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4
회귀의 전설
314장. 신들의 전쟁 (2)
“이거 엿 될 뻔했습니다. 리만을 인수했으면 두고두고 역적 소리 들었을 겁니다. 세상에 누가 리만이 파산 할 줄 알았겠습니까.”
“우리 VIP가 운빨이 좋다니까~ 촛불도 장마가 와서 싹 꺼버렸고~ 대운하도 5대강 사업으로 바꾸니까 다들 조용하잖아. 그리고 이번 리만도 그렇고~”
“다 현명하신 형님 덕분 아니겠습니까. 흐흐흐.”
리만을 인수하려고 압력을 가했던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상왕이라 불리는 다선 국회의원 최상득과 최병박의 심복 장만수.
리만에서 달러가 풍부한 한국에 SOS를 쳤다.
세계적 투자은행을 인수할 기회라 여겼던 관료들이 덥석 물었다.
투자 금액의 10퍼센트를 정치 자금으로 지불한다는 약조도 받았다.
그러나 전 정권에서 제대로 교육 받은 공무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최병박이 이 건은 걷어내라 지시했다.
그리고 운 좋게 결과가 맞아떨어졌다.
만약 리만 부도를 막아내려 했다면 한국 외환 자금을 다 꼴아 박아도 힘들었다.
“만수야. 잘 하자. 기획재정부 초대 장관인데 알지?”
최병박 대통령의 형인 최상득이 장만수 장관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한 기획재정부의 최대 장관으로 자기 사람을 심었다.
한국대학교 법학과 출신으로 입신양명의 길을 걸어왔던 장만수는 공직자의 끝자리까지 올라왔다.
“848 밀어 붙여야죠~.”
최병박 대통령의 경제 모토인 848 비전 기획을 주도했다.
연간 8퍼센트 성장과 10년 내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세계 8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허망한 내용을 만들었다.
“적당히 해라. 안 되는 거 알잖아.”
“그래도 아랫것들이 알아듣습니다. 표로 만들어야 현혹하기가 쉽지 않겠습니까~.”
개발도상국도 아닌 국가에서 8퍼센트 성장은 불가능했다.
성장이 안정기에 들어간 한국 경제에서는 3퍼센트 성장도 힘들었다.
인구는 정체였고 산업 전반 시스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지 못하고 헤맸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중간재를 필요로 하는 중국 시장 덕분에 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걸 빤히 알면서도 비전을 발표했다.
철저한 사기였다.
경제 흐름에 관해 조금이라도 아는 국민들은 혀를 찼다.
다만 848를 위한 방편으로 5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국가 전체에 토목 공사를 벌일 생각이었다.
재정을 짜고 다수 여당 의원들을 이용하면 대한민국 예산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다.
세상 다시없을 절호의 기회였다.
“우리 지역구 예산은 무조건이다~.”
“말만 하십시오. 도로 새로 깔고 항구도 하나 새로 건설하죠. 형님이 원하시는 것 다 될 겁니다.”
“흐흐. 그래서 내가 만수를 좋아한다니까~.”
“VIP 지시사항인 소득세, 상속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인하는 바로 추진하겠습니다.”
“그래. 전 정부 색깔 싹 지워버려. 기업이 먼저 살아야지 분배는 무슨……. 아직 우리는 그렇게 돈 풀 때가 아냐. 세계적 대기업들이 육성되면 당연히 콩고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법이지~.”
“맞습니다. 물이 차면 당연히 넘쳐 아래로 흐르는 이치를 멍청한 놈들은 모릅니다~”
“여기저기 기업들에서 민원이 많이 들어왔다. 자료 보내줄 테니까 알아서 처리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끝까지 한 번 가보자. 우리 애들은 왕처럼 한 번 살아봐야지.”
“흐흐.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 그리고 TS 그룹은 어떻게 할 거야? 요즘 밑에서 불만이 많아. 용돈 푸는 거에도 인색하고 말이야.”
