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6
회귀의 전설
336장. 화끈한 파티 (4)
“어떤 놈들이야?”
“특전 교육을 이수한 놈들입니다.”
“마피아들 노리는 거 맞아?”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미친 새끼들!”
호텔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한진웅과 직원들은 밖을 살피며 욕을 퍼부었다.
타다당! 두두두두두.
“크아아아아악!”
습격자들과 달리 총을 폼으로 달고 다닌 듯한 마피아 조직원들이 푹푹 쓰러졌다.
차자자자자자장.
유리창도 남아나지 않고 박살났다.
“꺄아아아아악!”
작은 호텔임에도 당직 근무를 서고 있던 10여 명의 직원들이 급작스러운 난리에 비명을 질렀다.
“보스가 계신 곳은?”
“마피아 조직원들이 성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곧 뚫릴 것 같습니다!”
“이런 젠장!”
한진웅도 이런 실전은 처음이었다.
외국 파병 시에도 이렇게까지 급박한 전장은 없었다.
‘빌어먹을 깡패 시키들!’
마피아들의 악명이 높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막무가내일 줄은 몰랐다.
뭔가 모를 깊숙한 음모가 있음이 확실했다.
“대표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뭘 어떻게 해. 일단 총기를 확보한다. 이곳도 공격할 게 뻔해.”
[대장. 권총 확보했습니다. 주차장에 마피아 놈들 총기가 있습니다.]
그때 밖에서 경호를 서고 있던 서중훈의 무전이 들어왔다.
“주차장에?”
“대표님. 나가다 죽습니다.”
[저하고 찬호가 뒤통수 한 번 치겠습니다.]
“위험해. 놈들 기관단총을 사용하는 놈들이야!”
[어차피 다 죽습니다. 앞에서 시간 좀 끌어 주십시오. 호텔 쪽을 뚫어야 보스에게 갈 수 있습니다.]
“젠장…….”
한진웅은 이 상황이 납득할 수 없었다.
아주 미칠 것 같았다.
지금까지 배웠던 교리나 훈련은 전혀 적용이 되지 않았다.
한국은 군대를 제대하고 나면 총 자체를 구경하기가 힘들다.
그런 까닭에 보스가 미국 경호회사 쪽으로 몇 팀을 파견한 것이다.
보스의 선견지명에 또 한 번 놀랄 따름이었다.
[대표님!]
“그래 뚫어봐. 죽지는 말고!
[롸저! ]
그렇게 무전이 끝났다.
“일반인들 모두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그리고 지금부터는 팀으로 움직인다.”
“넵!”
한진웅은 수신호로 나머지를 지시하고 호텔 현관으로 다가갔다.
파바바바바박.
그 때 총알이 호텔 벽면에 박혔다.
“누구야!”
호텔 입구에는 자다가 튀어나온 마피아 조직원들 몇 명이 버티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자들은 피를 토하고 팔을 움직이며 숨을 헐떡였다.
“한국 경호팀이다.”
“쉣! 꺼져!”
“우린 전직 군인들이다. 총을 달라.”
영어가 통하는 조직원과 대화를 이어가는 한진웅.
“군인?”
“레인저 출신들이다.”
“!!!”
차자자자자자장.
그 와중에도 총알이 쏟아져 들어오는 현관.
“빨리!”
“피에로. 총 줘!”
타다다닥.
몇 개 권총이 총알 집과 함께 전달 됐다.
“총알이 부족하다. 진입 차단과 동시에 중훈이 공격 시점을 기다린다!”
마피아 차에 실린 자동소총이 필요했다.
권총은 최소한의 호신용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총을 손에 든 씨큐리티 직원들은 눈빛이 달라졌다.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고 현관 입구를 지켰다.
‘보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한국에서처럼 사시미가 왔다 갔다 하는 곳이라면 당장 뛰어나가겠지만 지금 이곳은 총알이 난무하는 전쟁터 한복판이나 마찬가지였다.
한진웅은 또 보스를 제대로 마크하지 못한 자책감에 심장이 타들어갔다.
하지만 믿는 구석은 있었다.
누구보다 불가사의한 능력을 갖고 있는 보스.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게 확실했다.
***
“4조 통신이 두절 됐습니다!”
“뭐라고?”
습격대를 이끌고 있던 상위룡은 조원의 말에 정신을 퍼뜩 차렸다.
