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8화 (297/1,284)

 # 298

회귀의 전설

298장. 차이나타운 (3)

“단주님……. 지금 뉴욕에서 사건이 터진 것 같습니다.”

“사건?”

뉴욕과 정확히 12시간 시차가 벌어지는 홍콩의 아침.

리장창은 느긋하게 신문을 보다가 제갈유량의 보고에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요즘 그나마 즐기던 평화가 깨졌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유럽으로 시집을 간 클라라 때문에 한때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매일 통화하지만 품에 끼고 살 때와 달랐다.

중국몽을 위해 희생한 어여쁜 딸.

다행히 클라라는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었다.

국가적 사건들도 무사히 진행 중이었다.

화교 자본이 투입돼 중국 공업 생산력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인민의 힘과 공산당의 일사불란한 통제로 국가 총 생산력이 대폭 증가했다.

외국계 기술 기업들을 토지 무상 기증과 비과세로 꾀어 중국 안으로 불러 들였다.

저렴한 인건비와 여러 혜택에 기업들이 몰려왔다.

앞으로 커져갈 내수시장의 이점을 어필했다.

멍청한 기업들은 눈앞의 이익 몇 푼 벌겠다고 알아서 기어들어왔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자 회사 형태로 추진했다.

언제든 명분을 세워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했다.

서구식 자유시장경제체제를 경험했던 무지한 것들이 중국으로 몰려왔다.

그들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철저하게 계산해 빼내고 습득했다.

짧은 순간 큰돈을 손에 쥔 자들이 희희낙락거렸다.

단기간에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짜낸 천지회의 묘수였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병법 그대로였다.

정치권력도 무난하게 이양토록 유도했다.

앞으로 천년 대계를 위한 장기집권 토대를 지금부터 준비해 나갔다.

모든 계획이 최소 10년 앞을 내다보고 수립되었다.

그중에서도 이웃집 한국 기술을 가장 많이 빼앗았다.

돈 몇 푼에 국정원 정보까지 알아서 가져다 바치는 놈들이 수두룩했다.

회사가 널 위해 해준 게 뭐가 있냐고 몇 마디 자극하면 수천억에서 수십조 가치가 있는 기술도 순순히 가져다 바쳤다.

적당히 대가를 건네고 쏙쏙 빼먹기 좋았다.

중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초입에 이른 한국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친일파 후손들과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고 있는 수구 세력들 밑에서 양심을 팔아먹고 산 자들이 많았다.

언론과 교육계, 정치와 경제계에 타락한 놈들이 적재적소에 깔려있다.

돈이라면 눈이 돌아가는 언론 관계자들도 중국으로 불러들여 여기저기 돌며 용돈 쥐어주면 알아서 일을 찾아냈다.

한국 정부와 기득권에 세뇌 당한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는 놈들이 많았다.

그들 덕분에 기술과 고급인력을 빠르게 흡수해가고 있었다.

이런 밀회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2020년이 되기 전에 모든 영역에서 아사아의 모든 나라를 앞지를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반도체만은 기술 격차가 심했다.

그 문제로 요즘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이런 와중에 사건이 터진 것이다.

제갈유량이 아침부터 보고할 정도라면 빤히 큰 사건이다.

“무슨 일인가? 미국 경제상황 문제인가?”

“아닙니다.”

“그럼?”

“천단의 단주님 아드님 일입니다.”

“장천이를 말하나? 뉴욕에 있는?”

“그렇습니다.”

“왜 또 여자 문제야? 아니면 교통사고라도 냈어?”

중국에 있는 동안 소황제로 살았던 장천.

천단 단주의 유일한 독자이지만 문제가 많았다.

중학교 때 차를 몰고 교통사고를 냈다.

사람 몇 명이 희생됐지만 조용히 무마됐다.

목숨 값으로 몇만 위안을 건넸고 그것으로도 고마워하던 농민공들의 가족이었다.

물론 이후에도 눈에 띄는 계집들을 나이나 사회적 지휘와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취했다.

학생부터 유부녀까지 취향도 다양했다.

그러나 천단의 단주는 매사 아들의 일을 방관했다.

어릴 적에 마음껏 놀아봐야 중년에 큰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정치권과 관련된 천단 단주의 말에 리장창은 입을 다물었다.

다만 여러 정보 통로를 이용해 예의 주시할 뿐이었다.

미국에까지 가서 사고를 치면 그때는 처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잠잠하게 살며 공부만 하나 싶더니 오늘 다시 장천의 이름이 언급됐다.

