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7화 (426/1,284)

 # 427

회귀의 전설

427장. 손톱 관리사

‘이, 이게 뭐야!’

아사신의 상급 피의 전사 마제드 압둘라는 경악했다.

분명 놈을 쫓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리어 당했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강력한 화염 마법이 터졌다.

정신없이 쫓아 협곡으로 밀어 붙였다고 생각했을 때 화염 마법으로 출구가 봉쇄됐다.

“으으으.”

두려움을 맞닥뜨린 전사들이 멈췄다.

지금껏 마법은 오직 아사신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런데 자신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마법 능력을 놈이 보였다.

독 안의 든 쥐가 아니라 고양이 앞발에 잡힌 쥐 신세가 됐다.

“왜 쫄려?”

놈이 저급한 말을 사용했다.

화르르르르르.

불의 장막이 꺼질 줄을 몰랐다.

도망을 갈 수도 없었다.

‘놈을……. 죽여야 한다!’

마제드 압둘라는 두려움에 압도되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명을 완수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정신을 집중시켰다.

장로님의 명령은 한낱 목숨에 비견되지 않았다.

알라가 약속하신 새로 다가올 세상을 위해서 희생은 불가피했다.

목숨을 구걸하고자 주저한다면 신이 노할 것이다.

결론은 정해졌다.

“신의 사자를 소환하라!!!”

마제드의 입에서 떨어지는 명령.

“신의 영광을 위하여!”

“위하여!”

전사들이 무기를 치켜들며 신을 위해 영광을 외쳤다.

“어둠의 힘이여. 저희에게 힘을 허락하소서! 소환!”

“소환!!!”

전사들이 일제히 신이 허락한 힘을 소환했다.

얼마 전 신의 은총으로 길고 긴 어둠에서 해방된 장로님이 주신 새로운 능력이었다.

그분이 직접 자신의 육신에 칼을 대어 피를 받아 전사들에게 마시게 했다.

전사들은 곧 각성해 새로운 마법을 습득했다.

그 덕에 신이 기르는 용맹한 피조물들을 소환할 수 있게 됐다.

단, 대가가 따랐으니 그것은 목숨이었다.

한번 소환되면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도 목숨을 부지할 수도 없었다.

감춰진 제약에 의해 단 10분 동안만 소환이 가능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놈이 아무리 강력한 마법사라 해도 단 10분이면 갈가리 찢어 죽일 수 있었다.

“알라후 아크바르!”

마지막으로 신의 이름을 찬양한 마제드 압둘라.

“소화와아안!”

그의 입에서도 소환이라는 외침이 터졌다.

곧 번쩍 머리통을 내리치는 강력한 기운을 느꼈다.

그리고…….

쩌저저저저저저저적.

마제드 압둘라와 피의 전사들의 몸이 기형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걸치고 있던 옷이 찢어지고 벗겨지더니 세상에 없던 괴물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

“저, 저게 뭡니까???”

“흐으윽.”

“미친…….”

헬기에 타고 있다가 공중에서 불고기가 될 뻔한 비비안과 에두아르, 그리고 기시단의 기사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에 할 말을 잃었다.

아사신을 만난 뒤 말도 안 되는 현상을 많이 목도해 왔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일은 처음이었다.

아사신 전사들이 변신을 했다.

동물들이나 인간들을 전염시켜 좀비처럼 부리던 능력이 업그레이드 됐다.

“쿠아아아아아아!”

“케에에에에에!”

여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기괴한 괴물의 형상을 한 생명체로 변했다.

사람이 걸치던 옷의 흔적이 사라지고 덩치는 두 배 정도로 커졌다.

이마 위쪽으로 두 개의 뿔이 나고 이끼를 뒤집어쓴 듯한 근육질 몸통에 팔,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났다.

인간의 흔적은 조각난 천 조각 뿐이었다.

헬기의 강력한 서치라이트를 통해 훤히 보이는 상황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고스란히 녹화됐다.

“새, 새로운 능력 각성이에요.”

“각성이 아니라 괴물입니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피 튀기는 전장을 거쳐 왔던 에두아르도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두려움을 느낀 듯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들이 들고 있는 총이 통할까 의문이었다.

퍼어억!

힘을 주체 못한 괴물 하나가 옆에 있던 나무를 후려쳤다.

콰드드드드득.

두께가 꽤 되는 나무가 힘없이 부러졌다.

“꿀꺽.”

긴장한 누군가의 마른침이 목구멍을 넘어갔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헬기 조종사도 감히 밀려드는 공포에 착륙을 시도하지 못했다.

