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6
회귀의 전설
426장. 스키장 가는 길 (2)
“알카에다 쪽은 실패했습니다.”
“멍청한 놈들!”
“어차피 기대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놈들은 성질만 더러운 하수들입니다.”
“우리 쪽과 연관성을 찾을 확률은?”
“당연히 알 수가 없습니다.”
“확실한가?”
“모든 건 익명으로 처리됐습니다. 접촉한 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금 이체도 유럽 쪽 유령 법인입니다.”
“아사신은?”
“놈들은 믿을 만합니다.”
“돈값 해야지. 최소…. 올림픽은 엉망으로 만들어도 돼. 흐흐흐.”
리장창은 요즘 성격이 평소답지 않게 변했다.
예전에는 넉넉한 인품을 소유한 인물이었지만 여러 사건을 거치며 그런 면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난폭해졌다.
특히 장태산에 관한 일에 있어서는 이성을 잃기 일쑤였다.
지금도 세계적 축제나 다름없는 올림픽이 망하기를 기도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비교되기를 원했다.
“정보원들을 보내놨습니다. 곧 결과가 나타날 겁니다.”
제갈유량도 기대가 크기는 마찬가지였다.
러시아까지 보낸 암살단이 모조리 죽었다.
흔적조차 찾지 못했고 도리어 러시아로부터 문책을 당했다.
이를 갈았다.
1억 달러를 선금으로 지불했다.
아사신은 성공할 때까지 계속 살수를 보낼 것이다.
“이번에는 성공해야지…. 그 놈의 질긴 목숨을…. 끊어 놔야 해!”
이를 가는 리장창.
한 때는 농담도 던졌던 사이가 분명했지만 이제는 반드시 이 세상에서 제거해야 할 존재였다.
“단장님 뜻대로 될 것이옵니다!”
***
“안개 입자가 피라고? 도대체 무슨 소리야!”
휘슬러 사건을 처리하고 헬기로 밴쿠버로 돌아가던 루크는 갑자기 보고 받은 내용에 어이가 없었다.
고속도로에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 통제가 됐다고 한다.
문제는 중간쯤에 위치한 휴게소에 핏빛 안개가 자욱하다는 것이다.
- 제보자들이 연락을 받지 않았지만 여러 명이 신고했다고 합니다.
“미친 거 아냐? 여러 명이 신고했는데 다시 전화를 받는 자들은 없다고? 장난 전화 아냐?”
- 확실합니다.
“경찰들은?”
- 근처에 있던 경찰들이 출동한 모양인데… 사라졌다고 합니다.
“미치겠네….”
루크는 CIA 요원의 말도 안 되는 보고에 인상을 썼다.
지금 이곳 최고 책임자는 자신이었다.
자칫 판단한 결단 하나로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고 막을 수도 있었다.
상급자로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뭘 어떡해. 특수부대 파견 요청해! 현장에는 내가 지금 가볼 테니까.”
- 넵!
띠릭. 통화가 끊겼다.
“무슨 일입니까?”
“오늘 밤은 잠자기 글렀다.”
“사건 터졌습니까?”
같이 헬기를 탄 잭슨이 통화 내용을 물어왔다.
“지금 밴쿠버와 휘슬러 연결 99번 고속도로 중심부가 안개로 인해 통제 됐단다. 피 안개가 피고 경찰들과 신고했던 사람들이 연락 두절이다. 공포 영화도 아니고….”
“흐음…. 그 놈들 짓이 확실하군요.”
“그 놈들? 너 아는 거 있어?”
루크가 잭슨을 보며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후임이지만 수상쩍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오늘 난자된 시신들 앞에서도 전혀 동요가 없었다.
CIA 요원 특성상 전직 근무처가 비밀에 붙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팀장님. 비밀 엄수할 수 있습니까?”
잭슨이 가라않은 눈빛으로 말했다.
“너와 난 같은 배를 탄 동지다. 말해봐.”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특수팀에 잠깐 있었습니다.”
“특수팀? 오!”