“그게……. 납치를 계획하신 것 같습니다.”

“납치? 누구를?”

“재학 중에 마음에 들어 했던 한국 여성입니다. 도운중이라고 대웅 그룹 회장의 딸입니다.”

“망한 그룹 딸이라……. 납치까지 할 정도인가?”

“집착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 녀석 집착이 좀 심하지……. 그래서 우리가 나서야 할 정도인가? 천단 소속 경호원들이 있잖아?”

“여성 쪽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뭐?”

“그자가…… 그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성이 그자의 회사 소속 임원입니다.”

“그자? 누구?”

리장창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강유량이 머뭇거리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한국 여성 하나 감금했다고 그 일을 처리하는 건 사건도 아니다.

미국 국적의 여성이라도 상관없었다.

그 정도 일은 천단 소속 경호원들이 충분히 처리하고도 남았다.

천단은 인단의 지옥 같은 수련을 견뎌내고 선발된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가 전통 무공을 수련한 무인들이다.

“장태산……. 그자 말입니다.”

“뭐라고! 장태산!!!”

***

“아……!”

도도희는 박살난 식당 문으로 몸을 돌리다 멈칫했다.

순간 발견한 한 남자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터져나왔다.

‘대표님…….’

분노한 한 남자가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섰다.

슈트 차림이 오늘따라 더 멋진 남자.

대표 장태산이었다.

“왔네! 딱 맞췄어! 으히히히~.”

신기가 있음이 확실한 김한별이 박수를 치며 좋아라 했다.

도도희는 다시 한 번 김한별에 대해 경외감을 품었다.

대표님이 올 줄 알고 이것저것 주문했던 것이다.

학력도 낮고 홍콩 가이드 출신인 김한별을 대표님이 그냥 뽑지 않았음을 다시 깨달았다.

“너, 넌 뭐야!!!”

장천이 중국어로 악을 썼다.

시원하게 뚫린 딤섬 레스토랑의 출입문.

큰길가 건물이 아닌 한쪽에 얌전히 위치해 있어 아직 놀라는 사람들은 없었다.

“나? 여기 계시는 아가씨들 보디가드~”

“이 새끼……. 나 너 알아! 도도희 회사 대표지!”

“오호, 날 알고 있었나? 보니까 짱개 같은데?”

“닥쳐! 미개한 빵즈 같으니!”

장천은 손가락으로 장태산을 가리켰다.

실물로 보자 더 화가 치솟았다.

누가 봐도 본인과 너무 비교되는 외모를 소유한 자였다.

키는 장천보다 20센티미터 정도 더 컸다.

외모는 영화배우 뺨칠 정도로 잘생겼다.

그런 놈이 등장까지 멋있게 하자 장천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 됐다.

도도희가 멋있게 등장한 놈을 향해 무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둘 다 가죽을 벗겨 사막에 던져버리겠어!!!’

장천의 집착이 저급한 분노로 바뀌었다.

“부숴버려!!!”

장천이 명령을 내렸다.

문이 부서져 나가는 순간 레스토랑 곳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다섯 명의 중국인들이 나타났다.

한밤중에도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검은 슈트를 입었다.

키는 작았지만 체격들은 단단해 보였다.

스스스슥.

그들이 자연스럽게 장태산을 포위했다.

은연중에 뿜어 나오는 살기의 기운.

‘이 사람들 정체가 뭐야?’

도도희와 김한별은 장태산 뒤로 빠르게 숨었다.

누가 봐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자들이었다.

“하여간 짱개들은……. 쯧쯧.”

혀를 차는 장태산 대표.

말과 달리 그의 온몸에서 거친 기운이 휘몰아쳐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

‘이 새끼들 뭐야? 무당파야?’

지금껏 만났던 짱개들과 분위기가 달랐다.

홍콩에서도 무공을 수련한 놈들과 맞닥뜨렸었다.

그들은 사파 냄새가 강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놈들의 기운은 달랐다.

무당파 특유의 온유한 기가 느껴졌다.

자세를 잡았다.

로버트에게 도도희 얘기를 듣는 순간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찝찝함에 로버트에게 보디가드들이 어디로 갔는지 물었다.

로버트가 경호 담당자를 호출했다.

차에 설치된 위치 추적기가 맨해튼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려줬다.

경호원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맨해튼 거리로 차를 몰았다.

괜히 느낌만 갖고 도도희의 만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의 동창 모임이라고 했다.

