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2화 (421/1,284)

 # 422

회귀의 전설

422장. 빠른 쓰레기 처리

퍼어억!

“컥!”

콰다다다당.

하산은 배에 전해진 강한 충격에 비명을 토하며 벽에 부딪힌 후 바닥을 뒹굴었다.

저벅저벅.

검은색 모자가 달린 트레이닝복을 입은 습격자가 다가왔다.

놈이 들고 있는 장검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기습이었다.

새처럼 하늘을 날아 창문을 뚫고 떨어졌다.

유리창이 깨지고 번쩍하는 빛이 터졌다.

순식간에 폭탄을 받기 위해 도착해 있던 조직원들이 놈의 칼질에 심장이 뚫리거나 목이 잘렸다.

일체의 망설임도 없었다.

살수 교육을 받은 전문가처럼 한 치의 주저함도 보이지 않았다.

동료들은 총을 뽑기도 전에 당했다.

칼을 휘둘렀던 하산도 놈의 발길질 한 방에 튕겨져 나갔다.

빛보다 빠른 놈의 행동.

단 몇 번의 칼질에 동료들이 바닥을 뒹굴었다.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사치는 하산에게만 허락됐다.

“으으으…….”

바닥을 기며 하산은 현장을 벗어나려 애썼다.

전후 상황을 보니 계획이 밖으로 샌 것 같았다.

이 상황을 상부에 알려야 한다는 무의식이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콰득.

기어가는 하산의 등판에 강한 압력이 가해졌다.

놈의 발이었다.

“허억!”

갈비뼈가 부셔질 것 같은 충격과 압력에 하산은 겨우 숨만 헐떡이는 수준이 됐다.

“그 꼴로 도망가시려고?”

능숙한 아랍어였다.

“누, 누구냐……. 컥컥.”

하산이 겨우 입을 열며 상대의 정체를 물었다.

“나? 알라가 보낸 사신~.”

“다, 닥쳐…….”

알라의 사신이라는 신성 모독에 분노한 하산은 마지막 힘을 짜내 오른팔을 뒤로 휘저었다.

푸우욱.

그 순간 손바닥을 관통하며 꽂히는 검 끝.

칼날은 손등과 양탄자, 그 밑 시멘트 바닥까지 뚫고 박혔다.

허공을 휘젓는 하산의 손등을 제대로 가격했다.

쿨럭쿨럭 하산의 오른손에서 동맥이 요동칠 때마다 피가 흘러나왔다.

‘진짜……. 악마다!’

피할 수 없는 고통에 하산은 악마를 떠올렸다.

자신들도 사람 목숨을 개미 목숨처럼 취급해 왔다.

성전이라는 명분이 있었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성전과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습격자는 진짜 악마였다.

죽음의 위협을 받기보다 죽음을 내리는 사신처럼 살아왔던 하산이었다.

그런 그도 마지막 목숨을 끊기 전에 여러 갈등을 품었다.

하지만 습격자는 그런 갈등도 보이지 않았다.

“불어.”

“인샬라…….”

‘불라’는 말에 하산은 주문을 외웠다.

혹시 모를 이런 순간을 대비하여 고통을 극복하는 훈련도 받아왔다.

안타까웠다.

조금만 움직일 수 있다면 계획을 완수할 수 있었다.

눈앞에 올림픽 개막식장을 박살낼 폭탄이 있었다.

자폭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을 목전에 두었건만 놈으로 인해 틀어졌다.

“크크크. 그래 소원대로 제대로 불살라 주지.”

악마가 웃었다.

화르르르르.

그 순간 거짓말처럼 악마의 손에서 불꽃이 일었다.

분명한 불꽃이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던 하산에게 불길이 다가왔다.

“!!!”

하산의 눈은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라이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인화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불덩이.

“부, 불의 악마!”

치이이익.

하산이 놀라는 순간 왼쪽 손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악!”

하산이 비명을 질렀다.

푹.

그 순간 하산 입 옆쪽을 손가락이 빠르고 짧게 찔러왔다.

마술처럼 더 이상 어떤 비명 소리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투두둑.

손이 뚫린 고통과 비교할 수 없는 강한 통증에 하산의 이마 힘줄이 퍼렇게 튀어나왔다.

살점이 타들어가며 검은 연기와 함께 고기 굽는 냄새가 났다.

