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2
회귀의 전설
282장. 강릉에서 (1)
강릉에 왔다.
어제 회식은 간단하게 투 플러스 한우로 마무리 했다.
김한별의 미래 예언 발언에 도도희가 주눅이 들었다.
도도희 잡는 진짜 사냥꾼이 입사한 셈이다.
흐뭇하게 아침에 차를 몰아 영동고속도로를 달렸다.
인터넷으로 알려진 주소의 공장을 찾아왔다.
“여긴 것 같은데? 헐……. 작명 센스 한번 끝내준다~.”
눈에 보이는 ‘드워프 스테인리스 종합상사’라는 공장 간판에 할 말을 잃었다.
여기 대표인 임해룡 사장이라는 분이 판타지 광이 확실했다.
회사 로고를 본뜬 구조물도 그릇에 박혀 있는 것과 똑같았다. 드워프가 회사 앞에 장승처럼 서 있었다.
“그런데 왜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거야? 망한 거야?”
강릉 외곽에 조성된 공장단지였다.
부지는 제법 넓었고 공장 한켠에는 스테인리스 원형 강판이 몇 개 쌓여 있었다.
그러나 오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 10시가 넘어갔건만 다른 사업체와 달리 인기척이 없었다.
다만 검정 승용차 한 대와 트럭 한 대가 주차장에 보였다.
“진짜 망했나?”
차에서 내려 사무실 방향 표시를 따라 열린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스테인리스 제품은 아공간이 받아주지 않았다.
여기 드워프 회사 제품만 받아들였다.
알아보니 회사가 폐업 일보 직전이었다.
제품은 좋았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것이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직접 강릉으로 찾아 올 수밖에 없었다.
아주 문 닫기 전에 회사를 살려야 했다.
공장 안쪽 입구에 간이 사무실이 보였다.
와장차자자장!
“아니 이 양반이 과메기를 귓구멍으로 잡쉈나. 우리 돈 내놓으라고!!!”
시원하게 유리 부서지는 소리가 밖으로 새나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걸걸하고 살벌한 목소리.
스토리가 단번에 머릿속에 그려졌다.
망해가는 공장에 친절을 베풀기 위해 찾아올 사람들은 드물었다.
과거 같았다면 도망치거나 경찰에 전화하기 바빴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 몸 하나 지킬 능력이 되고도 남았다.
빠르게 핸드폰 녹음 기능을 켰다.
“이, 이자 드렸잖습니까. 한 달 동안 시간이 더 연장되지 않았습니까.”
“흐흐. 계약서 두 장 작성했잖아. 알다시피 동해 캐피탈 이자 계산법이 틀려~. 우리 스타일은 말이야. 계약일이 지나면 그 다음날부터 한 달 치 이자가 하루에 붙어~.”
비루먹고 끈적거리는 더러운 음성이 귀를 간질였다.
세상 많이 정화됐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뒤에서 불법이 판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꿈 속 할배가 나타난 것이다.
저런 개새끼들 다 조져버리라고 말이다.
최신형 핸드폰으로 음성을 착실히 녹음했다.
내용이 아주 좋았다.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이자가 벌써 원금이 넘었습니다!”
“그건 어제까지 일이고~ 법? 우리가 법이야! X바. 늙은 이 영감탱이야!”
와당탕탕탕.
다시 한 번 욕설이 들리고 물건 부셔지는 소음이 시원하게 들렸다.
“겨, 경찰을 부르겠다! 이놈들아! 네놈들이 사람이냐! 짐승이냐!!!”
“경찰? 아하~ 그 멍청한 짭새들~ 불러~. 우리 합법적으로 사업하는 사람들이야~.”
경찰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목소리였다.
개새끼들이다.
“제발! 제발 한 달만 말미를 좀 주십시오. 재고만 정리하면 그 빚 싹 갚겠습니다. 이 공장에 제 가족과 직원들의 목숨이 달렸습니다!”
“우리가 죽인대? 그러니까 돈 빌렸으면 제때 갚아야지. 땅 파서 장사하는 줄 알아? 우리도 전주에게 떼 주면 남는 것 별로 없어. 그러니까 여기 양도 계약서에 이름 쓰고 사인해. 고철 값은 쳐줄게.”
“크크크. 임 사장 좋게 끝냅시다. 이쁜 딸내미 남자들에게 술 따르는 꼴 보고 싶어?”
양아치들 협박에 스팀이 팍팍 끓었다.
저런 양아치들이 활보하는 세상은 과거에도 지금도 싫었다.
엄격하고 정의로운 법집행이 필요했지만 앞으로 9년 동안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서로 밀고 땡겨 주는 학연과 지연, 혈연의 파티가 벌어진다.
뿌리를 뽑아도 계속 자라는 악의 씨앗들이다.
“못 준다! 이 공장은 못 줘!”
“흐흐흐. 얼마나 버티나 봅시다~ 영감탱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분위기.
사장이라 불리는 양반은 애원하고 반항 했다를 반복했다.
