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7화 (406/1,284)

 # 407

회귀의 전설

407장. 겨울철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방법 (2)

“사냥이 시작됐습니다.”

“숫자는?”

“사냥개들이 100마리가 넘습니다.”

“100마리나?”

모스크바에 위치한 군사 지하 벙커.

러시아의 군사 위성들이 보내주는 영상이 사방의 대형 화면에 잡혔다.

핵전쟁까지 대비해 만든 곳답게 경비는 철저했고 위치도 은밀하고 깊숙했다.

그 벙커에 러시아의 차르가 앉아 설원 위의 상황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사하 공화국 투자자들과 여행객들로 위장했습니다. 모두 다 A급 이상의 요주의 대상들입니다.”

FSB라 불리는 러시아 연방보안국 소속 부관이 푸틴에게 세세하게 보고했다.

현대판 KGB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조직이 커졌다.

속속들이 중국인 살수들의 정보를 파악해 냈다.

러시아의 모든 면이 과거 같지 않았지만 정보력만큼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것도 안방에서 벌어지는 상황 전개라 예민했다.

“저 화면인가?”

“그렇습니다.”

첩보 위성은 지상 10센티미터까지 식별이 가능했다.

일단의 무리들이 폐성을 포위하며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어디지?”

“과거 백군이 사용했던 저항지였습니다. 성의 이름은 도브로예, 재정 러시아 시대 백작 영지였습니다.”

“그래?”

푸틴은 부관의 보고에 관심을 보였다.

러시아의 아픈 역사 중 하나였던 적군과 백군 내전.

소비에트 연방의 토대가 됐지만 동시에 피비린내 나는 과거의 상처로 남았다.

화면에 잡힌 장소는 푸틴도 미처 알지 못하던 곳이었다.

넓은 러시아 영토였기에 상당히 많은 과거 유적이 손을 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역사학자들이 아직 찾지 못한 과거 유산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인적이 드문 사하 공화국의 추운 지대에 위치한 성의 위치는 어쩌면 모르는 게 당연했다.

“다니엘 장이 보수를 요청했습니다.”

“귀족이 되고 싶은 건가? 후후후.”

푸틴이 가볍게 웃었다.

젊은 한국 청년을 생각하면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까지 만난 이들 그 누구보다 배포가 남달랐다.

그가 가진 재력의 규모가 얼마인지 가늠도 안 됐다.

철저하게 비밀에 싸여 있는 친구.

칼 하나로 얼음 숲에 들어가 멧돼지를 잡아 올 만큼 용맹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위험하겠지…….”

“저 정도 특수 병력이라면 스페츠나츠 대대를 파견해야 상대할 수 있습니다.”

급기야 러시아 최고 특수부대 이름이 언급됐다.

그것도 중대가 아닌 대대.

“이거 골치 아프군……. 마음 같아서는 돕고 싶지만…….”

다니엘 장이라는 한국 청년이 푸틴에게 부탁했었다.

그가 혹시 러시아 내 자신의 땅에서 죽더라도 절대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북경에 경고를 보내야 합니다. 감히 대 러시아 안에서 저런 무장 공격조가 움직이다니요!”

부관이 러시아인으로서 분노했다.

위성에서 보내온 화면에는 수십 대의 제트 썰매와 함께 중무장한 병력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것은 러시아를 무시한 처사가 분명했다.

딸깍. 치이이익.

푸틴이 시가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저 정도라면 누가 봐도 빠져나갈 수 없고 살아남는다 해도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느낌이 말해 왔다.

오늘……. 저 많은 공격자들 그 누구도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다.

“빠른 결단이 필요합니다. 해가 지고 있습니다. 자칫 실수라도 한다면…….”

부관도 장태산이라는 인물이 안전하기를 바랐다.

사실 주변에 특수부대 대대 병력을 준비시켜 놓았다.

지금 당장 헬기로 이동한다 해도 20분 이상 걸렸다.

