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2화 (491/1,284)

 # 492

회귀의 전설

492장. 전설의 훈련병 (1)

“우리가 도깨비한테 홀린 것 같다…….”

“선배님도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사람 같이 안 보이더라.”

“……무서운 녀석입니다.”

“세상에 그 나이에 주한미군사령관을 꽂았다니…….”

육군훈련소 장교 식당.

벨 사령관은 볼일을 마치고 용산 미군기지로 돌아갔다.

그러나 남창승과 유재홍 대장은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장교 식당에 간단하게 술자리가 마련됐다.

보좌관을 비롯해 일체 장교들은 식당 내부로 들어오지 못했다.

헌병대가 문 밖을 철통같이 엄호했다.

“휴우우우우.”

남창승 대장은 담배를 깊게 빨았다가 다시 뱉었다.

“선배님. 담배 끊었지 않습니까?”

“요즘 답답해서 그런다. 세상도 그렇지만 군대도 엉망이다.”

“선배님…….”

육사 시절 1년 선후배 관계였던 남창승과 유재홍 대장.

“용창호 저 자식. 어디 계열이냐?”

“알아보니까 알지회 라인입니다. 그리고 독사파 쪽에도 줄이 있습니다.”

“장 선배가 뒤를 봐주는 거야? 그래서 우리 앞에서 그렇게 악을 쓴 거지?”

“……아마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X발. 쪽팔려서…….”

남창승 대장이 욕을 뱉었다.

벨 사령관 앞에서 당한 후배 장군의 항명에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군 위계질서가 엉망이 됐다는 증거였다.

한 번 소탕됐던 육사 사조직들이 다시 부활했다.

그 핵심이 독사회와 알지회였다.

장관진 현 국방부 장관의 독일 육군사관학교 유학파 출신인 독사파가 메인 줄이었다.

그리고 육사에서 잘나가는 놈들끼리 ‘알고 지낸 자들’이라는 모임으로 구성된 조직이 알지회였다.

하나회가 소탕당할 당시 발각됐지만 당시만 해도 초급 장교들 모임이었기에 경고만 하고 놔뒀다.

그게 그렇게 자라서 괴물이 됐다.

알지회는 알짜 보직을 주고받는다고 해서 알짜회라 불리기도 했다.

한국 육군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사조직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사조직은 현재 독사회였다.

명칭처럼 독사 같았다.

독일 육군 사관학교 유학파의 초창기 멤버인 장관진 장관이 구심점이었다.

강단 있는 겉모습과 달리 정치권과 청탁해 딜을 잘 하는 쓰레기였다.

독사회 멤버들끼리 해쳐 먹은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장관진은 육군참모총장까지 올랐지만 전임 정부에서 정리가 됐다.

부하들과 공모한 국방비리가 들통 나면서 조용히 명예퇴직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었다.

그것도 국방장관으로 다시 정치권에 발을 들인 것이다.

정치권에 뿌린 자금이 어마어마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선배님,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유재홍 대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괜히 장 장관 라인을 잘못 건드렸다가 피 본 군인이 한둘이 아니었다.

“됐다. 어차피 나 곧 퇴임한다. 이런 건 내가 책임져야지. 넌 남아서…… 버텨라. 싹수 있는 후배들 거둬서 잘 뿌려놔. 장 선배 라인이 영원한 건 아니야. 몇 년 버티다 보면 진실은 밝혀질 거다. 그때까지 참아.”

“선배님…….”

대장급 인사지만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한직이었다.

같은 대장인 합참의장이나 육군 참모총장에 비해 몇 끗발 밀렸다.

그에 반해 작전사령관들은 파워가 달랐다.

다음 대 육군참모총장이나 합참의장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내가 떳떳하게 군 생활한 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양심과 의리는 지켜왔다.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한 마음은 초임 장교 시절처럼 똑같다. 현실에 타협했지만……. 기본 도리는 잊지 않았다. 그러나 장 선배는 다르다. 겉으로는 충직해 보이지만 약삭빠르다. 권력을 놓지 않을 가능성이 커. 절대 가시를 드러내지 말고 혀처럼 굴어. 그래야 네가 원하는 후배들을 키워낼 수 있다.”

“…….”

마치 유언과 같은 선배의 조언에 유재홍 대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같은 장군이지만 그동안 이렇게 만나 술 한잔할 시간이 없었다.