그런다고 양아치들이 물러날 것 같지 않았다.
저런 놈들은 양심을 팔아먹은 지 오래였다.
“사장님~ 사장님 계세요~?”
녹음 기능을 활성화 시켜 놓은 상태로 사장님을 힘차게 불렀다.
“…….”
잠깐 침묵이 흘렀다.
“누구야! 여기 사장 없어!”
안에서 들려오는 거칠고 시답잖은 대꾸.
“에이~ 임 사장님 목소리 들렸는데요. 그러지 말고 사장님 좀 보여주세요. 혹시 백주 대낮에 감금당하고 계시는 건 아니죠?”
장난스럽게 답했다.
“이 새끼가 없다니까 지랄이야!”
콰앙!
공장 사무실 철문이 힘차게도 열렸다.
소음과 함께 등장하는 덩치 크고 얼굴에 흉터 낀 전문직 깡패.
빨간 셔츠에 목덜미에서는 굵은 황금 목걸이가 출렁였다.
꽃무늬 반팔 셔츠 밖으로 문신도 굵게 보였다.
용을 사랑하는 놈 같았다.
“어! 저기 계시네. 임 사장님 아침에 문자드렸는데 받으셨어요?”
꽃무늬 셔츠를 무시하고 보란 듯이 안으로 다가섰다.
“멈춰! 이 새끼 겁 대가리를 상실했나? 한 발만 더 들여놓으면 목뼈를 분질러 버린다!”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협박? 크크크. 이 새끼 간덩이가 완전 부었네? 너 뒤지고 싶어?”
“와아! 대낮에 이런 말씀은 너무 거친 거 아닙니까? 형님은 법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놀라는 척 꽃무늬 셔츠를 향해 이죽거렸다.
이런 놈들 자극하는 건 일도 아니다.
“너 이리와 새꺄! 이 꼬맹이 새끼가 어따 대고 건방지게 대답질이야!”
“다가오지 마세요! 폭력을 휘두르면 저도 정당방위 할 겁니다!”
친절한 경고.
“푸하하하. 미친 새끼! 이거나 처먹어 새꺄!”
꽃무늬 셔츠의 솥뚜껑만 한 손바닥이 나의 뺨을 향해 날아왔다.
걸렸다!
기다리고 있었다.
날아오는 손을 오른손으로 잡아채며 가볍게 어깨로 들쳐 맸다.
그리고…….
퍼어억!
“끄아아아아악!”
시멘트 바닥에 허리부터 부딪치며 살찐 돼지처럼 패대기쳐지는 꽃무늬 셔츠.
당분간 허리를 제대로 못써 살맛 안 날 것이다.
“아프세요? 그러니까 왜 평범한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그러세요~”
착한 대학생 버전 말투로 훈계했다.
모든 상황은 착실하게 증거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뭐야! 무슨 일이야!”
“충식아!!!”
밖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두 명의 동료들이 튀어나왔다.
놈들이 깜짝 놀랐다.
“임 사장님 계세요~ 물건 구입 문제로 상의하러 왔습니다~.”
천연덕스럽게 다시 눈을 껌뻑이며 임 사장을 찾았다.
“너, 너 이 새끼! 뭐하는 놈이야!”
검정 셔츠 밖으로 촌스런 잉어 문신을 한 양아치가 물었다.
“어매 이 양아치 형님들 귓구멍으로 과메기로 쳐드셨나~. 나 여기 물건 사러 온 손님이요! 손님!”
양아치들을 향해 자신들이 뱉었던 찰진 말로 화답해줬다.
“뭐라고? 이 썅놈의 새끼가!”
양아치들 콧김 뿜고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됐다.
강릉을 중심으로 기생하는 깡패들이 분명했다.
대낮에 공장에서 대놓고 행패를 부려도 다른 공장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이 지역 터줏대감 같은 놈들이 확실했다.
“충식아 괜찮냐?”
“저 새끼에게……. 당했습니다. 크윽.”
허리를 다친 충식이라는 놈이 비실거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멍청한 놈이다.
한 번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다는 액션이었다.
“너 뭐하는 새끼야? 너 또라이야? 우리가 누군 줄 알고 덤비는 거야?”
검정 셔츠 잉어 문신이 인상을 팍 썼다.
그래도 놈은 대가리가 좀 돌아갔다.
양아치 앞에서 쫄지 않는 내가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은 모양이다.
“당연히 모르죠~ 제가 형님들같이 뇌가 순박한 분들을 어떻게 알아요. 보아하니 동네 양아치들 같은데 오늘은 그만 하고 가시죠? 괜히 뼈 부러지면 사는 게 힘들지 않겠어요?”
피식 비웃으며 갈구고 자극했다.
클럽보다 이런 주먹질이 스트레스 풀기에는 딱 좋았다.
“이, 이새끼가!”
잉어 문신이 참지 못하고 이를 갈았다.
“뭘 꼬나보십니까? 깡 없어서 먹고 살겠어요? 쫄린 건 아니죠?”
계속되는 도발.