장태산은 러시아를 위한 물주였다.

목숨을 안전하게 보호 받기 위해 가볍게 10억 달러를 FSB에 쾌척했다.

자금이 부족한 요 근래 10억 달러는 요긴하게 사용됐다.

“그럼 어쩔 수 없지만 이번 한 번만…….”

결단을 내리려던 푸틴.

파아아아앗!

그때 갑자기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화면에서 터지는 강렬한 붉은 빛의 파장.

“뭐야?”

푸틴이 먼저 놀라 외쳤다.

“그게…….”

부관을 비롯해 근무하던 이들도 놀라 위성화면을 살폈다.

폭발하듯 터진 빛은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아무도 쉽게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대형 폭탄이라도 터진 거냐고!”

푸틴이 예민해져서 물었다.

자칫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다니엘 장이라는 청년과 엮여 있는 사업의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띠이이이이이이이.

갑자기 먹통이 되어버린 화면.

“이건 또 뭐야!!!”

예민한 차르의 목소리가 폭풍처럼 공간을 휩쓸었다.

***

퍼어어어어어어엉!

강렬한 붉은 빛이 터졌다.

성으로 다가서던 이들은 순간 재빨리 멈췄다.

아니 사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빛은 트릭이었다.

얼어붙은 눈밭에서 급작스럽게 터지는 강렬한 굉음.

그리고…….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불의 폭풍.

“!!!”

살수팀을 이끌고 있던 인단의 팀장 왕용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지금껏 20여 회나 이런 일에 나섰지만 이 같은 상황은 처음이었다.

아무런 전조가 없었다.

성에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갑자기 선두에 섰던 다른 조원들이 빛과 함께 터졌다.

단말의 비명도 없었다.

얼굴에 느껴지는 화끈한 불꽃의 흔적.

대충 봐도 지름 10미터짜리.

방금 전까지 접근하던 조원들 모두 불길과 함께 타오르며 재가 되어갔다.

“으으으…….”

누군가의 비명이 이어폰을 타고 들렸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멈춘 자리에서 불타오르고 있는 팀원들.

불어오는 바람에 불길과 함께 타오르는 시체는 공포 그 자체였다.

순식간에 앙상한 뼈만 남았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불었다.

파스스스스스슷.

거짓말처럼 불길이 잦아들었고 서 있던 시체는 바람과 함께 가루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들고 있던 총이나 쇳덩어리 무기도 녹아내려 바닥에 쏟아져 있었다.

불길이 휩쓸었던 자리에 있던 눈은 흔적도 없고 드러난 흙마저도 생기를 잃고 퍼석하게 변했다.

부비트랩에 설치된 소이탄 종류 같았다.

그러나 화학적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거대한 소리와 함께 터졌다.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살수 수련과 군사 훈련을 받았던 왕용과 팀원들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반드시 제거한다!’

왕용은 두려움 대신 살기를 더 단단히 품었다.

상부에서 왜 놈을 노리고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천단과 지단 인단의 인재들이 모였다.

초특급 수준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어지간한 아프리카 국가 수장도 처리할 실력은 됐다.

상대는 단 한 명.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었다.

- 동요하지 말고 루트 그대로 조 단위로 속보 돌격한다!

빠른 돌파를 명했다.

-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무공을 수련했다는 천단 소속 조원들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돌격 소총뿐만 아니라 허리에 칼이나 창을 든 그들.

팟팟팟.

눈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갔다.

성을 포위한 다른 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토끼몰이처럼 쉬지 않고 성을 향해 달려 나갔다.

***

퍼어어어엉! 퍼버버벙!

사방에서 폭발이 터졌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

그리고 일어나는 화려한 불꽃.

겨울철 쓰레기 청소는 모아놓는 것보다 소각이 최고였다.

불꽃 파티 열기가 성에까지 전달 됐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성 주변으로 화끈하게 마법 지뢰밭을 깔아 놨다.

지구에서 처음으로 펼쳐보는 방어 마법진이었다.