오늘 사건도 기무사에 모조리 통보됐을 것이다.

자신의 라인에 대한 도전을 전쟁이라 생각하는 장관진 장관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걱정 말아. 용창호 저 새끼는 데리고 간다. 벨 사령관이 보고 있으니까 장 선배도 개입 못한다.”

남창승 대장이 다른 때 같지 않게 독기를 보였다.

감히 일개 소장 따위가 자신 앞에서 망발을 내뱉었다.

용납할 수 없는 치욕이었다.

“선배의 명……. 뼈에 깊이 각인하겠습니다!”

유재홍 대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남창승 대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힘내자. 우리는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자랑스러운 군인이다!”

잔을 드는 남창승.

“충성!!!”

두 사람은 머리 위로 잔을 들며 충성을 외쳤다.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장군이었다.

오늘 이 순간과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가슴 절절한 마음을 담아 충성을 외쳤다.

***

“그 소문 들었냐?”

“뭐?”

“세상에……. 훈련병이 대장들 앞에서 밥맛 없다고 깠단다. 그 사건으로 소장하고 행보관 날아갔잖아.”

“그거 진짜야?”

“29연대에서 입막음 했는데 쫙 돌았어. 소장이 대장들에게 개기다가 처맞고 장난 아니었단다.”

“와아아아아……. 진짜 대박이다. 소장 새끼 행보관이랑 이것저것 빼먹어서 급양관리 개판이었는데.”

“소문나면 골치 아프니까 너만 알아.”

“흐흐흐. 그래. 나만 알고 있을게.”

훈련병들과 다른 생활관을 사용하는 기간병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팍팍 돌았다.

29연대에서 일어났던 참사는 며칠 만에 육군훈련소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주한미군 사령관 앞에서 일어났던 항명으로 훈련소 소장이 헌병에 끌려갔다.

기무사 요원들까지 쫙 깔리고 헌병들이 수시로 훈련소를 쑤셨다.

비리가 밝혀졌지만 조용히 용창호 소장과 행보관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명예퇴직 처리가 됐다.

보통 강등돼서 군복을 벗는 게 원칙이지만 윗선에서 손을 썼다.

“그리고 그 소문도 들었어?”

병장을 단 기간병 두 명이 화장실 옆에서 담배를 빨려다 말고 대화를 이어갔다.

“또 있어?”

“훈련병 하나가 미쳤단다.”

“미쳐? 정신병?”

“그게 아니라……. 29연대에 파견된 애들이 그러는데……. 특별 명령으로 며칠 만에 보충역 훈련병 하나가 코스 다 돌았대.”

“그거 특혜 아니야?”

“다들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실력 보고는 아무 말도 못했다잖아.”

“에이~ 그래봐야 지가 훈련병이지. 메달 딴 애들도 막타워 앞에 세우면 벌벌 떠는 거 몰라? 운동 신경하고 군대 신경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예외가 있는 법이다. 그 훈련병……. 영점사격을 비롯해 기록 사격 퍼펙트로 끝냈다는데 말 다했지. 뿐만 아니라 각개 전투도 완전 FM 그대로! 조교보다 더 빨리 완벽하게 클리어~.”

“미친……. 그게 말이 돼?”

“유격도 끝냈단다.”

“유격까지? 그거 요즘은 대충 하잖아.”

훈련소 유격은 PT체조를 비롯해 몇 개 정도를 선별해 대충 끝내도록 교육이 바뀌었다.

과거와 달리 래팰 훈련 같은 것도 빠졌다.

그런 유격까지 끝냈다는 훈련병.

“우리 분대 최상병이 막타워 전문이잖아. 그런데 그 녀석보다 빠르게 한 줄 잡고 내려왔다는데 뭐.”

“헐……. 진짜?”

“믿어라. 조교들 모두 뒤집어졌다. 그 훈련병 따라하다가 발목 부러진 놈도 있다니까 말 다했지.”

“대박! 대박!”

“그 훈련병 지금 뭐하는 줄 아냐? 그게 더 대박이다~.”

“어디 있는데?”

“29연대 취사관.”

“거긴 왜?”

“왜긴 왜야. 밥 하러 갔지.”

“……훈련 끝장나게 마무리 하고 취사관 지옥은 왜 간 거야? 난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취사관은 기간병 사이에서 지옥불 코스로 불렸다.

여름에는 땀으로 육수를 만든다는 전설이 내려왔다.

