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5화 (334/1,284)

 # 335

회귀의 전설

335장. 화끈한 파티 (3)

“저 새끼들 개폼 더럽게 잡는다~.”

“크크. 꼴에 마피아라잖아.”

“마피아는 개뿔! 그래, 얼굴은 인정한다.”

보스가 머물고 있는 성과 호텔 주변을 경호하는 A.T 씨큐리티 직원 서중훈과 유찬호는 잘생긴 마피아 조직원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두 사람은 특전사 하사관 동기였다.

회사 내에서도 누구보다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오늘 기분은 좋지 않았다.

마피아 조직원들 모두 키가 훤칠하게 컸고 외모도 수준급이어서 모델들 같았다.

겨울용 바바리 명품 코트를 걸치고 가죽 장갑을 낀 채 바깥을 경호는 마피아 경호원들은 신분을 떠나 꽤 멋있었다.

그에 반해 자신들은 한국 군대 시절을 잊지 못하고 깔깔이와 내피 달린 츄리닝을 입고 있었다.

누가 봐도 비교 되는 수준이었다.

마피아 조직원들도 그런 자신들을 볼 때마다 비릿한 비웃음을 던졌다.

말을 섞지 않아도 이미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A.T 씨큐리티 직원들은 후방 경호를 맡았다.

마피아 조직원들처럼 진짜 총은 소지하고 있지 않았지만 아쉬운 대로 가스총과 삼단봉으로 무장했다.

총을 방어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의 능력으로 보스를 경호했다.

“쟤들도 서로 안 친한가 봐?”

“조직이 다르다잖아.”

마피아 보스 딸들을 경호하는 두 조직도 일정 거리에서 서로를 경계하며 냉기를 뿌렸다.

“크크. 쟤들은 붙으면 영화처럼 서로 총질하고 그럴라나?”

“넌 뉴스도 안 보냐. 마피아들 전쟁나면 수천 명이 죽어나가.”

“수천 명? 미친 거 아냐?”

“그러니까 마피아지.”

“그러네……. 또라이 시키들. 남자라면 사시미 들고 다이다이 떠야지. 겉모습만 그럴싸하지 속은 완전 똥이네.”

어둠 속에서 시답잖은 수다를 떨고 있었지만 서중훈과 유찬호는 군대 시절 습관으로 몸을 은닉한 상태에서 전방을 주시했다.

입은 떠들어도 눈빛은 어둠 속의 늑대처럼 빛났다.

손에 총만 쥐었어도 저깟 마피아들은 한주먹거리도 안 됐다.

특수부대 시절 화기류라면 이골이 날 정도로 훈련했다.

특등사수는 기본이었다.

“그런데 보스는 쟤들 안 무서운가 봐?”

“어제 봤잖아. 우리 보스……. 저것들 다 덤벼도 끄떡없을 분이야.”

“진짜 쌈 잘하더라. 어제 맞은 자리 멍들었잖아.”

“앞으로 개기지 말고 조용히 있다 가자. 한 달 동안 수련해서 될 일이 아니다.”

두 사람은 보스 장태산을 생각하며 은근 두려움을 느꼈다.

“저 자식들 미필이지?”

“왜?”

“밤에 저렇게 담배까지 피면 딱 표적인데. 애새끼들 군기 빠져가지고…….”

“크크. 불침번 설 때 피는 담배가 또 꿀맛이지.”

피슝! 핑!

그때 조용히 바람을 가르며 들려온 파열음.

퍽! 퍼억!

경호를 서며 담배를 피던 마피아 조직원 두 사람이 소음과 동시에 바닥으로 쓰러졌다.

순식간에 머리통에서 흘러나온 빨간 피와 뇌수로 하얀 눈 위가 검게 물들었다.

“흡!”

“제, 젠장!”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서중훈과 유찬호.

본능대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군대에서 훈련 중 수없이 총을 쏴봤지만 사람을 저격하거나 저격당하는 건 처음 봤다.

몸이 떨렸지만 이내 진정 됐다.

훈련으로 단련된 만큼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씨X. X됐다.”

“지들끼리 붙은 거 같은데…….”

“비상버튼 눌러.”

신속하게 호텔에서 쉬고 있거나 근처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다른 조원에게 비상 신호가 발신됐다.

소음이 없는 특수 무전기를 이용했다.

“적외선 야간투시경이다. 숙여!”

“마피아들 전쟁에 낀 거 아냐?”

급습자들을 발견한 서중훈이 은신 중이던 빈 화단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특수부대 출신들이다. MP5-10 소음기 부착 기관단총. 니미……. 마피아가 아냐.”

속삭이는 서중훈.