모두 다 전파 방해를 받지 않는 특수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었다.
미국 국방성에서 몇 년 전 개발한 특수전 장비를 해킹으로 빼내 똑같이 만들었다.
소지하고 있는 화력도 소음기가 달린 개량형 기관단총이었다.
비록 살수가 되지 못했지만 산악 군단에서 극도의 특수전 훈련을 받았다.
티베트와 위구르족 반란군들과 전투도 벌였다.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 특수부대와도 목숨을 걸고 상대 목을 따오기도 했다.
그러다 유럽으로 발령을 받았다.
대만 여권을 위조했지만 모두 다 무적자 신분이었다.
살아 있지만 본인이 누구인지 태생을 증명할 게 없었다.
혹독한 수업을 받아온 만큼 생존을 제외한 모든 건 사치라 생각했다.
탈영한 동료를 자처해 찔러 죽이면서까지 살아남은 지금의 삶.
중국몽의 대의를 위해 살인 병기가 되었다는 것을 유일한 위로로 삼아 버텨왔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차이나타운에 침투해 살인청부는 물론 조직에 자금이 되는 일을 도맡아 처리해 왔다.
그리고 오늘 상당한 액수가 걸린 청부를 받았다.
요즘 주 고객이 된 마피아 조직이 시칠리아 마피아 보스 딸과 조직원들의 목숨 수거를 요구했다.
대가는 300만 달러.
마약으로 돈을 긁어모으는 놈들답게 돈을 사정없이 뿌렸다.
상부의 명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조직원들이 다수 모였다.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30분 안에 가볍게 제압하고 시신을 넘기는 조건이었다.
나머지는 마피아가 알아서 처리하기로 했다.
이런 일은 한두 번 처리해 본 일도 아니었다.
언론이나 경찰에 보고되지 않는 마피아들의 전쟁은 흔했고 또 생각보다 치열했다.
한 달에 수십 명 이상이 사망하기도 했지만 전혀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다.
총 말고 독이나 교통사고, 약물에 의한 심장마비로 처리 됐다.
오늘처럼 화끈한 총격전은 드물었다.
‘느낌이…… 안 좋아!’
상위룡은 총탄을 갈아 끼우며 인상을 썼다.
10년 전 인도 특수 부대 습격으로 훈련 받던 대원들 10여 명의 목이 따일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찜찜한 기분에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다면 당할 뻔했었다.
지금도 그때와 느낌이 비슷한 경고가 감지됐다.
[공격을 당하고 있다! 타다당! 탕탕! 으아아아아아!]
그때 갑자기 다른 채널에서 총소리와 함께 다급한 목소리가 터졌다.
“뭐야? 몇 조야!”
상위룡이 놀라 소리쳤다.
“3, 3조 같습니다!”
타당! 타다다다다당! 드르르륵!
소음기 달린 기관단총이 아니라 권총과 자동소총 소리가 들렸다.
호텔 쪽을 정리하러 간 3조에서 뭔 일이 터진 게 분명했다.
“RPG!”
입구에서 마피아들의 강렬한 저항으로 성에 접근을 못했다.
크게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상위룡은 혹시 몰라 가져온 RPG7 사용을 허가했다.
목표는 성안에 있는 마피아 보스의 딸.
처저적.
등에 메고 있던 RPG를 빠르게 조립하고 장착하는 조원.
총알이 박혀 있는 성문을 노렸다.
“발사!”
하달된 명령.
조원의 손이 빠르게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RPG 특유의 후폭풍과 화염이 발생하지 않았다.
“???”
뒤를 돌아보는 상위룡.
“헛!”
방금 전까지 힘차게 답하던 부하의 얼굴이 천천히 두 쪽으로 쪼개졌다.
촤아아아앗.
뿜어지는 핏물.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상위룡은 할 말을 잃었다.
“애들은 위험한 장난감 가지고 노는 거 아냐~.”
귓속을 파고드는 조롱 가득 섞인 중국어.
그리고 상위룡의 눈에 들어오는 한 남자의 모습.
요즘은 바티칸 신부들이나 입고 다니는 로브를 착용하고 손에 날카로운 창을 들고 있었다.
“넌……. 누구.”
말과 동시에 총부리를 겨누는 상위룡.
파슷.
그 순간 남자의 날이 넓은 창이 허공을 빛처럼 갈랐다.