“도, 도와줘야 해요!”

비비안이 다급하게 말했다.

“…….”

하지만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기사단원들.

파스스스스스스슷.

“헛!”

“아, 안개?”

그때 갑자기 자욱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한 안개의 폭풍.

“안개입니다! 긴급 상승하겠습니다!”

기장이 다급히 소리치며 헬기를 위로 끌어올렸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순식간에 지상에서 멀어지는 헬기.

“다니엘!”

비비안의 다급하고 애타는 목소리가 로터 소리에 묻혔다.

***

“쿠에에에에에에!”

이 새끼들……. 진짜 미쳤다.

아린에게서 습득했던 마법 지식들 중 하나가 떠올랐다.

마물 소환.

흑마법사가 자신을 제물로 바치고 마물을 소환하는 금지된 마법이었다.

소환자 자신이 제물인 동시에 목숨을 담보해야 했다.

흑마법사들은 목숨에 애착이 많아 목숨을 아꼈다.

“미친놈들…….”

할 말도 없고 어이도 없었다.

아사신의 개들이 흑마법사와 연관되어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였다.

마물이 분명했지만 내가 아는 타 차원의 존재는 아니었다.

마물의 흉내를 내고 있는 키메라에 가까웠다.

저놈들 몸에 누군가 마물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종잡을 수 없는 흑마법과 결합된 신종 유전자 조합 기법이 확실했다.

놈들에게서는 이계 냄새가 나지 않았다.

주문을 외우고 흑마법의 기운이 퍼지면 괴물로 변신하는 것으로 보였다.

“알라신은 아니야.”

놈들이 알라를 외쳤지만 공허한 공염불에 불과했다.

알라신도 사랑을 설파한 성인이었다.

그 밑에 놈들이 해석을 개떡같이 해서 난리가 난 거다.

“쿠케케케케케케케.”

“케르르르르르르…….”

이지를 상실한 괴물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놈들의 입술을 뒤집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이빨, 그 사이로 뚝뚝 침이 흘러나왔다.

치이잇 치이이익.

아래로 떨어진 침이 풀들과 낙엽들에 닿자 그대로 녹아내렸다.

침은 강력한 산성물질이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머리 위쪽에 떠 있는 헬기가 신경 쓰였다.

창으로 날 보고 있는 비비안과 에두아르가 밤인데도 눈에 들어왔다.

내공이 강해지면서 야간 시력도 가뿐히 5.0 이상을 찍었다.

“침묵의 안개!”

5서클 마법을 시전했다.

마력으로 타오르던 불길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를 메우는 침묵의 안개.

주변에 호수가 있어 안개로 사용할 만한 마나 입자들은 널리고 널렸다.

순식간에 공간이 차단됐다.

안개에 불과했지만 시야가 보이지 않고 소리도 삼켰다.

은밀하게 적을 상대하거나 퇴각할 때 요긴하게 사용되는 마법이었다.

그리고 누가 뭐라 해도 난 전자였다.

창을 움켜잡았다.

마법 시전자인 나에게는 안개 속에서도 모든 환경이 대낮처럼 보였다.

나의 마나 영향을 받았기에 나에게는 제약이 없었다.

헬기가 당황한 듯 허겁지겁 상승했다.

구경꾼이 사라졌다.

“쿠케게게!”

놈들이 자리를 박찼다.

힘줄이 밧줄처럼 튀어나온 엄청난 허벅지 근육은 보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했다.

안개가 깔려 있음에도 예민한 후각과 감각으로 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놈들의 일격.

괴물들의 짧고 굵은 손가락 끝에서 삐져나온 날카로운 손톱에 새카만 독기가 빛났다.

허공으로 치솟았다가 무림 고수처럼 지상을 박차고 다시 날아오르며 이동하는 다섯 마리의 괴물.

“탓!”

전투의지가 활활 불타올랐다.

힘껏 기합을 지르며 창을 들고 놈들에게 돌격했다.

파아아앗!

내공을 머금은 창끝이 푸른빛에 휩싸였다.

번쩍!

이미 인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괴물들의 안광이 안개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쇄애애애애앳.

놈들의 손톱이 안개 속을 갈라왔다.

이미 이지를 상실한 놈들은 살기만을 뿜어내는 마물이었다.

경험 없는 인간이라면 이 순간 쫄아 방어하기도 힘들었겠지만 난 이계에서 놀아 본 남자였다.

거리는 20미터.

창을 들어 힘껏 던졌다.