마법을 모르는 인간들에게 가장 큰 공포를 심어 주기 좋은 화염계 공격 마법이었다.

지뢰처럼 탐지할 수 없었다.

마법사가 존재한다면 모를까 일반인은 마나의 흐름을 느끼지 못한다.

특정 공간을 밟으면 반응하면서 폭발하는 화염계 마법.

사방에서 아주 축제가 벌어졌다.

단단히 준비해온 살수들이 비명 한 마디 없이 죽어 나갔다.

뼈조차 불살라 버릴 정도로 강한 5서클 화염계 마법진이었다.

아린에게 특별 교육을 받은 덕에 실패는 없었다.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더블 카르마 포인트를…….

살인자들답게 죽어서 포인트를 남겼다.

그들을 제거하는 데 있어 살인이라는 생각을 지웠다.

성자도 아니고 날 죽이러 친히 방문한 놈들에게 그 어떤 자비도 없었다.

오크를 때려잡으며 벌벌 떨던 그 때의 내가 아니었다.

지금 찾아온 자들은 전문 인간 백정들이나 진배없었다.

철저하게 중국의 이익을 위해 키워진 살인병기들.

하늘의 인과 법칙은 국경과 세계를 넘어 냉정하게 적용됐다.

착한 자를 죽였다면 당연히 내가 벌을 받겠지만 오늘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위성도 꺼졌고~.”

마력석을 이용해 전기로 교환했다.

생각보다 쉬웠다.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특수 전기안정교환기를 들고 왔다.

마력석을 자극하며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220볼트 전기로 바꿔졌다.

그걸 이용해 위성 안테나를 연결해 성에서 해킹했다.

블라드미르의 집이었던 러시아 연방보안국과 여러 비밀 기관들의 해킹은 쉬웠다.

절대 발각되지 않을 뒷문이 존재했다.

그걸 이용해 러시아 군사 인공위성을 꺼버렸다.

한마디로 나를 통하지 않고는 군사위성을 사용할 수 없었다.

예상대로 푸틴 형님이 이곳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법에 관해서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호오, 저 자식들은 힘 좀 쓰네?”

속절없이 당하는 놈들과 달리 뭔가 낌새를 눈치 채고 마법진을 교묘하게 피하며 다가오는 일단의 무리들.

눈 위를 뛰듯이 달려왔다.

내공을 사용하는 놈들이 분명했다.

지금껏 상대했던 자들과 레벨 차이가 확실히 났다.

저런 자들을 올림픽에 출전시키지 않는 자들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했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송곳 끝 같은 자들이다.

성벽 위에서 놈들을 지켜봤다.

떼로 몰려온다 해도 두렵지 않았다.

“이만하면 환영식은 됐고~.”

활을 들었다.

명색이 무공을 사용할 줄 아는 놈들이 총을 들고 있었다.

선두에서 선 자를 노렸다.

끼릭.

팽팽하게 당겨진 활의 시위.

파아앗.

내력을 불어넣자 활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놈들과의 거리는 약 300미터.

다른 자들에게는 불가능하겠지만 나에게는 충분한 사거리였다.

피이잉!

날카로운 소성과 함께 날아가는 화살.

“!!!”

빛을 보고 나를 발견한 놈들이 당황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미 화살은 놈들을 향한 뒤였다.

퍼어억!

선두에 선 자가 반응하기도 전에 머리통을 뚫고 반쯤 깊숙이 박혀버린 화살.

세차가 꽂힌 화살 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먼 거리에서도 생생하게 보이는 장면.

쿠다다당.

경사진 눈밭을 오르던 놈이 그 자리에서 즉사해 설원 위에 피를 적시며 바닥을 굴렀다.

“저, 저기 놈이 있다!”

“죽여라!!!”

목표물을 확인한 열 뻗친 놈들이 총을 들었다.

타다다다당.

내달려오며 총을 난사하는 살수들.

수십 개의 총알이 날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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