화끈함과 함께 손에서 툭하고 떨어지는 오른쪽 손목과 총.
“이 미친!”
황당한 광경에 총을 쏘기 위해 준비하는 상위룡의 부하들.
촤아아앗!
총을 장전하기 위해 움직이던 행동이 그들의 마지막 몸짓이 되고 말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를 정도로 창이 빠르게 움직였다.
목과 가슴뼈가 사선으로 갈라진 부하들의 몸뚱이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비명 한 마디도 토할 틈이 없었다.
순식간에 상위룡 혼자만 남았다.
주르르르르륵.
잘려 나간 상위룡의 손목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무심한 눈빛으로 상위룡을 쳐다보는 남자.
“사신(死神)…….”
번쩍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뢰를 맞은 듯한 고통.
그게 상위룡이 살아서 느낀 마지막 감각이었다.
***
타다다당! 타다다다다!
“아가씨! 위험합니다!”
“무슨 소리야! 난 피에트로의 딸이야!”
카리나는 총성 소리에 잠에서 깼다.
잠자리에 들기 전 먹었던 맛있는 요리와 와인에 깊은 숙면에 빠졌다.
오랜만에 꿀잠에 빠진 한밤에 벌어진 습격.
아버지가 후발대까지 20명이 넘는 조직원들을 보내주었지만 곁에는 몇 명 남아있지 않았다.
“어떤 미친놈들이!”
잠옷을 입은 베르타도 손에 권총을 들고 나타났다.
어릴 적부터 마피아 보스의 딸로 살아와 총 정도는 충분히 다를 수 있었다.
눈에 핏발이 선 베르타는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이 습격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멋진 남자 품에 안겨 황홀한 새벽을 맞고 있을 것이었다.
카리나를 누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날렸다.
“핸드폰을 비롯해 모든 통신 수단이 불통입니다!”
마테오가 소리쳤다.
총 소리가 들리자 성문 앞에 있던 마테오는 조직원들 몇 명과 문을 걸어 잠갔다.
최우선적으로 보호할 대상은 보스의 딸이었다.
“누군가요? 온드란게타 놈들인가요?”
“……히트맨들입니다.”
마테오가 현 상황을 보고했다.
“누구야! 감히 카모라의 딸인 내가 있는데 공격해? 다 죽여 버리겠어!”
마피아 보스 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다.
남자들에게만 대대로 보스 자리가 허락됐지만 여성들의 강단도 넘쳤다.
“…….”
어느 순간 사방이 조용해졌다.
시끄럽던 총 소리도 비명도 잦아들었다.
주변 모든 게 숨을 죽였다.
타다다다닥.
그리고 일단의 급박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보스! 보스스스!”
성문 밖에서 누군가 보스를 급박하게 찾았다.
창문으로 밖을 조심스럽게 살피던 마테오.
“하, 한국인들입니다.”
“한국인들?”
“밖은 정리됐다! 문을 열어 달라!”
어색한 영어가 들려왔다.
“다니엘? 다니엘!”
카리나가 다니엘이 생각난 듯 다급히 그를 찾았다.
“다니엘 없어.”
그 모습을 보던 베르타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다니엘은 아직 자기 방에 있을 거야.”
“그게…….”
차마 잠옷 차림으로 그를 찾아갔었다고 베르타는 말하지 못했다.
또 그녀 앞에서 그가 알몸으로 창문을 뛰쳐나갔다고도 말하지 못했다.
열린 창문 밖을 살피며 다니엘을 찾았지만 이미 그는 보이지 않았다.
낮은 돌 성이었지만 다니엘이 뛰어내린 높이는 무려 15미터가 훌쩍 넘었다.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다니엘!”
다시 다니엘을 애타게 찾는 카리나.
“다 끝났어?”
그 순간 거짓말처럼 계단에서 다니엘이 내려왔다.
깔끔한 바지에 셔츠와 회색 카디건을 입고 있었다.
총알이 난무한 전쟁터 같은 상황에서도 한없이 여유로워 보였다.
“다, 당신…….”
베르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분명 발가벗은 몸으로 뛰어내렸었다.
그런데 유령처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신의 방에서 내려오는 다니엘.
하지만 여전히 뜨겁게 달아오른 채 아직 식지 않은 그의 붉은 눈동자.
“이 동네 파티는…… 정말 화끈해서 마음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