그러던 와중에 로버트에게 연락이 왔다.

경호원들에게서 연락이 끊겼다는 내용이었다.

마지막 위치를 파악하고 급히 딤섬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이미 단단하게 닫혀져 있는 문.

하지만 안에서 들려오는 도도희의 성난 목소리에 상황을 직감했다.

내공을 돋워 단숨에 문을 아작 냈다.

그리고 마주한 짱개들.

아니나 다를까 평범한 놈들이 아니었다.

천룡신군에게서 습득한 무당파 내공과 같은 냄새가 났다.

정통 진품 앞에서 놈들이 자세를 잡았다.

한눈에 봐도 짝퉁이었다.

비록 무당파 무공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이제는 내가 적통 계승자였다.

지적재산권을 똥으로 여기는 짱개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았다.

스윽.

오른쪽 손바닥을 펴서 놈들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와라. 짝퉁.”

“타앗!”

선글라스를 쓴 놈 두 명이 시키는 대로 돌격해왔다.

상당한 내기를 품은 놈들의 주먹.

보통 사람이라면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파열될 정도의 기가 담겨 있었다.

용서할 수 없는 놈들.

놈들 주변으로도 여지없이 어른거리는 영혼의 흔적들이 보였다.

여러 사람 저승길 보낸 게 확실했다.

21세기 문명사회에서도 이런 살인자들이 평범한 시민들과 경계 없이 섞여 살고 있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놈들이었다.

더군다나 도도희와 김한별을 노렸다.

내공이 온몸에 가득 실렸다.

그대로 달려드는 놈들의 주먹을 향해 손이 먼저 움직였다.

파직.

주먹보다 먼저 허공에서 부딪치는 기의 파장.

“!!!”

놈들이 깜짝 놀랐다.

게다가 놈들은 아직 몰랐다.

늦었다 생각할 때가 이미 늦어버렸다는 사실을!

퍼버버버벙.

내기 충만한 주먹이 만들어낸 장풍이 놈들을 튕겨냈다.

“크아아아아악!”

튕겨져 나가는 순간 놈들의 주먹이 엿가락처럼 휘어지는 게 보였다.

절대적 내공의 차이였다.

콰다다다다당.

비명과 함께 두 놈은 식탁을 뽀개며 나가떨어졌다.

울컥 피를 토하며 몸을 파르르 떠는 놈들.

제대로 중상을 당했다.

“주, 죽여!!!”

안경 낀 돼지가 소리쳤다.

남아 있던 세 놈이 재빨리 단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가차 없이 나를 향해 칼을 쑤셔왔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일격이었다.

정통 내공을 수련한 놈들답게 칼에는 은은한 기가 넘실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딱 거기까지.

탁.

옆에 있던 의자 손잡이 하나를 빠르게 뽑아 들었다.

그리고…….

콰득! 퍽! 퍼어억!

달려드는 놈들의 손목, 팔목, 어깨를 차례로 후려 팼다.

“켁!”

“크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덜렁거리는 손과 팔목을 부여잡고 놈들이 비명을 토했다.

압도적인 스피드와 내공을 놈들이 방어하지 못했다.

퍽퍽퍽!

멈추지 않고 놈들의 무릎 관절을 가격했다.

다시는 이 짓으로 밥 먹고 살기 힘들게 만들어 놨다.

콰다다당.

연속 몰아치는 고통과 폭력에 짚단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으으……. 윽.”

피거품을 입에 물고 팔꿈치로 바닥을 기었다.

“엄마야!”

“오오!”

도도희는 놀라 어쩔 줄 몰라 했지만 한 번 견식한 바가 있는 김한별은 엄지 척을 보여줬다.

“어이 거기 안경 낀 짱개. 컴~.”

“다, 닥쳐!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중국에서 한 가닥 하는 집안 아들인 건 알겠다.

대놓고 뉴욕 한복판에서 외국인을 납치하려 했던 놈.

“싫어? 그럼 내가 가지~.”

코리안 스타일의 친절하게 찾아가는 서비스.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중국어로 악을 쓰는 돼지 멱따는 거부의 외침.

놈이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안경 쓴 놈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새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쫄기는~.”

비웃음을 날리며 천천히 놈을 향해 다가갔다.

내가 아끼는 직원들에게 나쁜 짓 하려 했던 놈.

누가 되었든 용서할 수 없었다.

오직 치를 대가는…….

살이 터지고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직접 맛보는 것뿐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