 적당히 세일을 하거나 은행 빚을 내서 해결했지만 동맹 조항에 걸려 그럴 수도 없습니다. 망해가는 주인들이 위치가 좋고 경쟁력이 좋은 상점 주인들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합니다. 동맹 때문이라고 핑계를 찾아냈습니다. 동맹이 파열될까 봐 어쩔 수 없이 몇 번 도와줬더니 그나마 있던 경쟁력도 사라졌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된 겁니다.”
남의 일이라 생각보다 쉽게 얘기할 수 있었다.
유럽 연합국들의 헛발질로 재미를 봤다.
비비안 오빠라서 특별 서비스해 준 것이다.
“경쟁력 넘치는 상점 주인에게 이번에는 그곳 알바생들이 반발합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왜 게으른 자들에게 퍼 주느냐고 노사분규를 일으킵니다. 주인들은 골치가 아파집니다. 민주주의적 상점이라 주인들을 알바생들이 투표로 뽑는 곳입니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점점 상처는 곪아갑니다. 공짜 돈맛을 본 망해가는 상점 주인들과 알바생들은 점점 더 일을 게을리합니다. 경쟁력은 떨어지고 동맹 자체가 위기에 봉착합니다. 그런데……. 그 도시에는 다른 상점 주인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채업자를 비롯해 투기꾼, 머리 좋은 투자자들이 이때를 놓치지 않고 기회로 삼습니다.”
어떤 스토리든 매번 해피엔딩일 수는 없었다.
나의 말이 길어질수록 루이스의 얼굴은 붉어졌다.
건넨 맥주를 벌컥거리며 들이켰다.
내가 말하고 있는 바를 이해 못했을 리 없었다.
그러나 의외로 답은 간단해도 그 답을 얻기는 어려웠다.
이제는 정리할 타임.
돌아가 나를 사랑해주는 미녀들과 수다를 떨며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상대의 위기를 틈타 귀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 성장하려는 자들이 비난받아야 할까요? 아니면……. 바보처럼 알면서도 당하는 자들이 비난받아야 할까요?”
가볍게 툭 던진 물음.
“…….”
짧은 순간 깊은 사색에 빠진 루이스.
사박사박.
그를 두고 몸을 돌려 걸었던 길을 되돌아왔다.
어차피 이 질문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동맹이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관계를 청산할 때 끝날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이타적인 것.
모두가 천국으로든 지옥으로든 흩어지기 전에는 결코 끝나지 않을 길고 긴 전쟁.
포화 속에서 목숨을 걸고 선의를 부르짖는 어리석은 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
수많은 인간의 욕망 위에 설계되는 모든 것들은 파국과 또 다른 진화의 반복이었다.
또 그게 답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난…….
기꺼이 나와 내 민족을 위해 상대의 곳간을 털 악마가 될 준비가 돼 있다.
타인에게 악마로 비춰지는 자도 결국 본인의 집안에서는 가족을 수호하는 가장 선한 한 사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