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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화 (478/1,284)

 # 479

회귀의 전설

479장. 나만의 방식 (2)

“집이 좋네……. 야경이 끝내줘~.”

검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테라스 밖을 바라보고 있는 키가 큰 남자.

“너 뭐야! 어떻게 들어왔어! 여기가 어디인 줄 알아!”

구광필은 어이없는 상황에 흥분했다.

파워팰리스에서도 가장 높은 69층 팬트하우스 자신의 집에 낯선 놈이 버젓이 들어왔다.

현관경비와 중앙 CCTV 그리고 집 비밀번호를 뚫고 어떻게 들어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놈이 두렵거나 무섭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휘둘러 오던 주먹과 잔혹함만으로 강남하나회 회장 자리까지 오른 자신이었다.

사방을 훑어봐도 놈은 혼자였다.

“구광필 네가 나 보고 싶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녔잖아~.”

“뭐라고?”

야경을 구경하고 있던 놈이 고개를 돌렸다.

“헛!”

침입자의 얼굴을 본 순간 구광필은 그만 신음을 흘렸다.

“자, 장태산……. 네가 어떻게!”

사진으로 얼굴을 익혀두었던 그놈이었다.

안아를 비롯해 천일 그룹까지 삼킨 괴물 같은 놈이 분명했다.

“왜! 네가 보낸 똘마니들 손에 바보처럼 죽기를 바랐던 거야?”

‘황 이사! 이 멍청한 새끼!’

미리 준비했던 미끼가 통하지 않은 분명했다.

전화도 받지 않았던 황 이사.

구광필의 인상이 싸늘하게 식으며 굳어졌다.

“인상 쓰지 마~. 네가 그렇게 믿고 아끼는 부하들은 먼저 지옥 가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무, 무슨 개소리야!”

“다 뒈졌다고~.”

“!!!”

“못 믿겠어? 어쩌지. 뒈진 건 뒈진 건데.”

“닥쳐! 어디서 헛소리야!”

“북한산 히트맨도 마찬가지야.”

“허억…….”

김철수의 죽음까지 통보하는 장태산.

“말도 안 돼…….”

“아직도 못 믿겠어? 전화 안 받지? 그 사시미, 그리고 권총, 히트맨~ . 길동무 하라고 다 같이 보내줬다.”

“닥쳐! 어, 어디서 개수작이야!”

“내 손에 죽은 놈 마지막 만찬은 고구마던데 넌 양주냐? 그래! 명색이 보스인데. 체면에 그 정도는 마셔줘야지. 어차피 지옥에 가면…… 똥물에 주둥이까지 처박고 만년 정도 있어야 할 테니까.”

“으으…….”

고구마라는 말에 구광필은 놈이 하는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

사람 목숨 처리하고 고구마 먹는 버릇을 황 이사에게 전수한 게 자신이었다.

“도대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친 거냐? 네 주변에 우글거리는…… 그 억울해 하는 원혼들이 한둘이 아닌데……. 개새끼.”

“다, 닥쳐!”

구광필은 원혼들이라는 말에 정신없이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가 빠르게 엄습해왔다.

독하게 산만큼 부를 누리고 있었지만 그만큼 손에서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술과 계집에 취하고 더 독해지지 않으면 실체가 없는 공포를 견딜 수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질 때까지 모든 에너지를 방전시켜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

터더더덕.

집안으로 급하게 뛰어 들어가는 구광필.

스릉.

재빨리 벽에 걸려있던 일본도를 움켜쥐었다.

야쿠자와의 마약 거래 성사 기념으로 선물 받은 놈이다.

일본도 명인이 제작한 검으로 어지간한 쇠도 벤다는 녀석이었다.

사시미를 즐겨 사용하는 구광필의 취향을 배려해 길이는 짧게 제작됐다.

“죽여 버리겠어! 이 개자식!”

슁슁!

오랜 시간 사시미로 자신을 보호해 온 구광필이 거칠게 일본도를 휘둘렀다.

어떻게 그곳에서 살아 돌아왔는지 몰라도 놈은 분명 혼자였다.

그것도 무장하지 않은 맨몸.

“넌 뒈졌어. 크크크.”

쉬쉬쉬쉬쉭.

장태산을 위협하며 허공에 대고 여러 번의 칼질을 하는 구광필.

들끓는 살기에 눈동자는 이미 뻘겋게 달아올랐다.

“이리와! 이 X놈의 새끼!”