화살처럼 가볍게 날아가는 창.

퍼어어억!

선두에 선 괴물 대가리가 쇠구슬에 맞은 수박처럼 터졌다.

콰다다당.

요란한 굉음을 내며 바닥에 구르는 대가리 없는 괴물의 몸뚱이.

두 손을 뻗었다.

아공간을 오픈한 상태였기에 허공으로 오른손을 뻗어 도끼를 꺼냈다.

왼손에는 방패를 들었다.

건방 떨다 예상치 못하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법.

웬만하면 창 한 자루로 끝내고 싶었지만 놈들이 나를 자극했다.

요즘 들어 괜히 이런 전투가 자꾸 피를 끓게 했다.

손에서 느껴지는 직접 경험하는 맛이 그리웠다.

손에 잡힌 도끼 손잡이에서 묵직함이 느껴졌다.

동료의 죽음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괴물들이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러왔다.

쇄애애앳. 카아앙! 우두둑.

우선 방패로 정면에서 날아오는 날카로운 손톱을 후려쳤다.

쇳소리가 났다.

힘의 차이가 컸다.

“켁!”

충격에 팔이 부러져 나간 놈의 안면이 보였다.

아공간에서 꺼낸 도끼로 놈의 비틀리는 몸을 허리춤부터 베었다.

콰드드드득.

아래 갈비뼈와 등뼈가 도끼날에 폭발하듯 부셔져 나갔다.

검이나 창과 달리 화끈한 맛이 손에 전달됐다.

슈우우욱.

동시에 왼쪽을 노리고 달려드는 괴물의 몸통도 내공을 담아 방패로 힘껏 후려쳤다.

퍼어어어어어어엉!

방패에서 느껴지는 둔탁한 묵직함과 가죽북 폭음이 들렸다.

콰다다다다다당.

날아오는 속력에 더해 괴물의 무게, 거기에 가로막은 방패의 반탄력까지 더해졌다.

그 힘에 안면과 몸뚱이 일부가 으깨진 괴물이 10여 미터를 날아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나가떨어진 괴물의 생사까지 확인할 시간은 없었다.

머리 위에서 휘둘러져 오는 다른 놈의 발톱.

도끼를 위로 힘껏 들어 올리며 찔렀다.

도끼머리 쪽에 박힌 뾰족한 창이 나를 향해 달려드는 놈의 하체에 박혔다.

“꾸에에에에에에엑!”

놈의 무게만큼 조금 더 깊숙이 안으로 박혀버린 도끼.

그대로 도끼에 박힌 놈을 힘껏 패대기쳤다.

촤아아아아앗.

하체 부위가 뜯겨져 나가며 패대기쳐진 괴물.

붉은 핏물과 내장이 뚫린 하체를 통해 날아가며 허공에 흩뿌려졌다.

역한 비린내가 사방에 진동했다.

순식간에 네 마리 괴물이 전투 능력을 상실했다.

목숨이 끊어졌음에도 다시 인간의 몸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끔찍한 흑마법이 아닐 수 없었다.

“카르르르…….”

한 놈 남은 괴물이 으르렁거렸다.

다른 놈들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컸다.

풍기는 기운도 앞서 제거된 놈들과 달리 묵직했다.

“이리 온나. 아가야~.”

도끼를 까닥이며 놈을 도발했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앙!”

뒤에 남아서 폼만 잡고 있었던 괴물이 흉성을 터트렸다.

쾅! 쾅! 쾅!

킹콩이라도 봤는지 주먹으로 가슴을 후려치며 야성을 드러냈다.

인간이었을 때 쇼맨십이 강했던 놈인 것 같다.

“너희 엄마가…….”

놈과의 거리는 약 30미터.

터어엉!

방패와 도끼를 들고 그대로 날아갔다.

“크아아아아아!”

놈도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고 앞으로 뻗으며 나를 향해 직선으로 돌진해 왔다.

씨이익.

입가에 번지는 차가운 미소.

힘 대 힘! 강 대 강의 대결!

“평소 손톱, 발톱은 깨끗이 하라고 안 가르쳐 줬냐!!!!”

불과 몇 분 전까지도 인간이었던 괴물에게 던지는 마지막 한마디.

그리고 흑마법에 육신과 영혼까지 판 괴물을 가차 없이 단죄했다.

휘리리리리리리리리링.

“!!!”

들고 있던 도끼가 풀 스윙으로 회전하며 손을 떠나 괴물을 향해 날아갔다.

피로 물든 괴물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 커졌다.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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