투두두둑 피눈물이 하산의 눈에서 흘렀다.

“사람들 수십, 수백 명을 죽이려던 놈이 고작 그 정도에 울어? 네가 그러고도 성전을 벌이는 신의 전사냐?”

놈이 비웃었다.

‘난…… 성전을 수호하는……. 알라는 나의 목자이며…….’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냈다.

온 마음으로 알라를 찬양하며 이 순간을 버텨내려 안간힘을 썼다.

“발바닥에 지방이 더 많아서 잘 타겠네~.”

잔혹한 말을 서슴없이 뱉는 악마.

화르르르르르르르.

그 순간 하산의 오른발에서 느껴지는 끔찍하다 못해 절망적인 고통이 뼈를 타고 전해졌다.

“으에……… 에.”

고통에 다물어진 입이 반쯤 벌어지며 침이 질질 흘러나왔다.

이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며 고문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잔혹한 고문 방법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왜? 이제 말할 거야?”

끄덕끄덕.

하산의 머리가 위아래로 거칠게 움직였다.

푸욱.

그 순간 악마가 다시 하산의 입을 어루만졌다.

“컥컥……. 케에엑.”

거친 숨을 내쉬었다 다시 몰아쉬는 하산.

“난 너 같은 인육 먹는 똥개들을 살려줄 생각은 없어. 하지만 묻는 말에 답하면……. 신속하게 신의 품으로 보내주지.”

악마가 유혹했다.

“물으…… 십시오.”

어느새 손과 발에 고통을 가하던 불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고기 익는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놈들도 있지?”

“이, 있습니다.”

“어디야.”

“웨스튼 32번가 54번지…….”

“목표는?

“다니엘 장…… 한국명 장태산과 올림픽 방해입니다.”

“청부자는?”

“그건 상부의 비밀…….”

퍼억.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해진 가차 없는 일격.

두개골에 구멍이 뚫린 하산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메달 하나 따겠다는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워!”

혼잣말을 투덜거리듯 내뱉는 습격자.

그대로 10층에서 몸을 날렸다.

***

타다다다닥.

수신호에 따라 특수부대원들이 야간 투시경을 착용하고 아파트를 포위했다.

건너편에는 저격수도 배치됐다.

폭탄을 소지할 수도 있는 까마귀들이었다.

부랑자들이 거주하는 빈민가 아파트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누가 눈앞에서 죽어 나가도 신고하지 않는다는 이곳.

특수부대원들의 군홧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젠장……. 오늘 뒈지는 거 아냐?’

루크가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

장태산의 안전과 함께 동급으로 중요시 되는 테러리스트 소탕.

상부에서 급하게 직접 지휘하라는 명을 받았다.

‘이거 효과는 있는 거야?’

두툼한 방탄조끼 하나만 걸치고 손에 총을 든 루크는 긴장했다.

완벽하게 전투복으로 무장한 특수부대원들이 부러웠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사삭.

손가락으로 공격 명령을 내렸다.

퍼버버벅.

총탄이 문손잡이를 갈겼다.

뻐어어엉!

손잡이가 부서지자 대기하고 있던 특수부대원의 발이 문을 걷어찼다.

“움직이지 마!”

빨간 초점이 잡혀 있는 돌격총을 소지한 특수부대원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안으로 진입했다.

“…….”

하지만 진입을 시도한 순간 그대로 멈춰야 했다.

바닥을 질펀하게 적시며 굳어가는 대량의 피와 사람의 몸에서 분리돼 떨어진 목과 팔 따위가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다.

“우우우욱.”

뒤를 따라 들어서던 루크는 위장에서 거꾸로 역류한 내용물을 억지로 삼켜야 했다.

이런 현장 근무는 오랜만이었다.

오늘따라 더 잔혹한 살인 현장이었다.

터더더덕.

특수부대원들이 빠르게 방을 비롯해 구석구석을 수색했다.

“……티, 팀장님. 폭약입니다. IMX-301입니다!”

폭발물 전문 특수부대원이 놀라 소리쳤다.

“뭐라고 IMX-301!!!”

루크도 깜짝 놀랐다.

같은 양이라도 TNT 10배 이상 폭발력을 자랑하는 신형 폭약 IMX-301.