“특수부대? 아오.”

서중훈은 수신호를 바탕으로 날렵하게 지역을 점령해가는 전문가들을 살폈다.

그들은 검은색 위장옷을 착용했다.

야간투시경에 소음기가 달린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그들은 빠르고 정확하게 성을 향해 다가갔다.

“총을 확보해야 해.”

“저기 시체들 품에 권총 있어.”

그 와중에도 빠르게 특수 무전기 신호가 전송됐다.

상황을 전달 받고 놀라 호텔에서 쉬다 깨어난 A.T 씨큐리티 직원들.

민첩하게 한진웅의 지시를 받으며 상황을 파악해 갔다.

핑! 피피빙!

그러는 사이 외곽 경계를 맡고 있던 마파이 조직원들이 그만큼의 속도로 쓰러졌다.

비명도 없이 눈 뜨고 당하는 상황이었다.

차원을 달리하는 조직적 습격.

눈 내리는 고요한 밤의 와이너리에서 삶과 죽음이 빠르게 교차하고 있었다.

***

“시작인가?”

“돈을 받으면 처리가 확실한 놈들입니다.”

“흐흐. 피에트로 그 개자식. 지가 사랑하는 딸 시신을 붙들고 울부짖는 모습 기대되는군.”

“지하에 있는 조직원들이 기뻐할 겁니다.”

“섬에서 뒈질 것이지 감히 본토까지 노려? 코사 노스트라도 이 기회에 끝장을 봐야 해!”

온드란게타의 하부 조직 아레나의 보스 레오나르도 사코가 사악한 웃음을 터트렸다.

보스 알프레도를 꼬드겨 복수를 진행시켰다.

자칫 조직간 전쟁으로 번질 수 있었지만 두려워하지 않았다.

과거와 달리 시칠리아 마피아들은 많이 약해졌다.

세상이 변했음에도 대부분 시칠리아 출신들 조직원들은 과거 방식을 따르고 있었다.

그와 달리 본토 마피아들은 새로운 수익 창출에 힘썼고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조직을 확장 운영했다.

요즘 조직원들은 의리보다 돈에 움직였다.

그 본토 조직들 중에 가장 무섭게 성정한 온드란게타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총리를 비롯해 고위 관리들 상당수를 포섭하고 있었다.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카모라 보스 딸과 조직원들도 왔습니다.”

“총알엔 눈이 없어. 쓸어버려. 어차피 우리가 한 짓은 아니잖아. 크크크.”

카모라 조직원들 역시 두려움의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카모라는 자신들끼리 총질하는 사이 전력이 많이 약화됐다.

그리고 그 하부 조직들 상당수도 이미 몰래 포섭해 놓은 상태였다.

전쟁이 벌어지면 더 손쉽게 빼앗을 수 있었다.

“지역 경찰서장과 얘기가 끝났습니다. 전파는 차단했고……. 잠시 후에 올라가서 확인하고 시체만 처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수거차에 실어 쓰레기장에 모두 묻어버려. 카리나 그년만 빼고~.”

“넵! 보스!”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와이너리가 보이는 마을에서 조직원들 수십 명과 청소부들을 끌고 대기 중인 사코는 기분이 좋았다.

이번 일이 잘 끝나고 세상에 알려진다면 코사 노스트라의 명예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다.

자신의 딸도 보호 못하는 조직의 보스는 명성을 잃기 마련이었다.

그런 이유로 마피아 보스들은 가족 보호에 최선을 다했다.

“30분이라고 했지?”

“그 정도 시간이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 와인 몇 잔 마시면 되겠군.”

느긋하게 야밤의 설경을 즐기는 사코.

더없이 편한 자세로 와인 잔을 기울였다.

***

퍼억!

찍소리도 없이 마피아가 쓰러졌다.

별것도 없는 놈들이 총 소지했다고 까불더니 목숨이 날아갔다.

두 여인의 경호를 맡고 있지 않았다면 이미 내 손에 죽었을 수도 있었다.

그들 주변에서도 유영하는 영혼들이 울부짖고 있었다.

다만 끼어들 인연이 없기에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마피아 조직원들을 대신 처리하며 모습을 드러내는 일단의 습격자들.

“짱개들 냄새야.”

중급 마력석이 확 땡겼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두 여인과 식사를 마치자마자 마력석이 머리에 자꾸 떠올랐다.

신들의 메시지일 거라 생각하고 흡수했다.

중급이었지만 처음 마력석 흡수 때보다는 시간이 덜 걸렸다.

다 빨아 먹지 못했다.

기껏해야 3분의 1만 흡수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내공은 일취월장했다.