눈알이 충혈 되고 인상이 험하게 변한 구광필이 장태산에게 다가갔다.

한껏 여유를 부리며 그 자리에 서 있는 장태산.

“마지막 재롱 떠냐? 후후.”

장태산이 전혀 당황하지 않고 비웃음을 흘리며 도리어 다가왔다.

“죽어어어엇!”

구광필이 주저하지 않고 장태산에게 돌진했다.

평소 가장 선호하던 최적의 거리.

쇄애애애앳.

힘껏 허공을 가르는 일본도.

텅!

“허어억…….”

맨손으로 휘두른 일본도를 잡아채 버리는 무식한 장태산.

본 적 없는 특이한 가죽 장갑을 끼고 있었다.

“이이이이!”

이를 악물고 있는 힘껏 힘을 끌어올려 보는 구광필.

장태산은 한손으로 칼날을 쥔 채 칼끝을 구광필 쪽으로 돌렸다.

짧은 거리에서 칼끝이 구광필 얼굴로 향했다.

꺾인 손으로 칼을 놓을 수도 없었다.

칼을 쥔 구광필의 손이 마치 본드로 붙여 버린 듯 꿈쩍도 안 했다.

이상한 기류의 힘이 구광필의 몸을 지배했다.

“어어……. 으.”

영락없이 칼끝이 자신을 향하자 힘을 쓰던 구광필 입이 쩍 벌어지며 안간힘을 썼다.

“잘 가라……. 구광필.”

구광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장태산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

- 악신이 자신의 종을 죽이려는 당신을 저주합니다.

구광필은 인간의 탈을 쓴 악신의 종이었다.

악신들이 원하는 파괴와 음행, 살인을 양심의 가책 따위 없이 세상에 행하는 실행자였다.

구광필 주변으로 음울하고 어두운 기운들이 수없이 넘실거렸다.

지금까지 봤던 어둠의 기운들 중에서도 가장 강했다.

구광필에게 원한을 품고 죽은 자가 최소 수백 명 이상이었다는 소리다.

자신의 안락한 삶을 위해 탐욕을 부리고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해한 구광필.

“사, 살려…… 줘……. 돈을 주겠다…….”

우두둑.

마수 가죽으로 제작한 가죽 장갑은 어설픈 일본도 따위로 망가뜨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공을 흘려보내 구광필의 몸뚱이를 조종했다.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구광필의 팔목에서 우둑 꺾이는 소리가 났다.

칼 끝의 진행은 멈추지 않았다.

“으어어어어! 어어어어!”

비명을 지르는 구광필의 주둥이 속으로 천천히 박혀드는 일본도.

콰득.

구광필이 온 힘을 다해 이빨로 검날을 물었다.

살고자 하는 욕망에서 나온 본능이었다.

검날을 문 채 두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봤다.

삶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다.

- 구광필과 계약을 맺은 악신들이 자신의 사랑하는 종의 고통에 발광합니다!

악신들…… 도 개새끼.

“어때! 단 한 번이라도 넌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이들에게 자비를 베푼 적이 있나?”

한껏 눈을 부릅뜬 구광필의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벌건 두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는 구광필.

그런 일은 없었다는 걸 나도 알고 구광필도 알고 있었다.

구광필은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이빨로 물었던 칼 끝은 이미 목젖에 닿았다.

입이 찢어지며 피가 흘렀다.

죽음의 공포에 몸서리치고 있는 놈의 붉은 눈동자가 이미 때가 됐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억울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는 구광필.

처절하게 당하는 자의 고통을 죽어서도 뼈에 새길 것이다.

- 악신들이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로 계약하기를 원합니다.

- 상급 악신이 될 수 있습니다. 계약하시겠습니까?

“훗.”

비웃음이 차갑게 흘러나왔다.

구광필이 돈으로 나를 유혹해 목숨을 부지하려 했던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오로지 자신들의 기준만으로 세상을 평가하고 판단하며 연명해 가는 구광필과 악신들이었다.

콰득!

구광필의 입속 깊숙이 칼 끝이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박혔다.

쿵! 쿵! 

목을 거쳐 머리로 흐르는 동맥의 흐름이 느껴졌다.

악인에게 행해지는 다소 쉬운 방법의 마지막 형벌.

“케레레…….”

피거품을 게워내며 뭐라고 마지막 말을 뱉으려 애쓰던 구광필의 몸뚱이가 파르르 떨렸다.

