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7화 (286/1,284)

 # 287

회귀의 전설

287장. 쇼핑하러 가다 (1)

- 미친! 강릉이 헬 게이트냐? 필리핀 청부업자? 와아……. 지린다.

- 세상에! 얼마 전 그 사건 아직도 해결 안 된 건가요?

- 도대체 정부는 뭐하는 겁니까! 븅딱들도 아니고 깡패 새끼들 하나 처리를 못하나!

- 강원도 경찰들 양아치 돈 받았냐?

- 헐, 어이가 없네. 필리핀 살인 청부업자? 이게 나라꼴이 맞음?

- 도대체 동해파가 뭐하는 조직임?

- 경찰은 후레쉬빠 같은 조폭들 싹 쓸어서 동해에 처넣어라!!!

다옴 나고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얼마 전 강력한 폭풍을 일으켰던 강릉 사채업자들 관련 사건 2탄이 터졌다.

이번에는 파장이 더 컸다.

경악할 만한 게 살벌한 필리핀 살인 청부업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한밤중에 흉기를 들고 공장을 습격했다.

살벌한 전투형 도끼와 마체테가 동영상에 버젓이 보였다.

다행히 피해는 없었지만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대한민국 정부와 경찰에 대한 불만의 성토가 거세게 일었다.

현 정부를 믿지 못하는 네티즌들이 벌떼처럼 쉬지 않고 자판을 두들겼다.

비현실적인 스토리가 넘쳤다.

전국적 이슈가 되고 국민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수부대 장교 출신 보디가드가 청부업자들을 막았다는 미담은 덤으로 따라붙었다.

- 역시 특수부대 짱짱!

- 보디가드 님 진짜 멋진 거 아냐?

- 이름만 봐도 딱 감이 오잖아~ 한진웅! 

- 크크.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 특수부대 전문 장교 출신이랍니다.

- 얼굴 봤어요? 완전 곰 같아요.

- 우리 오빠도 군대 다녀왔는데……. 완전 비교 됨.

하루 종일 연관 검색어 순위가 한진웅, 동해파, 필리핀 청부업자들로 엎치락뒤치락 거렸다.

정부와 경찰에 대한 불만도 그만큼 빗발쳤다.

경찰청장이 급히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정도였다.

강릉 경찰서장이 즉시 경질됐다.

여론이 그칠 생각을 하지 않고 들끓자 검찰이 나섰다.

사정 보지 않고 수사가 진행 됐다.

국회에서 경찰 수사권 독립 이야기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새 정부도 성과를 보이기 위해 액션을 취했다.

바닥 민심이 개판이라 화들짝 놀랐다.

이때 터진 경찰의 무능함을 검찰이 잘도 이용했다.

나의 제보를 바탕으로 동해파 보스를 잡았다.

굳이 양아치 두목 잡는 데 깨끗한 손에 떼 묻히기 싫었다.

별장에 은신하고 있던 놈을 검찰 수사관들이 급습해 체포했다.

경찰에는 알리지 않았다.

지역 조폭들에 경찰 끄나풀이 많다는 것쯤은 이제 경험상 터득한 정보였다.

필리핀 살인 청부업자들은 긴급 구속되었다.

격투 중에 팔과 다리가 부러진 채였다.

동해파 조직도 완벽하게 와해되었다.

장주시에서 경험했던 양아치들의 살인 행각을 밝혀냈다.

부두목 장만석이 열 건이 넘는 살인 사건에 대해 실토했다.

진광석화 같은 사건이 해결됐다.

그리고…….

“캬아~ 속이 다 시원하네~. 흐흐흐.”

사건의 막후 주동자인 나는 인터넷 뉴스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맥주 한 캔 마시며 인터넷 보는 이 순간이 인생의 꿀맛이다.

난 폭력 사건에서 빠졌다.

한진웅 대표를 앞에 내세웠다.

나에게 고문당했던 조폭과 필리핀 히트맨들은 입을 다물었다.

한진웅 대표가 영웅적으로 히트맨을 막았다는 각본이 완성됐다.

옷을 찢고 몇 곳에 상처도 냈다.

그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임혜린이 그 모습을 다옴 나고라에 올렸다.

조 변호사님을 통해 강릉 후배 검사를 움직였다.

예상한 대로 네티즌들이 떼로 일어났다.

검찰과 경찰도 사건이 이상하다 낌새를 챘는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지켜봤다.

그들도 특수부대 장교 출신 한진웅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이롭다는 걸 알았다.

필리핀 청부업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다.

부두목 장만석도 뒤가 두려워 발설하지 않았다.

범죄단체조직 혐의와 살인죄가 합쳐져 최소 2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예상됐다.