“형님!!!”
유도를 배운 듯한 키 작은 떡대가 날 노려보며 형님을 불렀다.
“부러뜨려!”
드디어 떨어지는 공격 명령.
“넵!”
이 놈의 문신은 원숭이였다.
족보가 완전 개 같았다.
동물원도 아니고 문신에 통일성이 없었다.
진짜 시골 양아치라는 걸 스스들로 증명했다.
“넌……. 뒈졌어~ 크크.”
두 손을 펴고 다가오는 원숭이 문신.
문신이 달라 구별하기는 편했다.
“형님들 왜들 이러세요. 저 여기 물건 사러 왔다고 몇 번을 말합니까~.”
씨익 웃으며 핸드폰을 손에 들고 흔들었다.
“???”
“녹음은 다 끝났고 빨리 끝냅시다. 형이 바빠서 말이야. 네놈들하고 놀아 줄 시간이 없다~.”
웃으며 말했지만 마음은 차가웠다.
앞으로 이런 꼴 볼 날들이 많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지는 법인데 윗대가리들이 썩은 똥물이다.
곧 대한민국은 모든 조직이 오염된다.
그리고 이런 양아치들도 더 활개를 친다.
“죽어! 개새끼야!”
원숭이 손이 빠르게 어깨를 잡아채려 다가왔다.
뻔히 보이는 수법.
턱!
뻗어오는 유도 원숭이 손목 두 개를 순식간에 움켜쥐었다.
“!!!”
힘을 주는 듯 원숭이 얼굴이 빨개졌다.
씨이익.
입가에 번지는 친절한 미소.
“으으으으!”
빨간 원숭이가 이를 악물며 벗어나려 힘을 줬지만 결코 내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
손에 압력을 가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찢어지는 비명이 공장에 울렸다.
“놔. ……내 소오오오오오오오오오온! 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원숭이 얼굴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힘만 준 게 아니라 가볍게 내공을 불어 넣어 고통을 가했다.
놔달라고 놔주면 그건 빙신이다.
내 고통은 참지 못하고 타인의 고통에는 무감각한 인간쓰레기들.
감히 내 앞에서 힘자랑질이다.
한 번 더 강하게 손목에 힘을 줬다.
“악! 아아아악!”
시뻘겋게 부어오른 양쪽 손목을 부여잡고 고통의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원숭이.
우두둑.
뼈가 부러지는 괴이한 소리가 들렸다.
“…….”
원숭이가 고통을 참기 힘들었는지 침을 주르르 흘리며 기절해 버렸다.
녀석을 떠밀었다.
바닥에 집단처럼 쓰러지는 놈.
“너, 너 이 새끼!”
촤락.
잉어가 잭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어? 아저씨. 지금 살인미수 단계인 건 아시죠?”
놀라지도 않으며 가벼운 경고를 날렸다.
“닥쳐!!!”
피를 볼 생각으로 잉어가 나이프를 빠르게 찔러왔다.
이 새끼들 진짜 나쁜 놈들이다.
쾌속하고 정확했다.
사람 여럿 이런 식으로 난도질 했을 법한 행동이었다.
인간의 몸에 칼을 쑤신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미친놈이거나 인간 백정이거나 둘 중 하나다.
빠각!
하지만 오늘 잘못 걸렸다.
“크아아아아악!”
찔러오던 잉어의 오른쪽 손목 중간이 덜렁거리며 흔들렸다.
강력한 일격에 뼈가 쩍하고 분질러졌다.
공장을 울리는 처절한 비명.
“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자신의 팔이 덜렁거리는 괴기스런 장면에 잉어가 돌아버린 놈처럼 비명을 질렀다.
“…….”
바닥에 한 번 누워봤던 조폭이 눈치를 봤다.
감히 나에게 달려들지 못 하고 완전 쫄았다.
“크으으윽.”
부러진 손목뼈를 붙잡고 잉어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날 노려봤다.
“꺼져~ 지금 병원 가면 숟가락은 들 수 있을 거다.”
냉정하게 양아치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오크를 때려잡던 느낌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인간 같지 않는 놈들에게 인권은 가당치 않은 권리다.
“너, 너 이 새끼…….”
악독한 눈빛을 보내는 잉어 양아치.
“왼쪽도 병신 만들어 줄까?”
피식 웃으며 잉어의 왼쪽 팔을 바라봤다.
“두, 두고 보자! 크으.”
“뭘 두고 봐. 오늘 마저 보자~.”
이죽거림에 잉어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내가 상종 못 할 독종이라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놈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주춤거리는 놈들.
“으아아아아아아!”
양쪽 팔목이 꺾여 버린 유도 원숭이가 눈을 뜨더니 비명을 지르며 공장 밖으로 뛰어갔다.
기다렸다는 듯 잉어와 다른 용도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좌우지간 양아치들은……. 쯧쯧.”
- 카르마 포인트를 듬뿍 획득했습니다.
“자네는……. 누군가?”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덜덜 떠는 한 남자가 모습을 보였다.
헐!