인간으로 태어나 사람이 되기를 포기한 악인의 마지막 모습.

시선을 거두지 않고 끝까지 지켜봤다.

칼 끝이 뒷목을 뚫고 나왔다.

쿵.

구광필이 무릎을 꿇었다.

바닥을 홍건하게 적시며 흐르는 악인의 피.

온몸의 피를 다 쏟아내며 구광필은 천천히 죽어 갔다.

- 악신들이 당신을 강력하게 저주합니다!

-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가 많아지면 당신을 소환할 수도 있습니다.

“닥쳐. 악마 새끼들아.”

악을 옹호하고 선을 방해하는 그런 신이 두려웠다면 이런 짓 벌이지도 않았다.

인간 구광필의 죽음 앞에 일말의 동정심도 일지 않았다.

- 엄청난 카르마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 레벨업하셨습니다.

- 신이 되시겠습니까?

“너도 닥쳐.”

할 일도 많은데 포인트 구걸하는 신은 되고 싶지 않았다.

“미친놈. 금고가 장식품이야?”

구광필은 세상에 두려운 게 없었던 자였다.

그 어떤 것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거실 중앙에 대형 금고가 떡 하니 장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전자키로 가동되는 금고.

가볍게 손을 가져다 댔다.

“언 락!”

자연스럽게 구사되는 마법어.

마나의 힘이 전자키를 감쌌다.

띠리리리릭.

가볍게 열리는 금고.

마법 앞에 현대 전자키 같은 건 전혀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와우~.”

구광필 참 많이도 모아 놨다.

현금은 보이지 않았다.

수십 개의 금괴와 무기명국채, 양도성예금증서가 수북이 쌓여있다.

내가 돈이 모자라거나 궁한 사람은 아니지만 굳이 이대로 남겨 둔 채 갈 생각은 없었다.

금고 안에 같이 들어 있던 가죽 가붕에 채권들을 쓸어 담았다.

“아공간!”

활짝 열린 아공간으로 금괴를 던져 넣었다.

“할 건 다 했네.”

거래 장부로 보이는 노트 몇 권이 보였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구광필은 의외로 똑똑한 놈이었다.

촤라라락.

대충 훑어봤다.

이름과 숫자들이 암호화 되어 있어서 바로 알아볼 수는 없지만 푸는 건 시간 문제였다.

- 좋냐?

그때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 하나.

“오셨어요.”

- ……. 저승사자를 반기는 인간은 너밖에 없을 거다.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닌데.”

- 고맙다. 포인트 짭짤한 놈 넘겨줘서.

“명단에 있었어요?

-진작 명단에 올라 있었지만 악신들이 이 녀석에게 카르마 포인트를 밀어주는 바람에 골치 아팠다.

“지독하게 독한 악신과 계약한 놈인가 봅니다.”

- 유년 시절 이미 상급 악신에게 영혼을 판 놈이다.

안면 있는 저승사자가 나타났다.

검정 가죽 바지와 재킷을 걸치고 있는 리차드 강.

부유물처럼 떠 있는 새카만 영기 하나를 주먹으로 움켜잡았다.

“다음에 포인트 한 번 쏘십시오.”

- 포인트는 나도 부족하다.

“에이~ 그러는 거 아니죠.”

- 나도 염라국에서 힘 좀 써보자. 나 잘되면 입 안 닦는다.

리차드 강 저승사자가 눈을 찡긋거렸다.

“그놈 지옥에서도 깊은 곳에 처박아 두십시오.”

- 최소 10만 년 각이다.

끼우우우우우우우우.

10만 년이라는 소리에 새카만 영기가 발버둥 쳤다.

- 나 간다. 이런 놈들 도망가면 골치 아프니까 빨리 입고시켜야 해.

“수고하세요~”

인사를 끝내고 저승사자 리차드 강은 사라졌다.

찰칵.

텅텅 빈 금고를 깨끗이 닫았다.

자칫 구광필 밑에 붙어 있는 놈들이나 그의 가족들 손에 들어갈 수 있어 몰수했다.

거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핸드폰이 보였다.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최근 통화 목록을 확인했다.

리스트 중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이름 하나.

주가놈.

통화 버튼을 길게 눌렀다.

뚜우우우우 두우우우우.

길게 울리는 통화음.

- 처리했나?

바로 물어오는 한 마디.

귀에 뼈저리게 박혀있는 낯익은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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