나에 대해 불면 가족들을 너처럼 다뤄주겠다고 협박했다.

악인에게 베풀 여분의 자비는 없었다.

한진웅 대표는 일순간 영웅이 됐다.

임혜린도 굳이 나서서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한진웅 대표는 철저하게 나의 지시를 따랐다.

이름도 없었던 한 시민 한진웅 대표는 전국구 스타가 됐다.

- 공대 여신이 안 다쳐서 정말 다행이다~.

- 휴우, 내 심장도 쓰담쓰담.

- 우는데……. 내 마음이 다 아팠다. 나쁜 양아치 새끼들! 감히 여신께 무례를 범하다니!

- 혜린 누님. 모델 아님?

- 요즘 시대에도 아버지를 몸 바쳐 지키려고 하는 심청이가 있다니…….

- 예전에 잘 나가는 모델이었음. 고영대 신소재공학과 출신임.

- 오! 어쩐지 지적이더라…….

임혜린도 덩달아 떴다.

방송국 기자 앞에서 조폭들과의 그동안 스토리를 눈물 좔좔 흘리며 풀었다.

순간 시청률이 대박 났다.

미모의 여인이 쓰레기들에게 모욕을 당한 이야기는 기폭제가 됐다.

아름다움은 그 무엇보다 우선되고 존중 받는 대한민국의 현실.

일주일도 안돼 동해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원동력이 됐다.

사실 드워프 공장은 망하는 게 정상이고 경쟁사회의 원칙이었다.

기술만 있고 경영은 없었다.

그래서 경영권을 회수했다.

내 자본이 투자되면 럭셔리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이계에 필요한 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공장이었다.

드워프 사장님도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경호원들 10여 명이 파견 됐다.

앞으로 강릉에서 드워프 공장을 건드릴 자들은 없었다.

동시에 엄청난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했다.

띠리리리.

핸드폰이 울렸다.

“선배님~ 어인 일이십니까?”

- 이번에도 한 건 했던데?

“무슨 말씀이신지 잘…….”

- 크크. 날 속일 생각 마. 지금 강릉 지역 국회의원 양성동이 뿔따구 잔뜩 났어. 자기가 관리하던 애들 손댔다고 신고한 놈 찾아 죽인다고 난리가 났어.

손대균 이사의 전화다.

“그래요? 저라면 조용히 찌그러져 있을 텐데 국회의원이라 배포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 조심해라. 청와대와 교감이 강해. 최상득이 아끼는 검찰 출신 인사다.

손대균 이사가 충고할 만한 파급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 맞았다.

그는 미래에 3선 의원이 된다.

검찰 출신이라 법사위원회 위원장에 오르는 인물이기도 하다.

죄를 어마어마하게 짓고도 2020년까지 꿋꿋하게 살아남는다.

카지노에 불법 취업 청탁으로 지인들 자식들을 모조리 쓸어 넣었다.

뻔뻔하게 방탄 국회로 버티면서 2020년 총선까지 배지를 유지했다.

새삼스럽게 씁쓸함이 밀려왔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꾼 집안이 놈을 팍팍 밀었다.

양성동까지는 쓸어 넣지 못했다.

동해파 남학수가 놈을 끝까지 불지 않았다.

검찰도 그 점은 부담스러워 했다.

2008년도에는 검찰은 윗선 선배들을 어쩌지 못했다.

손대균 이사가 직접 전화할 정도로 위험한 놈이 분명했다.

마음속에 놈의 이름을 단단히 새겨넣었다.

지금은 처리할 때가 아니었다.

“별일 없으시죠?”

- 나야 따박따박 후배가 목돈 꽂아주는데 별일 있겠어~ 후배가 문제지.

“저도 문제없이 학교 다니고 있습니다. 저 같이 착한 후배 보셨어요?”

- 후배님 거짓말 참 잘해.

“흐흐. 선배님들에게 성실하게 배우고 있습니다.”

- 내년에 사시 볼 건가? 교수님들이 기대하고 있던데~.

“거기까지 소문났습니까?”

- 약속했다면서? 내년에 2차까지 패스하겠다고.

“그랬죠.”

- 나도 기대하마. 합격하면 좋은 선배들 소개시켜 줄게. 한국대 중에서도 S급 라인으로~.

“한국 민사소송연구회라도 연결해 주시게요?”

- ……뭐야 알고 있었어?

“선배들이 속닥거리는 소리 들었습니다.”

선배들이 아니라 미래에 많이 들었다.

오승택이라는 불멸의 대법원장 퇴임 후에 터진 법조비리.

세상에 대한민국을 마지막으로 지켜낼 촛불을 사조직화로 만들었다.

자신의 업적을 위해 청와대와 교감하고 판결을 냈던 전무후무한 파렴치한.