특수팀원들은 일반 요원들보다 상위 그룹에 속했다.
그들이 개입하면 일반 요원들 모두 사건에서 물러나는 게 원칙이었다.
“그곳에서 기사단과 연결된 사건이 제 담당이었습니다. 오늘 봤던 미라들…. 몇 번 본 적 있습니다.”
“이집트 사건 말고?”
“그것 말고도 아랍이나 유럽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그래?”
특수팀을 거치지 못한, 평범한 루크의 목소리는 긴장한 탓에 떨렸다.
CIA 자체 소속 요원들도 사건 전부를 알 수 없었다.
최소 부국장 정도 되어야 탑 씨크릿에 접근할 수 있었다.
“아사신입니다.”
“뭐? 아사신? 그 살수들? 아직도 그 놈들이 남아 있어?”
“네…. 존재합니다.”
“와아아아…. 미치겠네.”
“실제로 놈들 휙휙 날아다닙니다. 이상한 주문으로 사람이나 동물들을 부립니다. 피를 빨아 마시고…. 사실입니다.”
“잠깐! 잭슨 너 미친 거 아니지?”
“전 진실만 말합니다.”
“허어어….”
루크 입이 떡 벌어졌다.
말로만 듣던 아사신의 실체.
“결정적으로 놈들은…. 죽지 않습니다.”
“뭐라고 안 죽어?”
“특수 제작된 총알이나 무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진짜 흡혈귀라도 되는 거야?”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시체를 입수해 정보를 파악했다고는 들었습니다만….”
“미치겠네.”
루크는 얼마 전 끊었던 담배 생각이 절로 났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럼 우리 그 쪽에 가면….”
“죽을 가능성이 99%쯤 됩니다.”
“아오! 그럼 어떡하라고!”
“그건 팀장님 몫이죠.”
잭슨이 모든 결정을 루크에게 넘겼다.
“…일단 가보자. 제길 죽으면 마누라만 좋겠네. 연금하고 보험금이 짭짤할 테니….”
팀장의 무게를 버리지 못한 루크가 결단을 내렸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그리고 헬기는 마의 삼각지가 되어 버린 피의 안개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
피비비빙.
총알이 스치고 갔다.
“저 멍청이들 같으니라고!”
아사신 곁에 경찰들 10여 명이 총을 쐈다.
가차 없는 총질.
정신이 제압당한 게 뻔했다.
적이라면 당장 대가리를 쪼개 쓰러뜨리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애꿎은 경찰들이 죽는 것이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카루루루루 카루!”
옥상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나무 위에 올라섰다.
밑에는 쫒아오는 선수들이 미친개가 되어 올려다보며 울부짖었다.
모든 것을 지켜보며 비릿하게 웃고 있는 아사신.
뭔가 수상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야! 니들 나 기다렸냐?”
아랍어로 힘 있게 외쳤다.
“크크크크크.”
돌아오는 대답은 싸가지 없는 웃음뿐이었다.
이쯤 되면 최종 표적이 나라는 게 확실했다.
과거 비비안을 노린 것처럼 목적이 확실한 아사신이다.
세뇌된 경찰들과 선수들을 노렸던 게 아니었다.
아사신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이들 모두를 죽이고도 남았다.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
그때 동족 방향에서 헬기 한 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헬기까지 오염되면 답이 없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놈들을 죽이는 건 어렵지 않지만 애꿎은 이들이 다칠 수 있었다.
딜레마의 현장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단 하나.
“아사신~ 나 잡아 봐라~.”
과감하게 도주를 택했다.
터엉!
나무를 박찼다.
그리고 휴게소 뒤편에 위치한 산을 향해 힘차게 도망쳤다.
“!!!”
급 당황하는 놈들의 기세가 느껴졌다.
타당! 탕탕탕!
오염된 경찰들이 총을 무자비로 갈겼다.
맞고 있을 내가 아니다.
그대로 등을 돌리며….
“알라~ 뽕~~ 아사신 븅신!”
힘껏 내공을 담아 알라와 아사신을 모욕하며 엿을 먹였다.