“그룹 회장을 부르겠습니다.”
“그래. 외국계 기업이라고 하지만 국내에서 장사하면 한국 룰을 따라야지. 정치자금에 인색하면 못써~ 다 국가를 위한 일인데~.”
“그리 안 해도 말이 많습니다. 한 번쯤 경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TS 물주가 미국에서 잘 나가는 투자 귀신이란다. 적당히 주물러라. VIP가 미국에는 약하잖아.”
미국에 약점을 많이 잡혀 버린 최병박.
“하관우 회장이 멍청한 놈은 아닙니다.”
“알았다. 수고하고……. 언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라. 국회 차원에서 적극 도와줄 테니까.”
“형님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원 없이 돈 한번 써보자. 이 나라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뭔지 심사숙고해 보자고~. 난 해외 자원 쪽이 좋을 것 같다.”
“검토하겠습니다.”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권력을 잡아 무서울 게 없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는 고사성어는 고서에나 인쇄된 말이고 그들의 머릿속에서도 지워진 지 오래였다.
다만 지금은 뜯어먹을 먹잇감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
[프레디맥이 경영난이 점점 심각해지자 연방정부는 공적자금 투입과 함께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패니매이조차도 부실 징후가 심각해 공적자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월가의 익명 제보자가 밝혔습니다…….]
요즘 미국 뉴스가 볼만했다.
연속 터지는 대형 악재에 CNN 같은 언론은 대박을 맞았다.
남의 불행이 자신들의 행복처럼 매일처럼 전문가를 초청해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해 점치고 토론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주몽 신선과의 만남은 의미 있었다.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기 위해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간들 못지않게 각 민족의 신들도 치열하게 천상에서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불끈 힘이 났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돌아온 사무실.
미국 뉴스를 시청하는 중에 행간의 감춰진 내용을 좀 더 이해하게 됐다.
지금 벌이고 있는 뉴스는 전부 다 연막이었다.
모기지 대출을 주력으로 삼는 미국의 양대 금융회사 프레디맥과 패니매이.
프레디맥은 연방주택담보대출공사에서 출발했고 패니매이는 연방주택저당공사의 모태였다.
의회 승인까지 받은 국영기업으로 출발했지만 단계적으로 민영화가 됐다.
그렇지만 연방정부의 입김이 없는 건 아니었다.
국영기업은 민영화가 진행되어도 시스템부터 인맥까지 정부의 통제를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포한제철도 그와 같았다.
그런 프레디맥과 패니매이가 이번 미국 금융 위기의 주범이었다.
“5조 5천억 달러를 보증하는 회사들이라……. 어떻게 일개 기업들이 한화로 7000조가 넘는 모기지를 보증할 수 있단 거지? 이건…… 음모다.”
환율이 뛰면서 한국 돈으로 7000조가 넘는 모기지를 담보하게 된 두 회사는 누가 봐도 이상한 집단이었다.
누군가 계획적으로 설립하고 모기지 대출을 조장했음이 확실했다.
연방준비은행을 소유한 그 집단!
이후에 벌어진 모든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나는 미래에서 보고 왔다.
지금 당장 망할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 내용들.
모기지 회사는 놀랍게도 망하지 않았다.
대규모 부실로 인한 파산이 맞았지만 연방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분 80퍼센트를 흡수하면서 국유화해 버렸다.
미국이나 가능한 무식한 방법이었다.
아무도 그 결과에 대해 의심하거나 놀라지 않았다.
미국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저들도 결국 한패였다.
“최고재무책임자가 자살하게 되는데……. 이것도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겠지.”
미국 금융 위기 뒤에 월가의 중요 인물들 상당수가 갑작스럽게 죽게 된다.
대부분 자살로 발표되거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또 고의로 위장하거나 급성 심장마비 따위로 사망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분명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통제였다.
자살이 아니라 엄연한 타살이었다.