온몸이 불에 타는 것 같은 뜨거운 기운에 휩싸였다.

드래곤 호흡법으로 날뛰는 기운을 다스렸다.

그 과정에서 입고 있던 옷들이 타 재가 되어 사라졌다.

마력석을 품고 있던 마수가 어떤 놈이었는지 몰라도 피를 들끓게 만들었다.

태극오행양의심법으로 정화시키지 않았다면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찢어 죽였을 것이다.

기운이 바뀌었지만 잔재가 남아 몸을 뜨겁게 만들었다.

인간의 오욕을 자극하는 온갖 상상들이 날 괴롭혔다.

마수의 정혈이 스며든 마력석이 무서운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극도의 인내로 마력석과 싸웠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갈무리가 되어가던 순간 베르타가 찾아왔다.

겨울임에도 몸매가 은은하게 비치는 잠옷을 입고 찾아온 베르타.

툭하고 인내의 끈이 끊어질 뻔했다.

베르타가 늦은 밤 내 방을 찾은 이유를 나도 그녀도 모르지 않았다.

만약 야밤의 습격자들의 살기를 느끼지 못했다면 베르타는 그녀의 뜻을 이뤘을 것이다.

가장 위험한 짐승 앞에 스스로 찾아와 먹잇감이 되고자 했던 그녀였다.

나 역시 그냥 그녀를 돌려보낼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 흡수한 마력석의 마수는 피 보기를 더 원했다.

발바닥부터 시작해 머리끝까지 차오른 파괴의 본능에 베르타 앞에 서 있을 수 없었다.

본능에 따라 창문을 열고 몸을 던졌다.

급한 대로 아공간에서 여행용으로 쓰고자 넣어두었던 회색 로브를 꺼내 뒤집어썼다.

활과 화살 대신 창을 택했다.

파르르르르.

창을 잡고 있는 손이 극한 흥분으로 떨렸다.

총 앞에서도 두려움은 생기지 않았다.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은 욕망에 온몸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이성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붙들었다.

일사분란하게 조를 나눠 성으로 돌격해 오는 놈들은 특수 훈련을 거친 놈들이었다.

성에 머물고 있는 두 여인을 제거하기 위해 찾아온 게 분명했다.

조직들 간의 싸움에 두 여인을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누군가 고용한 게 틀림없었다.

원치 않았던 상황이었다.

씨이익.

입가에 시린 미소가 걸렸다.

빠르게 다가오는 다섯 명의 두더지들.

높은 사이프러스 나무 위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봤다.

머리에 야간투시경까지 착용한 놈들은 나라는 변수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설경에 희미한 조명까지 더해져 투시경사용에 최적화된 날이었다.

하지만…….

“라이트!”

마력을 끓어 올려 1서클 라이트 마법을 시전했다.

공격력은 제로지만 마력에 비례해 강력해지는 빛의 폭탄.

파아아앗!

소리도 없이 강렬하게 빛이 터졌다.

두더지들 앞에서 정확히 마법이 발현됐다.

“크윽!”

“아아악!”

갑자지 터진 빛 폭탄에 화들짝 놀라 손으로 야간투시경을 벗어던졌다.

쇄애애앳.

그 순간 나무 위에서 뛰어내렸다.

콰득.

어깨를 꿰뚫고 박히는 창.

비명도 못 지르고 즉사해 버린 습격자.

몸에 박힌 창날을 타고 놈의 마지막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촤아앗.

빠르게 다시 뽑은 창.

“습격이다!!!”

기습에 당황한 적의 입에서 터진 언어는 중국어.

파슷.

눈부신 속도에 횡으로 그은 창날.

촤아아아앗.

순식간에 잘린 목이 떨어졌고 피가 분수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죽어!!!”

피비비비비비빙.

앞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짱개 한 명이 총을 난사했다.

그 바람에 맹인이나 다름없는 습격자들은 공포에 질린 나머지 앞뒤를 분간하지 않고 총을 갈겼다.

“켁!”

난사된 총질에 본인들 동료 둘이 맞아 고꾸라졌다.

이이제이(以夷制夷)의 현장.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더 이상 총이 발사되지 않자 겁에 질린 짱개가 발작적으로 악을 썼다.

콰득.

아구창에 정확히 박은 창.

파르르르 창끝을 타고 흐르는 동맥의 힘찬 맥박이 전해졌다.

“밤이 짧아…….”

촤아아아아앗.

창을 수거하자 뿜어지는 피.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으아아아아! 적이다! 습격이다!!!”

타다다다당.

이제야 습격을 알아 챈 마피아 조직원들이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터지기 시작한 총알 볶는 소리.

화끈한 파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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