그놈이 소속된 판사 조직이 바로 한국 민사소송연구회였다.

한국대 법학과 인재 중에서도 재학 중 합격한 법무관 경력자에게만 오픈되는 상위 1프로 조직이었다.

연구회에 입회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조건과 함께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

법과 양심이 아닌 연구회와 선배들에게 충성한다는 비밀강령이 들어 있었다.

말로만 듣던 사법적폐.

그들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수장이 된다.

- ……사는 게 다 그렇다. 남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는 혈연, 학연, 지연을 배경으로 삼아야 해. 부당하다고 하겠지만 인간 사회가 본래 그렇다.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더 큰 과실을 먹는 법이니까.

그래서 나도 손대균 이사를 이용 중이다.

학연과 돈을 이용해 안전을 추구했다.

나와 목적이 다르다고 그들을 뭐라 하고 싶지 않았다.

각자의 깨달음과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잘난 놈들이 지들끼리 뭉쳐 산다는데 뭐라 하겠나.

다만 나의 가는 길만 막지 않으면 된다.

“정말 그렇습니까?”

알고도 물었다.

- 아직 후배가 어려서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세상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구분된다. 항상 경계하고 긴장하며 살아가. 인생 선배로서 건네는 충고니까.

“선배님의 금과옥조와 같은 말씀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 에라이……. 됐다. 녀석아. 니 마음대로 살아라.

손대균 이사의 이런 점이 마음에 든다.

가볍게 받아도 뭐라 하지 않았다.

정말 친일파 적만 아니라면 인생 선배로 삼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조만간 술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와이너리 인수했는데 기가 막힙니다.”

- 와이너리도 샀어?

손대균 이사가 놀라서 물었다.

노는 물의 스케일이 다르다는 걸 가끔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선배님. 저 장태산입니다!”

목소리에 힘 한 번 줬다.

- 푸하하하하하하. 그래 잘났다. 장태산.

박장대소를 터트리는 손대균.

빙그레 입가에 미소가 만들어졌다.

- 그런데 후배…….

갑자기 손대균 이사가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네?”

- 혹시 말이야…….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일 있습니까?”

- 일본 쪽과 부딪친 적 있어?

“일본요?”

- 응……. 요즘 그 쪽에서 후배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어. 뭔가 냄새를 맡은 것 같은데……. 짐작 가는 일 없어?

짐작 가는 일 아주 많다.

그렇다고 친일파 계열인 일송회 간부에게 털어놓고 말할 수 없었다.

그 점에서 손대균 이사를 믿을 수 없었다.

“왜 그럴까요? 혹시 투자 조언 받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 전 일본 쪽 금융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이런 대규모 세계적 금융위기에는 일본도 위험합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달리 나의 인상은 이미 굳어가고 있었다.

정국종 1차장에 이어 손대균 이사까지 파악했을 정도라면 일본이 날 확실히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좀 더 몸을 사려야 할 때라는 말이다.

- 걔들이 좀 예민한 민족이다. 뭐든지 적당히를 모른다.

“투자 쪽 조언이라면 받아 주십시오. 아는 사람 소개면 싸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넉살을 떨었다.

- 됐다. 그놈들 돈 벌어주는 일은 나도 싫다.

“???”

손대균 이사의 말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친일파가 확실한 그였지만 방금 말한 목소리에 진실이 묻어났다.

“그래도 무시하면 안 되죠. 기축 통화 발행국입니다.”

- 휴우……. 내 말이…….

뭔가 내가 모르는 깊은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아직은 서로의 속내를 감추고 사는 관계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저 며칠 출장 갑니다. 다녀와서 맛 좋은 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 그래. 기대하고 있으마. 몸조심하고…….

“제 걱정 말고 선배님 잘 챙기십시오. 이제 연세도 있고…….”

- 됐다! 아휴! 젊은 놈 걱정하는 내가 처지를 착각한 거지! 끊는다~.

“쉬십시오.”

통화가 끝났다.

여러 의미가 다양하게 숨어 있는 통화였다.

강릉 국회의원이 정권 실세의 지원을 받고 있는 건 확인됐다.

더 이상 건들지 말고 이쯤에서 묻으라는 뜻이 전해졌다.

일본 쪽 이야기는 감춰진 이야기가 존재하는 게 분명하다.

나머지는 가까운 선배의 경고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띠이이이이이.

인터폰이 울렸다.

[대표님. 출장 준비 끝났습니다.]

유세라 팀장 목소리가 가볍게 들렸다.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죠.”

경제 위기가 파국을 향해 달리는 시점이다.

물건 값 후려쳐 쇼핑하기에 이만한 최적의 타이밍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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