정보에 깊숙이 발 담근 자들에 대한 깔끔한 처리였다.
증거는 없었지만 발달한 감각이 미세한 확신의 반응을 보내왔다.
“모기지 회사들뿐만 아니라 리먼, 워싱턴뮤추얼의 파산도 계획적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천재들이 모인 월가의 대형 은행들과 투자회사들이 합성 CVO에 그렇게 멍청하게 투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제 위기 속에 숨겨진 음모가 더욱 더 진하게 보였다.
분명 거대한 설계자가 뒤에 있었다.
모기지 회사들이 발행한 부실 채권들을 이용해 자산담보부증권을 창조한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당한 것처럼 뉴스에 보도됐지만 돈으로 먹고 사는 자들이 경제 불황을 예견하지 못했다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미 수많은 경제 시그널이 폭락을 예견하고 있었다.
루비니와 라잔 같은 경제학자들이 미리부터 경고해 왔다.
경제 그래프를 파악할 줄 아는 이라면 어느 정도 위험하다는 걸 진작 깨달을 수 있었다.
음모였다.
상부의 지시를 받고 철저하게 파트별로 나눠 사건이 진행됐다.
“환율뿐만 아니라 선물, 주식시장까지 모든 지표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마치 중소기업들을 암중 지배하는 작전세력들처럼…….”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막연했던 의심들이 거짓말처럼 머리에서 진실의 퍼즐처럼 맞춰졌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움직이는 돈들과 차원이 달랐다.
유럽 쪽도 아니었으며 돈 쓰는 것밖에 모르는 석유재벌들의 자금과도 궤적이 달랐다.
마치 거대한 쓰나미 같았다.
연방준비은행을 이용할 정도로 힘이 강맹했다.
“가장 거대한 판돈을 소유한 자…….”
그 순간 떠오르는 이름 하나가 있었다.
“차일드 가문…….”
차일드라는 이름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지난 생에도 그 이름으로 수많은 음모가 만들어졌다.
영화로도 나왔고 책에서도 언급됐던 그 이름.
세상의 부를 소유했다지만 드러난 실체는 없었다.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기에 의심하거나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자들에게 차일드 가는 우주의 외계인 같을 뿐이었다.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 실체에 대해 생각할 수 없었다.
“아직 부족하다. 그리고 위험해!”
오바마 정권의 권력을 조금 나누어 가졌지만 목숨이 담보되지 않았다.
오바마 정권조차도 차일드 가에서 만들어 낸 술수일 수 있었다.
내가 가진 지분뿐만 아니라 또 다른 자들이 많았다.
미국 언론도 상당수 그들 손아귀에 쥐어져 있을 것이다.
서로 대립한 것처럼 보이지만 똘똘 뭉친 하나일 수 있었다.
내가 암중으로 조작하고 있는 사모펀드나 투자 회사처럼 말이다.
적과 아군이 구분되지 않았다.
과거 오랜 시절부터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한 유태인 자본은 어느 누구도 그 한도를 알 수 없었다.
“야훼……. 그가 주인이다.”
보이지 않는 신들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신계에서가 아니라 대리자인 인간들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매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리고 개중에서 가장 많은 판돈을 소유한 인간들이 추종하는 야훼가 갑 오브 갑인 것이다.
기독교나 천주교와 달리 이스라엘의 유일신인 야훼.
유대인들이 믿는 절대적 신앙 존재는 지금 시대에도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중국몽을 주장하는 조직과 일본, 유럽과 석유자금이 대적자로 나섰지만 아직 멀었다.
힘이 밀리는 게 느껴졌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금융위기로 연방준비은행에서 뿌린 돈을 훔쳐내고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나의 자금을 관찰하고 있었다.
IP를 여러 나라로 분산시키고 최종 목적지를 홍콩으로 돌려놨지만 놈들의 추적은 집요했다.
블라드미르의 기술이 없었다면 진작 당했을 것이다.
개인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으로 움직였다.