다른 곳과 달리 몇 명이서 연대급 규모 밥을 만들어야 했다.

취사관에서 제대한 병사는 성불한다는 속설이 전해져 내려올 정도였다.

“초대박 사건 하나 더 알려줄까?”

“초대박?”

“그 전설의 훈련병께서 만든 요리가……. 기막히다잖아. 지금 거기 파견나간 애들 밥 맛있다고 난리 났다. 태어나서 처음 먹는 맛이라고~.”

“구라 깐다. 아무리 맛있어 봐야 짬밥이지. 우리집 똥개도 짬밥은 이틀 먹으면 오바이트 할 거다.”

“진짜라니까! 못 믿겠어?”

“응~ 전혀~.”

“새끼……. 그럼 이따가 나랑 같이 가자. 밑에 상병 놈 휴가 갔으니까 그 자리 넣어줄게.”

“그래. 먹어보고 평가해 주마! 나 입맛 까다로운 거 알지?”

“흐흐흐흐. 먹어보고 울지나 마.”

“뭐야? 너 먹어 봤어?”

“당근이지 새꺄. 크크크.”

“그런데 그 전설의 훈련병 이름이 뭐냐?”

“장태산.”

“장태산? ……그 이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동계 올림픽 메달 땄다고 하던데?”

“아!!! 맞아. 그 장태산!!!”

***

치이이이이이익 치이이이이익!

요란하게 수증기가 뿜어지며 밥솥의 쌀이 익어가고 있었다.

25인분짜리 밥솥 4개가 한 단을 이뤘다.

그런 밥솥이 모두 100개.

총 2,500인분의 밥이 익어가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쌀에 식초를 살짝 뿌려 군대쌀 특유의 묵은 맛도 깔끔하게 잡았다.

“고기 투입!!!”

지름 1.5미터 조리용 쇠솥에 고기 50킬로그램이 들어갔다.

퍼어억! 퍼어어억!

눌러 붙지 않게 쇠 삽으로 고기를 박박 긁어가며 저었다.

“반드시 고기부터 익혀야 합니다. 야채는 나중에 제가 말할 때 투입하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훈령병 아저씨~.”

“크크크.”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취사병들은 모두 기간병이었다.

이곳에서 난 아저씨로 불렸다.

내 인생 첫 번째 아재 인생이었다.

보통 타 중대나 부대원들은 용사님이라 불리도록 교육받지만 난 아직 훈련생 신분이었다.

5주간 훈련을 받았던 일반병들이 호락호락 인정치 않았다.

그래도 조리에 관해서는 권한이 빵빵했다.

배식조는 훈련병들이었지만 조리는 훈련병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세계였다.

그런 장벽 높은 세계에 내가 끼었다.

군대에서 무의미하게 훈련만 받고 떠날 수는 없었다.

다른 이들의 4주와 나의 4주는 시간으로나 가치로나 개념이 달랐다.

뭐라도 벌어야 그나마 억울하지 않았다.

“뭔 총각이 이렇게 요리를 잘해? 요리사 출신이야?”

저녁밥을 담당하는 네 명의 취사병 말고도 두 명의 조리원 이모님들과 함께 했다.

내일 아침에 사용할 재료들 전처리 작업을 끝내고 마지막 전쟁에 돌입 중이었다.

“딱 봐도 모델이잖아. 총각, 애인 없으면 우리 딸 어때? 저기 논산 축협 정직원인데 나 닮아서 얼굴도 예뻐~.”

“무슨 소리야! 우리 조카딸하고 선 볼 거야~ 그치~.”

인기인은 군대에서도 그 인기가 식지 않는 법.

며칠 동안 예의 지키며 친절하게 대하자 친해진 조리원 이모님들이 나에 대해 호감을 잔뜩 보였다.

“이모님! 너무 하십니다! 딸 없다메요!”

“그러게 말입니다. 조카는 또 뭡니까?”

취사병들이 앞 다투어 불만을 토로했다.

“어머~ 우리 조 상병 화났어? 그러게 키 좀 키우라고 했잖아. 우리 딸 기준은 180 이상이야.”

“이모님! 그 키는 대한민국 상위 1% 아닙니까! 170 정도면 세상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

“그러면 2세는? 2세도 170 만들 거야?”

“이모……. 언어폭력입니다……. 흑.”

키 작은 조 상병이라는 취사병이 우는 시늉을 했다.