***
“쪼, 쫓아라!”
아사신 피의 전사를 이끌고 있던 상급 사신이 멀어지고 있는 목표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도대체 정체가 뭐란 말인가! 저 놈도 마법사인가!’
재빠른 몸놀림이 인간의 몸짓이 아니었다.
개막식장에서 차를 타고 휘슬러로 간다는 사실을 입수했다.
동선을 파악하고 함정을 팠다.
혼돈의 안개를 뿌려 휴게소 직원들과 경찰, 스키 선수들을 먼저 하수인으로 만들었다.
놈이 도착하면 갈가리 찢어 죽이는 일만 남았었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놈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뭔가 정보가 단단히 잘못됐다.
허공을 휙휙 날아다닐 만큼 몸을 자유자재로 썼고 또 몸놀림도 가벼웠다.
마나의 힘을 사용할 줄 아는 놈이 분명했다.
괜히 목숨 값이 1억 달러가 아니었다.
“암흑 매혹을 거둬야 합니다.”
“필요 없다! 모두 쫒아!”
“넵!”
아사신의 살수들이 재빨리 암흑 기운을 거뒀다.
“허억….”
“아!”
육체를 강탈당했던 사람들이 픽픽 그 자리에 쓰러졌다.
깊게 오염되지 않아 아직 정신까지 붕괴되지는 않았다.
터더더덕.
살수들이 몸을 날렸다.
마법뿐만 아니라 육체적 능력도 진화되었다.
알라와 자신들을 농락한 놈을 이를 악물고 쫒았다.
스르릉.
손에 기이한 병장기를 치켜들었다.
놈이 도주한 곳은 가파른 산이었다.
멀리 뒷모습이 보였다.
살수들은 뒤를 보지 않았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상급 사신이 이를 악물었다.
실패하면 치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사신의 명성은 땅에 떨어질 것이고 피의 성전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타닥 타다다다다닥.
말보다 더 빨리 나아가는 아사신의 살수들.
그들이 움직이는 공간으로 붉은 안개가 피어나며 주변으로 흩어졌다.
***
“다니엘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쫓아요!”
“사격할까요?”
“…아니에요. 그냥 쫒기만 하면 돼요!”
헬기에 타고 있던 비비안은 눈으로 다니엘을 쫓는 걸 멈추지 않았다.
지상에 내릴 수 없었다.
자욱한 안개가 물러나고 강력한 헬기 전조등에 의해 훤히 보일 현장은 보고 싶지 않았다.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많은 이들이 바닥에 뒹굴었다.
하지만 당장 그들에게 갈 수 없었다.
오염이 됐다는 건 조금 전 파악했었다.
지금 목표는 오직 하나, 다니엘의 안전이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헬기가 그의 뒤를 쫓았다.
“저, 저게 사람이 낼 수 있는 속도입니까?”
험준한 산골짜기를 산양처럼 뛰어올라가는 다니엘과 아사신.
에두아르는 입이 떡 벌어진 채 다물지 못했다.
자신들의 육체적 능력을 훌쩍 넘는 수준의 움직임이었다.
“저 놈들은 아사신 상급 살수들이에요….”
“상급!”
지금껏 만난 적 없는 아사신 살수들 중에 최고봉이었다.
기사단원들의 총을 움켜진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쫓아갔지만 자신들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뻐어어어어엉!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엄청난 폭음.
화르르르르르르르르.
거대한 붉은 버섯구름이 곧 피어났다.
“위험합니다!!!”
쫓고 있던 헬기 앞까지 치솟아 오른 불길에 헬기 조종사가 당황했다.
경고의 말을 던지고 긴급 회피 기동을 펼쳤다.
“무슨….”
“폭탄?”
헬기 손잡이를 움켜쥐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기사들이 당황했다.
그리고 그들의 눈길은 빠르게 지상을 훑었다.
“아!”
“저, 저게 무슨!!!
다시 한 번 그들은 두 눈에 들어온 광경에 할 말을 잃고 경악성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