“적이냐…… 동지냐…….”
적의 적은 동지였다.
옆집 개들을 때려잡기 위해서는 차일드 가문의 힘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를 눈곱만큼도 짐작 못했다.
로버트조차 이제 겉껍질 정도를 알아냈을 뿐이다.
“사라 요한슨이 매개체가 되려나…….”
차일드 가문의 방계라 알려진 사라 요한슨.
그녀와의 운명적인 만남은 다시 생각해 봐도 신들의 배려 같았다.
그녀와 나는 만날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조만간 만나야 할 이유가 생겼다.
사라의 전화번호가 떠올랐지만 메시지는 아직 보내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모니터 화면은 오늘도 빨갛고 파란 선들도 널을 뛰었다.
S&P 500지수는 폭락 중이었다.
오일도 미친 듯 하락 중이다.
하지만 곧 오일 값은 바닥을 찍고 미친 듯 오를 것이다.
앞으로 2년 뒤에 다시 100달러가 된다.
롤러코스터도 이렇게 경사가 심하지 않았다.
아직은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선물로 빨아들인 자금이 장난 아니었다.
앞으로 경제 위기는 계속 더 진행 된다.
주식은 2009년에 최저점에 이른다.
“국내 주식도 더 담근다.”
오정을 비롯해 여러 대기업들은 더 이상 개인 사업체가 아니었다.
국민들 모두 대기업 성장에 이바지하고 있었다.
애국을 강조하며 외국산보다 국산 애용을 스스로 선택했다.
그런 애국적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세계적 기업이 됐다.
그러나 막상 경영자들은 기업들을 구멍가게처럼 운영했다.
개인 기업처럼 경영하다 수에 맞지 않으면 간편하게 팔아치우고 부도처리를 했다.
함께 몸담았던 종사자들을 가차 없이 길바닥에 나앉게 만들었다.
앞으로 9년 동안 수없이 벌어질 현실적 부조리들이다.
그러나 누구도 찍소리 하지 못했다.
정부가 그런 기업의 편이 됐다.
낙수 이론을 비롯해 여러 가지 명목으로 기업들은 밀어주고 가림막을 쳐준다.
그 덕분에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면도 많았지만 부작용은 더 심했다.
자발적 사회 환원에 인색해진 건 두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오너들이 전 재산을 장학 재단이나 사회에 기증하는 사례를 한국 재벌들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뭔지 몰랐다.
그 수준까지의 업그레이드는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좁은 땅에서 자신들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욕심내는 꼴은 봐주기 힘들었다.
본인들 자식들과 손자들 사업을 위해 골목 상권까지 침입해 대기업의 힘으로 찍어 누르고 점령했다.
뛰어난 중소기업 기술을 착취하고 빼앗는 일은 흔해졌다.
존경 받는 기업이 귀해졌고 오로지 오너 자신과 일가만을 위해 살아갔다.
“모조리…… 흔들어 주겠어!”
해외 자본의 탈을 쓴 뜨거운 몽둥이를 준비할 때였다.
그리고 강해질 것이다.
나를 사용하기 위해 판을 준비한 꿈속 할배와 지리산 산왕모.
그리고 만나본 여러 신들을 위해 전쟁을 기꺼이 치를 것이다.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핸드폰이 울렸다.
“황 대표님.”
- 이사, 아니 대표님…….
M.T.S 대표 황연태 대표가 기가 죽은 목소리로 나를 찾았다.
“무슨 일 있습니까?”
- 그게…….
말끝을 흐리는 황 대표.
FOB를 비롯해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M.T.S였다.
무슨 문제가 생겼음이 분명했다.
- 대표님. 도와주셔야겠습니다.
황 대표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어렵게 말을 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 접대 압력이 들어왔습니다.
“접대요? 그건 제가 용납 못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 ……조국 일보에서 광고주들을 끼고 협박을 시작했습니다. 제 힘으로는…….
“네? 조국 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