군대도 보통 사람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취사관에도 가벼운 웃음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슬픔이 있었다.

“야채 지금 넣어주십시오!”

그리고 메인 요리에 야채가 투하 됐다.

자박한 물에 참기름으로 살짝 볶은 고기와 양념장, 야채가 더해지자 매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제육볶음 특유의 풍미가 확 풍겼다.

“이거 전부 앞다리 살이지?”

“오늘따라 고기가 맛있어 보이네~.”

국방부에서 배달된 부식은 최고급품이었다.

벨 사령관 등장 덕분에 훈련소 배식은 최상품을 유지했다.

야채 같은 경우는 주변 시장을 이용했다.

돈 떼먹던 행보관이 사라지자 정상적인 식재료들이 들어왔다.

“오늘도 보전식까지 먹겠다는 놈 나오겠지?”

음식을 만들면 혹시 모를 유해 세군 파악을 위해 144시간 보관하게 되어 있었다.

그것까지 달라는 훈련병들이 생겨났다.

“오늘도 매진 예상입니다!”

조리병들도 신났다.

좋은 재료로 맛있게 만든 식사는 훈련병들뿐만 아니라 조리병들에게도 힘이 됐다.

자신이 만든 밥이 맛없다고 훈련병들이 후기라도 남기면 암암리에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내가 합류한 이후 취사관에는 생명력이 넘쳤다.

그 에너지가 그대로 조리한 음식에 담겼다.

내 눈에만 보이는 밝은 기운들이 취사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저씨~ 된장국 간 보셔야죠.”

“넵! 오 병장님.”

한 솥에 500인분짜리 된장국.

파릇한 시금치를 비롯해 양파와 마늘, 파 같은 부재료가 풍성하게 들어갔다.

더 이상 국물만 출렁이는 똥국이 아니었다.

엄마가 만든 것 같은 된장국이 끓여졌다.

마늘을 큰 국자로 푹 떠 넣고 휘이 돌렸다.

스으으으읏.

국자를 타고 녹아드는 내공의 기운.

된장국에 내공을 담으면 그 순간 맛이 기똥차게 변했다.

“다 된 것 같습니다.”

스윽.

오 병장이 작은 국자로 간을 봤다.

“오! 진짜 맛있어요. 아니 도대체 왜 아저씨 손만 타면 맛이 이렇게 변하는 겁니까? 비법이 따로 있습니까?”

오 병장이 감탄하며 물어왔다.

조리학과 출신이라는 오 병장은 진짜 감동한 표정이었다.

“동기들에 대한 사랑이 그 비법이 아닐까요?”

“금방 닭살 돋았습니다. 아저씨……. 으으.”

“준비 다 됐습니다!”

“그럼 배식대로 옮겨!”

“넵!”

드르르륵.

신속하게 취사병들이 밥과 반찬, 국들을 옮겼다.

상당히 무거운 짐들이었지만 깔끔하고 안전하게 이동시켰다.

취사병들 군기가 장난 아니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된 저녁 배식.

“……애들 눈에서 레이저 나옵니다.”

“분대장들이 훈련 빨리 끝내고 줄 섰습니다.”

“이거…….”

취사병들뿐만 아니라 배식대를 담당하고 있던 훈련병들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요 며칠 사이 식사 시간만 되면 전쟁이 벌어졌다.

전국구 맛집을 방불케 할 정도로 훈련병들이 길게 줄을 섰다.

“오픈!”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식당 문이 열렸다.

우르르르르르.

일단의 병사들이 빠르게 배식대로 몰려왔다.

“줄 똑바로 섭니다! 줄!”

분대장들이 입으로는 질서를 점검하면서도 눈으로는 오늘 배식될 음식들을 빠르게 스캔했다.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침을 삼켰다.

그리고 시작된 본격적인 전쟁.

“고기 좀 더 줘!”

“그래. 많이 먹어라.”

고기 양을 늘렸다.

식판에 수북이 밥과 고기가 담겼다.

“크으……. 어머니.”

“오늘도 죽인다!”

“나 밥 먹으려고 훈련 뛰었다.”

“훈련도 할 만하다니까~.”

식단이 바뀌고 잘 먹자 훈련병들의 얼굴이 눈에 띄게 펴졌다.

인생은 밥심으로 굴러가는 법.

행복하게 밥을 퍼 먹는 훈련병들의 모습을 보니 절로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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