미군도 선뜻 사용하기를 두려워할 만큼 폭발력이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것도 플라스틱 형태라 발견되기 힘들어 위험도 최상의 폭약이었다.

그런 신형 폭약으로 제조된 폭탄이 까마귀 둥지에서 발견됐다.

그것도 감시만 추진하고 있었던 C등급 인물의 아파트에서 말이다.

“모두 죽었습니다!”

“창문으로 탈출한 것 같습니다.”

신형 폭약에 정신없던 루크에게 들려온 특수부대원들의 보고.

루크는 머리통이 뚫려 뇌수를 흘리고 죽어 있는 놈을 봤다.

테러리스트가 확실했다.

놈의 상태는 오른손은 구멍이 뚫리고 왼손과 오른발은 불에 태워진 흔적이 보였다.

방 안에 아직 고여 있는 고기 탄 냄새.

냄새로 보아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지 않았다.

‘우리 편이야? 나 말고 다른 쪽에서 개입한 거야?’

루크는 혼란에 빠졌다.

누가 봐도 보통 손속이 아니었다.

잘 숙련된 살인의 솜씨였다.

밧줄을 이용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10층의 고층 아파트 창문을 뚫고 들어와 공격한 게 확실했다.

현관문은 잠겨 있었고 오직 들어올 곳은 창문밖에 없었다.

‘스파이더맨이라도 된다는 거야? 도대체 정체가 뭐야!’

루크가 혼란에 빠져 있는 동안 특수부대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짐작할 수 없는 공격 방법과 밖으로부터 압력이 가해져 깨진 창과 잔인하게 난도된 시체만 바라봤다.

답은 전혀 안 보였다.

뚜루루루루루루.

그때 루크의 핸드폰이 울렸다.

CIA에서만 사용하는 특수 목적의 핸드폰.

- 나 국장이야.

“넵! 국장님.”

- 거기 신속하게 정리해.

“네?”

- 내일이 개막식이야. 생방송으로 보낼 것 아니지?

“아, 알겠습니다.”

- 수고해.

통화 내용은 간결하고 깔끔했다.

특수 부대원들이 착용한 원격 CCTV를 통해 국장이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오!”

루크는 큰 숨을 쉬었다.

CIA에 근무하면서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었다.

동료라 철석같이 믿었던 스파이의 심장에 총알을 쑤셔 넣기도 했다.

그리고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일처리를 해봤다.

하지만 오늘 사건과 파장은 평범한 수준을 뛰어넘었다.

이렇게 머리 아픈 사건 앞에서는 무조건 위에서 까라면 그냥 까는 게 정답이었다.

“이 쓰레기들……. 모조리 치워!”

상부의 명령대로 하달된 지시.

‘그런데…… 누구야? 어떤 간 큰 새끼가?’

그래도 풀리지 않는 의문에 답답함은 남았다.

루크의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

“컥!”

손바닥에 전해지는 묵직한 감각.

살을 베는 감촉은 아무리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래도 마무리해야만 했다.

나를 죽이기 위해 국제 테러리스트들이 움직였다.

나를 타깃으로 삼는 동시에 성전을 벌이려던 이슬람 과격분자들.

낡은 개인 주택에 숨어 있던 세 명의 테러분자들의 심장에 칼을 꽂았다.

- 카르마 포인트를 듬뿍 획득했습니다.

얼마나 개 쓰레기 같은 놈들이었는지 죽이는 순간 카르마 포인트가 쏟아졌다.

놈들의 목숨과 함께 그들을 따라다니던 영체 기운들이 빛으로 사라졌다.

이 생의 은원이 끝남을 감사하듯 나를 한 바퀴 휘감고 난 뒤였다.

그들의 목숨을 거둔 것에 후회는 없었다.

놈들이 만들어 놓은 자살용 폭탄을 보는 순간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모두 다 플라스틱 재질이었다.

두툼하게 옷을 껴입고 센서를 지나가면 무조건 통과였다.

만약 그게 터졌다면…….

나뿐만 아니라 무고한 선수들과 상당수의 시민들이 죽음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악을 벌하기 위해 자진해 지옥에 가는 건 두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이게 다가 아닌데…….”

뭔가 아주 강하게 찝찝한 느낌 하나가 남아 있었다.

변비 걸려 화장실 갔다가 마무리 못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찝찝한 기분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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